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주차장에서 열리는 엘리베이터 앞에 근식이 서 있었다. 가라고 했건만 말도 안 듣고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근식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려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꾸만 몸을 빼려는 여자의 허리를 뒤쪽에서 밀고 있었는데, 그게 보였나 보다.
성진은 구부정하게 허리를 구부린 채 어버버 말도 못하는 근식을 지나쳐 그의 차에 여자를 태웠다.
“집이 어딥니까?”
“저기…….”
“주소.”
딱 떨어진 그의 목소리에 여자가 머뭇거리며 주소를 말했다. 시동을 걸고 불러주는 대로 네비게이션에 입력한 성진이 고개를 들었다. 룸미러로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근식이 보였다. 그 모습이 못마땅해 츱, 혀를 찼더니 여자가 움츠러들었다. 또 못마땅해졌지만 그는 액셀레이터를 밟았다.
그녀의 집은 그 칵테일 바에서도, 그의 사무실에서도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차에서 내려서도 머뭇거리는 여자를 재촉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저기…… 이제 정말…….”
“들어가는 것까지입니다.”
여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폼이 꽤나 불안한 모양이었다. 5층을 알리는 소리가 나자 여자는 한숨을 한 번 더 쉬고는 걸어 나갔다. 성진은 조용히 뒤를 따랐다. 두어 개의 문을 지나친 여자가 문 앞에 바짝 붙더니 도어락 버튼을 눌렀다. 띠리릭,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나자 이를 확인시키듯 성진을 돌아보았다.
“들어가세요.”
그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더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며 손짓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고개를 숙여 인사한 여자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들어가다 말고 멈춰 섰다. 지켜보던 성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뭡니까?”
“아, 아니에요.”
아니라고 대답해놓고 한 걸음 물러서는 건 또 뭔지. 성진은 성큼성큼 걸어가 여자를 옆으로 슬쩍 밀고는 문을 활짝 열었다.
오후의 뜨거운 햇빛이 그대로 들어오는 원룸 안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난장판이었다. 모든 집기류가 바닥에서 나뒹굴고 있었고, 옷가지들은 찢어진 채 흩뿌려져 있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스르르 자리에 주저앉은 여자를 뒤로하고 성진은 신발을 신은 채 안으로 들어섰다. 그릇도 깨진 채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의자며 테이블이며 멀쩡한 것이 없었다.
지랄발광을 하셨군.
여자의 반응을 봐선 그녀가 집에서 나온 후에 일이 벌어진 듯했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여자가 없어서 뒤엎은 모양이었다.
‘벨렐레레.’
경쾌한 벨소리가 울렸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점점이 검붉은 핏자국이 선명한 침대 위에 여자의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손을 뻗어 잡으려는데 여자의 작은 손이 먼저 달려들었다. 액정을 보더니 받지 않고 벨소리를 죽여 버리는 걸 보면 그 호로개잡놈인 것 같았다.
“받아보시죠.”
“아니에요. 이제…… 들어온 거 보셨으니 그만…….”
또다시 밀어내는 여자 때문에 성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여기 이런 꼴을 보고 이제 그만 가라? 그 호…… 놈이 다시 오든 말든 신경 쓰지 말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여자를 보며 성진은 으르렁거리듯 낮게 욕을 내뱉었다.
“내가 뭐 정의의 사도 그런 건 아니지만, 아가씨. 이 모양이 된 집구석에 언제 다시 찾아 올 지 모르는 개새끼를 냅두고 그냥 가는 쓰레기는 더더욱 아니란 말입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숨 밖에 안 나오는 풍경이었다. 시계를 보았다. 지금쯤 근식이 사무실에 도착해 주둥이를 털고 있을 터였다.
츱, 가볍게 혀를 찬 성진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근식이냐? 오늘 일 많아?”
-아닙니다요, 형님. 오늘은 정 이사 하나 있습니다, 형님. 내일은 불금이라 문 의원네 다섯이랑 강 회장네 둘, 한 이사네 둘 요렇게 있는데요, 형님.
“정 이사면…… 이번에도 골프장인가?”
-네, 형님.
성진은 잠시 고민했다.
