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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Author: 레몬과 향수
한씨의 말에 수치를 느낀 유선주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 공로는 원래 지영 언니의 것이고, 저는 지영 언니와 피를 나눈…….”

“그건 그렇다 쳐도, 지영이는 정왕부와 아무런 상관이 없지 않느냐! 그런데 어찌 염치도 없이 지영이에게 정왕부 일에 나서달라고 할 수 있단 말이냐? 네 어미가 지영이의 혼수를 가로챘다가 태후마마의 연회에서 망신당한 일은 벌써 잊은 모양이지?”

한씨는 진작부터 유선주에게 불만이 많았다. 그런데 이렇게 찾아와 시비까지 거니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유선주는 당황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이건 유지영이 이미 예상한 전개였다. 북명대사가 담혜정에게 은혜를 입었다고는 하지만, 친딸인 그녀도 가만히 있는데 유선주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 한씨의 말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한씨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배준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제 태후마마께서는 제 시어머니의 병환을 봐달라며 북명대사께 부탁하셨습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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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안을 거슬러   제328화

    두 태의가 임 태비의 진맥을 보러 왔을 때 임 태비는 이를 거부할 생각이었으나, 태의들이 서 태후의 명이라고 하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맥을 짚어본 두 태의는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지만, 사람들 앞에서 굳이 사실을 폭로하지 않고 보신 탕약 몇 첩만 처방한 뒤 물러갔다.사람들이 물러가자 경왕비가 말했다."어머니, 어제 막 경성에 당도하셨는데 오늘 곧바로 태후 마마께서 진맥을 보라 사람을 보내시다니, 참으로 공교롭지 않습니까."임 태비는 손목을 옷소매 안으로 거두고 자세를 꼿꼿이 고쳐 앉았다. 그러고는 시선을 들어 문밖의 하늘을 흘끗 바라보았다."벌써 십오 년이나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선황께서 왜 그 여자를 황후로 봉하셨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지금의 폐하도 마찬가지지. 멀쩡한 황장자를 두고 왜 유독 현준이만 편애하는지 모르겠다."임 태비가 보기에 황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이상했다. 속내를 전혀 종잡을 수가 없었다.경왕비는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침묵했다.아랫사람을 통해 소 상궁이 태의들과 함께 입궁했다가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자, 경왕비는 미간을 찌푸렸다. 반면 임 태비의 안색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그 여자가 그리도 두렵더냐?""어머니, 태후 마마께서 사람에게 벌을 주시는 수단은 보통이 아닙니다."경왕비는 자녕궁 불당에서 몇 번 무릎을 꿇어본 적이 있었다. 그 고통은 곤장을 맞는 것보다 훨씬 끔찍했다. 몇 번만 더 시달리면 무릎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예전 후궁에 있던 시절, 나와 그 여자는 약간의 친분이 있었다. 나를 아주 모른 척하지는 않을 게다."임 태비가 무심하게 말했다.과거의 일에 대해 임 태비는 경왕비에게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없었다. 오늘에서야 우연히 지나가듯 말을 흘렸다."그때 선황께서는 황후 자리를 두고 오랫동안 결정을 내리지 않으셨다. 그 자리 하나 때문에 수많은 비빈들이 수십 년간 피 터지게 싸웠거늘, 결국 갓 성년례를 치른 어린 계집의 차지가 되

  • 피안을 거슬러   제327화

    동금과 홍주는 그녀가 씻고 옷을 갈아입는 것을 도왔다.반 시진쯤 지나 운청이 돌아왔다."관아에 갔을 때 평안이 밖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평안의 말로는, 누군가 사건 현장에서 세자의 영패를 발견했기 때문에 관아로 가 조사를 받으신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는 정 세자의 영패도 같이 떨어져 있었고, 현재 정 세자 역시 관아에 머물고 있습니다. 평안은 빠져나갈 방도가 있으니 세자비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전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유지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책을 덮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잠결에 누군가 허리를 감싸 안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가 눈을 뜨자 목덜미 위로 따뜻한 숨결이 닿았다."조금 더 자거라."익숙한 향기를 맡은 유지영은 안심하며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부자리를 만져보니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유지영은 목소리를 높였다."동금아!"동금이 어린 시녀 몇 명을 데리고 들어와 세숫물을 올리며 말했다."세자께서는 반 시진 전에 군영으로 가셨습니다.""간밤의 일이 꿈인 줄 알았는데."유지영은 미간을 문지르며 중얼거렸다.아침 식사를 마친 후, 그녀는 어젯밤 관아에서 있었던 일을 물었다. 동금이 답했다."평안에게 물어보니, 경조 판사께서 조사 결과 이번 일은 세자와 무관하며, 오히려 정 세자와 연관이 있다고 했습니다.""그래?"유지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묵산마을 보물 도난 사건 당시, 폐하께서 정왕부에게 그 구멍을 메우라 명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누군가 정왕이 엽 가주를 찾아가 은밀히 협박하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엽 가주가 거액의 재물을 정왕부에 빌려주었는데 정왕부에서는 발뺌을 했다는군요. 관아에서는 지금 그 일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 합니다."유지영은 그제야 깨달았다. 배현준은 정왕부와 엽씨 집안을 완전히 갈라서게 만들 생각인 것이다."유지란을 감시하거라. 방도를 찾아내어 그 아이가 정신을 차리고 진실을 알게 만들어야 한다."유지영

