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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어우야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2-23 11:09:53

***

“하아, 하아, 오빠 조금만 천천히.”

숨넘어가는 소리로 애원하는 여자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진은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절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살과 살이 맞부딪치며 나는 ‘탁탁’ 소리의 박자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밀어붙이는 남자의 힘에 흔들리는 여자는 애타게 오빠를 부르짖었다.

“오, 오빠. 잠깐, 아흑, 오빠. 오빠…….”

짧은 숨소리와 함께 성진은 여자의 질 안으로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절정감에 몸을 움찔거리며 더 깊이 여자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내 사정이 끝나 시들해지는 성기를 여자에게서 빼내고는 몸을 일으켰다.

뒤처리를 하려는 그의 손을 여자가 슬며시 잡았다.

“빨아줄까?”

“됐어.”

아쉬운 듯 은근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여자였지만, 그는 티슈를 뽑아 축축하게 젖어있는 그의 물건을 쓱쓱 문질러 닦았다.

“오빠, 무슨 일 있어? 요새 이상해.”

“뭐가?”

“스타일이 변했어.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남자들 체위는 바꿔도 스타일은 잘 안 바뀌는데 말이야.”

성기를 문지르던 손이 멈칫거렸지만, 그는 구겨진 휴지를 바닥에 던지고 벗어놓은 속옷을 집어 들며 물었다.

“그래서, 싫어?”

“어유, 왜 그래, 오빠. 난 오빠 밖에 없는 거 알면서. 그러니까 나 얼른 데려가 달라고.”

달라붙어오는 여자를 슬쩍 밀어내며 벗어놓은 옷을 집어든 그가 피식 웃었다.

“웃지만 말고. 이럴 때마다 스리슬쩍 넘어가려는 거, 모를 줄 알아?”

다시 달라붙어 콧소리를 내는 여자를 떼어내고 지갑을 꺼내 수표 몇 장을 꺼내 침대 위에 던졌다. 시무룩해지는 여자의 머리를 쓱쓱 문질러 쓰다듬고는 그 곳을 빠져나왔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거는 성진의 입매가 비틀어졌다. 스타일이 변했다는 여자의 말이 떠올라서였다. 변하긴 했지. 예전에는 섹스를 즐기는 편이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영 내키지가 않았다. 습관적으로 여자를 찾고 섹스를 하지만, 그 뒷 느낌이 깔끔하지가 않았다.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다.

아무 것도 없던 집에 이제 여자가 있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 돌아가는 것과 문을 열었을 때 아는 척해오는 사람이 있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별다른 감정이 없던 여자였는데, 갈수록 그의 기분이 묘해졌다. 푸르딩딩 부어있던 얼굴이 점차 가라앉으면서 멍 색깔이 점점 시커멓게 변하는 꼴이 눈에 들어올 때면 울컥울컥 화가 치솟았다.

-엄마는 괜찮아. 네가 있어서 엄마는…….

터진 입술 위에 새롭게 생긴 상처를 하고서도 성진을 안고 하염없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여인의 모습이 그 위에 겹쳐보여서 그랬으리라.

언젠가 여자에게 했던 충고 ‘남자 보는 눈 좀 길러요’가 생각났다. 피식. 룸미러로 자기 얼굴을 힐끔 쳐다본 형진이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여자 패는 개호로잡놈의 새끼에서 벗어나 겨우 자리잡은 곳이 조폭 나부랭이 집이라니, 그 여자도 남자 운은 지지리도 없구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냥 조폭 나부랭이도 아니고, 시퍼런 멍과 부은 얼굴, 터진 입술에도 발정하는 변태 조폭 나부랭이 말이다.

민서는 식탁 의자 위에 다리를 끌어안고 앉아서 식탁 위에 놓인 카드키와 신용카드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집에 아무 것도 없으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사요. 말했듯이 난 집에서 뭘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내 방만 건들지 않으면, 어디를 어떻게 바꾸든 상관없어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하고는 집을 나가버렸다. 언제 돌아오는지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그의 말대로 집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주방은 사용 흔적이 없었고, 찬장이나 서랍장은 텅텅 비어있었다. 냉장고는 생수와 맥주가 전부였고, 흔해빠진 라면도 하나 없었다. 아니, 그릇은커녕 수저도 없으니, 정말 들어와서 잠만 자고 나가는 곳이라는 게 실감이 되었달까.

