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AGAPE : 우리는 그랬다: Bab 1 - Bab 9

9 Bab

2. 오랜만이네?

⁠⁠“누나, 목은 좀 어때? 얼마 전에도 심하게 아팠다며.”“… 괜찮아.”“그래도 겨울엔 유독 심하잖아. 따뜻한 거라도 사 올까?”“됐어.”⁠영웅이는 퉁명스러운 내 대답에도 굴하지 않았다.하긴, 이 애는 이런 면에는 도가 텄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말할 기분이 나지 않아 대답 대신 창밖을 바라봤다. 그제야 분위기를 읽은 영웅이는 라디오를 틀자, 화제의 그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뭐, 한번 들었다고 익숙한 구간을 흥얼거리자, 영웅이는 슬쩍 눈치를 보더니 넌지시 말을 던졌다.⁠“청호, 노래 많이 늘었지?”“그러게.”“누나가 가르쳐 준 보람이 있겠어?”“내가 뭐 했다고.”“에이~ 그런데, 활동은 왜 안 하지? 지금 팬들도 난린데.”⁠‘걔네 팬들 유명할 정도로 극성이잖아.’ 키득거리며 말하는 것을 녹음해서 그의 팬들에게 던져주고 싶었다. 주절주절 라디오와 함께 혼잣말인지, 질문인지 모를 말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영웅이를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녹음실에 도착했다.조금 긴장한 채로 조금 낡은 녹음실로 들어서자, 신인 가수와 매니저가 커피를 나눠 주며 인사를 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안녕하세요! 오늘 녹음을 하게 된 신인가수 재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사람을 홀릴 것만 같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차가운 나의 손을 꼭 쥐고 90도로 몸을 숙였다. 그 모습에 문득 익숙한 실루엣이 겹쳐 보여 손이 멈칫했다.⁠“노래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작곡가님!”“아, 아뇨…. 저야말로 제 노래… 마음에 들어 해주셔서… 감사… 합니다….”⁠신인 가수와 신인 작곡가의 만남.아마 흘러 흘러 싼값에 신인 가수의 수록곡으로 넘어갔을 테지만, 눈앞의 이 가수는 데뷔하는 것이 행복한지 그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몇 번이나 손을 붙잡고 바보같이 인사를 하는 행동을 반복하자, 영웅이가 익숙하게 이 상황을 정리했다.확실히 숙달된 매니저는 무언가 다르긴 하다.⁠“어라? 김 매니저? 여긴 어떻게…? 사귀는 사이?”“에이, 애인 있는 거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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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

⁠⁠목소리를 뱉기 위해 애쓰는 와중에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의 뺨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주며 그 날카로운 눈매를 크게 휘어 웃었다.그 모습은 여전히 강아지 같았다.⁠“나는 진짜 보고 싶었는데.”⁠그 말에 몸이 바짝 굳었다.문득 떠오른 생각은 ‘애초에 우리가 이렇게 살갑게 인사를 할 사이가 맞나?’ 였다.몸이 뻣뻣하게 굳어 움직이지 않는 것은 둘째 치고, 지금 숨을 제대로 쉬고 있는 건지 자각조차 할 수 없었다.나를 보며 웃는 저 얼굴은 진짜인가?⁠“왜, 나보니까 엿같아?”“… 그런 거….”“나는 너 보니까, 진짜 좋은데.”⁠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이건 확실했다.⁠“진심인데.”⁠속에서 역한 기운이 올라와 장기를 뒤흔들었다.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나 진짜로….”“그, 그만.”“…… 율아.”“아, 알았으니까. 그, 그만….”“언제는 내 목소리가 좋다며.”⁠그래.사실 지금도 듣기엔 좋다.하지만 아직은 듣는 것까지가 한계였다.⁠⁠***⁠⁠뒤늦게 나타난 영웅이 덕분에 상황은 어찌저찌 수습됐지만,여전히 속은 뒤틀리고 머리를 어지러웠으며 심장은 쿵쾅쿵쾅 뛰었다.⁠“누나!”⁠영웅이의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리자, 어느새 집 앞이었다. 두 눈에는 못마땅한 표정을 한 도진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 표정을 보며 애써 외면한 채 방으로 들어와 한참을 심호흡하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벗은 웃옷에서 종이가 떨어졌다. 종이를 확인하자 알 수 없는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숫자가 춤을 추듯 일렁거렸고, 다리에는 힘이 풀렸다.사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웃으며 인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은 했다.⁠그렇지 않은가?시간도 오래 지났고, 마지막에 싸우기는 했지만 내게는 덧없이 소중한 첫 친구였다. 당연히 웃으면서 인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나와, 밥 먹어.”⁠혼자만의 굴에 들어가기 직전, 나의 정신을 깨운 것은 도진이의 목소리였다. 멍한 표정으로, 주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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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도진과 서은율.

