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하강시 사람이라면 서씨 가문의 서지혁이 냉혹하고 단호하며 여지라곤 남겨두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이 4년 전에 완벽하게 속아 넘어갔다. 이름도 모르는 여자와의 뜨거웠던 하룻밤. 그리고 10개월 후, 갓 태어난 아기를 빌미로 거액을 뜯어간 그녀. 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이토록 대담한 일을 벌인 걸까? 모두의 궁금증이 하늘을 찔렀다. 나중에 아이가 아프다는 소식에 그녀는 서씨 가문 본가로 들어갔다. 모두들 복수심에 불탄 서지혁이 절대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했다. 아무리 아들이 있다 해도 키우지 않았는데 모자간에 정이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서씨 가문 본가의 정원. 한 새침한 여자가 나무 의자에 앉아 옆에서 서류를 보던 남자의 발목을 장난스럽게 톡톡 건드리며 웃고 있었다. 그녀의 발목을 덥석 잡은 서지혁. “또 힘이 생겼어?” 여자가 콧방귀를 뀌었다. “창피하게 왜 그래?”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건강을 회복한 아이가 달려왔다. “우리 엄마 괴롭히지 말아요.”
Lihat lebih banyak식당 앞은 이미 난장판이었다. 바닥에 눌려 맞고 있는 사람은 확실히 추태준이었다.주서연은 저도 모르게 차 문을 열고 내려 가까이 다가갔다.“옷은 왜 저렇게까지 벗겨진 거예요?”추태준은 상체는 완전히 드러난 채였고 하체는 속옷만 걸친 상태였다. 신발도 이미 보이지 않았다.아무리 싸움이라 해도 저런 꼴까지 되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연재윤도 차에서 내려 그녀 곁에 섰다.“움직이기 편하려고 그랬겠죠.”추태준은 숨을 몰아쉬며 이미 반격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는지 두 손으로 머리만 겨우 감싸고 있었다.분노가 극에 달한 남자는 한참 주먹을 휘두른 뒤 다시 몸을 일으켜 발로 계속해서 차기 시작했고 입에서는 거친 욕설이 쏟아졌다.처음에는 구경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웅성거림이 번졌지만 점점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는 듯 소리가 잦아들었다.그리고 그들이 조용해진 순간 주서연도 그 대화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뭐라고 하는 거예요?”주서연은 놀란 얼굴로 연재윤 쪽을 돌아봤다.“들었어요?”연재윤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들었어요.”남자는 고함과 욕설을 섞어가며 참았던 이야기를 한꺼번에 쏟아냈다. 추태준이 맞은 이유는 단순했다. 남자의 아내와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이다.남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있었고 결국 오늘 직접 뒤를 밟아 확인까지 했다.그리고 아내가 추태준을 만나기 위해 나온 장면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됐다.두 사람은 식당 안의 룸에서 부정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었고 그는 그 현장을 그대로 목격해버린 것이었다.그래서 추태준이 입고 있던 옷은 누군가에게 뜯겨 나간 게 아니라 애초에 본인이 스스로 벗어던진 것이었다.남자는 욕설을 퍼부으며 식당 안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야, 너 당장 나와! 이제 와서 체면 챙겨? 그럼 진작에 뭘 했는데!”주서연이 선 위치에서는 안쪽 상황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연재윤이 곧바로 따라붙어 그녀를 옆에서 막아섰다.“조심해요
주서연 옆으로 자리가 하나 더 놓여있었기에 연재윤은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앉았다. 그는 곁에 준비되어 있던 물수건을 집어 들며 맞은편에 앉아 있던 사람을 향해 시선을 들었다.“유 대표님도 계셨네요.”이전 연상훈이 주최했던 연회에서 이미 한 번 만나 인사를 나눈 사이였다.유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연 대표님께서 아직도 저를 기억하시네요.”연재윤은 담담하게 웃었다.“이제 연 대표도 아닙니다. 그냥 이름으로 불러주시면 됩니다.”그는 말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주서연의 손을 끌어다가 티슈로 그녀의 손가락 사이사이를 천천히 닦아 주었다. 