Home / 로맨스 / 너무 위험한 여자 / 4. 본능적 소유

Share

4. 본능적 소유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25 10:06:33

“차 한잔 하자는 말이, 그렇게 고민할 일이야?”

이현은 언제나 상대의 흐름을 엉망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눈웃음을 머금은 말투, 농담과 진심 사이를 기어 다니는 얄미운 어조.

하지만 정작 그의 표정엔, 말의 무게를 지탱하려는 책임 같은 건 없었다.

유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을 고르는 게 아니라, 고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침묵에 이현은 웃음을 흘렸다. 어깨를 으쓱이며 덧붙였다.

“뭐, 그 정도 관심도 못 끄는 얼굴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좀 과신했나.”

유리는 그를 바라봤다.

얼굴은 매끈했고, 눈매는 유려했지만, 그 속엔 그 어떤 온기도 없었다.

그의 태도는 방탕했고, 그의 말은 가볍고, 그의 눈빛은 방심 그 자체였다.

“그럼 됐고. 언젠가 마시고 싶을 때 연락이나 하시든가. 이름은 모르겠지만, 얼굴은 기억하니까.”

이현은 말끝을 올리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웃는 얼굴이 익숙하다는 듯, 아니 그보다, 자기 표정을 잘 아는 사람처럼 능숙했다.

유리는 입꼬리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가볍게 흔드는 사람은 가볍게 무너진다.

그녀는 이미 그를 무너뜨릴 설계를 거의 완성한 상태였다.

“내 이름, 알고 싶어요?”

그 순간 이현의 움직임이 멈췄다.

돌아선 고개가 천천히 그녀를 향했다.

유리는 똑바로 그를 바라봤다. 미소도, 호의도 없었다.

“와, 목소리는 매력 있네. 그거 하나는 인정.”

칭찬 같지 않은 말을 대놓고 하는 태도.

유리는 애초에 그에게 기대한 게 없었기에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잘 작동되는 장난감처럼, 그의 반응은 예측 가능한 수준이었다.

“궁금하면, 스스로 알아내요.”

그녀는 단호한 말투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 말만 남긴 채 자리를 떴다.

이현은 무심하게 뒷모습을 훑더니, 입가에 조용히 혼잣말을 남겼다.

“성격도 독특하네. 근데 좀 끌리긴 한다.”

그날 저녁, 유리는 호텔 방에서 이현의 SNS를 다시 열었다.

불필요하게 많이 찍힌 셀카, 파티, 클럽, 외제차, 와인, 무의미한 인맥과 무의미한 웃음.

그는 가식 없는 허세로 무장한 사람이었다.

꾸미지 않았고, 그래서 더 위험했다.

무너뜨릴 틈이 많은 사람은, 더 쉽게 믿는다.

그는 이미 유리에게 미묘하게 시선을 내주었고,

그것이 반복된다면 감정으로 착각하게 될 것이다.

그의 웃음은 가볍고, 선택은 본능적이며, 책임감은 없다.

사랑이 생겨도 감정보다 소유가 앞설 것이고,

그는 자신이 무너지는지도 모른 채 무너질 것이다.

유리는 화면을 끄고 침대에 등을 기댔다.

천장을 보며 숨을 고르며 속삭였다.

“계획은 잘 흘러가고 있어.”

며칠 후, 두 번째 만남은 호텔 로비였다.

유리는 그 장소를 알고 있었고, 

그가 언제쯤 그 건물에서 나올지도 예상하고 있었다.

이현은 그녀를 먼저 알아보고 다가왔다.

“진짜 우연이네? 이정도면 그쪽이 날 따라다니는 것 같은데...”

유리는 짧게 웃었다. 이번엔 미소를 살짝, 의도적으로 흘렸다.

“그런 말, 자주 하시나 봐요.”

“나 같은 사람은 핑계가 필요하거든요. 이렇게 말이라도 해야 다가가니까.”

“굳이 다가가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이현은 그녀의 정면에 멈춰 서서 말했다.

“뭔가... 잊히질 않아서요. 내가 낯선 사람한테 이렇게까지 끌리는 스타일은 아닌데.”

그의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 적어도 유리는 그렇게 해석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진심이 아니면 더 쉽게 속인다.

“차 한 잔, 이번엔 받아줄래요?”

유리는 고개를 기울였다가 이번엔 고개를 끄덕였다.

단지, 다음 수를 위해서.

“한 번 정도는.”

그의 눈이 반짝였다. 유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건 유혹이 아니라 조종이야. 착각하게 만들어. 