⁠⁠ ⁠ 이도진, 서은율….성도 호적도 피도 다르지만, 같은 집에서 사는 ‘가족’ 같은 거다. 기억도 안 나는 어릴 적 엄마는 여느 날 평소와 달리 한없이 행복하게 웃었다. 그런 엄마에게 ‘기쁜 일이 생겼어?’ 물은 내게 엄마는 ‘은율이에게 새아빠가 생겼어.’라고 말을 하며 데리고 간 곳에는 원래 살던 낡은 집과는 다르게 처음 보는 커다란 집, 그리고 그만큼 커다란 아저씨… 아니, 나의 새아빠.⁠아빠의 옆에서 무표정으로 나와 엄마를 바라보던 도진이는 나보다 두 살 더 어렸지만, 그 뚱한 표정이 잘생겨서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처음 생긴 좋은 집, 커다란 아빠, 잘생긴 동생에 나는 들떴었다.⁠‘도진아!’⁠대답은 없었다.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졸졸졸 따라다녔다. 그런 내가 귀찮았던 도진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나를 밀쳤는데, 하필이면 계단이라 나는 우당탕 소리를 내며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 그 와중에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면서 내 눈에 보인 것은 나를 보고 새파랗게 질려 놀란 이도진의 얼굴이었다.⁠나는 그 와중에 ‘쟤도 저런 표정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았다.어찌 됐든 그날 이후, 내게 미안한 건지 조금은 마음을 열었는지 이도진의 그 바운더리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특히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그 작은 손으로 나를 꽉 잡기도 했다.⁠‘아이고, 같은 학년이 되어버렸네.’⁠생일이 빠른 도진이와 여러 가지 형편으로 시기를 놓쳐 1년 늦게 학교에 가게 된 나는, 같은 학년으로 같은 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와 은율이가 가족인 것을 몰랐다. 그것은 반도 다르고 굳이 말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쯤 엄마가 도진이만 데리고 한참 돌아다녔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아빠, 엄마랑 도진이는 어디 간 거야?’‘하하! 이제 곧 볼 거야.’⁠안 그래도 아빠는 기다렸다는 듯이 TV를 틀자, 그 네모난 곳에서는 도진이가 나왔다. 그것이 몹시 신기해 한참 쳐다보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것을 기점으로 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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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홍시혁과 서은율.

⁠⁠⁠들떴다.그래,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정확했다.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나갈 채비를 했다. 거울을 보며 잘생긴 얼굴에 취하기도 전에 동생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나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 얼굴은 이미 익숙했기에 머리를 매만지며 새카만 휴대폰 화면을 빤히 바라봤다.⁠“어디 가는데?”“몰라도 돼.”⁠내 대답이 퍽 수상했는지, 노려보는 눈초리가 한결 진해졌다. 하지만 더 이상 사고 치지 않겠다고 약속한지라,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말을 채 듣기도 전에 ‘반짝’이며 전화가 울리는 것에 다급히 나가자, 뒤에서는 인사 대신 험한 욕이 나오고 있었다.그건 지금 내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6년?정말로 우연을 빙자한 만남 때, 그토록 보고 싶던 동창은 자신의 눈을 겨우 바라보며 심호흡하고 있었다.그때도, 지금도.⁠“변했네.”“… 뭐가?”“아! 네가 변한 게 아니라 이도진이 변한 건가?”⁠일부러 그 속을 후벼 팠다. 역시 제대로 먹힌 건지 씁쓸하게 웃는 얼굴은 내가 원한 것이 아니었다. 6년 만에 본 동창은 머리가 짧아졌고, 아마 일에 찌든 삶을 지내고 있던지 퀭해 보이기도 했고 어딘가 아파 보이기도 했다.⁠그 개자식은, 돈을 그렇게 벌면서 뭐 하고 있는 건가?⁠“… 짧은 머리, 잘 어울리네.”“너도. 안 어울릴 줄 알았는데.”⁠나의 말에 결국 짜증이 났는지, 눈썹이 움찔하는 것에 조금 기뻤다.⁠“그리고 조금… 단정해지고 어른스러워졌네.”⁠겨우 한 마디 한 마디 꾹꾹 누르며 뱉는 목소리는 감추려고 해도 떨림이 묻어 있었다. 게다가 여전히 시선은 뜨거운 커피잔에 고정되어 있다.그것이 기쁘지 않다.⁠“율아, 너 왜 노래 안 해?”⁠그래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기다리고 있었는데.”“아….”“어떻게든 성공해 보이겠다고, 노래하고 있을 거라고 그렇게 말했잖아.”⁠뜨거운 커피잔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옛일을 꺼내 또박또박 말하자,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아주 미세하게.좋았는지 나빴는지조차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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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빌어먹을.

