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5쪽.짧게 닿았다 멀어지는 입술. 민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고개를 휙 돌려 근식을 보았다. 성진이 하는 꼴에 인상을 쓰고 있던 근식이 급하게 표정을 풀었지만 그녀가 보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이…….”뭐라 할 것 같던 민서는 성진의 가슴을 주먹으로 퍽 치고는 그의 무릎 위에서 내려가 그녀의 방으로 달아나버렸다.한 대 얻어맞은 주제에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거리며 맞은 가슴을 문지르는 성진을 보며 근식이 한숨을 쉬었다.“웃음이 나오십니까, 형님?”“귀엽잖아.”“미움받으시겠는데요?”“안 그래.”자신 있게 대답했지만, 반도 비우지 못한 민서의 밥그릇을 보고 슬쩍 미안해진 성진은 굳게 닫힌 민서의 방문을 쳐다보았다. 아직 배고플 텐데 데리고 나와서 마저 먹여야하나 고민했다.“그렇게 장난치는 모습 오랜만에 봅니다, 형님.”“아아, 싫은 내색 안 하려고 애쓰는 게 토라진 강아지 같아서.”성진의 말에 근식은 피식 웃었다. 정말 딱 그 표정이었다. 쳐다는 봐야겠는데 서운한 감정이 남아서 그냥은 못 쳐다보겠다는 표정. 미워서 안 봐야지 마음먹었다가도 애정이 깊어서 자꾸 눈이 가는, 그런 자신이 싫지만 어쩔 수 없으니 ‘쳐다는 봐 주겠다’는 표정.“자꾸 그러면 그 강아지한테 물립니다, 형님.”“경험담이냐?”“아, 지영이는 진짜로 뭅니다.”근식이 양손을 들어 허공에 무언가를 잡는 시늉을 하더니 이로 앙 물고 뜯었다. 그 모습에 성진도 피식 웃었다.“물리기 전에 그만 놀려야겠네.”아쉬운 표정으로 식탁에서 일어선 성진이 거실 소파로 가 앉았다. 근식이 탁자에 서류 뭉치를 내려놓았고, 성진이 하나씩 집어 들고 읽어 내려갔다.“지영한테 이리 와서 언니랑 둘이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해.”“예, 형님.”근식이 핸드폰을 들고 지영과 문자를 주고받는 동안에 성진은 몇 부의 서류를 더 읽었다.“김 국장 쪽에서 이상한 낌새는 없었고?”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던진 질문에 근식이 조금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틀어 성진을 보았다. 자신이 근태의 아
Last Updated: 2026-07-02
Chapter: 54효숙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잘 손질돼 반짝거리는 손톱을 엉망이 되도록 물어뜯으면서 받지 않는 상대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거는 중이었다.방문을 열고 나오던 현식이 그런 효숙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안 자고 뭐해!”“근태가 전화를 안 받아요.”현식은 찔끔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표정을 갈무리하고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그 놈의 자식, 잠수 타는 게 하루 이틀 일이야? 적당히 좀 해!”“아무리 잠수를 타도 내 전화는 받는단 말이에요! 이렇게 연락이 안 된 적이 없어요.”신경질적으로 대답한 효숙은 또다시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는 전화를 끊고 다시 발신 버튼을 눌렀다.“내가 대전 쪽 조용한 사찰에 보냈다고 했지? 가서 반성도 좀 하고 공부도 하라고 했으니까 유난 떨지 말고 들어와!”“당신은 걱정도 안 돼요? 사흘이 넘도록 전화를 안 받고 있다고요!”“걔가 어린 애야? 다 큰 사내놈을 끼고 도는 것도 정도껏이라야지!”“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요? 그러지 말고 당신이 그 사찰에 사람 좀 보내 봐요. 우리 근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엄마 전화는 왜 안 받는지 좀 물어보고…….”“적당히 좀 하라고!”현식은 큰소리로 화를 내고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효숙의 아들에 대한 집착이 심했다. 아들이 강력 범죄를 저질러서 집안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는 것 때문에 며칠 기죽어 지냈던 효숙이었다. 그런데 아침에 통화가 안 된다고 슬쩍 이야기를 꺼내더니 하루 종일 거기에만 매달려있었던 모양이었다. 퇴근하고 돌아왔는데도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저녁식사 때도 모든 걸 도우미에게 맡기고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평소 그녀의 행동과 너무 달라서 낯설 정도였다.근태는 아마 죽었을 것이었다. 아들이 강 사장의 여자에게 어떻게 했는지 사진을 보고 알았다. 제정신이 박힌 사내라면 여자가 무슨 짓을 했다 하더라도 그 지경이 되도록 때리지 않았을 것이다. 가족 중에 그렇게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까운 친척 중에도 그런 소리를
