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뒷골목에서 군림하는 남자와 연인에게 짓밟힌 여자. 정작 상처가 깊은 쪽은…… 연인의 폭력으로 생을 놓아버리려는 결심까지 한 민서를 구해준 것은 그녀의 손님이었던 성진이었다. 스스로를 깡패라 소개한 그는 그녀를 보호해준다. 조금씩 마음에 들어온 그녀를 위해 복수를 다짐하는 성진. 남자의 내면에 숨겨진 상처를 보듬어 아는 그녀. 두 사람의 힘들지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View More달그락.
글라스의 투명한 얼음 위에 보드카가 흘러내리며 작은 소리가 났다. 2온스. 양을 확인한 민서는 보드카 병을 내려놓고 깔루아를 집어 들었다. 보드카 양의 절반 정도 부어진 검은 커피 리큐어가 투명한 보드카와 잠시 층을 이루는가 싶더니 떨어지며 녹아내렸다. 보통 블랙러시안을 만들 때에는 한두 번 저어주는 법이지만, 이 손님은 늘 젓지 않은 블랙러시안을 주문했기에, 그녀는 그 상태 그대로 잔을 밀어 손님 앞으로 가져다 주었다.
“주문하신 블랙러시안입니다.”
보드카에 섞여가는 깔루아를 가만히 지켜보던 남자가 눈을 들어 그녀를 잠시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작은 고개짓. 아마 감사의 뜻이겠지. 민서는 눈을 반쯤 감으며 웃어보였다.
민서가 일하는 곳은 번화가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한 작은 칵테일 바였다. ‘팔자 좋은 건물주 아들’인 사장은 가게 운영보다 유흥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이었다. 가게 문을 열고 손님 두세 테이블 정도 받고 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나가기 일쑤여서 민서는 눈치 볼 것 없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이 곳이 좋았다.
찾아오는 손님의 절반 정도는 한량 같은 사장의 친구들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동네 주민들, 블로그나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젊은이들이었다. 대부분의 손님들의 낯을 익혀둔 후라 새로 찾아온 손님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블랙러시안 한 잔을 앞에 두고 말없이 앉아있는 이 손님은 요 근래부터 찾아오기 시작한 사람이었다. 한 달에 서너 번, 손님이 뜸한 월요일이나 화요일 밤 늦게 찾아와 한두 시간 정도 혼자 앉아있다 가고는 했다. 일행이 있을 때도 몇 번인가 있었는데, 그때에도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고 기억하는 걸 보면 원래 조용한 성격인 것 같았다.
보통 혼자 오는 손님은 바텐더에게 이것저것 말을 걸기 마련이다. 날씨 이야기 같은 소소한 일상 얘기에서부터 신문에 오르내리는 이슈들까지, 낮은 볼륨으로 틀어놓은 음악소리가 채우지 못하는 적막을 목소리로 채우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여자인 민서에게는 끈적하게 던지는 농담이나 추파까지 더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3년째 바텐더 일을 해온 그녀는 농담인 듯 웃어넘기거나 거절하는 것까지 업무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말없이 술만 마시다 가는 이 손님을 매우 독특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도 그 손님은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어딘가를 응시하며 잔에 담긴 칵테일을 홀짝이고 있었다. 홀에 있던 마지막 손님들이 나간 자리를 치우고 돌아온 민서는 시계를 흘깃 쳐다보았다.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 테이블은 모두 비어있었고, 바에 앉아있는 손님은 셋. 원래 손님이 적은 평일임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한가했다.
오늘은 일찍 마감하고 집에 갈 수 있으려나 생각하며 민서는 뻐근한 뒷목을 주물렀다. 이리저리 목을 움직이는데, 그 움직임이 너무 컸음일까. 혼자 앉은 그 손님과 눈이 마주쳤다. 어색하게나마 웃으며 시선을 피하는데 마침맞게 출입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반갑게 인사를 하려던 민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녀의 표정을 살피던 남자도 고개를 돌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을 쳐다보았다.
20대 후반에서 많아봐야 3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 주변을 한 번 휘 돌아보더니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왔다.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가다듬은 민서는 힐끗 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12시 35분, 영업종료까지 2시간 이상이 남아있었다. 애써 가다듬은 표정에 난처함이 서렸다.