아까 들어올 때부터 두 사람이 손을 꼭 잡고 있었던 터라 이미 사람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하고도 남았다.다만 그들의 머릿속에는 더 큰 의문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대체 왜 주서연이 연재윤과 함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왜 주태섭 부부가 이를 막지 않고 가만히 보고만 있는지 말이다.연재윤은 주서연의 손을 정성스레 닦아 준 뒤, 티슈를 옆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빈 잔 하나를 집어 술을 가득 채우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첫 잔은 주태섭을 향한 것이었다. 주태섭은 주스가 담긴 잔을 들고 자리에서 가볍게 잔을 맞댔다.연재윤은 두 손으로 잔을 받쳐 든 채 일부러 잔의 높이를 주태섭보다 한참 낮게 내리깔고는 그대로 단숨에 술을 비워냈다.이어 같은 흐름으로 강선영에게도 잔을 올렸다. 강선영 역시 주태섭과 비슷하게 가벼운 목례로 응했다. 보기에는 흠잡을 데 없이 정중한 인사였고 연재윤의 태도는 윗사람을 예우하는 아랫사람의 태도에 가까웠다.연재윤은 다시 자리에 앉아 술을 한 잔 더 따랐다. 이번 잔의 타깃은 유 대표였다.“연회에서 언젠가 한 번은 협업해 보자고 말씀 나누었었는데 여러 사정으로 제가 회사를 떠나게 됐습니다. 혹시 지금도 연성 그룹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신지요.”유 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잔을 들었다.“이미 진행 중입니다. 상무였던 자가 지금 대표를 하고 있죠. 예전부터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 사람
연재윤의 답장은 금세 도착했다.[괜찮아요. 볼일 보세요. 저 신경 쓰지 마시고요.]혹시라도 주서연이 부담을 느낄까 봐 덧붙였다.[어차피 저도 심심해서요. 이따가 근처나 좀 돌아다닐 생각이에요.]주서연은 길게 답장을 주고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짧게 답했다.[네.]휴대폰을 내려놓자마자 식탁 위의 화제가 자연스럽게 주서연에게로 옮겨갔다.한 사람이 주태섭을 향해 말했다.“모레 출발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서연 씨 일은 일단 미뤄 두시는 겁니까?”주서연은 영문을 몰라 눈을 깜빡였다.“네?”주태섭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말씀이신가요?”그러다 주서연을 한번 돌아보더니 연재윤과의 일을 말하는 줄 알고 오해한 듯했다.“서연이 일이라면 아직 서두를 생각은 없습니다.”상대는 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급한 일은 아니죠. 회장님 돌아오신 뒤에 진행하셔도 됩니다.”그러더니 말을 이었다.“추씨 가문 쪽에서 들리는 얘기로는 두 아이 일부터 먼저 정리하실 줄 알았습니다.”주태섭이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추씨 가문이라고요? 거기서 무슨 얘기를 했습니까?”주태섭은 묻고 나서야 대강 짐작이 갔다.“설마 추태준이 우리 딸이랑 곧 결혼이라도 한다고 말한 겁니까?”상대는 그의 반응을 보고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눈치챘다.“아닌 겁니까?”주태섭이 다시 물었다.“그 얘기는 언제 들으셨습니까?”상대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어제쯤이었습니다.”그러면서 옆에 있던 사람들을 돌아봤다.“그렇죠?”주서연이 입을 열었다.“저는 추태준 씨랑 아무 관계도 없어요. 애초에 그 사람에게는 전혀 관심도 없고요.”주태섭도 곧바로 말을 이었다.“우리 주씨 가문과 추씨 가문은 사업적으로도 왕래가 없는 사이입니다. 그런데 그 집안 아들과 우리 딸이 사적으로 얽힐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연재윤은 차 안에서 좌석을 뒤로 젖힌 채 느긋하게 기대어 있었다.차 안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그는 흥얼흥얼 박자까지 맞췄다.딱히 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렇게 가