아니 믿게 만들어. 그다음엔 잔혹하게 무너뜨려 주겠어.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너무 위험한 여자   71. 조용한 포위, 첫 번째 균열

    창고 바닥에는 희미한 먼지 냄새와 시간의 흔적만이 가득했다.유리는 오래도록 그 자리에 서 있었다.손에 쥔 서류가 서서히 체온을 잃어가고 있었지만, 그녀는 놓지 않았다."당신 괜찮습니까."이우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유리는 고개를 들었다.그의 얼굴은 변함없이 차분했지만, 그 눈빛은 깊었다.심장을 꿰뚫는 무게.그 무게를 유리는 고스란히 받아들였다."괜찮지 않아요."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대답했다."하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어요."이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가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침묵으로 전하는 사람이었다.유리는 그런 그의 침묵 속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며 자신을 세웠다.밖으로 나오자, 하늘은 어느새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바람 한 점 없던 거리에 서늘한 기운이 번져 있었다.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은 듯했다."이제 무엇을 할 겁니까."이우가 물었다.유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커튼처럼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너머, 단단히 다문 입술."끝을 봐야죠.""언니를 지운 사람들.""그 누구도, 편히 숨 쉬게 두지 않을 거예요."이우는 짧게 웃었다.그 웃음에는 슬픔과, 연대와, 조용한 다짐이 함께 섞여 있었다."좋습니다.""같이 갑시다.""끝까지."그들은 말없이 걸었다. 서로 다른 상처를 품은 두 사람이,이제 하나의 길 위에 나란히 섰다.멀고 먼 길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들에게는 그걸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먼 하늘 너머, 짙은 구름 사이로 언뜻 햇살 한 줄기가 흘렀다.아주 짧게, 그러나 분명히.마치, 이 길 끝에도 언젠가는 빛이 닿을 수 있을 거라고,누군가 조용히 속삭이는 것처럼.하루가 지났다.시간은 잔혹할 정도로 무심하게 흘렀고,도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제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다.하지만 유리는 알았다.세상이 아무리 덮으려 해도,진실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는 걸.유리는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을 등진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손에는 조유진의 이름이 적힌

  • 너무 위험한 여자   70. 피로 쓰인 과거, 그리고 치명적인 문을 열다

    서울, 오전. 바람은 불지 않았지만, 공기는 가볍게 갈라져 있었다.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균열. 그 사이를, 유리와 이우가 조용히 걸었다.커피 한 잔을 손에 쥔 채, 유리는 오래된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았다.낡은 간판, 깨어진 보도블록, 멀리서 깜빡이는 신호등.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자신의 안에서는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는 걸. 이우가 옆에 섰다.그는 묻지 않았다. 재촉하지도 않았다.그저 유리가 다시 숨을 고를 수 있도록 묵묵히 그 자리에 있었다."오늘은," 유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언니가 마지막으로 남겼던 흔적을 찾아가야 해요.""…….""아마도, 거기서 모든 게 시작됐을 테니까요."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이 가겠다면.""나도 같이 갑니다."짧은 말,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둘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서로 다른 상처를 품은 두 사람.하지만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그것이 지금, 유일하게 서로를 지탱해주는 것 같았다.그리고, 그들이 향하는 곳.그곳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죄악의 흔적이 조용히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었다.거리는 점점 낯설어졌다. 도심을 벗어나 골목을 돌고,폐허가 된 건물과 낡은 창문들 사이를 걷는 동안,유리는 마치 오래된 꿈속을 걷는 듯한 기분에 빠졌다.발끝에 닿는 아스팔트마저 거칠고 서늘했다."여깁니다."이우가 멈춰섰다.앞에는 철문이 삭아버린 작은 창고 하나가 있었다.문짝은 반쯤 뜯겨 나가 있었고,안쪽으로 스며드는 빛줄기는 먼지 위에 가느다란 선을 그렸다.유리는 철문 앞에 섰다.손끝을 뻗어 문을 밀자, 낡은 경첩이 삐걱거렸다.그 소리마저도, 마치 이 공간이 살아 있는 것처럼숨죽이며 그녀를 바라보는 느낌을 주었다.창고 안은 텅 비어 있었다.하지만 벽 한쪽, 구석진 곳에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녹슨 캐비닛. 깨진 자물쇠. 그리고, 한 장의 종이가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유리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발끝으로 바스락거리는 먼지를 밟으