Last Updated: 2026-06-25
Chapter: 53민서는 대답 대신 손등을 입에 물고 신음을 참았다. 그런 민망한 말은 안 듣고 싶었다. 그럴 리가 없잖은가. 부끄럽고 민망해서 그만두게 하고 싶었지만, 그 은밀한 곳을 문지르고 핥고 빠는 성진의 행위가 주는 쾌감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그는 이제 그 곳에 입술을 바짝 밀착시킨 채로 쪽쪽 빨아대고 있었다. 그녀가 흘리는 물은 한 방울도 놓치지 않고 마시겠다는 그의 의지가 읽혔다. 입을 틀어막았는데도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원치 않았는데도 그녀의 몸은 자꾸만 물을 흘려댔다. 왈칵왈칵 쏟아내는 느낌이 났다. 그 곳에 밀착한 상태로 그의 혀와 입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쭙쭙거리며 빠는 소리 가운데서도 꿀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죽을 것 같았다. 민서는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성진의 머리를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힘으로 밀려날 성진이 아니었다. 오히려 혀를 구멍에 꽂은 채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그녀를 더욱 자극했다.“허읍!”민서는 억눌린 신음을 뱉으며 그를 밀어내던 손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말았다. 자극이 너무 강했다. 허리가 저절로 들썩였다. 머릿속이 쭈뼛했다. 눈물이 났다.성진은 쏟아지는 민서의 애액을 정신없이 빨아 마시며 그녀가 가볍게 절정한 것을 눈치 챘다. 정말이지 감도가 좋은 몸이었다. 그가 좆을 쑤셔박은 채였다면 그곳은 그의 것을 쭉 빨아 당겼을 것이었다. 한 발 빼고 왔음에도 싸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는 혀를 길게 내어 그 곳을 핥아 올리면서 그의 곤두선 기둥을 잡았다.“좋다고 해줘요.”“하읏.”“나를 원해줘요.”그녀의 대답이 없어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모든 몸짓과 반응이 그를 원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얼굴을 그곳에 푹 파묻은 채로 그는 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쥐고 흔들었다. 뒷골을 저릿하게 만드는 쾌감에 성진은 몸을 떨었다. 이 여자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흐읍!”“아윽!”성진의 성기가 꿀렁거리며 사정을 시작했다. 민서도 경련하듯 몸을 떨며 두
Last Updated: 2026-06-17
Chapter: 52성진이 느릿하게 입술을 맞붙인 채로 민서의 입술을 빨았다. 혀로 문지르는가 싶더니 혀 끝을 세워 민서의 입술 사이로 찔러 넣었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입술이 벌어지면서 그의 혀를 맞이하러 그녀의 혀가 나왔다. 그녀는 파고드는 성진의 혀를 휘감아 빨아들였다. 넘어오는 타액을 삼키면서 팔을 들어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하지 않겠다 했더라도 그가 요구하면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몸을 눌러오는 성진의 무게가 싫지 않았다. 맞닿아 비벼지는 피부의 감촉이 좋았다.그의 입술이 옆으로 미끄러져 그녀의 귀를 물었다. 그의 숨소리가 크게 들려 몸이 떨렸다. 뜨겁고 축축한 것이 귓구멍으로 파고들어 먹먹해졌다. 그녀는 신음했다.“다 먹을 겁니다. 어느 한 구석도 빼놓지 않고 맛볼 거예요.”“흐읏.”혀가 귓바퀴를 핥았고 입술이 귓불을 물고 빨았다. 이를 세워 가볍게 물고 당기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신음하며 몸을 떨었다.“멈추지 않을 겁니다. 울어도 안 봐줄 거예요.”귓불을 놓아준 입술이 목덜미를 타고 내려갔다. 쇄골을 빨고 움푹한 곳을 핥았다. 흔적을 남기기 위해 강하게 빨아들이기도 했다.