하시윤이 샤워를 마치고 나올 때 방에는 서지혁이 없었는데 아이들한테 간 듯했다.하시윤은 혼자 정리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옆에 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러다 새로운 단톡방에 또 초대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단톡방을 열어본 하시윤은 저도 모르게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화는 단 한 마디도 없었고 채팅창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전부 연재윤이 뿌린 돈 봉투 테러였다.단톡방에는 연재윤과 하시윤, 서지혁, 서인준만 들어와 있었다. 하시윤은 가장 먼저 단톡방 인원부터 확인했다. 역시나 주서연의 이름은 없었다.채팅창을 위로 아무리 올려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대체 돈 봉투를 몇 개나 뿌린 건지 셀 엄두조차 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하시윤이 먼저 메시지를 남겼다.[복권이라도 당첨됐어요?]연재윤은 거의 실시간으로 답장을 보내왔다.[드디어 사람 나타났네. 서지혁이랑 서인준은 뭐 하고 있어요?]서지혁의 휴대폰은 방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서인준은 아마 벌써 잠든 모양이었다. 하시윤은 대답 대신 되물었다.[돈을 이렇게 뿌려대시는 걸 보니 통장에 돈이 아주 넘쳐나나 봐요?]연재윤은 답답하다는 듯 안달복달하며 재촉했다.[둘 다 자는 거예요? 얼른 좀 깨워봐요. 빨리요, 빨리! 저 발표할 거 있단 말이에요.]하시윤은 피식 웃음이 터졌다.연재윤은 원래부터 감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다 드러나는 사람이었다. 좋은 일이 생겼는지, 혹은 속상한 일이 있는지 한눈에 보일 정도였다. 감정을 조금도 숨기지 못하는 성격이라 무슨 일이 있으면 사방에 나 티를 팍팍 내고 다녔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채팅창에 올라오는 메시지만 봐도 무슨 상황인지 대번에 짐작이 갔다.하시윤이 물었다.[서연 씨랑 정식으로 사귀게 되신 거예요?]그 메시지를 끝으로 연재윤에게서 한동안 답이 없었다.하시윤은 침대에서 내려와 방을 나섰다. 거실 복도로 나오기가 무섭게 연재윤의 톡이 요란하게 울렸다.[아, 방금 그 메시지 좀 취소해 줘요! 그 말은 제가 먼저 멋있게 하려고 했단
서인준이 놀란 눈으로 하시윤을 쳐다봤다.“저한테 이러기예요? 순한 토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매운 고추였네요?”그러더니 껄껄 웃으며 말을 이었다.“마침 우리 형도 매운 걸 좋아하거든요. 형 입맛에 딱 맞겠어요.”두 사람이 계속 무표정하게 쳐다보는 걸 보고는 피식 웃었다가 하시윤에게 말했다.“형수님도 참. 어쩜 농담 하나 못 받아요? 재미없게.”그때 가정부가 노크하고 들어오더니 심연정이 왔다고 전했다.그 말에 서인준은 즉시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또 왔어? 왜 만날 우리 집만 들락거리는 거야? 자기 집이 없대? 그
서지혁은 회사에 휴가까지 내고 하시윤의 정기 검진에 동행했다.미리 의사에게 연락해 둔 덕분에 대기 시간 없이 일사천리로 검사를 마칠 수 있었다. 초음파 결과지를 받아 든 두 사람은 곧장 병원을 나섰다.공복 상태였던 하시윤은 허기가 졌는지 서둘러 아침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이른 시간부터 서두른 덕분에 조금이라도 빨리 먹을 수 있었다.차에 올라타자 서지혁이 물었다.“특별히 먹고 싶은 거 있어?”“응. 어젯밤부터 계속 생각나더라.”그녀가 말한 만둣집은 하씨 가문 저택 근처에 있었다. 첫째 서정우를 임신했을 때도 자주 들렀던
다음 날 아주 일찍 일어난 하시윤은 먼저 부엌에 들른 후 위층으로 올라갔다.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서정우는 가정부가 물을 가져와 얼굴을 씻고 이를 닦아주자 매우 불만스러운 듯 투정을 부리고 잘 협조하지 않았다.하시윤이 다가가 말했다.“제가 할게요.”하시윤이 대신하자 서정우는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아직 자고 싶다며 일어나기 싫다고 병원에 가기 싫다고 투덜댔다.하시윤은 녀석의 몸을 깨끗이 닦아주고 옷을 갈아입혀 모두 준비를 마친 후 품에 안고 토닥였다.“그럼 좀 더 자.”서정우는 정
태아 심음 검사를 마칠 때쯤, 서지혁이 병실로 들어왔다.오후 내내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다며 자리를 비웠는데 정말 업무 때문이었는지는 하시윤으로서도 알 길이 없었다.한동안 서경민이 신출귀몰하더니 이제는 서지혁까지 그 모양이었다.이미 서정우의 병실에 들렀다 온 서지혁이 다가오며 말했다.“정우 쪽은 오늘 밤에 인준이가 지키기로 했어. 내일은 별다른 일정이 없다면서 하룻밤 같이 있고 싶다네.”하시윤은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다른 화제를 꺼냈다.“조금 전에 경찰들이 왔었어.”이미 소식을 들었는지 서지혁이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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