“야, 너!”
민서의 시선이 이곳저곳을 배회하자, 자기를 모른척한다 생각했는지, 술에 취한 남자가 걸어오다 말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민서와 그 앞의 손님은 물론, 바 깊숙한 곳에서 대화를 나누던 손님 두 명도 놀라 남자를 쳐다보았다.
“너 왜 내 전화 안 받아? 내가 몇 번을 전화한 줄 알아? 너, 지금 나 무시하는 거냐, 어?”
원목으로 된 바를 쾅 내리치듯 짚고 선 남자가 바락바락 고함을 질러댔다. 흠칫거리는 민서의 손끝이 잘게 떨렸다.
“근태 씨. 아직 가게 문 안 닫았고, 손님도 계셔. 나중에 얘기하고 지금은 나가줘.”
목소리 끝에 떨림이 묻어나오긴 했지만 민서는 침착하게 말을 끝냈다. 이 자리에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애써 눌러 참는 중이었다.
“나가줘? 나가줘어? 이게 지금 장난하나. 나중에 언제? 씨발, 나 죽고 난 다음에?”
“자꾸 이러면 시, 신고할 거야.”
민서의 말에 근태가 눈에 불을 켰다.
“뭐? 이게 진짜!”
확 치켜 올라가는 근태의 손을 보며 민서는 질끈 눈을 감았다. 이어질 통증을 기다리는데, 아픔 대신 ‘넌 또 뭐야?’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도 모르게 움츠러진 어깨를 펴고 눈을 떴더니 여전히 치켜 올라간 근태의 손과 그 손목을 잡고 있는 블랙러시안 손님이 보였다.
“술을 쳐 마셨으면 곱게 집에 자빠져 잠이나 쳐 잘 것이지, 왜 남의 영업장에서 지랄이야?”
“너 이 새끼…….”
근태는 잡힌 손을 빼내려 몇 번 용을 썼다. 하지만 신장도 체격도 손님 쪽이 훨씬 우월해 잡힌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 손목을 잡고 있는 남자의 팔뚝이 자신의 팔뚝보다 훨씬 두꺼운 것을 보면서, 그는 이쯤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민서 앞에서 뭉개진 자존심과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취기가 근태를 부추겼다.
“이것 놔아!”
있는 힘껏 팔을 내저었더니 손님은 순순히 손을 놓아주고는 한 걸음 물러섰다. 풀려난 손목을 잠깐 어루만지는가 싶던 근태는 냅다 남자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갑작스럽게 날린 주먹이니만큼 먹히겠다 싶었지만 주먹은 애꿎은 허공을 갈랐고, 언제 휘둘렀나 모를 손님의 주먹이 근태의 턱을 후려쳤다.
‘빡’ 소리와 함께 근태가 휘청거리며 바 위에 놓여있던 술잔들을 바닥으로 쓸어냈다.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근태는 턱을 감싸 쥐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남자친구입니까?”
남자의 질문이 모든 광경을 넋 놓고 보고 있던 민서의 정신을 일깨웠다. 당황스러움과 안도감, 미안함과 걱정스러움이 뒤얽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민서는 바닥에 주저앉아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는 근태와 자신을 바라보며 서 있는 손님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그리고 손님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죄송합니다, 손님.”
숙였던 고개를 들 틈도 없이 그녀가 바 안에서 나와 주저앉은 남자를 부축해 일으켰다.
“걸레 같은 년이, 저 새끼 누구야? 저 새끼가 뭔데 껴드는 거야! 저 새끼한테도 대줬냐? 헤어지자고 한 게 저 새끼 때문인 거지?”
부축을 받아서야 겨우겨우 일어선 주제에, 근태는 민서의 손을 모질게 뿌리치고는 비틀거리며 독한 말을 쏟아냈다.
“나중에 얘기하자, 제발.”
민서는 울지 않으려 이를 악물며 남자를 달랬다.
“저 새끼랑도 잤냐고!”
“안 잤어!”
