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야, 이쪽으로 와!”유진이 손짓하며 부르는 소리에 지호는 마지못해 자리에 앉았다.시작은 그저 조별 과제 뒤풀이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유진이 다른 과 동기들과 미리 짜 둔 과팅 자리였다. 좁은 룸 안에는 처음 보는 얼굴들이 가득했고, 다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자기소개를 주고받고 있었다.“유진아, 나 이런 얘기 못 들었는데.”지호가 작게 속삭이자, 유진이 눈을 찡긋했다.“그냥 밥만 먹고 가면 돼. 재밌을 거야.”재밌을 리가.지호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젓가락만 만지작거렸다. 맞은편에 앉은 남학생이 뭔가 열심히 말을 걸어왔지만, 도무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숨이 막혔다. 웃어야 할 타이밍에 웃고, 대답해야 할 타이밍에 대답했지만, 정작 머릿속은 텅 빈 것 같았다.'그냥, 집에 가고 싶다.'한 시간쯤 지났을 무렵, 지호는 결국 슬쩍 자리에서 일어났다.“나 화장실 좀.”유진에게 눈짓으로 양해를 구한 뒤, 지호는 룸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화장실 대신 곧장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더 버틸 자신이 없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으로 들어선 지호는 닫힘 버튼을 다급하게 눌렀다. 문이 절반쯤 닫히려던 순간이었다.“어.”누군가 손을 뻗어 문을 다시 열었다.지호는 고개를 들었다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강휘웅이었다.“오빠가 여긴 왜…….”지호는 말을 잇지 못했다. 휘웅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동학을 만나러 왔다가 우연히 마주친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문이 닫히고, 좁은 공간에 둘만 남았다.휘웅은 대답 대신 지호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그러다 짧게 물었다.“왜 혼자 나와.”“그냥… 답답해서요.”솔직한 대답이었다. 휘웅은 잠시 말이 없다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다음부터 과팅 같은 거 나가지 마.”“…네?”지호가 놀란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하지만 휘웅은 이미 시선을 정면으로 돌린 뒤였다. 표정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 장난인지, 진
Last Updated : 2026-07-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