  • 피안을 거슬러   제326화

    조원금은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지영을 이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임씨 집안의 친척 중 한 사람이 길을 막아섰다."오늘은 가족 연회이고 태비 마마께서 아직 자리에 계시는데, 손주며느리 된 자가 먼저 가버리다니! 이게 무슨 예의 없는 짓이오?"유지영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뒤에 앉은 양정화와 방현숙 등은 얌전히 자리를 지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누구시지요?"조원금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나는 태비 마마의 조카...."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원금은 코웃음을 쳤다."이곳은 경왕부고, 주인은 임씨가 아니라 배씨입니다. 주객을 전도하지 마시지요. 방금 전 태비 마마께서도 지영이가 후사를 위해 몸을 챙겨야 한다며 배려해 주셨는데, 그쪽이 뭐라고 내 앞을 가로막는 겁니까?"대놓고 면박을 듣자, 그 여인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가게 내버려 두거라!"임 태비가 음침한 목소리로 명했다.임 태비가 노여움을 드러내는 일은 흔치 않았기에, 사람들은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머쓱하게 길을 내어주었다.조원금은 유지영을 이끌고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났다.두 사람이 떠난 후, 연회장 분위기는 싸늘하게 얼어붙었다.임 태비는 다시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오늘은 가족 연회이니 다들 너무 격식 차릴 것 없다."그녀는 말을 마치고 젓가락을 들었다. 얼굴에는 다시 미소가 번졌지만, 경왕비만이 임 태비가 크게 분노했다는 것을 알았다.연회의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았다. 다들 입맛이 없었기에 연회는 금방 끝이 났다.식사를 마친 뒤, 경왕과 경왕비는 임 태비를 부축하여 처소로 모셨다.사람들을 물린 후, 임 태비는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따져 물었다."저 이모라는 작자는 대체 어찌 된 일이냐?"경왕은 경왕비를 쳐다보았다.경왕비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답했다."저 사람이 언제 온 건지는 저도 전혀 몰랐습니다. 원하신다면 제가 한성에 사람을 보내 알아보겠습니다.""그럴 필요 없소. 얼굴이 전 왕비를 쏙 빼닮았으니 틀림