그 사람은 나의 뭘 믿고 이런 걸 떡하니 맡기고 간 걸까. 민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배가 고프니 나가서 뭘 사먹든지 해야겠다는 생각에 끌어안고 있던 다리를 내리고 일어서려는데 현관에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민서는 흠칫 놀라 벌떡 일어섰다. 어떻게 해야하지? 나가서 맞이해야 하나? 손님 주제에 그래도 되나?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제자리에서 왔다갔다하던 민서가 눈을 들었다. 검은 수트 차림의 성진이 들어오다 말고 멈춰서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아, 어서오세요.”

어색하게 인사말을 건넨 민서는 입술을 물었다. 가게에서 손님에게 건네던 인사가 자동으로 나와 버렸다. 할 말이 이것뿐이란 말인가, 속으로 자책하면서.

“나가죠.”

“네?”

나가자고? 어딜? 왜? 남자는 아무 것도 설명해주지 않고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잠시 멍하게 있던 민서는 자신이 외출 준비를 하고 오기를 기다린다는 것을 깨닫고 부리나케 그가 지정해준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녀는 방구석에 둔 가방을 뒤적거려 입고 나갈만한 옷을 꺼냈다. 근태가 찢어놓은 옷들이 주로 외출복이어서, 수트를 입고 있는 남자와 어울릴만한 옷이 없었다. 그저 후줄근해 보이지 않은 것으로 갈아입을 수밖에 없었다.

문을 열고 나오는 민서를 확인한 남자가 돌아서서 걸었다. 민서는 어색하게 서 있다가 그가 돌아보자 흠칫 놀랐다.

“안 갑니까?”

“아, 네. 가요.”

말없이 가기에, 제 차림이 마음에 안 들어 두고 가려는가 싶었던 민서는 어색하게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말이 없는 사람인 건 알겠지만, 필요한 말은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자의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백화점이었다. 여긴 왜 온 걸까? 민서는 묻고 싶었지만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것 같지 않아서 조용히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성진이 멈춰선 곳은 여성복 코너였다.

“저는 이런 것…….”

“다 찢어졌잖아요. 입을 만한 걸로 몇 개 골라요.”

“하지만…….”

거부는 거부한다는 오러를 풍기면서 미간에 주름이 잡히는 것을 본 민서는 입을 다물었다. 새삼스럽게 수트 차림의 남자 옆에 선 제 모습이 매장 안의 거울에 비쳤다. 청바지에 후드티셔츠. 지독하게 안 어울렸다.

직원이 상냥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민서의 얼룩덜룩한 얼굴을 보며 잠시 흠칫하며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긴 했지만, 얼굴에 미소를 금세 되살리며 찾는 물건이 있는지 물어왔다. 남자는 간단히 말했고, 직원은 신나게 여러 벌의 옷을 들고 와서 민서에게 권했다. 망설이는 민서를 본 그는 모두 달라고 했고, 그녀는 기겁을 했다. 민서는 부담감을 끌어안은 채로 괜찮아 보이는 몇 벌을 골랐고, 그 중 하나를 입어봤으며, 그 사이즈에 맞는 것이 여러 벌 담긴 쇼핑백을 손에 들어야 했다.

남자는 또 걸었다. 민서는 뒤를 따라갔다.

멈춰선 곳은 가구 매장이었다. 눈이 동그래진 민서를 보며 남자가 픽 웃었다.

“하루 이틀은 소파에서 자도, 계속 거기서 자는 건 무리입니다. 거기 있으면 나도 불편하고.”

그렇게 침대와 옷장, 서랍장을 샀다. 또 필요한 게 있냐는 물음에 민서는 열심히 고개를 저었다. 부담감이 목을 졸라오는데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녀의 원룸에 모두 있었다. 그가 조금 덜 무서워지면 기회를 봐서 같이 가달라고 부탁해보자고 생각했다. 혼자서는 갈 엄두가 나지 않았으니까.

백화점을 나와서 그는 또 별다른 말없이 걸었다. 차가 지하 주차장에 있는데, 그는 도로를 건넜다. 민서는 어디 가냐고 묻지도 못하고 그 뒤를 따라 걸었다.

도착한 곳은 콩나물국밥집이었다. 민서는 반가웠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를 따라 들어가 테이블에 앉았다. 계속 배에서 꼬르륵소리가 난 걸 들은 모양이었다.