작은 가게 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모욕적인 말에 그녀도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야, 한영호.”성진과 통화를 마친 근식이 심각한 표정으로 영호를 불렀다. 소파에 드러누워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던 용호가 고개만 돌려 근식을 쳐다보았다.“왜?”“형님이 김현식 국장이랑 통화할 때 누구 전화로 했냐?”“내꺼.”“강원도 갈 때 네 차도 끌고 갔었나?”“형님 차에 얹혀 가느라 안 가져갔었지.”막힘없는 용호의 대답에 근식은 잠시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머릿속이 정리가 된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형님 구속되셨다. 압수수색 나온다고 하니까 너는 당분간 시온으로 출퇴근하는 걸로 하자. 핸드폰은 바꿔야 할 것 같다. 압수 목록에 네 이름이 있을 것 같진 않은데, 일이 어떻게 풀릴지 모르는 거니까. 너는 그 날 형님이랑 애들 데리고 밤낚시 간 거다.”심드렁한 표정으로 누워있던 용호가 근식의 말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씨발 것들. 핸드폰 바꾼 지 얼마 안됐는데.”“증거 될만한 건 없지?”“우리 물고기님들께서 부지런히 그 새끼 뜯어먹어주셨다면 없지. 그 새끼 달아오던 때도 흔적 안 남기려고 별 지랄을 다 떨었는데 증거가 있겠냐?”주섬주섬 소지품을 챙긴 용호가 사무실 출입문을 열다 말고 근식을 돌아보았다. 그는 빨리 안 가고 뭐하냐는 표정으로 눈을 부라리는 근식을 향해 손가락 키스를 날렸다.“고생해, 자기.”“씨발 새끼가, 저 병 또 도졌네.”질색하는 근식을 향해 신나게 웃어준 용호가 갔다. 근식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몸서리를 쳤다. 가장 큰 건더기를 처리했으니 잔잔바리들을 처리할 차례였다. 그는 강릉까지 근태를 실어간 동생들을 불러 잡도리했다. 그들은 성진이 근태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직접 눈으로 지켜봤던지라 기강이 바짝 서 있는 상태였다. CCTV를 잘 피한 건 물론이고 서울을 벗어나는 과정도 여러 단계를 거쳐 조심해 꼬리가 잡힐 일이 없다고 장담했다. 혹시라도 흔적이 남아 걸리게 되더라도 조직에 피해가 가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근식은 다 같이 술이나 한 잔씩 하라며 지갑에서 오만원권 너댓 장을 꺼
현식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효숙이 마중을 나왔다. 며칠 동안 시커멓게 죽은 낯빛으로 사람이 들어오건 말건 신경도 쓰지 않던 사람이 이렇게 태도가 바뀐 것이었다. 역시 그 깡패새끼의 말이 사실인 모양이었다. 그는 가방을 받아드는 효숙을 노려보았다.“왜요.”가방을 받아주었음에도 꼼짝 않고 서 있는 남편을 향해 효숙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경찰 쪽에 힘을 써 줄 사람이 남편 밖에 없었기에 그의 비위를 맞춰주러 나온 마중이었다. 절대로 남편을 향한 원망이 누그러진 게 아니었기에 목소리가 곱게 나오지 않았다.“당신, 경찰서에 갔었어?”“어떻게 알았어요?”“경찰서에…….”현식은 치밀어오르는 화를 꾹 누르느라 잠깐 말을 멈췄다.“근태 실종 신고 했어?”“네. 했어요.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요.”“도대체 누구 허락을 받고? 왜 쓸 데 없는 짓을 해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느냐고!”일을 벌려놓고 당당한 효숙의 태도에 근식은 폭발했다. 손가락질을 하며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효숙이 당황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뒤이어 그녀에게도 분노가 들끓었다.“쓸 데 없는 짓? 쓸 데 없는 지잇? 지금 우리 근태 실종신고 한 게 쓸 데 없는 짓이라고 한 거예요, 당신?”“쓸 데 없는 짓이지, 그럼? 왜 물어보지도 않고 일을 만드냐고!”