  • 피안을 거슬러   제325화

    조원금이 말했다."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조씨 집안은 한성으로 좌천되었고 부모님은 매일 눈물로 지새우셨습니다. 게다가 어린 나이에 경성에 홀로 남은 현준이 걱정에 두 분께서 얼마나 속을 썩이셨는지 모릅니다. 다행히 하늘에 계신 언니가 굽어살폈는지 현준이는 무사히 자라 이렇게 참한 처자를 정실로 맞이했으니, 언니도 구천에서 편히 눈을 감았을 것입니다."유지영은 시선을 내리깔며 애써 웃음을 참았다.조원금은 말끝마다 전 왕비를 들먹이며 임태비의 아픈 곳을 찔렀고, 배현준을 버려두고 자기들만 호사를 누리러 떠난 이들의 비정함을 꼬집고 있었다.제삼자가 나서면 통하지 않을 말도, 조씨 집안의 둘째 아가씨가 하니 설득력이 있었다.경왕비의 손이 파르르 떨었다.그녀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유지영을 쏘아보며 물었다."지영아, 왕부에 친척이 오셨으면 진작에 말해주지 그랬느냐?"유지영이 입을 열려는데 조원금이 그녀의 팔을 지그시 잡았다."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아 제가 입단속을 시켰습니다. 마침 태비 마마께서 돌아오실 줄은 꿈에도 몰랐지요. 이 아이는 효심이 지극하여 제 뜻을 거스르지 못했을 뿐입니다. 오늘 태비 마마도 오셨으니 당연히 아랫사람인 제가 먼저 웃어른을 뵈러 와야 하지 않겠습니까?"조원금은 유지영에게 입을 열 틈도 주지 않고 철저히 감쌌다.경왕비는 원망 섞인 투로 말했다."지영아, 그래도 언질을 주었어야지. 자칫 이모님을 홀대하여 우리 왕부가 예의를 모른다는 소리를 들을까 두렵구나."조원금은 웃음을 터뜨렸다."왕비 마마, 지영이를 탓하지 마시지요. 제가 오던 날 마침 장부를 대조하고 계시더군요. 형부께서 공용 장부에서 십칠만 냥을 빼돌려 친척들에게 저택을 사주지 않았습니까. 행여 제가 불쑥 나서면 무안하실까 봐 참은 것입니다."불과 며칠 전에 벌어진 낯부끄러운 일을 거침없이 사람들 앞에 까발렸다.그 은자로 혜택을 본 임씨 집안 사람들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방금 전까지 경왕비를 거들려던 자들조차 매서운 눈으로 경왕비를 노려보았다.

  • 피안을 거슬러   제324화

    배현준은 유지영과 함께 방비원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녀의 손목에서 옥팔찌를 빼버렸다.그러고는 마치 더러운 것이라도 묻은 양 손수건을 꺼내어 손목을 박박 닦았다."앞으로 태비가 네게 무엇을 주든 경계해야 한다. 그곳에 가면 음식은 일절 입에 대지 말거라."배현준의 당부에 유지영은 조심스레 물었다."부군은 임태비를 무척 싫어하시는 듯합니다."단지 혼례에 참석하지 않은 일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어머니께서 나를 회임하셨을 때, 경왕에게 첩을 들인 자가 바로 저 여자다. 한겨울 추위 속에서도 억지로 문안 인사를 오게 하여 어머니를 괴롭혔지."배현준은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폐하께 영지로 내려가겠다고 청한 것도 저 여자였다. 그러면서 나는 볼모로 경성에 남겨두었지."그 말을 들으니 유지영은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배현준의 손을 마주 잡으며 말했다."걱정 마십시오. 절대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습니다."한창 이야기를 나누는데 밖에서 평안이 들어와 전갈을 올렸다."경조 판사께서 급히 세자를 찾으십니다."유지영은 흠칫 놀랐다."아마도 엽 가주 암살 사건 때문일 거다. 다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할 것 없다. 오늘 밤은 돌아오지 못할 테니 푹 쉬거라."배현준은 유지영을 품에 안으며 다독였다."예."배현준이 자리를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본채에서 사람을 보내 오늘 밤 가족 연회가 열린다고 전해왔다.유지영은 문득 조원금을 떠올렸다."가족 연회인데 이모님이 빠져서야 되겠느냐. 가서 이모님도 모셔 오너라.""예."가족 연회는 총 세 상으로 차려졌다.양정화와 방현숙도 모두 돌아와 자리를 잡고 있었다.그들은 유지영을 보자마자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었다.그 광경을 본 유지영은 웃음이 나왔다.임태비가 무슨 황제도 아닌데, 왜 저렇게들 기고만장할까.안으로 들어선 유지영은 먼저 나서서 소개를 올렸다."태비 마마, 이쪽은 제 이모님이십니다. 오늘부터 운영원에 머물게 되셨습니다."조원금이 모습을 드러내자, 임태비