어깨를 쓸어내린 성진의 손이 그녀의 동그란 가슴을 쥐었다. 손끝으로 유두를 갉작이며 앙가슴을 핥았다.“흑.”그녀의 손가락이 성진의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들었다. 머릿속이 뜨거워져서 신음소리를 흘리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아프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이렇게만 반응해줘요.”그의 입술이 풍만한 가슴의 살점을 한가득 물고 빨았다. 그의 손아귀 힘에 가슴이 출렁였다. 민서는 다리 사이로 뭔가 흘러내리는 느낌을 참을 수가 없어 다리를 오므렸다. 축축하고 미끄덩거리는 감각이 민망해 오므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허벅지를 비볐다. 성진은 이제 그녀의 젖꼭지를 쪽쪽 빨고 있었다. 그녀의 가장 예민한 곳이었다. 절로 앓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성진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로 그의 머리를 끌어당겼다. 그의 얼굴이 가슴살에 묻혔다.“아으읏…….
Last Updated: 2026-06-12
Chapter: 51민서는 지금 화를 내는 중이었다. 어쩜 이렇게 고집이 센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소리라도 빽 질러볼까 싶었지만, 상대가 성진이었다. 미안하고 고맙고 부담스러우면서 어려운 사람이라 감히 실행에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신의 얼굴 상태가 어떤지 잘 알고 있었기에 표정으로 자신이 화났음을 알리는 것도 여의치가 않았다. 붓기가 많이 가라앉긴 했지만 여전히 부어있는 눈으로 노려보고 흘겨보고 째려보아도 티가 나지 않았다.“이쪽 팔을 들어요.”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테다. 민서는 입술을 꾹 다물고 양 팔을 옆구리에 붙인 채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한 번 슥 쳐다본 성진이 그녀의 팔목을 잡고 들어 올리자 팔이 힘없이 들렸다. 그는 거품이 풍성한 샤워볼로 그녀의 옆구리와 겨드랑이를 문질렀다.“혼자 씻겠다고요.”“안된다고 했습니다.”그가 다른 쪽 팔을 들라고 했지만, 그녀는 반항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의 힘에 의해 팔을 들린 채 거품칠을 당했다.“혼자 할 수 있어요.”지영이 극구 말려서 그렇지, 샤워 정도는 얼마든지 혼자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심한 타박상을 많이 입은 것이지 어디가 부러지거나 내상을 입어 수술을 한 게 아니었으니까. 좀 끙끙거리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압니다.”성진은 민서의 양쪽 팔과 옆구리에 거품이 잘 묻은 것을 확인하고 다시 그녀의 어깨에 손을 뻗었다. 입에 군침이 돌았다.민서는 한숨을 폭 내쉰 후 보지 않겠다는 듯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토라진 모습이 꽤 귀여웠다. 달래줄 생각은 없었다. 그는 지금 매우 즐거웠고, 흥분한 상태였다.조금 전 민서의 목에 묻혀놓았던 거품이 그녀의 앙가슴으로 흘러내려 있었다. 시선을 그쪽으로 옮긴 그는 입맛을 다시며 샤워볼의 거품을 자신의 손에 쥐어짰다. 그리고 흘러내린 거품 위에 두 손을 올렸다. 둥글게 원을 점점 크게 그렸다. 그의 손바닥에 그녀의 가슴이 눌렀다. 젖꼭지가 손가락 사이에 걸렸다. 그가 검지와 중지
Last Updated: 2026-06-11
Chapter: 50꼼짝도 못하고 옆구리에 들러붙은 커다란 남자의 존재에 긴장하고 있던 민서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성진을 보았다.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자세 그대로 고른 숨을 내쉬며 잠들어 있었다.“저기요.”조심스럽게 불러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민서는 성진의 눈앞에서 가볍게 손을 흔들어보았다. 훅, 입바람으로 그의 앞머리를 날려보기도 했다. 그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금방 잠들었네.”피곤하다더니, 정말 그랬던 모양이었다. 근식의 말로는 지방에 일이 있어 잠깐 자리를 비운다고 했었다. 깡패가 출장도 가냐고 혼자 생각했던 게 생각나서 민서는 혼자 슬쩍 웃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생이 많았겠다고 속으로 위로를 건네고는 손을 들어 성진의 어깨를 도닥였다.