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결혼 3년 동안, 허아연이 제일 많이 한 일은 주현우의 바람기 수습이었다. 또다시 주현우의 스캔들을 수습하던 날, 주현우가 다른 사람과 함께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을 비웃는 걸 듣게 되었다. 그 순간, 허아연은 더 이상 이런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이혼 서류를 내밀자 주현우는 냉정하게 말했다. “허아연, 주씨 가문에는 사별이 아닌 이상 이혼은 없어.” 그러다 한 번의 사고로 허아연은 주현우 앞에서 한 줌의 재가 되어 주현우의 세상에서 사라졌다. * 2년 뒤, 일 때문에 서울로 돌아온 허아연은 주현우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강성 안씨 가문, 안시연이라고 해요.” 죽은 아내와 똑같이 생긴 여자를 본 순간, 다시는 결혼하지 않겠다던 주현우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광적인 구애가 시작되었다. “시연아, 오늘 저녁 시간 있어? 같이 밥 먹자.” “시연아, 액세서리 세트가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 “시연아, 보고 싶어.” 허아연은 담담하게 웃었다. “주현우 씨, 다시는 결혼 안 한다고 들었어요.” 주현우는 한쪽 무릎을 꿇고 허아연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시연아, 내가 잘못했어. 한 번만 더 기회를 줄래?”
View More그 모습들이 좀처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한편, 아레아 베이.낮잠에서 깬 허아연이 마당에서 걷기 연습을 하는 동안 정아 이모가 곁에 함께했다.허아연이 괴롭힘이라도 당할까 봐 걱정된 정아 이모는 아레아 베이에서 함께 지내며 하루 걸러 허씨 본가로 돌아가 청소를 하고 마당의 화초들을 돌봤다.허아연이 한결 안정적으로 걷고 손발에 점점 힘이 돌아오는 걸 본 정아 이모도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 그저 허아연이 회복하지 못할까 봐, 하늘이 허씨 집안에 너무 가혹하게 굴까 봐 두려웠다.걷기 연습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오후 네 시였다.허아연은 과일을 좀 먹고 주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주현우 씨, 오늘 저녁 집에 와서 먹어요?"전화기 너머의 주현우가 스케줄표를 확인하고 답했다."저녁에 모임이 있어서 얼굴만 비추고 금방 돌아갈게."주현우의 말에 허아연이 답했다."알겠어요, 그럼 우리도 기다리지 않고 먼저 먹을게요."두 사람은 몇 마디 더 얘기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저녁 모임에서 주현우는 정말 얼굴만 비추고 금방 자리를 떴다.다만 식당을 나선 뒤, 바로 아레아 베이로 돌아가지 않고 오지은을 보러 병원으로 향했다. 오후 내내 고민하다가 오예은과 똑같은 그 얼굴을 떠올리고는 결국 발걸음한 것이다. 병상 앞에 있는 이은빈은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병실에는 오지은 모녀 둘만 있었고 오중근은 없었다.주현우가 결국 온 걸 본 이은빈은 반가워 어쩔 줄 몰라하며 쉴 새 없이 사정을 늘어놓았다."그땐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서 임신했을 때 지은이랑 예은이를 제대로 못 챙겼어. 그래서 둘 다 몸이 약했던 거야. 지은이는 심장 이식 수술까지 받았잖니.""의사 말로는 요즘 심장박동이 좀 불안정한 데다 좀 심한 우울증 상태라고 해서 병원에 온 거야."우울증이라는 말에 주현우는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허아연이 떠오른 것이다. 주현우가 오지은을 한참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은빈이 다시 말을 이었다."지은이가 평소에 누구
허아연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도 몰랐다.게다가 방금 숨긴 게 있냐고 물었을 때도 주현우는 끝까지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다.동시에 조금 전 주현우의 짧은 침묵과 되물은 것 자체가 오지은이 오늘 한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주현우가 오예은과 사귀었던 건 사실이었고 지금까지도 오예은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끊임없이 대체품을 찾고 있었다.창밖을 한참 바라보던 허아연이 다시 주현우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내 일기장은 언제 몰래 본 거예요?""혼인신고 하기 일주일 전에."그리고 나른하게 웃으며 덧붙였다."꽁꽁 잘도 숨겼더라. 민경이도 네가 짝사랑하는 거 몰랐대."결혼하기 전 두 사람은 사이가 아주 좋았지만 주현우는 허아연이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주현우의 농담에 허아연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어릴 때 좋아했던 거죠, 다 지난 일이에요. 이젠 좋아하지도 않고요."허아연은 지금 이 순간에야 주현우가 3년 동안 사람 취급하지 않으며 들들 볶았던 이유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허아연의 일기장 때문이었다.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주현우와 스캔들이 났던 여자들이 다 오지은을 닮았으니까.아니, 오예은을 닮았으니까.주현우도 첫사랑을 떠나보내고 위로받을 곳을 찾고 있었다. 어쩌면 처음에 결혼을 동의한 것도 오예은이 떠났으니 누구든 다 똑같다고 생각해서 받아들인 걸지도 몰랐다.분명 주현우 본인이 다른 사람을 품고 있으면서 괜한 트집을 잡아 3년 동안 허아연을 괴롭혔던 것이다.돌이켜보니 허아연은 자신의 짝사랑도, 일기장 속 속심말도 너무 부질없게 느껴졌다.허아연의 답에 주현우가 어깨를 끌어안으며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그래, 다 지난 일이야."다 지나간 일이었다. 그리고 주현우도 이제는 오예은을 떠나보내야 했다.……병원에 며칠 더 입원해 있던 허아연은 퇴원해서 천천히 몸을 추스르면 된다는 의사의 말에 퇴원 절차를 밟았다.주현우는 허아연을 아레아 베이로 데려갔다.허아연도