  • 너무 위험한 여자   69. 다시 시작되는 긴 숨결, 끝나지 않은 어둠 속에서

    새벽과 아침 사이.희미한 빛이 커튼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바람 한 점 없는 거리. 멀리서 가끔,차 한 대가 지나가는 소리만이 세상의 고요를 가볍게 긁었다.유리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모르는 사이, 한 손은 무릎 위를 움켜쥐고 있었다.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릴 만큼. 탁자 위에는 서류 몇 장이 널브러져 있었다.밤새워 정리한 흔적. 그 안에서 하나의 파일이 눈에 띄었다.[D-72: 위험 인물 제거 명단]흰 종이 위, 차가운 글자들이 빽빽하게 박혀 있었다.조유진. 윤시훈. 그리고 기타 익명 처리된 여러 이름들.이우는 말없이 그녀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그의 손에도 한 장의 서류가 쥐어져 있었다.하지만 이우는 서류를 넘기지 않았다.그저 가만히, 유리가 움직이기를 기다렸다.유리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파일을 집어 들고, 한 장 한 장을 넘겼다.종이의 촉감은 차갑고, 거칠었다.눈으로는 글자를 읽으면서도,머리는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이건 단순한 사고가 아니야.''언니는 계획적으로 지워진 거야.'"……."숨이 막히는 순간, 이우가 조용히 컵을 밀어주었다.따뜻한 커피였다.유리는 컵을 두 손으로 감쌌다.그 미지근한 온기마저, 지금은 버거울 만큼 아팠다."오늘은."이우가 낮게 말했다."본격적으로 움직입니다.""…….""당신이 선택하면, 나는 끝까지 함께할 겁니다."유리는 고개를 들었다.커튼 너머로 퍼지는 회색빛 하늘.그 아래,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싸움.그녀는 짧게 숨을 삼켰다.그리고 작게, 그러나 확실히 말했다."가요.""언니가 남긴 마지막 조각을 찾으러."거리는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듯 조용했다.가끔 트럭 하나가 천천히 지나가고,바람이 끊긴 골목은 숨소리조차 삼켜버릴 것처럼 싸늘했다.유리는 이우와 나란히 걸었다.말은 없었다. 그러나 걸음걸이만으로도 서로의 결심을 알 수 있었다.'비밀 제거 명단.'이름도 모르는 누군가들이 단 한 번의 회의로 사람의 생사를 정하고,그리고, 그 기록마저 세

  • 너무 위험한 여자   68. 당신이 있잖아요, 라는 짧은 믿음

    새벽, 은신처.모든 것이 고요했다.하지만 유리와 이우는 이미 움직일 준비를 마쳤다.테이블 위에는 시훈의 과거 자료,서인국의 사업 기록,그리고 최근 의심스러운 거래 리스트들이 깔려 있었다.이우는 노트북 화면을 넘기며 말했다."여기입니다.""…….""윤시훈이 사라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접촉했던 인물.그리고 지금, 당신을 노리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유리는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봤다.사진 속 남자는 낯설면서도 묘하게 익숙했다."이 사람… 언젠가 본 적 있어요.""네."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서인국의 개인 경호팀 소속. 하지만 공식 기록에는 없는 이름입니다.""그럼 비공식?""비공식이란 이름으로, 서인국의 더러운 일들을 처리해온 인물."유리는 손끝을 탁탁 두드렸다."윤시훈은… 그 사람의 하수인에 불과했을지도 몰라요.""맞습니다.""…….""그리고 이제, 진짜 '손'이 움직이기 시작한 겁니다."이우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조심해야 합니다.""…….""윤시훈은 어디까지나 서막에 불과했을지도 모릅니다."유리는 손에 힘을 주었다."괜찮아요.""…….""당신이 있잖아요."그 짧은 한마디에, 이우는 살짝 눈을 감았다.세상이 무너져도 지켜야 할 단 한 사람. 그녀가 여기 있었다.SUV가 천천히 도로를 가로질렀다.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은 가볍고, 가끔 지나가는 가로등 불빛이 차 안을 짧게 스쳐갔다.유리는 조용히 손등을 매만졌다. 보이지 않는 흉터를 쓰다듬듯이."목적지는 오래된 호텔입니다."이우가 낮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잔잔했지만, 그 아래엔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대답은 없었지만, 그의 옆에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그들이 향하는 곳은, 끝나지 않은 과거의 조각이었다.묻은 줄 알았던 것들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그녀를 끌어당기고 있었다."조금 무서울 거예요."이우가 부드럽게 말했다."…….""하지만 제가 옆에 있습니다.

