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70화

Author: 금소
“한 입도 먹으면 안 돼. 알레르기 생기면 너만 힘들어져. 지난번에 캐비어 조금 먹었다가 늦은 밤에 발진이 생겼었잖아. 벌써 잊었어?”

혼내는 듯하지만 목소리에서 조금의 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여자를 달래려는 듯한 어투였다.

여자도 금방 포기하고 순순히 대답했다.

“알겠어.”

세상은 참 좁았다. 이런 곳에서도 하도진을 만나게 되다니. 그가 도심에서 차를 타고 촬영장까지 온 이유는 전 여자 친구와 점심 한 끼를 먹기 위해서였다.

누구라도 그 상황을 봤다면 순애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하도진은 유부남이었다. 아니, 어쩌면 하도진은 처음부터 민하윤과 법적으로 부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민하윤은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 그녀가 집었던 생선 살이 테이블 위로 떨어졌고, 민하윤은 황급히 티슈를 뽑아 멍한 얼굴로 닦아냈다.

임형섭은 민하윤이 갑자기 이상한 모습을 보이자 본인이 직접 일어나서 테이블을 닦았다. 그러고는 직접 그녀에게 음식을 집어 주기까지 했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happyhomejoa
뭐야. 피아니스트가 갑자기 여배우로 변하다니. 황당소설이네. 바쁜노미 멀리까지 밥 먹어주러 와? 아직 감정 많네. 관심 많아
VIEW ALL COMMENTS

Latest chapter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583화

    하도진은 잠시 멍해 있다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소파에 털썩 드러누웠다.헝클어진 머리까지 더해지자 하도진은 온몸에서 축 처진 기운이 흘렀다.“싸웠어?”김옥자는 단번에 하도진의 속내를 알아챘다.그러자 하도진은 고개를 저었다.“할머니, 예전에 제가 다시 시작하자고 했을 때 하윤이가 거절했잖아요. 그때 하윤의 말이 맞았을지도 몰라요. 다시 만나 봤자 결국 예전과 똑같은 길을 걷게 될 거라고요.”김옥자는 찻잔을 내려놓고 홀로 풀이 죽어 있는 하도진을 바라봤다.“후회하는 거야?”“후회는 안 해요. 그런데 자꾸 싸우고 생각이 부딪치니까 지쳐요.”“도진아, 넌 성격부터 고쳐야 해. 우리가 너를 너무 귀하게만 키웠어. 세상 모든 사람이 너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니야.”김옥자는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서로 사랑할 때야 뭐든 좋고 마음도 넘치지. 그렇다고 사랑을 믿고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건 아니야. 칼처럼 날카로운 말이 계속 쌓이면 아무리 깊은 사이도 견디지 못해.”하도진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다.“저는 그냥 하윤이가 저랑 좀 더 함께 있어 줬으면 좋겠어요. 매일 일만 하니까 제 옆에 있는 시간이 손에 꼽힐 정도예요.”“정말 그것뿐이야?”김옥자는 새로 차를 끓이기 시작했다.끓는 산샘물이 찻잎 위로 부어지자 집 안에는 은은하고 달콤한 차향이 퍼졌다.“그게 전부는 아니에요.”하도진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하윤이는 너무 좋은 사람이니까요. 다른 사람들이 넘볼까 봐 겁나요. 너무 좋아서... 제 곁에만 붙잡아 두고 싶을 정도로요.”“도진아, 하윤이는 네가 기르는 새가 아니야. 연못 속에 키우는 잉어도 아니고 별장에 심어 놓고 구경하는 꽃도 아니야.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란 말이지.”김옥자는 하도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하윤이는 자기 삶을 가진 독립된 사람이야. 넌 하윤이를 못 믿는 게 아니라 너 자신을 못 믿는 거야. 사랑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582화

