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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첫사랑의 침입

Auteur: 데이지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6-22 08:49:29

“…네. 우린 이미 서로의 사람이었죠.”

둘 사이의 대화는 더 이상 확인하거나 약속하거나 맹세하지 않았다.

그저 있는 그대로 서로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날 밤. 이현은 유리의 어깨에 가만히 머리를 기댔다.

그녀의 체온, 그녀의 숨결. 그게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서약이었다.

며칠 후. 유리는 자신의 주방에서 새로운 메뉴 개발에 몰두하다가 문득 이현이 내민 작은 반지를 받았다.

“…이현 씨. 저… 이런 거 필요 없어요.”

유리는 머리를 흔들었지만 이현은 부드럽게 그녀의 손가락에 그 반지를 끼워주었다.

“필요 없어요. 근데 그래도 주고 싶어요. 유리 씨 손가락에 제 마음을 하나쯤 걸고 싶었거든요.”

그녀는 작게 웃었다.

“…오늘 요리는 이현 씨가 하셔야겠네요.”

그 말에 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엌에 들어섰다.

그의 칼질은 여전히 서툴렀고 간은 늘 유리에게 혼났지만

그날 따라 두 사람의 부엌 안 공기는 세상 어느 레스토랑보다 따뜻하고 편안했다.

유리는 그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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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137. 요리로 말하는 사람

    그날 저녁, 식탁은 조용했다.두 사람 사이엔 음식보다 먼저 놓인 사진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하지만 그 여운이 무겁게만 흐르지는 않았다.유리는 식사를 마치고 나서 그 상자에서 사진 한 장을 골라냈다.그건 그녀가 주방 창가에 기대 국자에 된장을 푸는 순간의 사진이었다.왼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입술을 살짝 깨문 채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이 사진… 예쁘게 나왔네요.”그녀가 말했다.“전 몰랐어요. 내가 요리하면서 이렇게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걸.”이현은 웃으며 말했다.“당신의 요리는 늘 마음을 담고 있었으니까요.”“그게 보였나 봐요.”유리는 사진을 조심스럽게 유리 액자에 넣었다.“이건 부엌에 둘게요. 내가 가끔 잊을 때, 내가 뭘 위해 요리하는 사람이었는지 기억나게.”그날 밤, 유리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의 렌즈에 의해 기억된다.’‘나는 몰랐지만, 그 사람이 바라본 나의 하루는 이렇게 따뜻한 기록이었다.’‘이제 나도 그의 하루를, 그의 손끝을 조용히 담아주고 싶다.’파리의 아침은 언제나 느리게 깨어난다.가로수 너머로 햇살이 비스듬히 흘러내릴 즈음에야거리엔 커피잔을 손에 든 사람들, 자전거의 바퀴가 만든 얇은 바람,그리고 고요를 깨우는 상점의 문 여는 소리가 조심스럽게 깃든다.그날 유리는, 혼자 바구니를 들고 근처 작은 시장으로 향했다.이현은 아침 일찍 회의가 있어 먼저 나갔고,오랜만의 혼자 걷는 길은 어쩐지 낯설면서도 익숙했다.낯설다는 건 언어와 거리 때문이었고,익숙하다는 건 무언가를 사서 식탁 위에 올리는 그 감정이 같았기 때문이었다.시장은 동그란 돌바닥 위에 천천히 펼쳐진 정물화 같았다.붉은 토마토와 주황색 당근, 광택이 은은한 가지,바스락거리는 양상추 잎,그리고 여름이 다 간 계절에도 아직 단단함을 간직한 감자들.유리는 작게 숨을 들이마셨다.‘냄새가 참 다정하다.’시장의 공기에는 사람의 온기가 있었다.“봉쥬르.”“메르시.”서툴고 짧은 불어를 주고받으며 그녀는 이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136. 사람이 걱정해주는 맛