허아연의 질문에 얼굴을 만지던 주현우의 손길이 멈췄다.갑자기 왜 이런 걸 묻는 걸까?눈이 마주치고 아직 병원에 있다는 걸 떠올리며 한참을 생각하던 주현우가 웃으며 말했다."숨길 게 뭐가 있겠어. 아니면 뭐 들은 거 있어?"주현우가 되묻자 허아연은 손목을 잡은 채 한참을 바라보다가 말했다."아니에요, 그냥 물어본 거예요."주현우는 끝까지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다.주현우는 허아연의 차분한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빨리 나아서 전서진이랑 애들 다 같이 시골에 놀러 가자."허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허아연이 손을 떼어내려 했지만 주현우가 허락하지 않았다.그리고 몸을 기울여 허아연의 볼에 입을 맞췄다.더 많은 걸 바라는 모습에 허아연이 두 손으로 주현우의 가슴을 막으며 거절했다.주현우가 솔직하지 않은 게 신경 쓰였다.그리고 께름칙했다.허아연의 거절에 주현우가 눈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더니 다시 물었다."정말 끝까지 이혼할 거야?"주현우의 물음에 허아연은 눈을 마주쳤다. 잠시 생각하던 허아연이 물었다."주현우 씨, 그래도 이혼하기 싫어요?"허아연의 물음에 주현우가 웃으며 오른손으로 허아연의 목덜미를 살며시 감싸고 엄지손가락으로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다정하게 말했다."이혼할 생각은 한 번도 한 적 없어.""사실 난 우리 결혼 생활 되돌릴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 아직 완전히 끝장난 것도 아닌데 전혀 시간과 기회를 주지 않으면 너무 아쉽잖아."아쉽다는 주현우의 말에 허아연이 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좋아요, 주현우 씨. 한 번 더 기회를 줄게요. 하지만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에요. 내 몸도, 마음도 더는 버틸 수가 없으니까요." 아쉽다고 했으니 앞으로 남은 절차도 분명 핑계를 대며 또 미룰 게 뻔했고 생각처럼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다. 유서희와 주건영, 박민정까지 나서서 설득하려 하겠지. 허민수도 떠난 데다 허아연이 이번에 또 병까지 났으니까.다들 찾아와서 설득하려 하기 전에 허아연이 먼저 복잡한 상황을 차단해 버린
오지은은 진실을 얘기하면 허아연이 무너지거나 적어도 눈물범벅이 되어 병이 더 심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허아연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고 오히려 오지은이 찾아온 진짜 속내를 그대로 꼬집었다.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걸어가는 오지은은 속에서 화가 치밀었다. 허아연을 가스라이팅하는 데 실패했으니까. 오지은이 멀어지는 걸 지켜보고 있는데 정아 이모가 물컵을 들고 허둥지둥 다가왔다."방금 옆 병실 사모님을 만났는데 붙잡고 얘기를 나눠서요."허아연이 가볍게 웃었다."괜찮아요."허아연은 무심한 눈빛으로 먼 곳을 슬쩍 바라봤다.진실은 이러했다. 주현우와 오예은은 과거에 사귀었고 그게 오씨 가문을 돌봐주고 오지은과 가깝게 지냈던 이유였다.그렇지 않고서야 주현우의 성격으로 아무리 은혜를 갚는다 해도 이런 식으로 갚지는 않을 것이다. 주현우도 일부러 오지은을 오예은의 대역으로 생각했겠지. 어차피 쌍둥이 자매인 데다 얼굴도 똑같았으니까.방금 오지은이 한 말이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 다만 허아연을 일부러 자극하려고 한 말이 분명했다. 그 뒤로 허아연은 밑에서 다시 걷기 연습을 좀 더 하고 정아 이모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위층으로 올라가 쉬었다.오후에 주현우가 돌아왔을 땐, 오원빈도 함께 찾아와 업무를 보고하고 이야기를 나눴다.허아연은 옆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며 주현우와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고 오전에 오지은이 다녀간 일도 꺼내지 않았다.저녁에는 주민경과 전서진이 찾아왔다.두 사람이 장난치며 떠드는 모습에 허아연은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두 사람만큼은 자신과 주현우처럼 되지 말고 좋은 엔딩을 맞이했으면 싶었다.아홉 시가 넘어 주민경과 전서진이 돌아가려 하자 허아연이 문 앞까지 배웅하며 말했다."민경아, 나 이제 혼자 씻을 수 있어. 매일 와서 씻는 거 안 도와줘도 돼." 주민경이 눈썹을 추켜올렸다."그건 안 돼. 우리 오빠한테 틈을 줄 수는 없지."잠시 말문이 막혔던 전서진이 다시 주민경을 보며 말했다."너는 진짜 팔이
Ratings
reviews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