    민하윤은 잠시 멈칫하다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그 얘기는 지난번에 했잖아요. 제가 나중에 은퇴하면 그때 한가한 사모님이나 할게요.”그러자 하도진은 입꼬리를 비틀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민하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알겠어. 결국 넌 그 답답한 직장을 못 떠나겠다는 거잖아. 그럼 더 얘기할 것도 없네. 계속 아침부터 저녁까지 출근해. 편하게 살 수 있는데도 굳이 고생을 사서 하겠다니...”하도진은 말하며 그대로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또 대화가 틀어질 것 같자 민하윤은 다급히 하도진의 소매를 붙잡았다.민하윤의 목소리는 몹시 초조했다.“우리 이 일로 또 싸우지 않으면 안 돼요? 저는 지금 하는 일이 좋아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좋고요. 그런데 도진 씨는 왜 자꾸 저를 집 안에만 가둬 두려고 해요?”“안 돼.”하도진은 차갑게 민하윤을 보았고 눈빛에는 조금 전까지의 다정함이 단 한 점도 남아 있지 않았다.“네가 좋아하는 게 일이야? 아니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야? 민하윤, 오늘까지도 넌 밖에서 미혼인 척하고 있잖아.”“아니라고요!”민하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반사적으로 부정했다.하도진은 갑자기 민하윤의 손목을 움켜쥐고 위로 들어 올렸다.아무것도 끼지 않은 민하윤의 약지는 희고 매끈했다.“아니라고? 그럼 결혼반지는? 왜 안 끼고 다녀? 네가 결혼한 걸 남들이 아는 게 그렇게 싫어?”민하윤은 억울하고 화가 났다.“제가 미혼인 척한 게 아니에요. 반지 다이아가 너무 커서 눈에 띄고 괜히 말이 나올까 봐 그런 거예요. 남들 입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은 게 제 잘못이에요?”하도진은 차갑게 웃더니 민하윤의 턱을 잡아 들었다.“잘못이 아니지. 네가 뭘 하든 네 자유니까. 예전에는 내가 너한테 해 준 게 없다고 생각했어. 반지도 결혼식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 해 주고 싶었어. 그런데 넌 결혼식도 싫다고 하고 반지도 안 끼고 다니네. 결국 그냥 나 혼자서 들떠 있었던 거잖아.”하도진은 손을 거칠게 놓더니 한 걸음 뒤로 물러났고 눈빛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581화

    마지막 요리가 식탁에 올라올 때쯤, 하도진의 부모가 집에 들어섰다.그러자 가사도우미가 곧바로 다가가 두 사람의 가방을 받아 들었다.“아버지, 어머니, 저희 왔어요.”말이 끝나자마자 두 사람은 바로 걸음을 멈췄고 서로 잠깐 눈을 마주쳤다.민하윤은 수저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모님께 인사하려 했다.하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채선화가 먼저 민하윤의 말을 끊었다.채선화는 미간을 찌푸린 채 민하윤을 한번 훑어보고는 거의 반사적으로 내뱉었다.“넌 왜 여기 있는 거야?”절대 반갑다고 할 수 없는 채선화의 말투였다.민하윤은 그대로 굳어 버렸고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스쳤다.하도진은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차더니 수저를 내려놓고 주머니에서 새빨간 혼인관계증명서 두 권을 꺼내 식탁 위에 툭 올려놓았다.“하윤이가 자기 집에 온 건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해요?”김옥자는 잽싸게 증서 두 권을 낚아채 앞뒤로 몇 번이나 들여다봤다.“사진이 참 잘 나왔네. 보기도 좋고... 경사가 났네!”“그럼요. 할머니의 손자는 어떻게 찍어도 잘생겼잖아요.”하도진은 채선화의 굳은 얼굴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정작 어머니인 채선화가 화가 나서 말도 못 하고 있는데도 하도진은 능청스럽게 농담을 이어 갔다.민하윤이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하도진이 민하윤의 손목을 붙잡아 다시 의자에 앉혔다.“앉아서 밥이나 먹어. 두 분께서 나이 합치면 백 살도 넘는데 네가 밥까지 챙겨 드릴 필요는 없어.”그때 하준혁은 채선화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손 씻고 밥이나 먹자.”채선화는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식탁에 앉았다.하도진이 민하윤에게 새우를 까 주고 반찬까지 챙겨 주는 모습을 보자 채선화는 기분이 더 상했다.“저 이제 못 먹겠어요.”민하윤은 산처럼 수북해진 그릇을 난감하게 바라보며 작게 말했다.하도진은 간장 새우 한 접시를 전부 까서 민하윤의 그릇에 쌓아 놓았다.어른들이 다 보고 있는 앞이라 민하윤은 더 부담스러웠다.하도진은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580화