여전히 미동도 않는 성진의 정수리를 잠시 내려다보던 민서가 슬쩍 엉덩이를 밖으로 뺐다. 허리를 잡고 있던 성진의 손이 스르륵 미끄러졌다.정말 깊이 잠든 모양이었다. 이제 상체만 빼내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 싶었다.성진의 옆에서 자는 것이 싫은 건 아니었다. 좋아하게 된 남자였고, 섹스도 한 사이였다. 아직 몸이 많이 아팠지만, 그가 요구한다면 기꺼이 응해줄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의 옆에서 도망가지 못해 안달이냐면, 아직 어색하고 부끄러워서였다.성진이 기대고 있는 어깨를 조심조심 빼는데, 그의 손이 휙 뻗어와 다시 민서의 허리를 강하게 당겨 안았다. 아파서 비명을 지를 뻔한 걸 겨우 참고는 성진을 살폈다. 그는 얼굴을 두어 번 그녀의 어깨에 부빌 뿐, 깨어난 기색은 아니었다.민서는 조심스럽게 몸을 성진 쪽으로 돌려 누웠다. 그리고 그의 머리카락을 살살 쓰다듬었다. 그렇게 해도 그가 깨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불편하잖아요. 피곤하니까 편히 자라고 그런 건데…….”타이르듯 작은 소리로 말해본 민서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가슴에 안았다. 잠결에라도 놔줄 수 없을 만큼 그녀가 좋다는데 어쩌겠는가. 정 불편하면 밀어내겠지. 그녀는 성진의 뒤통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
Last Updated: 2026-06-10
Chapter: 45차시트에 몸을 기대고 차창을 향해 고개를 돌린 성아는 눈을 뜨고 있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복잡하게 얽혀 잠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잠시 서울을 떠나 맑은 공기 속에서 내려놓았던 긴장이 다시 올라온 느낌이랄까. 민영이 제시하고 모두가 받아들인 '대놓고 양다리'는 성아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그녀는 편하지가 않았다. 형민을 만날 때면 용규를 생각해 몸을 사리고, 용규와 있을 때는 형민 때문에 조심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두 사람과의 데이트는 즐거웠지만, 그런 것들이 그녀에게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가 되고 있었다."성아 씨, 이제 그만 일어나요."어깨를 가볍게 흔드는 용규의 손짓에 성아는 눈을 떴다. 어느 새 어둑해진 차창 밖으로 눈에 익은 골목이 보였다. 출발할 때 그녀가 알려 준 그녀의 동네 어귀였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저도 모르게 잠든 모양이었다. 시계를 보니 6시가 지나 있었다. 예상했던 시각을 훨씬 지난 시간이라 성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용규를 돌아보았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다. "잠든 모습이 좀 예뻐야 말이죠. 도대체 뭘 믿고 코 고는 소리까지 예쁜 겁니까, 성아 씨는?"누가 선수 아니랄까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멀쩡한 낯빛으로 잘도 뱉어낸다 싶어 성아는 푸스스 웃었다. "어제 오늘 이래저래 고마웠으니까 그런 실없는 소리는 용서해 줄게요. 안녕히 가세요."용규는 팔을 뻗어 발치에 내려놨던 가방을 챙겨드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굿바이 키스는 없어요?""오늘 제 입술이 좀 피곤하다네요. 며칠은 쉬게 해주고 싶어서요."부기도 다 빠졌구만.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신 용규가 마지 못해 성아의 손을 놓아주었다. "사진 뽑아서 월요일에 병원으로 갈게요.""네."본인은 아쉬워 죽겠는데, 조금의 미련도 없이 차에서 내려 손을 흔드는 성아의 모습을 보니 약이 올랐다. 차에서 내려 그녀를 잡고 밀어붙여 강제로 키스를 진하게……. 용규는 피식 웃었다. 강제로 뭘 해볼 생각이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Last Updated: 2026-05-05