국밥집에서도 민서의 얼굴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하지만 태연하게 행동하는 민서와, 점잖고 정중하게 대하는 성진의 태도에 모른 척 해주는 분위기였다. 음식은 금방 나왔고, 두 사람은 대화 없이 밥을 먹었다.

“그 새……, 그 자식 아니, 그 사람 다시 연락 온 적 있습니까?”

뜨거운 국밥을 열심히 불어가며 먹던 민서가 고개를 들었다. 뜨거운 걸 잘 먹는가보다. 뚝배기가 거의 비어 있었다. 절반 이상 남은 제 것을 숟가락으로 뒤적이며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 때 전화를 대신 받아주신 후로는 없어요. 제 원룸이나 바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죠. 어쩌면 포기했을 지도 모르고요.”

“내가 이런 말 하는 게 좀 우습지만, 경찰은 왜 안 불렀습니까?”

국밥을 뒤적이던 손이 잠깐 멈췄다.

“불렀죠. 여러 번 불렀어요. 애인 사이에 가벼운 다툼이었다, 넘어져서 다친 거다, 계단에서 굴렀다 거짓말을 잘도 늘어놨어요. 그 사람 집안이 좀 좋은가보더라고요. 조회해보더니 경찰들이 조심하는 게 눈에 보였어요. 대부분 주의를 주고 끝냈어요. 제 상처가 좀 심했을 때는 하룻밤 가둬놓긴 했는데…… 다음 날 찾아와서 더……. 암튼, 그랬어요. 경찰은 소용이 없어요.”

담담히 늘어놓는 민서의 말에 성진은 험한 욕설을 중얼거렸다. 짭새가 어떠니 하는 걸 보면 경찰을 향한 욕설인가 보았다. 민서는 웃었다.

“말씀하신 대로 남자 보는 눈이 없었네요, 제가.”

성진은 민서를 한참 쳐다보았다. 어색해진 민서가 하하 하고 웃고는 남은 국밥을 먹었다.

“천천히 먹어요. 밖에서 담배 하나 피고 오겠습니다.”

일어서서 나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민서는 숟가락을 놓았다. 이렇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과분한 도움을 받아도 되나 불안했다. 근태를 피해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 것만으로도 생명의 구함을 받은 것 같았는데, 이런 거금까지 쓰게 만들다니. 물론 그가 자발적으로 쓴 돈이긴 하지만, 그녀가 아니었으면 쓰지 않았을 돈이지 않은가 말이다. 이걸 어떻게 갚아야 할까 생각하니 막막했다.

민서는 근태를 만나기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보았다. 그 때 그녀는 행복했다. 이렇게 과분한 남자가 자기를 사랑해준다는 것에 자신감도 가졌었다. 그가 베풀어주는 것들에 감사하면서도, 사랑하는 사이인데 이 정도는 받아도 되는 거라며 당연하게 받아들였었다.

그가 그녀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떠올려본 민서는 몸서리를 쳤다.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헤어지자고 하는 거야?’라고 당당히 따지던 근태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저 남자는 나에게 뭘 바라는 걸까.

성진은 가로수 옆에서 담배 연기를 뿜었다. 뿜으면서 자신이 한 말을 곱씹었다. 경찰을 왜 안 불렀냐. 그 때도 그랬었다. 경찰을 부르자고, 아빠가 엄마를 죽기 직전까지 때린다고, 경찰 아저씨가 아빠를 잡아갔으면 좋겠다고 울면서 소리 질렀었다. 그 때 그의 엄마는 성진을 똑바로 앉혀놓고 단단히 일렀었다. 엄마는 괜찮다고, 금방 나을 거라고. 아빠가 감옥 가면 돈은 누가 벌어 오냐고, 성진이가 먹고 입고 잠자는 것은 전부 아빠 덕분이라며 경찰에 신고할 생각은 절대 하지 말라고 했었다.

입맛이 씁쓸해져 성진은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구둣발로 짓밟았다. 다 바보 같았다. 저 여자도, 그의 엄마도, 경찰들도.

식당 안으로 들어갔더니 다 먹은 건지 여자가 일어서고 있었다. 뱃속에서 요란하게 꼬르륵소리가 울리기에 많이 먹을 것 같더니, 뚝배기에 밥이 반 정도 남아 있었다.