    유리는 한동안 그런 엄마의 말들이 정이 없는 표현인 줄 알았다.그러나 지금, 그녀는 그 말들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다정한 방식으로 자식을 끌어안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그날 저녁, 유리는 메모지 맨 위에 적힌 된장깻잎무침을 만들기로 했다.깻잎을 한 장 한 장 씻어 물기를 털고, 된장을 젓가락 끝에 묻혀 메모에 적힌 대로 물에 풀었다.양념이 바닥에 가라앉지 않도록 손가락으로 살살 저으며 그녀는 그 문장을 마음속으로 읊조렸다.'센 불은 안 돼. 깻잎은 부드러워서 숨이 죽는 순간 맛이 달라지거든.'엄마의 말투가 떠오르고, 그 말투는 어느새 그녀의 손끝으로 이어졌다.그건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정확히 시간을 보고,간을 맞추고, 온도를 세심히 가늠하는 사랑의 방식이었다.식탁 위엔 된장깻잎무침과 감자채볶음, 그리고 흰쌀밥이 놓였다.이현은 돌아오자마자 그 식탁을 바라보며 멈췄다.“…이거, 유리 씨 엄마가 해주던 거예요?”그가 조용히 물었다.유리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메모가 있었어요. 오래전에 받은 건데, 잊고 있었어요.”“근데 오늘, 그 글씨를 보니까 손이 먼저 움직이더라고요.”이현은 조용히 한 입 떠서 먹었다.“맛있어요.”그는 아주 단정하게 말했다.“정말… 따뜻해요. 뭐랄까, 사람이 걱정해주는 맛?”유리는 그 말을 듣고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맞아요. 그거… 엄마가 제일 자주 해주던 맛이었어요.”그날 밤, 유리는 종이 한 장을 꺼내 그 메모지의 뒷면에 자신의 글씨를 천천히 적었다.‘된장 1, 국간장 0.5, 물은 종이컵 반, 깻잎은 너무 오래 숨 죽이면 안 된다.’그건 누군가에게 전하는 요리법이자, 자신을 위한 작은 다짐이었다.그리고 종이 아래 작게 이렇게 덧붙였다.“이 맛을, 당신에게도 기억하게 하고 싶어서.”그날의 일기를, 유리는 이렇게 마무리했다.‘엄마의 손글씨는 나를 지금 이곳까지 데려왔고,그 손끝의 기억은 오늘의 나를 다시 일으킨다.’‘사랑은 어쩌면, 남긴 반찬보다 오래 남는 메모지 위의 문장일지도.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135. 식탁과 음악 사이

    늦은 오후, 창가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은 모든 사물을 조금 더 유연하게 감쌌다.흰색 테이블보에 가닿은 빛은 따뜻한 크림색으로 바뀌었고,부엌 타일 위를 스치는 공기는 미지근한 온기로 피어올랐다.유리는 그날 따라 조용히 라디오를 켰다.불어로 속삭이듯 흐르던 멘트가 지나가고곧, 피아노가 물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작고 선명한 음을 하나씩 튕겨냈다.이현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슬며시 부엌으로 들어섰다.그의 발소리조차 음악과 함께 공기 속에서 아주 천천히 녹아들었다."오늘은 특별히 뭘 해요?"이현의 목소리는 나른했고, 유리는 살짝 고개만 돌려 대답했다."아니요. 그냥… 요즘 당신이 좋아하는 그 가지볶음 하고 있어요. 두부도 살짝 구우려고요."“그거면 충분하죠.”그는 웃으며 대답했다.말이 많지 않은 저녁이었다.하지만 그 적막은 불편하지 않았다.작은 조각들로 이루어진 평화로운 시간이었다.끓는 냄비 뚜껑에서 흘러나오는 증기,프라이팬 위에서 기름이 작게 튀는 소리,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듯 감싸는 음악.어디서부터가 소리이고 어디까지가 마음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공간이 따뜻해지고 있었다.식탁 위에는 두세 가지 반찬과 간단한 국, 그리고 향이 은은한 차가 준비되었다.유리는 접시를 나란히 정리하며 이현을 바라보았다."잘 어울리죠? 음식도, 음악도."그 말에 이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응. 오늘은 모든 게 리듬을 맞춘 듯한 날이에요."그들은 숟가락을 들고 같은 속도로 밥을 먹었다.말없이 먹는 시간이 그 누구에게도 미안하지 않고,오히려 그 침묵 안에서 감정이 편안히 숨 쉴 수 있는 저녁이었다.유리는 젓가락을 잠시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았다.“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이렇게 오래도록 한 식탁에 앉아 있으면 어느 순간,대화도 없이 마음이 맞춰질 수 있을까 하고.”“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이현이 조용히 말했다.“오히려 말보단 이런 순간들이 우릴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서요. 음악처럼.”“어떤 음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134. 손끝이 말하는 언어