“오늘은 늬들끼리 갔다 와야겠다.”
-네, 형님.
“보안 신경 쓰고.”
-네, 형님. 걱정하지 마십쇼!
우렁찬 대답소리가 썩 미덥지는 않았지만 수고해라 한 마디 던지고 전화를 끊으려 했다.
-저, 그런데 형님. 아까 그 분…… 형수님 되실 분입니까?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헛웃음이 났다. 대꾸할 가치도 없는 질문이라 인정사정없이 종료버튼을 누르고 주변을 다시 둘러보았다.
“멀쩡한 게 없어 보이지만…… 당장 급하게 쓸 만한 것만 챙기십시오.”
“네?”
“내 집으로 다시 갈 겁니다.”
“하지만…….”
“여기 있을 겁니까?”
성진은 보란 듯이 주변을 눈짓했다. 여자의 시선도 그를 따라 주변을 향했다.
“오후에 나와서 아침에 들어갑니다. 안 들어갈 때도 많습니다. 보셨겠지만 넓어서 크게 불편할 일 잘 없을 겁니다.”
성진은 망설이는 여자를 재촉해 짐을 싸게 했다. 깨지거나 부서진 잔해 틈에서 기특하게 살아남은 화장품과 찢어지지 않은 옷가지 몇 개를 챙기는 것까지 지켜보고는 뒤돌아서서 현관문까지 나와 기다렸다. 여자는 그 뒤로도 한참을 꿈지럭거렸다.
“멀었습니까?”
“아니요, 다 됐어요.”
목소리와 함께 쇼핑백 두 개를 든 여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갑시다.”
여자의 뒤로 현관문을 닫는데, 벨렐렐레 아까의 벨소리가 다시 울렸다. 성진은 여자의 손에서 핸드폰을 뺏어들었다. 액정에 뜬 이름은 ‘내 남자’였다. 헛웃음이 났다. 그렇게 쳐맞고도 내 남자인가? 말리려 손을 뻗는 여자를 무시하고 전화를 받았다. 연결되자마자 남자의 욕설이 쏟아졌다.
-이 씨발년아! 너 어디야? 어디 갔었어? 여태 누구랑 뭐 했어! 얼마나 더 쳐맞아야 정신 차릴 건데?
“이 개 호로 잡놈의 씨발 새끼야. 병신 같은 새끼가 어디 여자를 패고 이렇게 당당해? 넌 어딘데? 씨발, 뒈지고 싶지 않으면 지금 있는 곳 대.”
성진의 묵직한 욕설을 들은 상대편이 조용해졌다.
“안 들려? 불라고, 이 좆만한 새끼야!”
띠릭, 전화가 끊어졌다. 웃음이 났다. 쫄았네, 병신 새끼. 그는 잔뜩 얼어있는 여자에게 핸드폰을 돌려주고 성큼성큼 걸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3층에 멈춰있던 엘리베이터라 도착하는 건 금방이었다. 스르르 열리는 문 안으로 들어서 1층 버튼을 눌렀는데, 그 자리에 그대로 선 여자가 보였다.
“안 갑니까?”
“저기…….”
스르르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때문에 성진은 열림 버튼을 신경질적으로 눌러야 했다.
“하, 진짜!”
답답하게 구는 여자에 난데없이 얻어먹은 욕설, 이 모든 상황이 주는 짜증에 성진은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란 여자가 잔뜩 주눅 든 표정으로 얼른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민서는 보조석 바닥에 내려놓은 쇼핑백 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휙휙 지나가는 창 밖 풍경을 쳐다보기도 하고, 무릎 위에 올려놓은 자신의 손가락이 꼼지락거리는 것도 한참 쳐다보았다. 그녀는 불편했다. 남자가 말이 없어 더 불편했다. 차에 타고 난 후로 단 한 마디 없이 운전만 하고 있는 남자를 곁눈으로 힐끔 쳐다보았다.
말이 많지 않은 손님이었다. 이런저런 신변잡기적인 얘기들로 대충이나마 성향을 파악할 수 있던 다른 손님들과는 달리, 칵테일 취향 외의 것은 알 수 없던 손님이었다. 명함도 남기지 않아 이름조차 모르는 손님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의 차에 타고 있다는 것이 불안했고, 곧 그의 집에 가게 될 거라는 게 더 불안했다.
