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에드워드가 맡은 프로젝트는 너무 많았다. 지금은 국내에서 요양하며 입원 관찰까지 받아야 하니 큰일이 없는 이상 이리저리 움직이게 해서는 안 됐다.물론 에드워드가 키운 학생들도 각자 많은 프로젝트를 맡고 있었다. 그들의 불안이 계속되도록 내버려 두면 수많은 프로젝트가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이해리는 에드워드가 평생 쌓은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걸 원치 않았다.정지안은 이해리의 말을 듣고 말했다.“해외에 나가서 바람 쐰다고 생각해. 내가 같이 갈게.”하지만 이해리는 고개를 저었다.“국내에서 새 회사가 막 시작했잖아요. 저 때문에 자리를 비우지 말아요. 해외에 잠깐 다녀오는 것뿐이에요. 금방 돌아올게요. 길어도 사흘이에요.”정지안도 회사 일을 두고 떠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그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이해리를 품에 끌어안았다.“앞으로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마. 이 일들이 전부 해결되고 회사도 안정되면, 내가 널 데리고 다른 곳에 가서 며칠 푹 쉬게 해 줄게.”이해리도 정지안의 품속으로 파고들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때는 아주 먼 곳으로 가요. 우리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이면 더 좋고요.”정도원이 계속 여론전을 걸어오고 두 사람의 이름이 수시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서, 이해리는 이미 몹시 지쳐 있었다.국내에서 처리할 일을 먼저 인계한 이해리는 주세훈에게 전화해 해외로 가서 상황을 직접 보겠다고 알렸다. 주세훈은 기쁜 목소리로 알겠다고 대답했다.이해리도 짐을 챙겼다. 출국하는 날에는 정지안이 직접 공항까지 데려다주었다.“도착하면 먼저 전화해서 무사히 왔다고 알려 줘.”이 순간 정지안은 자신이 왜 이해리와 함께 가지 못하는지 계속 원망했다.그의 감정을 알아차린 이해리는 먼저 고개를 들고 정지안의 턱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사흘만 있다가 온다고 약속했잖아요. 모든 걸 처리하면 바로 돌아올게요.”두 사람은 공항에서 작별의 입맞춤을 나눴다. 이해리는
정도원은 모든 일이 비비안이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꾸민 것이라고 주장했다.비비안과 연락할 때는 그 데이터가 이해리에게서 나온 것인지도, 해당 프로젝트가 에드워드의 것인지도 몰랐다는 말이었다.[모든 건 그 여자가 저를 속이려고 꾸민 일입니다. 저를 함정에 빠뜨린 거라고요! 전 저 사람들에게 미안할 짓을 한 적이 없습니다!]정도원은 자신이 사업가이며, 사업가는 이익이 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돈이 될 만한 프로젝트를 보고 왜 손을 대면 안 되느냐는 논리였다.그는 오히려 자신이 억울하게 당한 사람이라는 듯 말했다.[어쨌든 저는 아닙니다! 저쪽에서 사람이 죽었다고 모든 책임을 저한테 뒤집어씌울 수는 없습니다!]정도원은 속으로 사람이 죽었으니 증명할 길이 없다는 말을 되뇌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이 사건의 핵심 가해자라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작정이었다.정도원이 끝까지 비비안이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것이라고 우긴다는 소식은 곧 이해리에게도 전해졌다.인터넷에서는 온갖 의견이 엇갈렸다.윤유나는 최근 확실히 잠잠해졌다. 새 계정을 만들 때마다 곧바로 정지당해서인지도 몰랐다. 이제 인터넷에서 홀로 싸우는 사람은 정도원뿐이었다.이해리는 의자에 기대어 실시간 검색어를 바라보았다. 잠시 뒤 마우스를 잡고 천천히 아래로 화면을 내렸다.누군가는 비비안이 해외에서 보였던 여러 모습까지 올렸다. 그 글을 보던 이해리는 다시 속이 울렁거려 화장실로 달려가 헛구역질했다.정지안이 돌아왔을 때 마침 화장실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급히 다가왔다. 그는 이해리에게 물을 건네고 입가도 닦아 주었다.힘없이 문가에 기대어 있던 이해리는 정지안에게 반쯤 안긴 채 소파로 옮겨졌다.“이 일이 네게 큰 충격을 줬다는 건 알아. 그래도 인제 그만 생각해. 잘못한 사람은 네가 아니야. 비비안이 그런 결말을 맞은 것도 결국 자기가 저지른 일 때문이야. 그 아이 때문에 괴로워하지 마.”정지안도 자신의 짧은 위로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의 이해리에