    아직 해가 완전히 떠오르기 전, 집 안은 무채색의 정적 속에 잠들어 있었다.창문 너머로 새어 들어오는 회색빛 아침 공기 속에서,이현은 처음으로 유리보다 먼저 부엌에 나와 있었다.그는 부엌 한가운데 멈춰 섰다.바닥은 살짝 차가웠고, 공기엔 아직 커피 한 잔의 온기도 국물의 향기도 없었다.모든 것이 요리라는 말로 시작되기 전의 시간. 그는 아주 천천히,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냉장고를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쳤고,그 안엔 유리가 전날 다듬어 놓은 채소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파 한 뿌리, 두부 반 모, 잘게 썬 애호박 한 줌,그리고 소량의 멸치 육수 팩.그는 잠시 멈춰 그 채소들을 바라보다가 마치 악보를 읽듯 하나씩 꺼내 들었다.요리를 시작한다는 건 누군가가 남겨둔 조용한 노트를 따라 감정을 짚어가는 일 같았다.그는 물을 끓이고, 멸치 육수를 우리고, 다듬은 채소를 넣으며 천천히, 자신의 속도를 찾기 시작했다.익숙하지 않은 동작,서툰 손끝, 그러나 그 속엔 말보다 정확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계란을 풀어 부드럽게 찌개 옆에 곁들일 계란찜을 만들기로 했다.그는 유리가 했던 걸 떠올리며 계란을 젓고, 체에 한번 걸러 조심스럽게 냄비에 부었다.‘중약불에서 5분은 뚜껑 열지 말고, 그다음 불을 끄고 잔열로 익히기.’그녀의 말투, 리듬, 움직임이 그의 손끝에 녹아들기 시작했다.그는 몰랐다. 자신이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정성스레 식탁을 준비한 적이 있었던가.식사는 늘 무언가를 끝내기 위한 도구였고,식탁은 일상이라는 루틴의 일부였으며,요리는 오랜 시간 누군가에게 받기만 했던 것.오늘 이현은 처음으로 내어주는 쪽이 되어 있었다.모든 음식이 차려졌을 때, 아직 창밖은 어스름했고 집 안은 따뜻한 국물의 향으로 채워졌다.이현은 조용히 유리를 깨우러 방으로 향했다.“유리 씨.”그가 낮게 불렀다.“음… 왜요…”유리는 눈을 비비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밥… 제가 했어요.”그 말에 유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지금…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133. 온기를 식힐 줄 아는 사랑

    파리의 어느 오후, 하늘은 유난히 무채색에 가까웠다.햇살도 그림자도 없이, 하얀 종이에 연필을 누르다 지운 듯 모든 것이 흐릿하고 조용한 날.유리는 부엌 창가에 앉아 있었다.식탁도 아니고, 소파도 아닌 작은 창턱 옆의 좁은 의자.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고,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다.아무런 소리도 없이 부엌 안으로 시간이 천천히 흘러들었다.가스레인지 위의 주전자조차 오늘만큼은 물을 끓이지 않았다.그녀는 전날 밤 디저트를 앞에 두고 이현과 주고받은 말들을 떠올렸다.'심심하다'는 말. '매운 게 좋다'는 말.'당신은 따뜻함을 찾는다'는 말.그 말들엔 크게 다툴 이유도, 무너질 만큼의 상처도 없었지만어딘가 깊숙한 곳에서 작은 미세한 금이 일었다.마치 찻잔에 생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균열처럼.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언젠가는 그 금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새어 나올 것 같은 불안.창밖을 바라보던 유리는 문득 자신이 요리를 처음 시작했던 순간을 떠올렸다.그건 어떤 거창한 계기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었다.열일곱 살. 늦은 밤, 아버지가 출장을 다녀오신 날이었다.동생은 잠들었고, 엄마는 감기로 누워 있었다.부엌엔 어설픈 냉동 만두와 조용히 끓고 있는 라면 국물뿐.그날 그녀는 그저 식탁이 비어 있는 걸 보기 싫었다.누군가의 하루가 ‘먹는 일’로라도 정리되길 바랐고,그 정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는 위로’이길 바랐다.그게 그녀의 첫 요리였다.말 대신 국물로 누군가를 안아주는 일.그때부터였던 것 같다.요리는 그녀에게 항상 사람을 지키는 방식이었다는 걸.그 기억이 다녀간 후, 유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창문을 열어 바람을 불러들였다.찬 공기가 부엌 안을 스쳤고,그 바람은 그녀의 감정 사이를 조용히 지나가듯 부드럽게 스며들었다.그리고 그 순간, 문이 열렸다.이현이었다.그는 조용히 안으로 들어섰고 유리를 바라보며 잠시 멈췄다.“추웠어요?”그가 물었다.유리는 고개를 저었다.“아뇨. 그냥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132. 달콤함과 매운맛 사이

