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강하임 씨, S국 조력사망 기관입니다. 12월 25일 예약된 절차를 본인이 직접 신청하신 게 맞으실까요?] 강하임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목소리는 이상하리만큼 차분했다. “네.” [확인되었습니다. 심사는 통과되셨고, 남은 보름 동안 필요한 주변 정리를 마치시면 됩니다.] 전화가 끊기자마자 안방 문이 열렸다. 양수원이 찬 바깥 공기를 묻힌 채 들어왔다. 강하임을 보자 정성스럽게 포장된 선물 상자를 들어 보이며 웃었다. “생일 축하해.” 강하임은 희미하게 웃었다. “내 생일은 어제였어.” 양수원은 잠시 말을 잃었다. 미안함과 당혹감이 뒤섞인 표정이 얼굴에 떠올랐다. “미안.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view more예나혜의 반대쪽 얼굴까지 그대로 부어올랐다.그녀는 이제 양수원이 완전히 제정신을 잃었다는 것을 알았다. 더 설명해 봐야 소용없었다.하지만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 겨우 몇 번 본 여자 때문에 목숨을 내놓을 수는 없었다.죽음의 위협 앞에서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예나혜는 양수원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그와 뒤엉켜 싸웠다.그녀도 미친 사람처럼 상대방의 살을 물어뜯고 긁으며 소리쳤다.“강하임은 스스로 죽었어. 왜 내가 같이 죽어야 해! 왜! 자기가 못 견디고 결국 그런 선택을 한 거잖아. 나랑 무슨 상관이야?”“나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려줬을 뿐이야. 내가 아니었으면 강하임도 평생 남편한테 속고 살았을 거야!”“다리까지 잃고 인생이 망가졌는데, 바람난 남편한테 평생 속아 살아야 한다니, 하하하, 얼마나 불쌍해?”“따지고 보면 나는 강하임을 구해 준 거야, 알아? 내가 아니었으면 계속 고통받았을 거고, 남편이 하는 역겨운 거짓말을 계속 들어야 했을 거야. 그건 죽느니만 못한 인생이지!”한 글자 한 글자가 화살처럼 양수원의 심장을 꿰뚫었다.그리고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예나혜의 날카로운 고함만 계속 울리며, 몸을 억세게 누르던 손에서도 힘이 빠졌다. 끈이 떨어진 것처럼 아래로 떨어졌다.자유를 되찾은 예나혜는 자신의 말이 양수원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는 것을 알았다. 더욱 거칠게 웃었다.“나 때문에 강하임이 죽었다고? 아니야! 절대 아니야!! 강하임을 죽인 사람은 남편인 당신이야!”“강하임한테 나는 한 번밖에 본 적 없는 생판 남이야. 진짜로 미워한 사람은 매일 얼굴 보고, 같은 침대에 누워 있던 남편인 당신이겠지.”“당신이 마음이 변했고, 당신이 아내를 배신했으니까, 강하임은 완전히 절망해서 죽은 거야. 죄의 시작은 당신인데, 왜 전부 나한테 떠넘겨?”“강하임도 참 불쌍해. 당신 같은 쓰레기를 위해 다리까지 잃고, 결국 멍청하게 죽기까지 했잖아. 하하하, 너희 둘 정말 미친 사람끼리 잘 어울려!”“양수원, 나랑 애매하게 만
차 안은 오래도록 조용했다.양수원은 예나혜가 당황한 손으로 지퍼를 올리고, 뜨거운 것을 던지듯 가방을 뒷좌석으로 밀어 놓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차 문과 모든 창문을 잠갔다.“본 적 있어?”말투는 여전히 담담했다. 마치 다음 일정을 묻는 것처럼, 특별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하지만 예나혜는 문이 철컥 잠기는 소리를 들었다.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듯했다.바깥 겨울바람보다 더 차가운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올라와 뒤통수까지 닿았다.그녀는 손을 거두고 다리를 접어 차 문 쪽으로 몸을 붙였다. 억지로 웃음을 만들어 냈다.“오빠, 왜 그래? 눈 아프다며.”이제 와서도 모르는 척하는 그녀를 보며, 양수원도 따라 웃었다. 그날 예나혜가 내던 천진한 말투를 흉내 냈다.“맞아. 이 대화 기록을 봤더니 눈이 너무 아프네.”“너는 어때? 보고 나니까 어디가 불편해? 눈이야? 심장이야? 아니면 다른 곳?”그 말투를 그대로 따라 하면서도 입꼬리만 올라간 표정을 짓는 양수원을 보고, 예나혜는 비명을 지르고 싶어졌다.결국 더는 연기할 수 없었다. 얼굴에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공포가 드러났다.“나... 아무 짓도 안 했어! 오빠 아내는 스스로 죽은 거야!”양수원도 알고 있었다. 강하임은 스스로 생을 끝냈다.그렇다고 해서 예나혜가 한 일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예나혜가 그렇게 비열한 방식으로 강하임을 흔들지 않았다면...강하임의 우울증이 다시 깊어졌을까? 살고 싶지 않다는 결심까지 했을까?그가 강하임의 삶에 남아 있던 희망을 베어 낸 낫이었다면, 예나혜는 그 낫을 쥔 손이었다.둘은 공범이었다. 한 사람을 함께 죽음으로 몰았다.그러니 같이 벌받아야 했다.목숨으로 갚는 벌을.밤바람은 거셌고, 이곳은 외곽이었다. 창밖의 바람 소리는 점점 사나워졌다.그 바람 탓에 양수원의 목소리에는 기괴하게 어두운 느낌이 실렸다.“하임이는 우울증이 있었어. 거의 나았는데 11월에 갑자기 다시 나빠졌지. 왜 그런지 너는 모르겠어?”예나혜는