그런데 비비안은 갑자기 겁먹은 사슴처럼 이해리를 올려다보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달아났다.이해리가 데려온 사람들도 급히 뒤를 쫓았다. 계단 입구에 이르자 비비안이 돌연 소리쳤다.“전 그저 한 번 잘못했을 뿐이에요! 다른 사람을 해치려던 건 아니었어요!”그녀는 자신을 붙잡으려 달려드는 사람들을 보고 겁에 질린 채 앞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러다 발을 헛디뎌 그대로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주변 사람들에게서 비명이 터졌다. 이해리가 앞으로 다가가려 했지만 옆에 있던 사람이 급히 붙잡았다.지나가던 의사와 간호사들도 상황을 보고 얼어붙었다가 서둘러 달려가 비비안을 부축했다.하지만 비비안은 계단 아래로 떨어지며 머리를 정통으로 부딪쳤고,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의사가 사망을 알리자 이해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속에서부터 구역질이 치밀어 올라 그녀는 화장실 세면대에 몸을 기대고 헛구역질했다. 머릿속에는 조금 전 광경만 계속 떠올랐다.뒤에서 발소리가 들리자 이해리는 경계하며 고개를 들었다. 정지안이었다.눈이 마주친 순간 이해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곧장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정말 저렇게 만들 생각은 없었어요. 정도원을 고발하는 데 협조하기만 하면 저는...”이해리는 정지안의 품에서 울음을 터뜨렸다.속이 뒤집히는 듯한 감각이 가슴을 가득 메웠다. 오늘 비비안이 했던 모든 일과 그동안 자신이 겪은 일을 떠올리자 몸에서 힘이 완전히 빠졌다.비비안의 죽음은 분명 이해리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심지어 의식을 되찾은 에드워드가 그 일을 듣고 물었을 때도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누구에게나 충격적이고 끔찍한 일이었다.비비안의 사후 처리도 모두 정지안이 이해리를 대신해 나섰다.그와 동시에 정도원은 이 소식을 듣고 자신이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자신과 비비안이 연락한 사실은 아직 폭로되지 않았다. 이해리 쪽도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을 수 있었다.게다가 비비안은 이미 죽었다. 이제 죽은 사람에게 물을 수도 없었다.그날 밤 정
하지만 그녀는 방금 인터넷에서 명품 가방을 여러 개 주문해 둔 상태였다. 정도원이 주기로 한 잔금이 들어와야 결제할 수 있었다.사치스러운 생활에 익숙해진 비비안은 이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이제라도 이 프로젝트 데이터를 역으로 이용해 이해리를 속이면 효과가 있을까?’생각해 보니 이해리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비비안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다시 프로젝트 관계자들에게 접근하기로 했다.하지만 병실을 나서자마자 멀지 않은 곳에서 이해리가 사람들을 이끌고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비비안이 몸을 돌려 달아나려 했지만 반대편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길을 막았다.이해리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비비안은 깨달았다. 이해리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지난번 병원에 왔던 것도 어쩌면 자신을 떠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당시 비비안만 그 사실을 몰랐다.사람들을 데리고 다가오는 이해리를 보자 비비안의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병실 문 앞 왼쪽에도 사람이 있었고 오른쪽에도 사람이 있었다. 비비안은 꼼짝없이 제자리에 갇힌 채 이해리가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이해리가 눈앞에 멈춰 섰을 때 비비안은 다리가 풀려 그대로 무릎을 꿇을 뻔했다.하지만 다리가 휘청이는 순간 이해리가 곧바로 그녀를 붙잡았다. 비비안은 혹시 자신이 너무 깊이 생각한 건가 싶었다.‘병원에 무슨 일이 생겼거나, 에드워드에게 위험이 닥칠까 봐 이해리가 사람들을 데리고 자신을 보호하러 온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든 비비안은 이해리의 눈에 어린 차가운 빛을 보았다.이해리는 그녀가 넘어지지 않게 한 번 붙잡아 줬을 뿐, 곧 한 걸음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비비안은 입술을 떨며 불렀다.“선배...”이해리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 한참 뒤 입을 열었다.“내가 오늘 왜 사람들을 데리고 널 찾아왔는지 알아?”그 말을 듣는 순간 비비안도 이해리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확신했다.
