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고등학교 시절의 아픔 뒤로 조용히 살아가던 홍이수. 별안간 그녀 앞에 나타난 역대급 비주얼의 불청객, 남현준. 생전 처음 보는 미남이 알은 체 하며 다가왔다. 심지어 부모님에게도 숨긴 지난 과거의 모습을 안단다. 필사적으로 피했지만 생애 첫 알바에서 그 미남을, 남현준을 트레이너로 만났다. 사람들은 이걸 운명의 장난이라 명하던가. 뭐든 느린 이수의 속도에 맞춰 서로에게 스며든 관계는 이수의 엉뚱한 자아를 심폐소생시키고, 급기야 그를 향한 아찔한 욕망까지 피어오르게 되는데. 불같이 뜨거웠던 성탄의 밤. 축복인 줄 알았던 사랑이 잔인한 저주로 변해버렸다. 서툴고 미숙했던 스무 살, 얼룩진 첫사랑의 기억. 다시 새로고침할 수 있을까.
View More드디어 준호가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 왔다. 오늘은 이수와 함께 이수의 어머니를 만나는 날이다. 일찍이 일을 시작한 탓에 현장에서 경험한 연령대 별 맞춤 대응법이 장착된 준호였다. 시원시원하고 일 잘하는 준호는 현장에서 인기가 많았다. 될 놈들은 싹부터 다르다고, 협력업체 사장들뿐 아니라 인부들도 모두 칭찬 일색이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른 준호는 근사하게 준비를 하고 나왔다. 오늘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재희를 완벽하게 제 편으로 만드는 것. 차에 탄 준호는 백미러를 통해 자기 최면을 걸듯 중얼거린 뒤 이수를 먼저 픽업하러 모스 문으로 차를 몰았다. "사장님, 저 갈게요."현준이 휴가 나온 날 분명, 이수 보러 간댔는데 왜 아무 말이 없을까. "이수야, 잠깐만."창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소라가 이수를 불러 세웠다."현준이 휴가 나온 거 알고 있지? 대화해 봤어?""네? 현준이 휴가 나왔어요?"놀란 이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소라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을 이었다."휴가 첫날 너 보러 간 줄 알았는데...? 연락도 없었나 보네... 괜찮다면 네가 먼저 연락 한 번 해 봐.""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이수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모스 문을 나왔다. 왜, 연락을 안 했지...? 내가 아직 화난 줄 알고 조심스러웠나...?빵, 빵.경적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이수가 나오기를 기다리던 준호가 동승석 창문을 열고 이수를 불렀다.생각에 빠져 입술을 비죽거리던 이수가 경적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일단 약속이 있으니 연락은 밤에 하는 걸로 미뤄두고 차에 올랐다. "보니까 나오기 전에 사장님이랑 대화하던데...""아… 현준이 휴가 나왔대."준호는 언젠가 이수가 알게 될 거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현준과 마주쳤던 것이 이틀 전이니, 사실 예상보다 늦게 알게 된 것이었다. 준호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투로 침착하게 물었다. "아, 그렇구나… 넌 모르고 있었나 봐?""응... 연락이 없었거든. 아, 물론 현준이가 연락을
잠시 후, 황급히 자리를 피했던 이수가 스태프 룸에서 나왔다. 손에는 이수의 셔츠가 들려있었다."어... 어디 가게...?"준호의 얼굴에 어둠이 내리고 이수를 향한 눈빛엔 절망이 가득했다."구준호, 나 대신 홀 좀 잠깐 맡아줘!" 아... 역시 봤구나...준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급하게 이수의 손목을 잡았다. "가지 마!"당황한 이수는 준호의 떨리는 눈동자를 번갈아 쳐다봤다. 이내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눈썹을 들어 올렸다."......?""따라가려는 거 아냐?""따라가다니? 아, 아니, 일단 나중에 얘기해. 나 나연이랑 어디 좀 다녀올게.""아, 어. 어. 다녀와." 남현준을 본 건 아닌 거 같았다. 마음이 놓였다. 왜 이렇게 찌질하냐, 정말 없어 보인다. 한순간에 이수가 남현준을 따라나설까 봐 쫄아서는... 하, 씨."나연아, 언니랑 어디 좀 가자."나연을 보며 싱긋 웃은 이수는 손목을 잡고 끌었다. 카페 뒷문으로 나가 화장실로 향했다."나연아, 첫 생리인 거지? 축하해! 