Chapter: 44늦은 아침을 먹고 용규는 성아와 함께 콘도 뒤쪽의 산책로를 걸었다. 당장이라도 콧노래를 흥얼거릴 것 같이 신난 표정의 용규와는 달리, 묵묵히 뒤를 따르는 성아의 표정은 뚱했다. 가벼운 걸음으로 앞서가는 용규의 뒤통수를 노려보기도 하고 입술을 삐죽 내밀어 입안으로 구시렁거리기도 하는 모양이 뭔가 불만스러운 게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용규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길이 험해 힘들거나 그렇진 않죠?"표정을 정돈하거나 가다듬는 기색 없이 힐끔 쳐다보는 성아 때문에 용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성아 씨, 힘들어요?""네! 힘들어 죽겠네요!"불퉁스런 그녀의 목소리에 용규가 손을 내밀었다."그럼 얘길 하지 그랬어요. 출발할 때 손 잡자는 거 굳이 뿌리치더니. 좀 쉬었다 갈까요?""아뇨. 지금 힘든 건 다리가 아니라서요."성아의 대답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몸을 한 차례 훑어본 용규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의 말 뜻을 이해한 것이다. 화장기 없는 말간 얼굴에 유난히 붉은 색을 띤 입술, 그 입술이 살짝 부어 있었다. 보이지 않는 안쪽에는 그가 이로 물어 생긴 작은 상처도 있을 터였다. 키스 외에 아무 것도 못 하게 한 성아에 대한 심술로 아침부터 키스를 좀, 아니 과하게 했었다. 목덜미 쪽으로 손을 대는 것조차 못하게 하길래 입술을 깨물어 살짝 피맛을 봤더니 그 이후로는 키스도 못 하게 했다. 뭐, 그 이상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욕구불만은 남았지만 키스는 원없이 했다는 생각에 그러자 했다. 깔끔하게 포기하고 물러서는데도 성아는 가볍게 눈을 흘기며 입술을 비죽 내밀었더랬다. 그러고 보면 그녀가 지금 툴툴대는 건 힘들어서라기보다는 아침의 '과한 키스'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거였다. 그녀의 행동, 말투 하나하나가 귀여워서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여기서 드러냈다간 또 뭐라 꼬투리를 잡고 투덜댈 것 같아 짐짓 입꼬리에 힘을 주었다. "다리가 아니라면... 그럼 어떻게 해줄까요? 원하는 대로 해 줄게요.""됐네요.
Last Updated: 2026-05-05
Chapter: 43한참동안 욕실에서 몸을 식힌 용규는 잠시 부시럭거리더니 어느 새 하나 뿐인 침대에서 고른 숨을 내뱉으며 잠이 들었다.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던 성아는 작게 웃었다. 용규에게 관심 없는 척하려 눈도 돌리지 않고 있었지만 귀를 세워 그의 움직임을 모두 듣고 있던 그녀였다. 그가 잠들었다는 확신이 생기자 마음이 놓이며 저도 모르게 웃고 만 것이었다. 용규에게 말한 대로 성아는 지금 있는 곳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도시의 소음이 사라진 적막함, 방 안에서 새어나오는 스탠드 불빛과 별빛을 제외한다면 완벽하다 할 수 있을 어둠, 나무 냄새가 실린 청량한 바람 끝에 느껴지는 쌀쌀한 기운까지. 지쳐있던 성아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느낌을 주었다. 민영의 권유로 시작한 '대놓고 양다리'는 이제 겨우 시작이었다. 용규의 갑작스러운 스케줄 때문에 형민과는 연달아 세 번의 데이트를 했고, 그 세 번의 데이트를 한 번에 만회할 정도의 여행을 오게 된 것까지. 스코어를 매긴다면 1대 1이라 할 수 있었다. 민영은 마음 놓고 즐기라고 했지만, 성아는 이 상황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형민과 데이트를 할 때에는 용규가 신경 쓰였고, 이렇게 용규와 있다 보니 형민이 생각나서 무턱대고 즐길 수가 없었다. "양다리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봐."피식 웃음과 함께 자조 섞인 목소리가 어둠 속에 흩어졌다. 성아는 몸을 일으켰다.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차가운 산공기에 조금씩 몸이 떨려오는 중이었다. 그녀의 시선이 용규가 잠들어 있는 침대와 의자 사이를 몇 번 오갔다. 잠시의 망설임 후, 그녀는 침대로 가 엉덩이를 걸쳐 앉았다. 스탠드 불빛에 비친 용규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눈을 뜨고 있으나 감고 있으나 잘생긴 건 여전했다. 한 번 찔러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잘못해서 그가 깨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겨우 달래놨는데 들쑤셔서 덤벼들기라도 하면 어쩔 것인가. 성아는 쿡쿡 웃으며 용규 옆에 누웠다. 두껍지 않은 이불을 통해 느껴지는 사람의 온기에 몸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았다.