    “우리 하윤이 고생 많았어.”민하윤은 얼른 고개를 저으며 울컥한 표정의 김옥자를 다독였다.“할머니, 저 이렇게 멀쩡하잖아요.”하도진은 차를 한 모금 마셨고 긴 다리를 겹쳐 앉은 채 느긋하게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두 사람의 뭉클한 재회를 바라봤다.“할머니, 하윤이가 그렇게까지 좋아요?”그러자 김옥자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지. 나는 우리 하윤처럼 착한 애가 그렇게 좋더라. 인연이 안 끊어진 거지. 아미타불, 부처님이 보우하셨네.”김옥자 할머니는 눈가를 한번 훔치고는 민하윤 쪽으로 몸을 기울여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떠나고 나서 도진이는 아예 사람이 확 달라졌어. 훨씬 차분해지긴 했는데 우리 눈에는 그게 더 안쓰러웠어. 웃지도 않고 꼭 영혼만 남은 사람처럼 살더라. 도진이 엄마가 맞선도 많이 잡아 줬는데 하나도 안 나갔어. 일만 붙들고 살았지. 몸도 안 챙기고 말이야. 재작년 설에는 위병 때문에 입원까지 했어. 술을 너무 마셨대.”“집에는 별일 아닌 줄 알았는데 우리가 병원에 갔더니 링거 맞으면서 헛소리하더라. 가까이 가서 들어 보니까 전부 네 이름만 부르고 있었어. 그 뒤로는 또 어떻게 된 건지 고열까지 와서 보름을 꼬박 병원에 있었지. 사람이 반쪽이 되도록 말라서 우리도 정말 놀랐어. 그때는 정말 큰일 날 뻔했어.”“아이고, 할머니... 그런 옛날 얘기를 뭐 하러 또 꺼내세요?”하도진은 여전히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눈매를 휘며 피식 웃더니 리치를 하나 까서 직접 김옥자의 입에 넣어 줬다.“입 막으려고? 난 더 말할 거야. 하윤이한테 다 말할 거야. 넌 그때 자신의 몸을 하나도 안 챙겼어. 밥도 제대로 안 먹어서 위까지 다 버려 놓고... 맨날 술이나 마시고.”김옥자는 우물우물 씹다가 씨를 뱉자 하도진은 또 하나를 까서 건넸다.민하윤은 하도진을 한참 바라봤다.할머니가 말한 감정도 없이 껍데기만 남은 사람처럼 살던 하도진과 지금 눈앞의 하도진은 쉽게 겹치지 않았다.헤어진 2년 동안, 민하윤은 항도시에서 혼자 묵묵히 사계절을 버텨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579화