  • 너무 위험한 여자   67. 평화의 이면에 감춰진 그림자, 다시 시작되는 싸움

    서울, 봄.도시의 공기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바람 끝에는 확실히 봄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유리는 작은 카페에 앉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사람들이 오가고, 거리에는 노란 개나리꽃이 피기 시작했다.모든 것이 평범해 보였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기다렸습니까?"낯익은 목소리. 유리는 고개를 돌렸다.이우가 가볍게 재킷을 벗으며 그녀 맞은편에 앉았다."조금요."유리는 미소 지었다."바람이 좀 차네요.""그러게요."둘은 커피를 사이에 두고 조용히 마주 앉았다.말이 많지 않아도, 서로를 알아보는 시간이었다."이런 일상이 낯설진 않습니까?"이우가 물었다.유리는 천천히 머리를 저었다."처음엔 낯설었어요.""…….""하지만 이젠…이런 평범함이 감사해요.""나도 그렇습니다."이우가 부드럽게 웃었다."당신이 웃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잠시 따뜻한 침묵 속에 머물렀다.그러나, 완벽한 평화란 늘 오래가지 않는 법이었다.카페 문이 열리며 낯선 한 남자가 들어왔다.유리는 무의식적으로 등을 곧게 세웠다.남자는 그녀를 힐끔 보더니, 곧바로 카운터로 향했다.별일 아니었다.그런데도, 유리는 설명할 수 없는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었다.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공간.하지만 유리의 심장은 조용히 요동치고 있었다.이우는 그런 그녀의 미묘한 변화를 단번에 알아차렸다."신경 쓰이는 겁니까?""……."유리는 잠시 주저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이상해요.""뭐가요?""바람 냄새가…평소랑 다르게 느껴져요."이우는 잔잔히 유리를 바라보다, 곧 고개를 끄덕였다."감각은 무시하면 안 됩니다.""…….""특히,당신처럼 오래도록 위험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이라면."유리는 조용히 커피잔을 돌렸다.창밖으로 스치는 사람들의 표정은 평범했지만,그 속에 섞여 있을지 모를 이질적인 무언가가 그녀를 긴장하게 했다."오늘은 바로 돌아가죠."이우가 자연스럽게 말했다."괜찮겠어요?""괜찮습니다.""…

  • 너무 위험한 여자   66. 끝났다는 말 뒤에 찾아온 현실

    은신처, 새벽.유리는 흰색 커튼 너머로 비치는 흐릿한 햇살을 바라보고 있었다.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빛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어디선가 봄의 냄새가 느껴졌다.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심장이 천천히 고동치는 소리조차 들릴 것 같았다.탁. 탁.주방 쪽에서 잔잔한 소리가 들렸다.이우였다. 따뜻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유리는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다가갔다."……자는 줄 알았습니다."이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깨 있었어요."유리는 조용히 말했다."잠이 안 오더라고요."이우는 머그컵을 하나 건넸다."따뜻한 걸 마시면 조금 나을 겁니다.""……고마워요."유리는 컵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따뜻했다.손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온기.그것만으로도 숨이 조금 편해지는 것 같았다."이제 정말 끝난 걸까요?"유리가 낮게 물었다.이우는 그녀를 바라봤다."끝났습니다.""…….""당신이 선택했고, 당신이 이겨냈습니다.""……."유리는 컵을 내려놓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정말 끝난 걸까.''나는 이제 자유로울까.'하지만 한구석에는 알 수 없는 허전함이 피어오르고 있었다.그것은 복수로 채워졌던 마음 한켠이 텅 비어버린 데서 오는 감정이었다."당분간은… 혼란스러울 겁니다."이우가 말했다."하지만 괜찮습니다.""…….""우리는 서로 있으니까."거실 한켠, 소파. 유리는 조심스럽게 이우 옆에 앉았다.둘 사이에는 얇은 숨결 하나 들어갈 만큼의 거리만이 남아 있었다."이상해요."유리가 말했다."뭐가요?""이렇게…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당신 옆에 있는 게."이우는 미소 짓지 않았다.다만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괜찮습니다.""…….""시간이 필요하면, 기다리겠습니다.""…….""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을 겁니다.""당신이 웃을 수 있을 때까지."유리는 조심스럽게 이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그의 몸에서 나는 미세한 체온. 고요한 심장 박동.그것은 폭풍을 지나온 유리에게 처음으로 느껴보는 안전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