그 굴욕적이고 비참했던 섹스 뒤에 골아떨어진 근태 옆에서 한참을 울며 떨어야 했다. 이런 취급까지 받아가며 살아야 하나, 죽어버리는 것 외에 벗어날 방법이 있을까, 내가 죽고 나면 이 남자는 죄책감 같은 걸 느끼기나 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죽을 결심을 하고 집을 나왔었다. 그 곳에서 이 남자를 만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살려준 것이 하나도 고맙지 않았다. 재워준 것도 고맙지 않았다. 집까지 데려다 준 것도, 난장판이 된 집을 보고 아무 말 하지 않은 것도, 자기 집으로 가자 한 것도 전혀 고맙지 않았다. 다만 근태에게 욕을 해준 것이, 그녀의 편을 들어준 것은 고마웠다. 무서웠지만 고마웠다. 그래서 불편하고 불안하고 무서운 것을 참을 수 있었다.
다시 눈동자를 굴려 남자를 힐끔 쳐다봤다. 30대 중반 쯤 되었을까? 정면을 주시하며 운전만 하는 남자는 커다란 덩치에 비해 곱게 생긴 얼굴이었다. 다만,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오른쪽 눈썹 위에서 눈꼬리쪽으로 이어지는 흉터가 강한 인상을 풍겼다. 눈매도 좀 날카로워 보이나? 민서는 남자를 힐끔거리던 것을 그만두고 무릎 위로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남자가 근태에게 주먹을 날리던 때를 떠올려 보았다. 큰 키와 넓은 어깨가 주는 위압감, 권태로운 듯하면서도 날카롭던 눈빛, 커다란 덩치임에도 놀랄 정도의 민첩한 움직임. 그 때 이 남자가 뭐라고 했더라. ‘남자 보는 눈 좀 길러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지하주차장.
남자는 차에서 따라 내리는 민서에게 손을 내밀었다. 민서는 순간 흠칫거렸다. 짧은 순간에 수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뭐지? 악수하자는 건가? 손을 잡으려는 건가? 그럴 만큼 가까운 사이거나 호감을 나누는 사이도 아닌데 왜 갑자기? 그녀는 얼떨결에 오른손을 내밀었다. 바짝 긴장해 있는 손을 흘깃 내려다본 남자가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가져갔다. 아, 두 개니까 하나 들어준다는 거였구나. 괜히 놀랐네. 민서는 앞서 걷는 남자 뒤에서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따라 걸었다.
‘들어드리겠습니다’ 라던가 ‘가방 하나 주세요’라고 한 마디 말이라도 했다면 이렇게 놀라지는 않았을 텐데. 어지간히도 말이 없는 남자였다. 입술을 비죽이던 민서가 왼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오른손으로 옮겨 들었다. 그리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으악, 왜 하필 저걸 들고 간 거야!
난장판이 된 원룸 안에서 멀쩡한 옷들을 발굴하듯 먼저 챙기고 나서 뒤집어진 속옷 서랍을 챙겼었다. 해서 남자가 들고 있는 종이가방 제일 위쪽엔 검은색 레이스 브래지어가 얌전히 올라가 있었다. 그녀가 들고 있는 종이가방 속에는 잡다한 것들 뿐. 손잡이 끈을 묶어서 여며놓긴 했지만, 남자가 들여다보기만 하더라도 그 정체를 알아채는 데 어려움이 없을 터였다. 어으, 내가 진짜 못 살아. 남들한테 보여선 안 되는 모습만 골라서 보이고 있네, 정말.
어디론가 숨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벌써 저만치 가버린 남자 뒤로 종종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작가입니다. 이제 둘이 같이 삽니다. 흐흐......