“다 먹은 겁니까?”

“네.”

“그럼 가죠.”

그의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 민서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으로 미간에 주름을 잡고 있는 성진의 얼굴을 내내 힐끔거렸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네?”

“자꾸 쳐다보니까.”

“아…….”

운전하느라 모르는 줄 알았는데 보였나보다. 민서는 무릎 위에서 꼼지락거리는 제 손가락을 열심히 쳐다보았다.

“생각해보니까요, 전 손님 이름도 모르더라고요. 얼굴만 알지, 이름도 뭣도 아무것도 모르는 분께 이렇게 폐를 끼쳐서 어떻게 하나…… 뭐, 그런 생각이 들어서.”

“강성진입니다. 깡패고요. 서른넷이고 가족은 없습니다.”

민서는 다시 고개를 돌려 성진을 보았다. 그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앞만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목소리로 말한 것 치고는 조금 놀라웠달까.

“아……, 네.”

“깡패라고 해서 그쪽을 어떻게 할 생각 같은 건 없으니까 겁내지는 마시고.”

“그, 그런 생각은 안 했어요. 그냥…… 생각했던 것보다 나이가 많으시구나 해서요. 아, 전 한민서예요. 스물여덟이고요.”

생각보다 나이가 많다는 소리에 재미있다는 듯 성진의 입술이 늘어졌다.

“몇 살인 줄 알았는데?”

“아, 저보다 한두 살 정도 많겠구나 생각했어요.”

“칭찬으로 듣죠.”

침묵이 불편했던 민서가 생긋 웃었다. 이렇게라도 대화가 이어지니 마음이 편했다.

“말씀 편하게 하셔도 돼요. 저한테는 은인이시고, 나이도 그렇고…….”

성진의 한쪽 눈썹이 삐죽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입가에 웃음도 스몄다. 지금까지 무수히 들어왔던 형님 소리나 오빠 소리가 질린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여자가 나이를 운운하니 묘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오빠라고 부르시면 편히 하죠.”

어우야

작가입니다. "강성진입니다. 깡팹니다." 그렇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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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ᅳᅳ
멋진깡패 ..오빠에서 시작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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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폭이 사랑할 때   55