예나혜는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미리 내려와서 기다리고 있는 양수원을 보자마자 달려들었다.“오빠, 아직 나한테 화난 줄 알았어. 미안해. 그날은 내가 잘못했어. 말이 심했지. 그래도 용서해 줘서 고마워.”예나혜의 머리카락에서 진한 향수 냄새가 양수원의 콧속으로 밀려들었다. 속이 다시 뒤집힐 것 같았다.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불쾌감을 억지로 눌렀다.한 손으로 캐리어를 끌고, 다른 손으로는 여자의 허리를 감싸 천천히 차로 걸어갔다.예나혜는 자기 허리에 놓인 남자의 손을 보고 마음속에 기쁨이 피어올랐고, 뺨도 살짝 붉어졌다.두 사람이 알고 지낸 5개월 동안, 양수원이 먼저 이렇게 가까이 다가온 것은 처음이었다.예나혜는 그가 슬픔에서 벗어난 줄 알았다. 이제 마음을 정리하고 자신과 함께하기로 한 줄 알았다. 목소리에는 들뜬 기쁨이 가득했다.“오빠, 요즘 제대로 안 먹었지? 너무 말라서 마음이 아파.”“응.”양수원은 짧게 대답한 뒤 트렁크를 열었다.예나혜는 더 걱정스러운 말을 하려다가, 텅 빈 트렁크를 보고 놀란 눈을 했다.“여행 간다며? 오빠는 왜 아무것도 안 챙겼어?”양수원은 한참 그녀를 바라보다가 짧게 말했다.“네가 있잖아.”예나혜는 그 말을... 이번 여행을 전부 자신에게 맡기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얼굴의 웃음은 더 밝아졌다.그녀는 함께 짐을 싣고, 양수원의 손을 끌어 차 앞자리로 향했다.“그럼 우리 약속해. 이번 여행 동안 오빠는 내 말 다 듣기. 내가 밥 잘 먹으라면 잘 먹고, 내가 사진 찍어 달라면 찍어 주고...”예나혜는 한번 입을 열면 멈추지 않는 사람이었다.양수원은 가는 내내 예나혜의 말을 들었지만, 대답은 거의 하지 않았다.예나혜가 서운함을 느끼고 바라볼 때 한두 마디 받아 주는 정도였다.조금씩 예나혜도 오늘 양수원의 기분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느껴서 망설이다가 물었다.“오빠, 오늘 기분 안 좋아? 왜 이렇게 말이 없어?”양수원은 내비게이
강하임의 시신 없는 무덤을 마련하는 날 아침, 양수원은 집을 나섰다.그는 수염을 밀고, 머리를 짧게 자르고, 샤워했다. 검은 옷으로 갈아입었다.아래층으로 내려간 그는 정리해 둔 쓰레기를 버렸다. 고개를 들어 7층의 파란 커튼이 걸린 방을 오래 바라보았다.아침의 첫 햇살이 떠오를 때, 그는 몸을 돌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거기에 달린 인형을 떼어 내고, 열쇠는 배수구 안으로 던졌다.이어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를 몰고 남현산으로 향했다.그는 강하임의 묘가 어느 자리인지 몰랐다. 맨 아래부터 비석을 하나씩 확인하며 올라갔다.산 중턱쯤에 이르렀을 때, 무덤 앞에서 절을 하고 있는 어머니를 보자 온몸의 긴장이 풀렸다.그는 이마의 땀을 닦고 천천히 걸어가 작게 불렀다.“엄마.”장영주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녀는 몸을 낮춰 손에 들고 있던 백합 한 다발을 묘비 앞에 놓았다. 손수건을 꺼내 묘비에 묻은 흙과 먼지를 닦았다.묘비를 티 하나 없이 깨끗이 닦고서야 장영주는 일어났다. 빈손으로 서 있는 양수원을 바라보았다.“여긴 왜 왔니?”목소리는 차가웠다. 낯선 행인에게 묻는 것 같았다.양수원은 신경 쓰지 않았다. 장영주를 본 뒤로 시선은 줄곧 어머니에게서 떠나지 않았다.장영주는 아들의 얼굴을 보지 않았고, 지금 아들의 눈에 얼마나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양수원은 가볍게 숨을 들이켜 올라오는 울컥함을 눌렀다.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엄마 보러 왔어.”“나는 아직 안 죽었다.”이곳에서 죽음이라는 말을 듣자, 양수원의 소매 속 손이 몇 번 떨렸다.그는 간신히 웃음 같은 것을 지었다.“그런 말 하지 마. 엄마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야지.”그 말을 듣고서야 장영주가 고개를 들어 아들을 보았다. 표정은 굳어 있었다.“그런 말 하면서 웃음이 나와? 술을 그렇게 마시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거니?”양수원은 아주 맑게 깨어 있었다.그는 고개를 저었다. 옆으로 몸을 돌려 묘비의 사진을 보았다.“안에는 뭐를 묻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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