쪽.짧게 닿았다 멀어지는 입술. 민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고개를 휙 돌려 근식을 보았다. 성진이 하는 꼴에 인상을 쓰고 있던 근식이 급하게 표정을 풀었지만 그녀가 보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이…….”뭐라 할 것 같던 민서는 성진의 가슴을 주먹으로 퍽 치고는 그의 무릎 위에서 내려가 그녀의 방으로 달아나버렸다.한 대 얻어맞은 주제에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거리며 맞은 가슴을 문지르는 성진을 보며 근식이 한숨을 쉬었다.“웃음이 나오십니까, 형님?”“귀엽잖아.”“미움받으시겠는데요?”“안 그래.”자신 있게 대답했지만, 반도 비우지 못한 민서의 밥그릇을 보고 슬쩍 미안해진 성진은 굳게 닫힌 민서의 방문을 쳐다보았다. 아직 배고플 텐데 데리고 나와서 마저 먹여야하나 고민했다.“그렇게 장난치는 모습 오랜만에 봅니다, 형님.”“아아, 싫은 내색 안 하려고 애쓰는 게 토라진 강아지 같아서.”성진의 말에 근식은 피식 웃었다. 정말 딱 그 표정이었다. 쳐다는 봐야겠는데 서운한 감정이 남아서 그냥은 못 쳐다보겠다는 표정. 미워서 안 봐야지 마음먹었다가도 애정이 깊어서 자꾸 눈이 가는, 그런 자신이 싫지만 어쩔 수 없으니 ‘쳐다는 봐 주겠다’는 표정.“자꾸 그러면 그 강아지한테 물립니다, 형님.”“경험담이냐?”“아, 지영이는 진짜로 뭅니다.”근식이 양손을 들어 허공에 무언가를 잡는 시늉을 하더니 이로 앙 물고 뜯었다. 그 모습에 성진도 피식 웃었다.“물리기 전에 그만 놀려야겠네.”아쉬운 표정으로 식탁에서 일어선 성진이 거실 소파로 가 앉았다. 근식이 탁자에 서류 뭉치를 내려놓았고, 성진이 하나씩 집어 들고 읽어 내려갔다.“지영한테 이리 와서 언니랑 둘이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해.”“예, 형님.”근식이 핸드폰을 들고 지영과 문자를 주고받는 동안에 성진은 몇 부의 서류를 더 읽었다.“김 국장 쪽에서 이상한 낌새는 없었고?”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던진 질문에 근식이 조금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틀어 성진을 보았다. 자신이 근태의
효숙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잘 손질돼 반짝거리는 손톱을 엉망이 되도록 물어뜯으면서 받지 않는 상대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거는 중이었다.방문을 열고 나오던 현식이 그런 효숙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안 자고 뭐해!”“근태가 전화를 안 받아요.”현식은 찔끔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표정을 갈무리하고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그 놈의 자식, 잠수 타는 게 하루 이틀 일이야? 적당히 좀 해!”“아무리 잠수를 타도 내 전화는 받는단 말이에요! 이렇게 연락이 안 된 적이 없어요.”신경질적으로 대답한 효숙은 또다시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는 전화를 끊고 다시 발신 버튼을 눌렀다.“내가 대전 쪽 조용한 사찰에 보냈다고 했지? 가서 반성도 좀 하고 공부도 하라고 했으니까 유난 떨지 말고 들어와!”“당신은 걱정도 안 돼요? 사흘이 넘도록 전화를 안 받고 있다고요!”“걔가 어린 애야? 다 큰 사내놈을 끼고 도는 것도 정도껏이라야지!”“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요? 그러지 말고 당신이 그 사찰에 사람 좀 보내 봐요. 우리 근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엄마 전화는 왜 안 받는지 좀 물어보고…….”“적당히 좀 하라고!”현식은 큰소리로 화를 내고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효숙의 아들에 대한 집착이 심했다. 아들이 강력 범죄를 저질러서 집안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는 것 때문에 며칠 기죽어 지냈던 효숙이었다. 그런데 아침에 통화가 안 된다고 슬쩍 이야기를 꺼내더니 하루 종일 거기에만 매달려있었던 모양이었다. 퇴근하고 돌아왔는데도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저녁식사 때도 모든 걸 도우미에게 맡기고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평소 그녀의 행동과 너무 달라서 낯설 정도였다.근태는 아마 죽었을 것이었다. 아들이 강 사장의 여자에게 어떻게 했는지 사진을 보고 알았다. 제정신이 박힌 사내라면 여자가 무슨 짓을 했다 하더라도 그 지경이 되도록 때리지 않았을 것이다. 가족 중에 그렇게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까운 친척 중에도 그런 소리를
