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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作者: 오월이
유호는 대현을 버려두고 해인에게 다가갔다. 곧장 해인의 손을 잡았다.

“여보.”

유호의 몸에선 짙은 술 냄새가 풍겼다. 잠시 바람을 쐬고 왔지만, 그 술 냄새는 다 빠지지 않았다.

해인은 입술을 다문 채 유호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술로 기분 풀러 왔어?”

유호가 웃으며 순순히 말했다.

“아니. 풀 기분도 없었어.”

“그래?”

해인이 잡힌 손을 빼려 했다.

그러나 유호가 놓아주지 않았다. 다시 한번 단숨에 해인의 손을 쥐고는 손가락을 깍지 끼웠다.

유호의 표정은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얌전했다.

“여보.”

대현에게 미리 이야기를 들은 덕분에 해인은 유호가 왜 갑자기 혼자 술을 마시러 왔는지 알고 있었다.

오후에 해인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 즉, 그런 정확한 사격은 유호밖에 본 적이 없다는 말 때문이었다.

유호는 그 말을 자신이 태상을 죽였다고 의심하는 뜻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말하자면 유호는 해인이 자기를 향해 품고 있는 마음에 자신이 없었던 거였다.

해인은 남자도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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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14화

    “별말 안 했어.”서진은 건훈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아내가 가까이 지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희정이 건훈의 일을 캐묻는 것도 싫었다.“여자 관계가 복잡한 인간이야. 가능한 한 엮이지 마.”희정은 찔리는 마음에 눈을 내리깔며 대답했다.“알았어.”서진이 말했다.“당장은 여권을 가져올 수 없으니 호텔로 돌아가서 쉬자.”희정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가능한 한 빨리 해외로 떠나야 했다.그런데 여권은 출입이 통제된 집 안에 있으니 어떻게 꺼내야 할까?신혼집은 출입이 금지됐고 대문 밖에는 경찰관이 지켰다. 하지만 수사관이 집 안에 계속 머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어떻게든 몰래 들어가 여권만 챙긴 뒤 조용히 빠져나오면 되잖아.’기억이 맞다면 건훈의 집 창문 하나가 신혼집 베란다를 바로 마주 보고 있었다.희정의 눈이 반짝였다.‘방법을 찾았어!’...호텔.이른 아침부터 희정은 다시 밖으로 나갔다. 아는 사람을 통해 여권을 꺼낼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다.서진은 데려다주려고 했지만 희정이 거절했다.서진은 호텔 스위트룸 창가에 서서 희정이 택시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내려다봤다.핸드폰에는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 쌓여 있었다. 모두 본가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전날 사건은 이미 널리 알려졌을 터였다. 차장섭의 죽음은 큰 사건이니 뉴스에도 보도됐을 가능성이 컸다.아버지가 왜 계속 전화하는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집안에 자세히 설명할 수가 없었다. 가족을 속이고 싶지도 않았고, 차장섭의 죽음에 희정이 얽혔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도 않았다.오래 고민한 끝에 서진은 전화를 받지 않고 일단 상황이 진정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아무 설명도 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았다. 서진은 핸드폰으로 문자 한 통을 작성해 보냈다.[아버지,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 이기적인 선택을 용서해 주세요. 희정이와 해외에서 살겠습니다. 두 분한테 아들이 없었다고 생각해 주세요.]문자를 받은 천호선은 분노해 다시 서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13화