    민하윤은 눈을 들어 하도진을 바라봤다.그 순간,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고 목소리도 떨렸다.“건들지 마세요. 주세요.”하도진은 민하윤을 힐끗 보더니 일부러 상자를 한 번 흔들었다.그때마다 민하윤의 심장도 덩달아 출렁이는 것 같았다.하도진이 쥐고 있는 건 작은 상자 하나일 뿐인데 민하윤은 꼭 자기 심장이라도 붙든 것만 같았다.“왜? 뭘 그렇게 숨기고 싶어?”몇 시간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민하윤은 차라리 이걸 은행의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돌려봐도 상관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이걸 가방에 넣지만 않았어도...’민하윤은 까치발을 들었지만 겨우 하도진의 소매 끝만 스쳤다.하도진은 키 차이를 이용하듯 상자를 민하윤의 머리 위로 더 높이 들어 올렸다.그러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느긋하게 상자를 흔들며 말했다.“부탁해 봐.”민하윤은 이를 악물었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부탁드릴게요. 돌려주세요.”하도진의 눈빛은 깊고 검었다.하도진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리본을 풀고 상자를 열었다.가로등 불빛 아래 하얀 조명이 그대로 레이스 잠옷 위로 떨어졌다.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손가락 하나로 가느다란 끈을 들어 올려 이게 뭔지 찬찬히 살펴봤다.하도진의 눈빛은 점점 짙어졌고 시선은 다시 민하윤에게로 떨어졌다.하도진이 목울대를 천천히 굴리자 민하윤은 반사적으로 두 손을 몸 앞에 올려 가렸다.그러고는 홧김에 하도진의 구두를 밟고 까치발을 들어 그 민망한 잠옷을 확 낚아챘다.“도진 씨, 진짜 제정신이에요?”민하윤은 화가 치밀어 거의 터질 뻔했다.당장 이걸 버리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하씨 가문의 본가 대문 앞에 내던질 수도 없었다.결국 민하윤은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다시 가방 안에 쑤셔 넣었다.민하윤은 속으로 이남주가 원망스러워 죽을 지경이었다.하도진은 민하윤을 품에 끌어안으며 웃음을 참았다.“그래서 이게 무슨 뜻이냐고...”민하윤은 아랫입술을 깨물었고 얼굴은 뜨거울 정도로 달아올라 있었다.하도진은 손을 들어 민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578화

    민하윤은 하도진이 아직도 자기한테 화가 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도 민하윤은 먼저 하도진을 달래고 싶지는 않았다.민하윤은 길가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목적지를 말했다.화려한 도시는 밤이 내리면 더욱 눈부셨다.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멀리 빌딩들은 찬란하게 빛나자 도시의 밤거리는 꿈처럼 번화했다.민하윤은 창가에 기대어 임형섭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금방 연결됐다.임형섭의 목소리에는 놀라움과 반가움이 묻어 있었다.“하윤아?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민하윤은 안부를 주고받을 기분이 아니었기에 곧장 본론을 꺼냈다.“선배, 그 녹음은... 선배가 보낸 거예요?”임형섭은 잠시 침묵했다.“응. 너도 알게 되었구나?”“왜 그러셨어요?”민하윤은 조용히 물었다.귓가에는 한여름 밤바람 소리가 세차게 스쳤다.민하윤은 혼란스러웠다.왜 임형섭이 그런 녹음을 남겼고 또 왜 그걸 하도진에게 보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임형섭은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준 채, 긴장한 목소리로 되물었다.“하도진이 너한테 뭐라고 했어?”“선배, 왜 그러셨는지만 말씀해 주시면 안 돼요? 저는 그게 알고 싶어요.”“변명할 건 없어. 녹음은 내가 보낸 거야.”임형섭은 더 말하고 싶지 않은 듯 짧게 잘랐다.“네가 날 원망해도 좋고 미워해도 좋아. 그래도 난 후회 안 해.”“선배, 저는 선배를 원망하지도 않을 거고 미워하지도 않을 거예요. 그냥 왜 그러셨는지가 궁금한 거예요.”임형섭은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하윤아, 넌 이해 못 해.”그 뒤로 두 사람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민하윤은 직접 통화를 끊더니 창밖의 화려한 야경만 말없이 바라봤다.임형섭은 휴대폰을 조수석에 던져 놓고 핸들에 이마를 기댔다.그러더니 낮게 중얼거렸다.“난 그냥... 하도진한테 알려 주고 싶었어. 그 사람이 널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내가 널 다시 데려올 거라고.”택시는 천천히 하씨 가문의 본가 앞에 멈춰 섰다.대문 앞에는 차 두 대가 앞뒤로 서 있었다.민하윤은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