    유리는 오늘, 오랜만에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부엌에 섰다.파리 11구의 작은 쿠킹 아틀리에.오전 햇살이 기울어진 유리창 너머로 들어와 바닐라 파우더와 설탕 입자 위를 은은히 밝히는 곳.그녀는 크림을 휘젓는 손끝으로 조금 낯선 긴장을 느꼈다.한국에서라면 직접 레시피를 짜고 그날의 식재료를 선택하던 자신이지금은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소량의 계량컵을 조심스럽게 채우고,달걀의 온도까지 기입된 레시피를 따라 한 입 크기의 휘낭시에를 만드는 중이었다.바닐라 익는 냄새가 천천히 부엌을 감쌌다.계피, 카라멜, 버터, 그리고 설탕. 그 향은 마치 누군가의 어릴 적 추억을 차분히 녹여내는 것처럼,참 다정하고, 너무 부드러웠다.하지만 유리는 어쩐지 그 향에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그녀의 요리는 항상 ‘단맛’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된장, 고추장, 들기름, 간장, 청양고추.온화한 향보다는 조금 강하고 선명한 풍미. 몸속을 데우는 맛.기억을 밀어 올리는 맛.때로는 너무 익숙해서 멀리하고 싶어진 가정의 냄새 같은 것들.그러나 이곳은 손끝에 전해지는 온도마저 달랐다.버터를 만지는 감각은 마치 누군가의 이마에 입 맞추는 것처럼 조심스러웠고, 설탕은 한 스푼이 아니라 한 감정을 부드럽게 감싸는 포옹처럼 녹아들었다.그 부엌에서 유리는, 자신이 ‘지닌 것’이 아니라 ‘지니지 못한 것들’을 더 선명히 느꼈다.부드러움. 가볍게 웃는 여유. 한 모금의 달콤함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감성.수업이 끝난 후, 유리는 조심스럽게 포장한 디저트 상자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이현은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그녀가 문을 열자 그는 고개를 들어 웃었다.“수업 어땠어요?”“달콤했어요. 향도, 색도, 손끝도 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디저트 상자를 식탁에 올려놓았다.“맛볼래요? 제가 만든 거예요.”이현은 기대 어린 표정으로 하나를 골라 집어 들었다.작고 동그란 타르트. 겉은 단단하게 구워졌고 안엔 라즈베리 잼이 조심스럽게 숨겨져 있었다.“음… 맛있는데, 조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8. 요동치는 북소리

    밤공기가 차갑게 식어가는데도,유리는 어딘가 온몸이 달아오른 듯 잠시 가게 문 앞에 멈춰 서서바람에 흔들리는 간판 소리를 들으며 혼자 속삭였다.“…나… 이러면 안 되는데.”유리는 오늘따라 평소보다 더 분주히 움직였다.주방 안을 바삐 오가며 냄비 뚜껑을 열어보고, 칼을 쥔 손끝을 재촉했지만,그럴수록 마음 한편은 더 조급하게 요동치는 느낌이었다.주방 창가로 스며드는 한 줄기 햇살에 눈이 시리도록 부딪힐 때마다,그 골목 어귀로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그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오늘은 안 올 거야. 그럴 리 없지. 근데,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7. 무너지는 틈

    이현은 문 안으로 들어서며 느긋하게 웃었다.유리는 순간 칼을 내려놓고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쥘 뻔했다.“진상님… 진짜 왜 이렇게 매일 와요. 그만 좀 와요.”“싫은데요?”이현은 짧게 웃으며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보고 싶어서 왔는데요.”조유리는 입술을 꾹 깨물고, 뒤돌아서 주방으로 들어갔다.그런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뺨이 빨갛게 달아오른 걸 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꾹 눌렀다.‘조유리, 이러지 마… 진짜, 정신 차려…’그날 저녁, 은별은 가게 문턱을 조용히 넘었다.“회장님, 식사 시간이 이렇게 중요하셨나요?”은별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6. 귀를 세운 마음

    은별의 미소 속엔 알 수 없는 날카로움이 숨겨져 있었다.“회장님이 뭐가 그리 맛있다고 매일 이곳에 오시는지.”이현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비서님, 일은 일이고, 제 사생활은 좀 놔두시죠.” 라고 말했다.유리는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그들의 말 속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기류가 한순간 식당 안 공기를 차갑게 만들었다.가게 정리 중, 유리는 문을 닫으려다 또 골목 끝에 서 있는 이현을 발견했다.“진상님, 진짜… 오늘은 왜 안 가세요.”이현은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며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그냥… 보고 가려고요.”유리는 한숨을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5. 오해의 미소

    “조유리 씨, 다른 사람한테도 이렇게 신경 많이 쓰세요?”그 말에 유리는 순간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휙 돌리며“손님 관리 열심히 하는 게 잘못인가요?” 하고 받아쳤다.이현은 피식 웃었다.“잘못은 아닌데요, 굳이 그렇게 변명하실 필요는 없잖아요.”유리는 국자로 찌개를 휘젓다 턱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그 와중에도 심장이 자꾸만 빨리 뛰는 게 더 화가 났다.문득 식당 문이 열리고,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울렸다.조은별이었다.완벽한 정장 차림, 미소를 얹은 얼굴,그러나 그 안에서 번뜩이는 눈빛은 누구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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