효숙이 현식의 가방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우리 아들이 사라졌어요! 연락도 안 돼서 불안해하는 나한테 당신, 뭐라 그랬어요? 조용히 반성하면서 공부나 하라고 대전 사찰에 보냈다면서요? 없대요! 대전 그 어느 사찰에도 우리 근태가 없었대요! 그래서 했어요, 실종 신고. 애 아빠라는 사람이 안 찾아주니까 경찰한테 찾아달라고 하려고요!”“내가 보냈댔잖아! 좀 잠잠해지면 어련히 알아서 잘 데리고 올까! 여편네가 겁도 없이 어딜 나서?”“그러게 물어보면 대답을 해주던가! 당신이 먼저 날 불안하게 만들었잖아요! 나라고 뭐, 좋아서 경찰한테까지 찾아간 줄 알아요?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을까!”잘못을 빌기는커녕 되레 따지기 시작하는 효숙의
근식은 아직 성진에게 해야 할 말이 남아 있었다.“형수님. 우리 지영이가 칵테일을 한 번도 못 마셔봐서 그런데요. 예전에 그 커피 맛 나는 칵테일 한 번 만들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근식이 던졌고.“어머! 커피 맛 나는 칵테일이요? 그런 게 있어요? 궁금해요, 언니! 아니, 힘드신데 무리하지 마세요.”“아니에요, 지영 씨. 힘들지 않고 어렵지도 않아요. 재료만 있으면…… 여기 주류 코너가 어디 있었던 것 같은데…….”“있어요, 주류 코너! 제가 알아요!”지영이 덥석 물었다. 그녀는 다시 민서의 팔짱을 끼고 조잘조잘 떠들면서 걸어갔다.“제가 또 한 커피 하거든요. 언니도 전에 제 커피 맛있다고 하셨죠? 그게 또 기술이 있어야 하거든요.”멀어지는 지영의 목소리를 배경삼아 근식이 말을 꺼냈다.“신경 쓰이는 점이 있습니다, 형님. 그 여자가 시온에 명함을 들고 찾아왔다고 하더라고요.”“명함? 늬들 명함 함부로 뿌리고 다녀?”“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애초에 가지고 다니는 애들도 없고요. 얍실이 말로는 그 여자가 아들 방에서 찾았다고 했답니다.”“귀찮게 됐네. 실종신고 한 경찰서가 어디래?”“그것까지는 안 물어봤지만, 뻔하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개주둥이 곽 경사가 냄새 맡고 덤벼들지 않겠습니까?”근식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성진이 피식 웃었다.“건수 잡았다고 신나있겠군.”“직접적인 증거 같은 건 못 찾을 겁니다. 경찰서 앞에서 달아 올 때도 신경 많이 썼고요, 작업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고 했습니다.”“그 새끼가 언제는 증거 가지고 덤비든? 지 꼴리는 대로 잡아들여 족치는 종자인데.”말의 내용과는 다르게 성진은 느긋한 표정이었다.“따로 생각해 두신 게 있습니까? 별로 걱정 안 되시는 거 같은데요.”“글쎄. 힘 써 줄 사람이 있을 듯도 해서.”성진이 말한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하는 사이에 주류 코너에 도착해버렸다. 근식은 생각을 멈췄다. 지영이 여러 병의 술을 들고 오는 게 보였기 때문에 머리가 아파졌기 때문이었다.“형수님. 생각해보니까
***“언니! 여기 좀 와 봐요!”사람들 속에서 지영이 손을 번쩍 들고 흔들어 민서를 불렀다. 민서가 웃으며 마주 손을 흔들며 그 쪽을 향해 걸어갔다.“이게 맞는 거야?”“맞다고 봅니다, 형님.”태연한 표정의 근식이 카트를 밀면서 민서의 뒤를 따라갔고, 성진은 난감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영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근식이 맞다고 하니 별 수 없었다.지영이 시식코너에서 만두를 집어 민서의 입에 쏙 넣어주고 맛있지 않냐며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옆으로 다가간 근식이 입을 벌리자 잠시 인상을 쓰긴 했지만 근식의 입에도 만두 반쪽을 넣어주었다. 지영에게 만두를 받아먹을 생각이 없었던 성진은 멀찍이 서 있었다.“언니.”지영이 민서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치면서 시식용 이쑤시개 새 것을 쥐어주었다. 영문을 몰라하는 민서에게 눈빛과 얼굴 근육을 최대한으로 이용해 성진을 가리켰다. 