    쪽.짧게 닿았다 멀어지는 입술. 민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고개를 휙 돌려 근식을 보았다. 성진이 하는 꼴에 인상을 쓰고 있던 근식이 급하게 표정을 풀었지만 그녀가 보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이…….”뭐라 할 것 같던 민서는 성진의 가슴을 주먹으로 퍽 치고는 그의 무릎 위에서 내려가 그녀의 방으로 달아나버렸다.한 대 얻어맞은 주제에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거리며 맞은 가슴을 문지르는 성진을 보며 근식이 한숨을 쉬었다.“웃음이 나오십니까, 형님?”“귀엽잖아.”“미움받으시겠는데요?”“안 그래.”자신 있게 대답했지만, 반도 비우지 못한 민서의 밥그릇을 보고 슬쩍 미안해진 성진은 굳게 닫힌 민서의 방문을 쳐다보았다. 아직 배고플 텐데 데리고 나와서 마저 먹여야하나 고민했다.“그렇게 장난치는 모습 오랜만에 봅니다, 형님.”“아아, 싫은 내색 안 하려고 애쓰는 게 토라진 강아지 같아서.”성진의 말에 근식은 피식 웃었다. 정말 딱 그 표정이었다. 쳐다는 봐야겠는데 서운한 감정이 남아서 그냥은 못 쳐다보겠다는 표정. 미워서 안 봐야지 마음먹었다가도 애정이 깊어서 자꾸 눈이 가는, 그런 자신이 싫지만 어쩔 수 없으니 ‘쳐다는 봐 주겠다’는 표정.“자꾸 그러면 그 강아지한테 물립니다, 형님.”“경험담이냐?”“아, 지영이는 진짜로 뭅니다.”근식이 양손을 들어 허공에 무언가를 잡는 시늉을 하더니 이로 앙 물고 뜯었다. 그 모습에 성진도 피식 웃었다.“물리기 전에 그만 놀려야겠네.”아쉬운 표정으로 식탁에서 일어선 성진이 거실 소파로 가 앉았다. 근식이 탁자에 서류 뭉치를 내려놓았고, 성진이 하나씩 집어 들고 읽어 내려갔다.“지영한테 이리 와서 언니랑 둘이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해.”“예, 형님.”근식이 핸드폰을 들고 지영과 문자를 주고받는 동안에 성진은 몇 부의 서류를 더 읽었다.“김 국장 쪽에서 이상한 낌새는 없었고?”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던진 질문에 근식이 조금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틀어 성진을 보았다. 자신이 근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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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숙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잘 손질돼 반짝거리는 손톱을 엉망이 되도록 물어뜯으면서 받지 않는 상대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거는 중이었다.방문을 열고 나오던 현식이 그런 효숙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안 자고 뭐해!”“근태가 전화를 안 받아요.”현식은 찔끔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표정을 갈무리하고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그 놈의 자식, 잠수 타는 게 하루 이틀 일이야? 적당히 좀 해!”“아무리 잠수를 타도 내 전화는 받는단 말이에요! 이렇게 연락이 안 된 적이 없어요.”신경질적으로 대답한 효숙은 또다시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는 전화를 끊고 다시 발신 버튼을 눌렀다.“내가 대전 쪽 조용한 사찰에 보냈다고 했지? 가서 반성도 좀 하고 공부도 하라고 했으니까 유난 떨지 말고 들어와!”“당신은 걱정도 안 돼요? 사흘이 넘도록 전화를 안 받고 있다고요!”“걔가 어린 애야? 다 큰 사내놈을 끼고 도는 것도 정도껏이라야지!”“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요? 그러지 말고 당신이 그 사찰에 사람 좀 보내 봐요. 우리 근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엄마 전화는 왜 안 받는지 좀 물어보고…….”“적당히 좀 하라고!”현식은 큰소리로 화를 내고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효숙의 아들에 대한 집착이 심했다. 아들이 강력 범죄를 저질러서 집안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는 것 때문에 며칠 기죽어 지냈던 효숙이었다. 그런데 아침에 통화가 안 된다고 슬쩍 이야기를 꺼내더니 하루 종일 거기에만 매달려있었던 모양이었다. 퇴근하고 돌아왔는데도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저녁식사 때도 모든 걸 도우미에게 맡기고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평소 그녀의 행동과 너무 달라서 낯설 정도였다.근태는 아마 죽었을 것이었다. 아들이 강 사장의 여자에게 어떻게 했는지 사진을 보고 알았다. 제정신이 박힌 사내라면 여자가 무슨 짓을 했다 하더라도 그 지경이 되도록 때리지 않았을 것이다. 가족 중에 그렇게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까운 친척 중에도 그런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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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진이 느릿하게 입술을 맞붙인 채로 민서의 입술을 빨았다. 혀로 문지르는가 싶더니 혀 끝을 세워 민서의 입술 사이로 찔러 넣었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입술이 벌어지면서 그의 혀를 맞이하러 그녀의 혀가 나왔다. 그녀는 파고드는 성진의 혀를 휘감아 빨아들였다. 넘어오는 타액을 삼키면서 팔을 들어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하지 않겠다 했더라도 그가 요구하면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몸을 눌러오는 성진의 무게가 싫지 않았다. 맞닿아 비벼지는 피부의 감촉이 좋았다.그의 입술이 옆으로 미끄러져 그녀의 귀를 물었다. 그의 숨소리가 크게 들려 몸이 떨렸다. 뜨겁고 축축한 것이 귓구멍으로 파고들어 먹먹해졌다. 그녀는 신음했다.“다 먹을 겁니다. 어느 한 구석도 빼놓지 않고 맛볼 거예요.”“흐읏.”혀가 귓바퀴를 핥았고 입술이 귓불을 물고 빨았다. 이를 세워 가볍게 물고 당기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신음하며 몸을 떨었다.“멈추지 않을 겁니다. 울어도 안 봐줄 거예요.”귓불을 놓아준 입술이 목덜미를 타고 내려갔다. 쇄골을 빨고 움푹한 곳을 핥았다. 흔적을 남기기 위해 강하게 빨아들이기도 했다.어깨를 쓸어내린 성진의 손이 그녀의 동그란 가슴을 쥐었다. 손끝으로 유두를 갉작이며 앙가슴을 핥았다.“흑.”그녀의 손가락이 성진의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들었다. 머릿속이 뜨거워져서 신음소리를 흘리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아프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이렇게만 반응해줘요.”그의 입술이 풍만한 가슴의 살점을 한가득 물고 빨았다. 그의 손아귀 힘에 가슴이 출렁였다. 민서는 다리 사이로 뭔가 흘러내리는 느낌을 참을 수가 없어 다리를 오므렸다. 축축하고 미끄덩거리는 감각이 민망해 오므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허벅지를 비볐다. 성진은 이제 그녀의 젖꼭지를 쪽쪽 빨고 있었다. 그녀의 가장 예민한 곳이었다. 절로 앓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성진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로 그의 머리를 끌어당겼다. 그의 얼굴이 가슴살에 묻혔다.“아으읏…….