⁠⁠⁠“너 말도 없이 어디 다녀왔어?”⁠가뜩이나 머리가 지끈지끈 울리는데,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내게 다그치는 도진이의 모습을 보니 혼이 나갈 것만 같았다.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괜한 사람에게 풀게 됐다.⁠“걱정 마. 내가 이 집에서 나가도 아무도 네 가족인 거 몰라!”“그런 뜻이 아니라….”“지금, 아무 말도 못 해! 머리 아파! 쉬고 싶어!”⁠앞을 가로막는 도진이를 거칠게 밀치고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침대로 몸을 던졌다. 얼굴을 이불에 파묻으니, 헛웃음이 났다. 아마 어린 시절 서은율이 보면 기절할지도 모른다.어떻게든 도진이와 말 한마디 더하기 위해 새우잠을 자던 서은율은 어디 갔나?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제발 그만두라고 부탁하고 싶을 정도다.⁠‘나에게 곡 주기로 한 거, 약속 지켜야지.’⁠그리고 홍시혁에게 곡을 준다는 약속도 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홍시혁은 대체 무슨 생각이람?진심인지 장난인지 여전히 구분할 수가 없다. 홍시혁의 목소리가 떠오르자, 머리가 또다시 지끈지끈 울렸다.⁠그래, 이 녀석은 정말로 변함이 없다. 단순해 보이고 기분이 고스란히 다 드러나는 주제에 막상 속내를 알기는 힘들었다.원래 연예계에 종사하는 놈들은 다 이런 건가?아니면 내 주위의 놈들이 이런 걸까?⁠‘약속해! 네 이름 걸고 해!’‘알았어. 알았다니까. 괜찮은 게 나오면… 그때….’‘앗싸!!!’⁠하지만 마지막이 좋지 않다고 한들, 함께 있었던 시간이 즐겁지 않은 게 되는 건 아니다.빌어먹게도,내 인생에서 이도진을 제외하고는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었다.⁠⁠⁠***⁠⁠⁠⁠“… 광고?”“그게… 대표님이… 그… 나를 노려봐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는데….”⁠⁠소파베드에 머리를 젖힌 채 바라보자, 영웅이가 새파랗게 질려 시선을 피했다.⁠“내가 분명 활동 쉰다고 말했는데.”“아니, 뭐… 그렇긴 한데, 뭐! 그렇다고 너 평생 놀고먹을 생각이야?! 아래에서 치고 오는 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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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착한 동생.

⁠⁠ 중학생 때,네 몸에서 나는 향이 좋다고 딱 한 마디 했는데. 그 이후, 한국에 런칭되지도 않은 향수를 자신이 직접 모델이 되어 런칭하고는 주기별로 주던 향수.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착실한 동생.⁠“고마워.”⁠나의 말에 미묘하게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그것은 아마 나나 아빠만 알아차릴지도 모른다. 여러모로 복 받은 녀석.⁠세상에는 자기 기분 하나 들여다봐 주는 사람도 없이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이도진은 아마 그런 기분은 평생 느껴보지 못하겠지.⁠“이번 주말에 촬영 있어.”“알았어.”“같이 가.”“… 어? 뭐?”“같이 가자고.”⁠뜬금없는 말에 너무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다.지금 내 옆에 앉은 게 내가 아는 이도진이 맞나?혹시 촬영으로 영혼이 바뀌어서 왔던가… 머리를 심하게 다쳤던가…그런 건 아닐까?⁠“차 안에 있어. 간단한 거라 금방 끝나.”⁠그럼 그렇지.내가 그렇게나 부끄러운 건지, 어릴 적부터 함께 가면 안 되냐고 졸라도 절대, 단 한 번도 데리고 간 적이 없던 녀석이 순순히 같이 가자고 한 것이 이상하기는 했다.⁠“그럼 나는 차 안에만 있으라고?”“거기서 조금 더 가면 바다 있어. 바다 보러 가자.”⁠혼자가.라고 말하고 싶었는데.⁠“바다 좋아하잖아.”⁠요즘 너는 정말로 이해할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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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배우 이 도 진.