민서는 대답 대신 손등을 입에 물고 신음을 참았다. 그런 민망한 말은 안 듣고 싶었다. 그럴 리가 없잖은가. 부끄럽고 민망해서 그만두게 하고 싶었지만, 그 은밀한 곳을 문지르고 핥고 빠는 성진의 행위가 주는 쾌감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그는 이제 그 곳에 입술을 바짝 밀착시킨 채로 쪽쪽 빨아대고 있었다. 그녀가 흘리는 물은 한 방울도 놓치지 않고 마시겠다는 그의 의지가 읽혔다. 입을 틀어막았는데도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원치 않았는데도 그녀의 몸은 자꾸만 물을 흘려댔다. 왈칵왈칵 쏟아내는 느낌이 났다. 그 곳에 밀착한 상태로 그의 혀와 입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쭙쭙거리며 빠는 소리 가운데서도 꿀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죽을 것 같았다. 민서는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성진의 머리를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힘으로 밀려날 성진이 아니었다. 오히려 혀를 구멍에 꽂은 채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그녀를 더욱 자극했다.“허읍!”민서는 억눌린 신음을 뱉으며 그를 밀어내던 손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말았다. 자극이 너무 강했다. 허리가 저절로 들썩였다. 머릿속이 쭈뼛했다. 눈물이 났다.성진은 쏟아지는 민서의 애액을 정신없이 빨아 마시며 그녀가 가볍게 절정한 것을 눈치 챘다. 정말이지 감도가 좋은 몸이었다. 그가 좆을 쑤셔박은 채였다면 그곳은 그의 것을 쭉 빨아 당겼을 것이었다. 한 발 빼고 왔음에도 싸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는 혀를 길게 내어 그 곳을 핥아 올리면서 그의 곤두선 기둥을 잡았다.“좋다고 해줘요.”“하읏.”“나를 원해줘요.”그녀의 대답이 없어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모든 몸짓과 반응이 그를 원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얼굴을 그곳에 푹 파묻은 채로 그는 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쥐고 흔들었다. 뒷골을 저릿하게 만드는 쾌감에 성진은 몸을 떨었다. 이 여자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흐읍!”“아윽!”성진의 성기가 꿀렁거리며 사정을 시작했다. 민서도 경련하듯 몸을 떨며 두
성진이 느릿하게 입술을 맞붙인 채로 민서의 입술을 빨았다. 혀로 문지르는가 싶더니 혀 끝을 세워 민서의 입술 사이로 찔러 넣었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입술이 벌어지면서 그의 혀를 맞이하러 그녀의 혀가 나왔다. 그녀는 파고드는 성진의 혀를 휘감아 빨아들였다. 넘어오는 타액을 삼키면서 팔을 들어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하지 않겠다 했더라도 그가 요구하면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몸을 눌러오는 성진의 무게가 싫지 않았다. 맞닿아 비벼지는 피부의 감촉이 좋았다.그의 입술이 옆으로 미끄러져 그녀의 귀를 물었다. 그의 숨소리가 크게 들려 몸이 떨렸다. 뜨겁고 축축한 것이 귓구멍으로 파고들어 먹먹해졌다. 그녀는 신음했다.“다 먹을 겁니다. 어느 한 구석도 빼놓지 않고 맛볼 거예요.”“흐읏.”혀가 귓바퀴를 핥았고 입술이 귓불을 물고 빨았다. 이를 세워 가볍게 물고 당기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신음하며 몸을 떨었다.“멈추지 않을 겁니다. 울어도 안 봐줄 거예요.”귓불을 놓아준 입술이 목덜미를 타고 내려갔다. 쇄골을 빨고 움푹한 곳을 핥았다. 흔적을 남기기 위해 강하게 빨아들이기도 했다.어깨를 쓸어내린 성진의 손이 그녀의 동그란 가슴을 쥐었다. 손끝으로 유두를 갉작이며 앙가슴을 핥았다.“흑.”그녀의 손가락이 성진의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들었다. 머릿속이 뜨거워져서 신음소리를 흘리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아프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이렇게만 반응해줘요.”그의 입술이 풍만한 가슴의 살점을 한가득 물고 빨았다. 그의 손아귀 힘에 가슴이 출렁였다. 민서는 다리 사이로 뭔가 흘러내리는 느낌을 참을 수가 없어 다리를 오므렸다. 축축하고 미끄덩거리는 감각이 민망해 오므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허벅지를 비볐다. 성진은 이제 그녀의 젖꼭지를 쪽쪽 빨고 있었다. 그녀의 가장 예민한 곳이었다. 절로 앓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성진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로 그의 머리를 끌어당겼다. 그의 얼굴이 가슴살에 묻혔다.“아으읏…….