그리고 직원이 튀겨내 반으로 잘라놓은 만두와 성진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민서가 쿡쿡 웃으며 이쑤시개로 만두를 콕 찍었다. 그리고 성진을 돌아보았다. 민서가 먹여준다는데 마다할 리 없는 성진이었다. 큰 걸음으로 민서에게 다가가 받아먹었다.“맛있죠? 뭐, 언니가 주는 건데 돌멩이도 맛있다 해야지. 이모, 그거 주세요. 두 개.”“나한테는 안 물어보냐?”“내가 해주는 건데 맛없으면 안 먹으려고?”성진에게 생글생글 웃어보이던 지영은 근식을 향해 눈을 샐쭉하게 떴다.“그럴 리가.”직원이 건네주는 냉동만두 두 봉지를 근식이 밀고 온 카트에 담은 지영은 민서의 팔짱을 끼고 조잘거리며 걷기 시작했다.“보십쇼, 형님. 저 년은 저보다 형님을 더 좋아한다고요. 형님이 귀엽다 어쩐다 말해주면 쪼르르 달려갈 거라니까요.”근식이 투덜댔고 성진은 웃었다.지영이 냉동고에서 또 뭔가를 꺼내드는 것을 본 근식이 그 쪽으로 카트를 밀고 가려는데, 그의 주머니 안에서 핸드폰이 부르르 떨었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발신인을 확인한 근식의 표정이 굳었다. 성진은 근식의 손에서 카트 손잡
***“하아, 하아, 오빠 조금만 천천히.”숨넘어가는 소리로 애원하는 여자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진은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절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살과 살이 맞부딪치며 나는 ‘탁탁’ 소리의 박자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밀어붙이는 남자의 힘에 흔들리는 여자는 애타게 오빠를 부르짖었다.“오, 오빠. 잠깐, 아흑, 오빠. 오빠…….”짧은 숨소리와 함께 성진은 여자의 질 안으로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절정감에 몸을 움찔거리며 더 깊이 여자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내 사정이 끝나 시들해지는 성
주차장에서 열리는 엘리베이터 앞에 근식이 서 있었다. 가라고 했건만 말도 안 듣고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근식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려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꾸만 몸을 빼려는 여자의 허리를 뒤쪽에서 밀고 있었는데, 그게 보였나 보다.성진은 구부정하게 허리를 구부린 채 어버버 말도 못하는 근식을 지나쳐 그의 차에 여자를 태웠다.“집이 어딥니까?”“저기…….”“주소.”딱 떨어진 그의 목소리에 여자가 머뭇거리며 주소를 말했다. 시동을 걸고 불러주는 대로 네비게이션에 입력한 성진이 고개를 들었다. 룸미러로 여전히
“츱, 대충들 하지.”담배 한 대를 다 피우고 나서야 덩치 큰 남자가 차장으로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엇, 형님. 벌써 나오셨습니까?”“그러게 키 주고 가라고 그랬지? 새끼가 말도 안 쳐듣더니.”“제이 그년이 어지간히 앵겨들어야 말이지요, 형님. 그래도 그것이 아니다, 어떻게 형님을 혼자 집에 보내 드리냐, 놓아라, 바짓가랭이 찢어진다 탁 뿌리치고 왔지요. 헤헤.”종종걸음으로 다가와 운전석으로 향하는 근식의 뒷덜미를 잡은 성진이 손바닥을 내밀었다.“시끄럽고. 차 키 내놓고 넌 다시 들어가.”머뭇거리며 주머니
부딪친 무릎의 통증을 자각할 틈도 없이 머리채를 잡혔다. 그리고 문 닫히는 소리와 잠금 소리가 들렸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민서의 몸이 바들바들 떨려왔다.“그 깡패새끼랑 여태 같이 있다 온 거야?”근태의 목소리도 떨리는 듯했다. 민서는 머리카락을 휘어잡은 근태의 손을 두 손으로 부여잡았다.“이거 놔.”“전화도 안 받고, 집에도 없고, 한 시간이나 늦게 들어와?”“이거 놓으라고!”그의 손에서 벗어나려 애를 써보았지만 그의 손은 너무 단단했다.“어쩐지 그 새끼, 가게 근처에 못 오게 하더니……. 가게서 딩굴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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