⁠⁠⁠“… 제 도장은요?”⁠자리에 앉으며 묻자, 대표님은 어색하게 웃으며 어색하고 과장된 웃음을 흘렸다.⁠“아하하…! 그게 말이지!”“저 마지막 스케줄 끝난 지, 이제 2주 됐고… 잡다한 거 마무리하면… 이제 겨우 쉴 타이밍 생긴 거예요.”“알지 알아. 그 점은 정말 미안해. 하지만 너를 첫 모델로 해서 서로 윈윈한 브랜드잖아. 아무리 이 바닥이라고 한들 나름의 의리는 지켜야지. 그쪽 브랜드에서 너를 그렇게 원해.”⁠생글생글 웃는 대표의 모습을 보니, 애초에 나의 말을 들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후…….”⁠눈치를 살피던 대표가 슬쩍 서류를 내밀며 브랜드 대표와 했던 이야기를 상세하게 꺼내며 서로 나쁜 것이 없다며 다시 한번 설득하는 것에 나 역시 나쁠 것은 없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여기서 고개를 끄덕이지 않으면 말이 더 길어질 게 뻔했다.⁠“대표님.”⁠그 틈을 타, 시나리오들도 몇 개 건네던 대표가 더욱 생글생글 웃으며 왜 그러냐며 물었다.⁠“저 대표님이랑 8살 때부터 지금까지 문제없이 지냈잖아요.”“응? 그, 그랬지?”⁠대표님의 얼굴이 미묘하게 굳어졌다.⁠“… 사고 친 적도 없고, 쓸데없는 스캔들이나 소문 난 적도 없어요. 펑크 낸 적도 없고 웬만해선 대표님 말… 다 들었어요.”“그랬지! 너처럼 자기 관리 철저한 애, 못 찾을 거야! 그 부분은 나도 복 받은 거라 생각해~! … 그런데 갑자기 왜?”“… 저랑 한 약속… 잊지 않으셨죠?”⁠나의 물음에 이번엔 생글생글 웃던 얼굴이 완전히 굳어졌다.⁠“잊… 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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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밤바다.

⁠⁠한참 달리던 영웅이는 피곤한지 차에 그대로 박혀 쪽잠을 잤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어느새 어두워진 바다로 뛰어갔다. 차가운 바람에도, 그저 캄캄한 어둠밖에 보이지 않은 바다에도 좋았다.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았고, 어두운 터라 도진이의 큰 키 말고는 딱히 눈에 띄지 않았다. 막상 당사자는 어두운 것이 불만인 듯 볼멘소리를 했지만.⁠“안 보여.”“뭘 모르네. 밤바다가 더 이뻐.”“어째서.”“한 번에 집어삼킬 것 같으니까.”⁠나의 대답에 도진이는 한참 대꾸 없이 묘한 눈빛으로 컴컴한 바다만 한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에 지지 않겠다는 듯이 잔잔하게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무엇에 그리 화가 났는지 씩씩거리는 바람 소리가 나를 감쌌다.⁠이 고요하지 않은 고요함.이것이 너무 좋았다.옆에 있는 존재감을 뿜어내는 녀석의 존재도 잊을 정도로 푹 빠져 한참이나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무슨 생각해?”⁠그토록 좋아하는 고요함은 오래가지 못했다.도진이의 목소리가 공중에 붕 뜬 것처럼 울렸다.대답하고 싶은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마치 바다에 잠긴 것만 같았다.대답 대신 고개를 돌려 도진이를 바라봤다.⁠어두웠기에 그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그 새카만 눈동자가 선명하게 보였다.어둠에 익숙해진 건가?얼굴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손길은 바람에 엉킨 머리칼을 정리했다.⁠“기분 전환은?”⁠허리를 약간 숙이고 마주한 큰 눈망울에는 내가 담겨 반짝였다. 그러고는 곧 가늘게 접혀 ‘네 속마음 따위는 다 알고 있다.’라고 말하듯 눈웃음을 지었다. 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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