민서는 지금 화를 내는 중이었다. 어쩜 이렇게 고집이 센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소리라도 빽 질러볼까 싶었지만, 상대가 성진이었다. 미안하고 고맙고 부담스러우면서 어려운 사람이라 감히 실행에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신의 얼굴 상태가 어떤지 잘 알고 있었기에 표정으로 자신이 화났음을 알리는 것도 여의치가 않았다. 붓기가 많이 가라앉긴 했지만 여전히 부어있는 눈으로 노려보고 흘겨보고 째려보아도 티가 나지 않았다.“이쪽 팔을 들어요.”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테다. 민서는 입술을 꾹 다물고 양 팔을 옆구리에 붙인 채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한 번 슥 쳐다본 성진이 그녀의 팔목을 잡고 들어 올리자 팔이 힘없이 들렸다. 그는 거품이 풍성한 샤워볼로 그녀의 옆구리와 겨드랑이를 문질렀다.“혼자 씻겠다고요.”“안된다고 했습니다.”그가 다른 쪽 팔을 들라고 했지만, 그녀는 반항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의 힘에 의해 팔을 들린 채 거품칠을 당했다.“혼자 할 수 있어요.”지영이 극구 말려서 그렇지, 샤워 정도는 얼마든지 혼자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심한 타박상을 많이 입은 것이지 어디가 부러지거나 내상을 입어 수술을 한 게 아니었으니까. 좀 끙끙거리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압니다.”성진은 민서의 양쪽 팔과 옆구리에 거품이 잘 묻은 것을 확인하고 다시 그녀의 어깨에 손을 뻗었다. 입에 군침이 돌았다.민서는 한숨을 폭 내쉰 후 보지 않겠다는 듯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토라진 모습이 꽤 귀여웠다. 달래줄 생각은 없었다. 그는 지금 매우 즐거웠고, 흥분한 상태였다.조금 전 민서의 목에 묻혀놓았던 거품이 그녀의 앙가슴으로 흘러내려 있었다. 시선을 그쪽으로 옮긴 그는 입맛을 다시며 샤워볼의 거품을 자신의 손에 쥐어짰다. 그리고 흘러내린 거품 위에 두 손을 올렸다. 둥글게 원을 점점 크게 그렸다. 그의 손바닥에 그녀의 가슴이 눌렀다. 젖꼭지가 손가락 사이에 걸렸다. 그가 검지와 중지
꼼짝도 못하고 옆구리에 들러붙은 커다란 남자의 존재에 긴장하고 있던 민서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성진을 보았다.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자세 그대로 고른 숨을 내쉬며 잠들어 있었다.“저기요.”조심스럽게 불러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민서는 성진의 눈앞에서 가볍게 손을 흔들어보았다. 훅, 입바람으로 그의 앞머리를 날려보기도 했다. 그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금방 잠들었네.”피곤하다더니, 정말 그랬던 모양이었다. 근식의 말로는 지방에 일이 있어 잠깐 자리를 비운다고 했었다. 깡패가 출장도 가냐고 혼자 생각했던 게 생각나서 민서는 혼자 슬쩍 웃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생이 많았겠다고 속으로 위로를 건네고는 손을 들어 성진의 어깨를 도닥였다.여전히 미동도 않는 성진의 정수리를 잠시 내려다보던 민서가 슬쩍 엉덩이를 밖으로 뺐다. 허리를 잡고 있던 성진의 손이 스르륵 미끄러졌다.정말 깊이 잠든 모양이었다. 이제 상체만 빼내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 싶었다.성진의 옆에서 자는 것이 싫은 건 아니었다. 좋아하게 된 남자였고, 섹스도 한 사이였다. 아직 몸이 많이 아팠지만, 그가 요구한다면 기꺼이 응해줄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의 옆에서 도망가지 못해 안달이냐면, 아직 어색하고 부끄러워서였다.