일단 들어가서 이거 하고 나와. 생리대 하는 법 알지? 그리고 이 셔츠로 엉덩이 쪽을 가려야 할 것 같아.""힉!"나연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허리를 비틀고 손으로 바지 허릿단을 당기며 엉덩이를 살폈다."잘 보이진 않아서 괜찮을 것 같아. 그래도 일단 셔츠로 가려.""힝- 고마워, 언니."화장실 쪽으로 나갔던 두 사람이 다시 모스 문 정문으로 들어섰을 때, 준호는 직감했다. 나연의 허리에 둘러진 이수의 셔츠와 한 손에 들린 검은 봉투, 그리고 장미꽃. 동생에게 소중한 변화가 시작되었음을."마침 케이크도 있겠다, 우리 파티하자!"다른 손님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낮은 목소리로 축하 노래를 부르고 소리 없는 박수를 쳤다. 이수는 휴대폰을 들어 다 함께 셀카를 찍고 남매의 다정한 모습도 사진으로 남겨주었다."참, 아까 얘기는 뭐였어? 뭘 따라가?""아냐, 아냐. 잠시 내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어. 그나저나, 오늘 정말 고마워."언젠가 일어
시간이 제법 흘러 이수와 약속한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날이 다가올수록 준호에게는 날짜를 체크하는 새로운 아침 루틴이 생겼다. 오전부터 설렘을 감추지 못하던 준호는 현장 일을 평소보다 서둘러 마무리했다. 오늘은 나연을 데리고 모스 문에 갈 예정이다. 나연을 데리러 집으로 향하던 길에 나연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빠, 어디쯤이야? 시간 맞춰 나갈게. }"아, 나연아. 집에서 기다려. 오빠 좀 씻어야 해."{ 아침에 씻고 나간 거 아니야? }"그... 랬지? 아, 근데 현장에서 땀을 많이 흘렸더니 찝찝해. 이대로 나가면 나연이가 오빠 창피해 할 것 같은데?"정말... 진땀 나네.{ 알겠어. 조심히 와. }풉, 이수 언니한테 잘 보이고 싶으면서 내 핑계대기는. 내가 모를 줄 알고! 몇 분 뒤 집 앞에 도착한 준호는 서둘러 들어가 신속하게 샤워를 마쳤다. 머리에 왁스를 신경 써서 꼼꼼히 바르고 옷도 단정한 캐주얼룩으로 갈아입었다."오~ 오빠! 멋진데!""간만에 동생이랑 데이트하는데 이 정도는 입어줘야지, 안 그래?""그럼, 그럼!"나연이는 준호의 말이 맞다는 듯 끄덕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처음 카페 방문한 날 나연은 바로 눈치를 챘다. 오빠가 이수 언니를 좋아하는구나. 언니도 우리 오빠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그럼 언니랑 더,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을 테니까.준호의 진짜 의도를 다 알고 있었지만 준호가 부끄러워할까 봐 모르는 척 넘어갔다. 나연은 준호의 팔짱을 꼭 끼고 차로 향했다. "언니이~~!""나연아, 어서 와!"나연은 이수를 보자마자 달려가 품에 와락 안겼다. 이수는 웃으며 나연을 토닥였고 문가에 선 준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준호 역시 부드러운 미소로 고개를 까딱거렸다.깊은 보조개를 그리며 웃던 준호가 카페 안으로 들어서다 말고 뒤를 돌아봤다. "나연이 오늘도 너무 이쁘네! 남자친구 생긴 거 아냐?""언니... 나 우울해. 친구들 다 있는데 나만 없어... 힝. 오빠가 너무 과잉보호하는 거 같아. 언니가
"참, 현준이 곧 휴가 나온대. 그때 한번 만나서 진솔하게 얘기해 봐.""정말요? 언제 나온대요?"내내 기다려온 소식 앞에 이수는 상기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언제라고 알려줬는데, 메모를 안 해놨더니 잘 기억이 안 나네. 그런데 8월이라는 건 확실해. 8월 초중이었던 것 같아.""네!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사장님.""자, 이제 일하자."이수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일어났다. 한층 밝아진 이수를 보니 소라는 마음이 놓였다. 그 일이 있은 후 이수를 제대로 보기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혼자서 얼마나 끙끙 앓았을까 생각이 들 때면 소라는 덩달아 기분이 가라앉곤 했었다. 다행이야, 정말. 소라가 바쁜 금요일 오후 시간대를 함께해 주고 떠난 뒤 마감 업무를 마친 이수가 스태프 룸에 들어가 앞치마를 벗었다. 불을 끄려던 찰나에 문득 현준과 치던 장난이 떠올랐다.먼저 옷을 챙겨 입은 사람이 장난스레 불을 끄고 후다닥 도망쳤던 밤, 서로 먼저 나가려다 문틈에 몸이 끼어 까르르 웃음이 터졌던 순간들.