    모처럼 서진의 약점을 잡은 건훈은 일부러 불쾌한 말을 던져 괴롭히고 싶었다.현직 시장인 차장섭이 서진의 집에서 석연치 않게 숨진 사건이 크게 번지면, 천씨 집안 전체가 피해를 볼 수도 있었다.서진은 사촌동생이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오래전부터 질투해 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건훈을 슬쩍 한 번 바라봤을 뿐 말없이 멀리 세워 둔 차로 걸어갔다.서진이 그대로 떠나자 건훈은 재미가 없다고 느꼈다.채찍으로 사람을 때릴 때 비명을 크게 질러야 더 흥분되는 것처럼, 건훈은 상대가 괴로워하는 반응을 보고 싶었다.더구나 조금 전에는 형수인 희정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건훈은 서진이 듣지 못할까 봐 상체를 창밖으로 깊숙이 내밀었다.“형, 형수는 어디 있어? 오늘 첫날밤은 보냈어? 형수랑 자니까 좋았어?”그 말을 들은 서진은 걸음을 멈췄다.부부의 잠자리 이야기를 여러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곳에서 떠드는 행동은 서진이 보기에 몹시 저급했다.서진은 건훈을 매섭게 노려봤다.“한밤중에 잠도 안 자고 할 일이 그렇게 없어?”건훈은 도를 넘고 있었다. 서진은 원래부터 이 사촌동생을 좋아하지 않았다.건훈은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응, 꽤 한가해. 낮에는 몸을 많이 써서 밤에 잠이 안 오거든.”“그래서 구경할 게 없나 보고 있었지. 여기 집은 방음이 별로라 저녁에 형네 집에서 다투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더라고.”그 말을 들은 서진의 표정이 크게 변했다.서진은 건훈을 노려보며 경고했다.“입 단속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떠들지 마.”건훈은 다른 뜻이 담긴 듯한 목소리로 받아쳤다.“내 입 걱정할 시간에 형수나 잘 지켜. 가까운 사람한테 뒤통수 맞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서진은 그 말을 장난스러운 도발로만 여기고 더 이상 상대하지 않았다.30초쯤 뒤 서진은 차로 돌아왔다.희정은 목을 길게 빼 건훈 쪽을 살폈다.건훈은 여전히 창가에 기대 있었다. 희정과 눈이 마주치자 뻔뻔하게 손으로 키스까지 날렸다.희정은 찔리는 마음에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12화

    서진도 잠에서 깼다.희정이 떨고 있는 모습을 보자, 서진은 어깨를 감싸면서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았다.“악몽 꿨어? 무서워하지 마. 내가 곁에 있잖아. 꿈은 전부 가짜니까 믿지 마.”희정의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가득했다.서진의 품으로 파고든 희정이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이대로 기다리기만 하면 안 돼. 언젠가는 전부 밝혀질 거야. 내일 아침, 아무도 모르게 해외로 떠나자. 응?”법의학은 상처가 어떻게 생겼는지 밝혀내는 분야였다. 원인을 확인하는 건 결국 시간 문제일 뿐이었다.부검이 끝나고 법의학 감정서가 나오면 사건 당시 현장에 혼자 있던 희정은 더는 도망칠 수 없었다.생각할수록 두려웠다. 해외로 나가서 수사망을 벗어나면 나중에 진실이 드러나도, 여러 국가가 얽힌 사건이라 수사가 훨씬 까다로워질 터였다.숨어 지내면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면 쉽게 찾지 못할 거라고 믿었다.사람을 찾지 못하면 처벌도 피할 수 있지 않을까?희정의 제안은 현실적으로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이었다.서진은 입술을 다문 채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그런데 여권이 둘 다 신혼집에 있어. 해외로 가려면 먼저 집에 들어가서 여권을 가져와야 해. 내가 먼저 가서 필요한 물건을 챙길게. 내일 바로 출발하자.”희정은 서진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무서워. 나 혼자 두지 마. 같이 가서 찾자.”떳떳하지 못한 일을 저지른 사람은 두려움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희정은 차장섭이 다시 꿈에 나타날까 봐 겁이 났다.꿈이 지나치게 생생해서 희정의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꿈을 떠올리기만 해도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서진은 잠시 망설이다 지금은 서로 떨어지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알았어. 차로 같이 가자. 도착하면 너는 차 안에서 기다려.”희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밤길에는 차량이 거의 없어 두 사람은 금세 신혼집에 도착했다.집 안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수사관들이 현장을 수색하며 증거를 수집하고 있었다.서진은 차에서 내려 혼자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대문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11화