  • 피안을 거슬러   제323화

    "상단을 운영하는 곳이 엽씨 가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윤도 하고 있지. 엽 가주와는 경쟁하는 사이라 서로를 잘 알고 있다. 엽 가주 주변의 호위 무사 중에는 당윤의 사람이 심어져 있으니, 엽 가주를 속여 밖으로 끌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다소 위험한 일이긴 했으나, 단번에 성공을 거두었다.이후의 일은 배준형이 사건을 파헤칠 의지가 있는지에 달렸다."그럼 어제는 왜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유지영이 물었다.배현준이 말했다."성공을 확신할 수 없었기에, 미리 말하면 네가 걱정할까 봐 그랬다."이제 엽 가주가 죽었으니 혼사는 당연히 물거품이 되었다. 엽씨 가문이 계속해서 기꺼이 정왕부의 돈주머니 노릇을 할지는 배준형의 능력에 달린 셈이었다."엽씨 집안의 두 딸은 이미 시집을 갔으니, 그들을 다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면 꽤나 애를 먹을 테지."배현준은 그녀의 손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좋아했다. 한 손에 딱 들어오는 것이 만지면 기분이 좋았다.유지영도 그런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잠시 후 평안이 들어와 전갈을 올렸다. 임태비 일가족이 경성에 당도했으며, 반 시진 뒤면 왕부에 도착한다는 소식이었다."그렇게 빨리?"유지영은 내심 놀랐다. 영지에서 경성까지는 적어도 칠팔 일은 족히 걸리는 거리였는데, 이제 겨우 엿새째였다."오는 내내 말채찍을 휘두르며 쉬지 않고 달려왔을 테니 빠를 수밖에."배현준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도착하기까지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기에, 배현준은 그녀가 요기할 수 있게 다과를 내오라 명했다. 유지영은 그의 권유를 받아들여 떡 몇 조각과 함께 차를 마셨다.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임태비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경왕은 모든 식구들에게 정원으로 나가 영접하라는 명을 내렸다.정문 앞.아랫사람들이 모두 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 몇 대가 문 앞에 멈춰 섰다. 시종이 마차 아래에 발판을 놓자 휘장이 걷혔다.임태비는 여러 시녀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 피안을 거슬러   제97화

    그래서 유씨 노부인도 서옥혜 모자를 좋게 보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저는 아직 혼인도 하지 않은 처자라, 이런 일로 손님을 내보내는 것은 난감한 일입니다.”유지영이 곤란한 얼굴로 말하자, 노부인은 부드럽게 그녀의 손을 다독였다.“그건 할미가 알아서 할 테니, 넌 신경 쓰지 말거라.”유국공부의 명성을 생각해서라도 유씨 노부인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유정남은 궁중 연회에 참석하러 갔고, 유국공부의 다른 사람들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유지영은 침소에서 의서를 읽고 있었

  • 피안을 거슬러   제93화

    다음 날 오후가 되어서야 배준형은 금운대 정상에 도착했다.북명대사는 약속대로 숙태비를 진료하러 정왕부로 갔다.해가 저물기 전, 숙태비는 겨우 고비를 넘기고 의식을 되찾았다. 눈을 뜨자마자 북명대사가 보이자, 그녀는 감격한 얼굴로 말했다.“대… 대사님,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북명대사는 손을 닦으며 무심하게 답했다.“태비의 손자가 지극한 효심을 보였기에 이번만 예외로 한 것입니다.”말을 마친 그는 숙태비의 말을 더 듣지 않고 곧장 자리를 떠났다.북명대사가 돌아간 뒤에야 숙태비는 시녀에게서 배준형이 어제부터 오늘 오후

  • 피안을 거슬러   제92화

    “계약하겠습니다!”대장격으로 보이는 사십 대 사내, 종철민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군주님께서 저희를 거두어주지 않으셨다면 저희는 아직도 길거리를 떠돌고 있었을 겁니다. 표국을 다시 세우는 일은 꿈도 못 꿨겠지요. 그곳은 형님의 평생이 담긴 곳이고, 저희에게도 삶이나 다름없는 곳입니다.”종철민이 먼저 뜻을 밝히자, 망설이던 사람들도 하나둘 계약서에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동금이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군주님은 좋은 분이시니, 후회하실 일은 없을 거예요.”계약서가 있어야 유지영도 이들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었다. 그녀는 사

  • 피안을 거슬러   제91화

    그날 밤, 정왕부의 불은 밤새 꺼지지 않았다. 집안 전체가 불안에 휩싸인 듯했다.그와 반면, 유수각은 조금도 흔들리지 안았고, 심지어 유지영은 오랜만에 깊은 잠에 들기까지 했다. 다음 날 아침, 홍주는 그녀의 머리를 빗겨주며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전해 주었다.“정왕 세자께서 입궁해 북명대사께 만나 뵙기를 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정왕 전하께서도 태의원 태의들을 모두 불러 진료를 보게 하셨는데, 누구도 숙태비를 구할 방도가 없다고 했다네요. 소인이 듣기로 숙태비께서는 이미 의식을 잃으셨답니다.”“그뿐만이 아닙니다. 문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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