그 모습을 본 정도원은 요즘 윤유나까지 자신을 함부로 부린다는 생각이 들었다.문을 밀고 들어가 윤유나에게 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회사 비서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어제 회사에서 종일 문제를 처리했는데, 오늘 또 무슨 일로 전화한 걸까?’전화를 받고 보니 정지안과의 결별 선언 때문에 회사가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는 소식이었다.해외 사업 라인은 아직 안정되지 않았다. 정도원이 직접 나서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상황을 확인한 정도원에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이미 비비안을 매수해 두었다. 비비안이 건넨 각종 핵심 자료를 이용하면 에드워드의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반격할 수 있었다. 그러면 정지안과 이해리 모두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정도원은 곧바로 비비안에게 연락해 프로젝트의 핵심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했다.그런데 바로 그때, 관련 사업들이 줄줄이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공개하려던 데이터가 전부 가짜였다.그들이 사들인 프로젝트 자료를 바탕으로 실험을 진행해 보니 결과는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데이터와 자료가 모두 틀려 있었다.해당 프로젝트팀들은 잇달아 정도원에게 전화를 걸어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졌다.“처음 연락하실 때 이 데이터는 확실한 진짜라고 하셨잖습니까! 저희가 대표님을 믿었고, 전에 주신 자료도 맞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믿은 겁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부 문제가 터지다니요!”전화기 너머 협력사 관계자는 펄쩍 뛰며 정도원을 몰아세웠다.정도원은 머리를 움켜쥐고 괴로운 얼굴로 말했다.“데이터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실제 실험에서는 전부 다르게 나온 거죠?”“뭐가 안 틀렸다는 겁니까? 예전 결과와 완전히 다르고, 저희가 직접 선출한 수치도 다 달랐습니다. 그래도 대표님을 믿어서 보내 주신 데이터를 사용했는데...”전화를 끊은 정도원은 온몸의 힘이 빠졌다. 그는 의자에 축 늘어졌다.바로 그때 다른 협력사에서도 연이어 연락이 왔다. 비비안이 넘긴 프로젝트 정보를 바탕으로 생산에 들어간 사업들이 하나씩 전부 실패
그 말을 들은 정도원은 주먹을 꽉 쥐고 충격에 찬 눈으로 정지안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전화기 너머 비서의 재촉이 이어지자 정도원은 이를 악물고 현장에서 도망치듯 떠날 수밖에 없었다.이해리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정도원이 저토록 다급히 뛰어간 건 분명 회사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서일 것이다.이해리가 고개를 돌려 정지안을 바라보자 두 사람은 시선을 마주한 채 말없이 웃었다. 이해리는 진심으로 정지안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바로 그때 정지안이 사람들 앞에서 이해리에게 시선을 돌렸다.“회사가 정식으로 출범하고 테이프 커팅식을 열 수 있었던 데에는 이해리 씨의 지원이 큰 힘이 됐습니다. 이제 이해리 씨께서도 몇 말씀 해 주시죠.”정지안이 갑자기 자신을 무대로 부르자 이해리는 깜짝 놀랐다. 그러자 정지안이 그녀의 귓가에 웃으며 속삭였다.“전에 네가 써 준 홍보문이 너무 좋았어. 기자들에게도 직접 들려주고 싶어.”정지안은 많은 사람 앞에서 이해리가 이전에 작성한 글을 직접 발표하기를 바랐다.그 말을 들은 이해리는 그를 살짝 흘겨보았다. 자신이 전에 SNS에 올린 글은 그저 진심으로 정지안을 응원하고 싶어서 쓴 것이었다. 그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언급할 줄은 몰랐다.이해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입을 열었다.“사실 저는 이 회사에 직접 참가한 일이 많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정지안 씨가 스스로 노력해 이뤄낸 결과입니다. 그래도 한마디 덧붙이자면, 이 회사가 앞으로 더욱 발전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회사의 미래를 이야기한 뒤 가까이 붙어 낮은 목소리로 정도원을 에둘러 비판하는 말도 몇 마디 주고받았다.이름을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현장에 있는 모두가 알아들었다.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두 사람이 정도원을 겨냥해서 한 발언은 그대로 인터넷에도 올라갔다. 특히 정지안이 정도원과 완전히 결별한다고 선언한 부분이 큰 화제가 됐다.그 모든 영상을 본 정도원은 윤유나가 알려 줘서야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