이수는 그 기억 조각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현준을 곧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저, 들어왔어요."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수의 목소리가 유난히 밝고 가벼웠다."힘들었지? 오늘도 수고 많았어. 우리 딸, 기분이 좋아 보이네?""응, 좋아."옅은 미소를 머금은 이수는 재희의 팔짱을 끼고 계단 앞까지 몇 걸음 함께 걸었다."소녀, 이만 올라가겠나이다. 굿밤 되소서!"기분이 고조된 이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재희에게 장난스럽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러고는 계단을 통통 뛰어 올라갔다. 어제는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을 마셔놓고 오늘은 저렇게나 밝다. 재희는 흐뭇한 미소로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난 듯 다급하게 말을 건넸다."아, 참! 홍이수! 네 친구 준호 말이야. 밥 사 주게 날 좀 잡아 봐."이수는 재희 입에서 ‘준호’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걸음을 멈춰 세웠다. 뒤로 몇 발자국 걸어 내려
“홍이수! 진짜 혼자 가도 돼? 일본에서 필요한 거 제대로 사 올 수 있는 거지?”엄마, 재희는 앞으로 혼자 지낼 이수의 일본 생활이 조금 걱정되었다. 이수 역시 작은 걱정 하나 없었던 건 아니었다. 다만, 이왕 결정한 거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앞만 보기로 했다.이수는 일주일 뒤 대한민국 서울이 아닌, 일본 오키나와에서 살아갈 예정이다.일 년짜리 워킹 홀리데이.국내 여행도 혼자 해본 적 없던 이수지만, 용기를 내어 1년 살기를 시도해 본다.충동적으로 시작된 계획이었다. 이수는 익숙한 울타리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었었다
초인종을 앞에 두고 이수의 검지는 사시나무 떨 듯이 떨리고 있었다. 분명 주변은 한여름의 습도 가득한 진득한 날씨인데도 말이다.이수는 다른 손을 가슴 위에 올려 힘을 주었다. 손가락만큼이나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려 애 쓰는 중이었다.후….우…….내뱉는 긴 숨의 끝은 입술을 파르르 떨게 만들었다.정확히 일 년하고도 반 년 전, 바로 이 곳에서 상상도 못할 일이 이수에게 일어났다. 그것은 묵직한 트라우마가 되어 그녀의 발목을 늘어지게 잡아 끌었다.시야를 가린 눈꺼풀 뒤로 그 날의 일이 선명하게 피어올랐다. 희뿌연 안개 속에서
"안녕… 모스 문에서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순간 멈칫한 이수의 얼굴은 은은하게 달아오른 분홍빛이었다. 현준은 그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시간이 남아서 걸어왔어. 가자.""근데 우리 어디 가?""중앙 공원 갈 거야. 5시에 야외 공연장에서 영화 상영하거든."현준은 손에 들고 있던 따뜻한 커피를 이수에게 건넸다."그리고 이건 어제 말한 커피. 내가 좋아하는 향의 커피야. 좀 덥겠지만, 마셔 봐.""고마워."이수가 마실 때까지 현준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긴장된 표정으로 얼굴을 살폈다. 몸을 아예 이수 쪽으로 돌
이수는 집에 돌아와 씻은 뒤, 침대에 누웠다. 머릿속에서 현준이 떠나가질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현준과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크크큭, 홍이수, 너 진짜… 하하하!'적막한 밤공기를 가르던 그의 웃음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아오!! 홍이수! 제대로 미친 거냐고?!이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걷어차기를 수십 번 반복하고서야 겨우 진정됐다.누가 따라오는 줄 상상이나 했겠냐고…너무 창피해...그래도... 아까 평상에 함께 누워있었던 건… 너무 설렌다.***"괜찮아? 계단 오를 수 있겠어?"절뚝이던 이수는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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