    하지만 죄를 피하려면 놀란 사람처럼 연기해야 했다. 희정은 서진의 품에 기댄 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울었다.“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어? 아빠는 조금 전까지 멀쩡했는데.”조금 뒤 차장섭의 비서도 현장에 도착했다.차장섭이 흰 천에 덮인 채 희정의 집에서 실려 나오는 모습을 보자 비서의 표정이 크게 변했다.비서 이용재가 다급하게 달려갔다.“시장님!”희정이 울먹이며 설명했다.“이 비서님, 아빠가 실수로 넘어지면서 찻잔을 쓰러뜨렸어요. 깨진 유리 조각에 뒤통수를 다쳐서...”말을 잇던 희정은 끝내 문장을 마치지 못했다.희정은 입을 틀어막고 숨이 넘어갈 듯 울었다.이용재는 눈썹을 찌푸렸다. 밖으로 나가서 어딘가에 전화를 걸더니 잠시 뒤 다시 들어왔다.“시청에서 전담 조사팀을 구성해 사망 경위를 확인할 예정입니다. 조사가 끝날 때까지 차 시장님의 시신은 시청 측에서 관리하겠습니다.”당분간 화장은 진행하지 않고 희정에게도 시신을 임의로 처리할 권한이 없다는 뜻이었다.희정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이에요? 제가 아빠를 해쳤다고 의심하는 건가요? 친아버지를 죽여서 제게 무슨 이익이 있다고요?”“저도 아빠가 돌아가셔서 너무 괴로운데, 제가 용의자 취급까지 받을 줄은 몰랐네요.”이용재는 희정을 유심히 바라봤다. 시신을 시청에서 잠시 관리하겠다고 했을 뿐인데 반응이 지나치게 컸다.이용재가 차분히 설명했다.“차희정 씨, 이런 돌연사는 전담팀을 꾸려 조사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더구나 차 시장님은 현직 시장이십니다.”“이유도 모른 채 돌아가신 것으로 끝낼 수는 없습니다. 시민들에게도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합니다.”그때 서진이 희정의 어깨를 가볍게 쓸어내렸다.여기서 더 연기를 하면 오히려 과해 보일 수도 있었다.서진이 적당한 때에 말을 보탰다.“희정아, 네가 장인어른의 유일한 딸인데 이 비서님이 너를 의심할 리 없잖아. 정해진 절차를 밟는 것뿐이야.” “너도 장인어른이 단지 넘어졌을 뿐인데 왜 돌아가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10화

    서진은 행동으로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 주고 있는 듯했다.‘아빠는 엄마를 사랑하지 않았어.’‘엄마는 아빠의 관심을 우리 집에 붙잡아 두려고 온갖 방법을 썼지.’‘친딸인 나를 일부러 아프게 만들어서 아빠의 눈길을 얻으려고까지 했어.’‘나도 서진을 사랑하지 않는데, 서진은 엄마처럼 행동하지 않았어.’‘나에게 뭔가 요구하기는커녕 계속 내게 주려고만 했어.’‘사랑은 원래 이런 건가?’희정은 아주 조금이나마 그 감정을 이해하게 된 듯했다.서진은 희정의 이마에 힘주어 입을 맞춘 뒤 희정의 핸드폰을 들어 응급 신고 번호를 눌렀다.서진이 자신의 핸드폰을 집어들자, 희정은 서진이 농담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친딸인 희정의 핸드폰으로 신고해야 더 자연스러웠다. 희정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었다.희정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구급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동안 서진은 곁에서 진술할 세부 내용을 여러 번 맞췄다.서진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확인했다.“내가 아까 말한 것 전부 다 기억하지?”희정은 지금처럼 진지하게 서진의 얼굴을 살펴본 적이 없었다.그제야 서진의 피부가 놀라울 정도로 깨끗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매는 부드럽게 아래로 향했고, 첫눈에 화려한 미남은 아니지만 볼수록 단정했다. 이목구비도 흠잡을 곳이 없었다.희정이 물었다.“무섭지 않아?”서진은 고개를 저었다.“감옥에 가게 되면? 사형을 선고받으면?”서진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그래도 안 무서워.”“왜? 죽는 게 두렵지 않아?”희정의 눈에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더해졌다.서진이 조용히 대답했다.“네가 이런 일을 감당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어. 그래서 차라리 내가 겪는 게 나아.”희정은 눈앞의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며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이게 사랑인 걸까?’‘그런데 미안해. 나는 이미 너를 배신했어.’‘그렇지 않았다면...’몇 시간 전으로 돌아가서 다시 선택할 수만 있다면, 희정은 절대로 서진의 사촌과 엮이지 않았을 것이다.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09화