Last Updated: 2026-05-03
Chapter: 42욕실로 들어간 성아가 나오길 기다리다 용규는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화장을 지우고 양치를 마친 성아가 욕실에서 나오다 피식 웃었다. 용규의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이럴 거면서 흑심은 뭐하러 내보였는지. 실랑이할 일은 없겠다 싶어서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하며 성아는 창가로 갔다. 산속이라 그런지 날씨가 제법 찼다. 잠시 밖을 내다보던 그녀는 담요와 의자를 끌어와 창가에 자리 잡았다. 이 곳에서 보는 하늘과 서울에서 보는 하늘, 그게 그거고 거기서 거기일 텐데 어쩌면 이렇게 다를까. 검은 융단같이 부드러운 검은 빛의 밤하늘에 촘촘히 박혀있는 무수히 많은 별들. 가끔 TV에서 그래픽으로 만들어놓은 많은 별들이 나올 때면 코웃음을 쳤더랬다. 아무리 별이 많다 하더라도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이 저렇게 많을 리가 있겠냐며, 어설프게 많이 만드느니 적당하게 만드는 게 현실적이라고 비웃었더랬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보인 밤하늘은 말 그대로 비현실적이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는 흉내도 못 낼 아름다움이 거기에 있었다. 성아는 그만 매료되어버렸다.어깨에 두른 담요를 가슴 앞에 모아 쥐고 하염없이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성아는 뒤에서 어깨를 안아오는 팔에 깜짝 놀랐다. 잠들어 있던 용규가 언제 일어났는지 뒤에서 그녀를 안고 목덜미 움푹 파인 곳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아, 일어났어요?""깜빡 잠들었네요. 깨우지 그랬어요.""많이 피곤해 보였어요. 가서 더 자요."용규는 어깨를 안은 팔을 풀어내려 하는 성아의 손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팔에 힘을 주어 그녀를 더 꼭 안았다. "성아 씨랑 같이 있는데 잠은 무슨. 다 깼어요."용규는 볼에 닿는 성아의 귓불에 부비적거리며 얼굴을 문질렀다. 보드라운 살결이 주는 감촉이 말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에게서 벗어나려 몇 번 버르적거리던 그녀가 가볍게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포기한 듯 하늘을 다시 올려다보는 게 또 마음에 들어 슬며시 웃음지었다."별이 참 많죠?""그러네요
Last Updated: 2026-05-02
Chapter: 41용규의 손이 멈췄다. 이거 잘못 들은 거 아니지? 그는 품에서 성아를 살짝 떼어내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희미하긴 했지만 그녀의 얼굴 위에 보인 것은 웃음이었다."그렇게 예쁜 사진을 찍는 용규씨가 제일 좋아한다는 그 풍경, 보고 싶다고요."용규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성아는 몇 가지 조건을 걸고 난 후에야 강원도행을 받아들였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일단 가고 나서 생각하는 거지. 두 사람은 다시 차에 올랐다.부쩍 짧아진 해가 산 너머로 자취를 감춘 후에야 도착한 곳은 강원도의 팬션 단지에서 조금 더 들어가 고즈넉한 산 중턱에 자리잡은 펜션이었다. 어슴프레하게 보이는 정원이 제법 넓었고, 불을 밝힌 건물 두 채는 통나무로 지은 2층집이었다.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달라진 공기였다. 맑고 신선할 뿐 아니라 엷게 나무 내음과 풀내음까지 섞여있어 향기롭기까지 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숨을 깊게 들이쉬는 성아를 보며 용규가 웃으며 말을 건네왔다."나쁘지 않죠? 지금은 어두워서 안 보이는데, 저기 뒤쪽에 산책로가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곳이죠. 