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로 인해 없던 색맹이 생긴 줄 알았다. 원래라면 하얀색감을 가진 동그란 형태여야 했다. 그러나 내 눈에 비친 달은 아주 뚜렷하게 붉은 색을 띄고 있었고, 늪 수면 위에 비친 모습 또한 붉은색이였다. 검은 늪 위에 비친 붉은 달의 모습. 분명 이상한 현상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발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무언가에 단단히 홀린 것 처럼. 늪이 턱까지 차오르고, 검은 물이 온 몸을 잠식하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늪 안이… 원래 이런가? 많이 이상하다. 분명 수심이 낮을거라 생각했다. 내 몸을 다 잠식하고 눈을 떴을 때, 달빛에 환하게 비춰진 물 속 안이 눈에 들어왔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듯한 물 속은 광활한 바다 속을 연상케했다. 끝없어보이는 심해와 바깥에서 봤을 때완 비교도 안될 정도로 넓은… 아까 내가 본 늪이 맞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품을 때 네로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내 앞을 지나쳤다. 그 모습을 보며 확신했다. 고양이가 물 속 안에서 수영을 한다는 문제는 둘째치고, 네로의 몸에서 섬광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을 보며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대체 뭔데, 이거…. 고양이 몸에서 섬광이 흘러나올 수 있는 걸까? 아니면 지금 늪에 빠져 내가 헛것을 보고 있는 걸까? 설마 벌써 죽은 거 아니겠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을 때,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더 깨달았다. 내가 바깥에 있는 것처럼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다. 물 속에서. 그럼에도 숨이 막히지 않았다. 되려 고급 호텔 침대에 누워있는 것처럼 편안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머리 속은 빨리 네로를 잡아 이 곳을 나가야 한다 명령하고 있는데 내 몸은 명령을 거부했다. 대자로 뻗어진 팔 다리는 이미 물흐름에 따라 가고 있었고 나는 잠에 들 듯 눈을 감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은 나를 마비시켰고, 나는 그렇게 끝없는 심해로 깊이, 더욱 더 깊이 들어갔다. * “이런 상황에서 저런 불길한 것을 살려둔다니요! 명령을 거두어주십시오. 제느 로하 공주님!” “맞습니다. 지금처럼 저주의 흐름이
Huling Na-update : 2026-06-29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