  • 조폭이 사랑할 때   51

    민서는 지금 화를 내는 중이었다. 어쩜 이렇게 고집이 센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소리라도 빽 질러볼까 싶었지만, 상대가 성진이었다. 미안하고 고맙고 부담스러우면서 어려운 사람이라 감히 실행에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신의 얼굴 상태가 어떤지 잘 알고 있었기에 표정으로 자신이 화났음을 알리는 것도 여의치가 않았다. 붓기가 많이 가라앉긴 했지만 여전히 부어있는 눈으로 노려보고 흘겨보고 째려보아도 티가 나지 않았다.“이쪽 팔을 들어요.”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테다. 민서는 입술을 꾹 다물고 양 팔을 옆구리에 붙인 채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한 번 슥 쳐다본 성진이 그녀의 팔목을 잡고 들어 올리자 팔이 힘없이 들렸다. 그는 거품이 풍성한 샤워볼로 그녀의 옆구리와 겨드랑이를 문질렀다.“혼자 씻겠다고요.”“안된다고 했습니다.”그가 다른 쪽 팔을 들라고 했지만, 그녀는 반항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의 힘에 의해 팔을 들린 채 거품칠을 당했다.“혼자 할 수 있어요.”지영이 극구 말려서 그렇지, 샤워 정도는 얼마든지 혼자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심한 타박상을 많이 입은 것이지 어디가 부러지거나 내상을 입어 수술을 한 게 아니었으니까. 좀 끙끙거리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압니다.”성진은 민서의 양쪽 팔과 옆구리에 거품이 잘 묻은 것을 확인하고 다시 그녀의 어깨에 손을 뻗었다. 입에 군침이 돌았다.민서는 한숨을 폭 내쉰 후 보지 않겠다는 듯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토라진 모습이 꽤 귀여웠다. 달래줄 생각은 없었다. 그는 지금 매우 즐거웠고, 흥분한 상태였다.조금 전 민서의 목에 묻혀놓았던 거품이 그녀의 앙가슴으로 흘러내려 있었다. 시선을 그쪽으로 옮긴 그는 입맛을 다시며 샤워볼의 거품을 자신의 손에 쥐어짰다. 그리고 흘러내린 거품 위에 두 손을 올렸다. 둥글게 원을 점점 크게 그렸다. 그의 손바닥에 그녀의 가슴이 눌렀다. 젖꼭지가 손가락 사이에 걸렸다. 그가 검지와 중지