내일 날 밝으면 같이 가요.""네."이것저것 설명하는 용규를 따라 걸음을 옮기다보니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와 용규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가벼운 욕설이 섞이는 걸 보니 꽤 가까운 사이인 것 같았다. 그는 성아에게도 활짝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네왔다. "어서 오세요, 제수씨. 강충식입니다. 이 자식 눈이 높은 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정말 미인이십니다.""아, 안녕하세요, 김성아예요. 제수씨는 아니고요, 여기 굉장히 예쁘네요.""핫핫핫, 제수씨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언제든 놀러오세요. 제수씨 같은 미인이면 언제나 환영입니다."호탕하게 웃어젖히는 남자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성아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그 손을 마주잡았다. "제수씨 아니라 김성아예요. 예쁘게 봐 주셔서 감사한데 그 호칭은 다음에 받을게요.""다음에? 아, 아직 아닙니까? 너 이 자식 여태 뭐 한 거야?"조금
Last Updated: 2026-05-02
Chapter: 40그럼 그렇지. 이까짓 거 필요 없어! 확 쳐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바로 옆에서 흥미진진한 얼굴로 지켜보는 여자가 둘이었다. 속 좁게 구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않은가. 대범하게 하하 웃으며 받아들어야 했다. 하지만 고맙다는 소리는 죽어도 하기 싫었다."뭘 이런 걸 다."마지못해 열쇠고리를 받아든 형민을 향해 용규가 씩 웃었다. "뇌물 받으셨으니 청탁도 하나 받으시죠? 10분 일찍 퇴근시켜 주세요."가뜩이나 배알이 꼴린 상황인데 기름을 들이붓는 용규 덕에 형민은 당장 내 병원에서 나가 소리를 지르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전에 영화 볼 때, 성아를 놓쳐선 안 되는 거였다. 그날 게임을 클리어 했다면 이 기분 나쁜 꼴을 보지 않을 수 있었을 터였다. 뿐이겠는가. 저 뺀질뺀질한 얼굴이 패배감에 물드는 통쾌한 모습도 볼 수 있었을 게다. 지나간 일을 후회해서 무엇하겠냐마는, 치솟아 오르는 아쉬움을 달랠 길이 없었다. 형민은 성아를 돌아보았다. 여상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여자 속을 뒤집어 탈탈 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그는 이를 뿌득 갈았다. "김 선생님 업무 마치시면 그리 하시던가요."성아에게 차트 더미를 떠안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한 심술이 일어 떠안긴 일거리라 좀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면 무려 10분이나 일찍 그녀를 보낼 뻔하지 않았는가. "일 많이 남았어요?" 형규가 접수대 위로 몸을 기대며 성아에게 물었으나, 대답은 민영에게서 나왔다."어우, 많이 남긴요. 끝났어요, 끝났어. 마무리는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데려가요, 용규씨.""그렇다네요, 의사선생님?"용규의 웃는 얼굴이 너무너무 얄미워 한 대 치고 싶었으나, 형민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속좁은 짓은 차트더미로도 넘치게 했으니, 이제 대범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 "주말 잘 보내시고 월요일에 뵈어요.""데이트 잘 해요, 김 선생!""다음에 또 뵙겠습니다.""선물 잘 먹고 잘 쓸게요. 고마워요, 용규씨."즐
Last Updated: 202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