    희정은 서진의 가슴에 기댄 채 흐느꼈다.사람이 죽었고, 그 장소가 두 사람의 신혼집이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설명이 필요한 사건이었다.차장섭은 평범한 사람도 아니었다. 현직 시장으로 중요한 공직을 맡고 있었다.감추려 해도 쉽게 묻을 수가 없었다. 관계 기관은 반드시 전담 수사팀을 꾸려서 사망 경위를 철저하게 조사할 터였다.서진은 희정을 자신의 몸 안으로 집어넣기라도 할 듯 힘주어 안았다.마음이 가라앉자 잠깐 스쳤던 죄책감도 사라졌다. 희정은 자신을 지킬 방법부터 생각하기 시작했다.아직 20살을 조금 넘긴 젊은 나이였다. 앞으로 펼쳐질 삶이 무한한데 이번 일로 모든 것을 잃을 수는 없었다.친아버지를 죽였다는 죄가 씌워지면 어디를 가든 평생 손가락질을 받을 게 분명했다.희정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서진이 귓가에 말했다.“희정아, 119를 부르자.”고개를 든 희정이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서진을 바라봤다.‘이미 죽었는데 119를 부르다니.’서진이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머리의 상처는 넘어지면서 생겼다고 할 수 있어. 그래도 수사 과정에서 들키거나 누군가 이유를 물으면 내가 때렸다고 해. 내가 대신 책임질게.”누군가 반드시 나서서 책임져야 한다면 서진은 차라리 자신이 그 사람이 되려고 했다.사랑하는 여자가 감옥에 갇히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평생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혀서 모두에게 손가락질을 받게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놀란 희정이 고개를 들었다.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믿기 어려웠다.“뭐라고? 나 대신 책임지겠다고?”이 일이 밝혀져 유죄가 인정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는 사실을 희정도 잘 알았다.더구나 서진은 천씨 집안의 외아들이라서 짊어진 책임도 많았다.부모는 온 힘을 다해 서진을 후계자로 키웠다. 그런데 희정 때문에 대신 죄를 뒤집어쓰겠다고 했다.서진은 희정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의 깊은 눈에는 진심 어린 애정이 가득했다.“너는 내 아내야. 남편이라면 당연히 아내를 지켜야지.”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화

    해인은 말문이 막혔다.오늘의 유호는 그날의 단정한 군복 차림과는 전혀 다른 인상이었다. 해인 앞에 있는 유호는 검은 셔츠의 단추를 풀어 헤친 상태였고, 언뜻 드러나는 가슴 근육의 선이 거친 생기를 더했다.해인이 앉은 자리에서는 그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음... 한유호... 몸은 정말 좋네...’유호가 고개를 살짝 돌리며 별생각 없는 듯 물었다.“손은 왜 다쳤어?”해인은 멈칫했다. 고개를 숙이고서야 언제 그랬는지 모를 새, 유리컵에 베인 손바닥에서 선혈이 번져 나온 것을 알아챘다.입술을 살짝 다문 해인은 손등을 위로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6화

    해인은 뒤로 밀리면서 중심을 잃었다.태겸은 뒤쪽에서 급히 끼어들었고, 그때의 반동으로 깨진 유리컵의 날이 해인의 손바닥을 파고들었다.손끝에서 전해지는 통증이 너무나 선명해서 해인은 미간을 찌푸렸다.예주 앞을 가로막고 선 태겸이 난처한 표정으로 해인을 바라봤다.“이게 뭐 하는 거야? 예주는 내가 부른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그 말을 듣자 해인은 쥐고 있던 컵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눈가가 젖은 채 태겸을 향해 말했다.“내가 난리야? 고태겸, 하예주가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한 번이라도 들어볼 생각은 있어?”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화

    말을 꺼낸 사람은 윤준이었다.태겸의 오래된 친구였고, 오늘 이 자리를 만든 당사자이기도 했다.윤준이 웃으며 말했다.“무슨 일이 있든 오늘만큼은 잠깐 접어 둬. 오늘은 내 여자친구 생일이잖아. 내 체면 좀 세워줘.”곧바로 맞장구가 이어졌다.“맞아. 태겸이 마음속엔 늘 해인 씨밖에 없는 거 다들 알잖아. 둘 사이가 얼마나 좋은데. 해인 씨랑 조금만 삐걱해도, 나중에 태겸이 술 취하면 친구들 붙잡고 난리 나는 거 다들 봤잖아.”“야, 그런 소리 하지 마. 태겸이 언제 울어. 술병 안고 ‘여보, 사랑해’만 반복하지.”“...”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화

    예주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미묘한 빛이 스쳤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오빠가 해인 언니한테 너무 잘해 주는 거죠. 언니가 그걸 몰라주는 거예요.”그 말에 태겸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예주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아까 그 진주 목걸이 말이에요...”태겸은 대답하지 않고 해인 옆자리에 앉았다.곧 첫 번째 경매 물품이 무대 위에 올려졌다.진주 목걸이였다.윤기 좋은 진주들이 조명 아래에서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해인은 한눈에 마음이 갔다.시작가는 4억 원. 해인은 망설임 없이 패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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