  • 조폭이 사랑할 때   50

    꼼짝도 못하고 옆구리에 들러붙은 커다란 남자의 존재에 긴장하고 있던 민서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성진을 보았다.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자세 그대로 고른 숨을 내쉬며 잠들어 있었다.“저기요.”조심스럽게 불러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민서는 성진의 눈앞에서 가볍게 손을 흔들어보았다. 훅, 입바람으로 그의 앞머리를 날려보기도 했다. 그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금방 잠들었네.”피곤하다더니, 정말 그랬던 모양이었다. 근식의 말로는 지방에 일이 있어 잠깐 자리를 비운다고 했었다. 깡패가 출장도 가냐고 혼자 생각했던 게 생각나서 민서는 혼자 슬쩍 웃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생이 많았겠다고 속으로 위로를 건네고는 손을 들어 성진의 어깨를 도닥였다.여전히 미동도 않는 성진의 정수리를 잠시 내려다보던 민서가 슬쩍 엉덩이를 밖으로 뺐다. 허리를 잡고 있던 성진의 손이 스르륵 미끄러졌다.정말 깊이 잠든 모양이었다. 이제 상체만 빼내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 싶었다.성진의 옆에서 자는 것이 싫은 건 아니었다. 좋아하게 된 남자였고, 섹스도 한 사이였다. 아직 몸이 많이 아팠지만, 그가 요구한다면 기꺼이 응해줄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의 옆에서 도망가지 못해 안달이냐면, 아직 어색하고 부끄러워서였다.성진이 기대고 있는 어깨를 조심조심 빼는데, 그의 손이 휙 뻗어와 다시 민서의 허리를 강하게 당겨 안았다. 아파서 비명을 지를 뻔한 걸 겨우 참고는 성진을 살폈다. 그는 얼굴을 두어 번 그녀의 어깨에 부빌 뿐, 깨어난 기색은 아니었다.민서는 조심스럽게 몸을 성진 쪽으로 돌려 누웠다. 그리고 그의 머리카락을 살살 쓰다듬었다. 그렇게 해도 그가 깨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불편하잖아요. 피곤하니까 편히 자라고 그런 건데…….”타이르듯 작은 소리로 말해본 민서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가슴에 안았다. 잠결에라도 놔줄 수 없을 만큼 그녀가 좋다는데 어쩌겠는가. 정 불편하면 밀어내겠지. 그녀는 성진의 뒤통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

  • 조폭이 사랑할 때   7

    주차장에서 열리는 엘리베이터 앞에 근식이 서 있었다. 가라고 했건만 말도 안 듣고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근식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려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꾸만 몸을 빼려는 여자의 허리를 뒤쪽에서 밀고 있었는데, 그게 보였나 보다.성진은 구부정하게 허리를 구부린 채 어버버 말도 못하는 근식을 지나쳐 그의 차에 여자를 태웠다.“집이 어딥니까?”“저기…….”“주소.”딱 떨어진 그의 목소리에 여자가 머뭇거리며 주소를 말했다. 시동을 걸고 불러주는 대로 네비게이션에 입력한 성진이 고개를 들었다. 룸미러로 여전히

  • 조폭이 사랑할 때   32

    “자, 잠깐만요.”민서가 몸을 빼보려 했지만 될 리가 없었다. 그녀는 서둘러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손등에 가로막혔다. 손등에 비벼지는 입술 감촉에 어색해하는데, 그가 그녀의 손등을 핥았다. 스스로 틀어막은 입에서 놀란 비명소리가 눌려 나왔다.“보지 마라, 동혁아.”룸미러로 뒷좌석을 힐끔거리던 동혁이 근식의 낮은 경고에 헛기침을 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네, 형님.”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몸도 마음도 뜨거운 20대 초반의 남성에게는 다소 무리가 있는 주문이었다. 그가 존경해마지않는 큰형님의 애정행각이었다.

  • 조폭이 사랑할 때   2

    손님이 있는 곳을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아 자꾸만 손을 뿌리치는 근태를 가게 밖으로 끌어내려 애를 썼다.“이 년이 진짜!”자꾸만 출입구 쪽으로 자신을 밀어내는 민서의 얼굴을 향해 근태가 손을 휘둘렀고, ‘짝’ 소리와 함께 그녀의 고개가 돌아갔다. 눈물이 핑 돌았다. 민서는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뺨을 한 손으로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계속해서 근태의 등을 출입구 쪽으로 밀어냈다. 한두 번 맞아보는 것도 아닌데 새삼 충격 받을 일이겠는가. 다만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 맞았다는 것 때문에 죽고 싶을 정도로 수치스러웠다. 자신의 일터에서

  • 조폭이 사랑할 때   1

    달그락.글라스의 투명한 얼음 위에 보드카가 흘러내리며 작은 소리가 났다. 2온스. 양을 확인한 민서는 보드카 병을 내려놓고 깔루아를 집어 들었다. 보드카 양의 절반 정도 부어진 검은 커피 리큐어가 투명한 보드카와 잠시 층을 이루는가 싶더니 떨어지며 녹아내렸다. 보통 블랙러시안을 만들 때에는 한두 번 저어주는 법이지만, 이 손님은 늘 젓지 않은 블랙러시안을 주문했기에, 그녀는 그 상태 그대로 잔을 밀어 손님 앞으로 가져다 주었다.“주문하신 블랙러시안입니다.”보드카에 섞여가는 깔루아를 가만히 지켜보던 남자가 눈을 들어 그녀를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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