성진이 기대고 있는 어깨를 조심조심 빼는데, 그의 손이 휙 뻗어와 다시 민서의 허리를 강하게 당겨 안았다. 아파서 비명을 지를 뻔한 걸 겨우 참고는 성진을 살폈다. 그는 얼굴을 두어 번 그녀의 어깨에 부빌 뿐, 깨어난 기색은 아니었다.민서는 조심스럽게 몸을 성진 쪽으로 돌려 누웠다. 그리고 그의 머리카락을 살살 쓰다듬었다. 그렇게 해도 그가 깨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불편하잖아요. 피곤하니까 편히 자라고 그런 건데…….”타이르듯 작은 소리로 말해본 민서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가슴에 안았다. 잠결에라도 놔줄 수 없을 만큼 그녀가 좋다는데 어쩌겠는가. 정 불편하면 밀어내겠지. 그녀는 성진의 뒤통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
손님이 있는 곳을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아 자꾸만 손을 뿌리치는 근태를 가게 밖으로 끌어내려 애를 썼다.“이 년이 진짜!”자꾸만 출입구 쪽으로 자신을 밀어내는 민서의 얼굴을 향해 근태가 손을 휘둘렀고, ‘짝’ 소리와 함께 그녀의 고개가 돌아갔다. 눈물이 핑 돌았다. 민서는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뺨을 한 손으로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계속해서 근태의 등을 출입구 쪽으로 밀어냈다. 한두 번 맞아보는 것도 아닌데 새삼 충격 받을 일이겠는가. 다만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 맞았다는 것 때문에 죽고 싶을 정도로 수치스러웠다. 자신의 일터에서
달그락.글라스의 투명한 얼음 위에 보드카가 흘러내리며 작은 소리가 났다. 2온스. 양을 확인한 민서는 보드카 병을 내려놓고 깔루아를 집어 들었다. 보드카 양의 절반 정도 부어진 검은 커피 리큐어가 투명한 보드카와 잠시 층을 이루는가 싶더니 떨어지며 녹아내렸다. 보통 블랙러시안을 만들 때에는 한두 번 저어주는 법이지만, 이 손님은 늘 젓지 않은 블랙러시안을 주문했기에, 그녀는 그 상태 그대로 잔을 밀어 손님 앞으로 가져다 주었다.“주문하신 블랙러시안입니다.”보드카에 섞여가는 깔루아를 가만히 지켜보던 남자가 눈을 들어 그녀를 잠시
“자, 잠깐만요.”민서가 몸을 빼보려 했지만 될 리가 없었다. 그녀는 서둘러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손등에 가로막혔다. 손등에 비벼지는 입술 감촉에 어색해하는데, 그가 그녀의 손등을 핥았다. 스스로 틀어막은 입에서 놀란 비명소리가 눌려 나왔다.“보지 마라, 동혁아.”룸미러로 뒷좌석을 힐끔거리던 동혁이 근식의 낮은 경고에 헛기침을 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네, 형님.”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몸도 마음도 뜨거운 20대 초반의 남성에게는 다소 무리가 있는 주문이었다. 그가 존경해마지않는 큰형님의 애정행각이었다.
***“하아, 하아, 오빠 조금만 천천히.”숨넘어가는 소리로 애원하는 여자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진은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절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살과 살이 맞부딪치며 나는 ‘탁탁’ 소리의 박자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밀어붙이는 남자의 힘에 흔들리는 여자는 애타게 오빠를 부르짖었다.“오, 오빠. 잠깐, 아흑, 오빠. 오빠…….”짧은 숨소리와 함께 성진은 여자의 질 안으로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절정감에 몸을 움찔거리며 더 깊이 여자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내 사정이 끝나 시들해지는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