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위스키&칵테일 전문 LP바 블루문(Blue Moon). 그곳의 주인이자 환술사 제이는 오늘도 손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보컬 트레이너 겸 음악 프로듀서 정하와 작사가 보라. 블루문에서 운영하는 음악 커뮤니티 '리버브'에서 만난 두 사람은 우연히 가수 J의 앨범 작업에 참여하게 되며 점차 가까워진다. 하지만 보라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과거가 있고, 밤에만 문을 여는 LP바 블루문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이어진다. 음악과 달빛이 이어준 두 사람의 이야기, 《크레센도 : 설렘의 울림》.
Lihat lebih banyak어느덧 작업을 시작한지도 3주가 다 되어 갔다. 전체적인 트랙 방향이 정해지고 컨셉이 확실해지며 앨범의 프로듀서들을 비롯한 스탭들이 더욱 바빠졌다. 정하와 보라도 마찬가지였다. 앨범의 메인 프로듀서인 정하와 작사가 보라는 대면 회의도 모자라 화상으로도 회의를 진행할 정도로 하루에 마주치는 일이 잦았다.“가사는 이 정도로만 수정해도 되겠네요.”“네 그럼..”“고생하셨어요. 내일 뵐게요.”그러나 딱 회의까지였다. 정하는 작업 외의 다른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피하는 것 같았다. 보라는 카페에서의 일을 해명하고 싶었다. 그런 말을 하려던 게 아니라고 설명하고 싶었지만, 그는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블루 씨?”호칭도 예전으로 돌아왔다. 이름에서 활동명으로 돌아온 것만큼이나 둘의 거리는 벌어졌다.“없으시면..”“있는데요?”결국 보라가 먼저 터져버리고 말았다. 딱히 할 말도 없었으면서 무작정 있다고 말해버렸다. 아주 잠깐 아차 싶었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번 기회마저 날려버리면 영영 회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이, 일단 커피라도 한 잔씩 하면서 회의하도록 하시죠. 제가 사 올게요.”정하의 대답도 듣지 않았다. 무작정 소리치고 나왔다. 나온 보라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주먹을 꼭 지고 자신의 머리를 치기 시작했다
약속 장소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정하는 한 가게 앞에 멈춰 유리에 비친 모습을 확인했다. 평소 잘 입지 않는 흰 셔츠에 슬랙스. 꼭 첫 면접을 보러 가는 취준생처럼 떨리기도, 설레기도 했다.“프로듀서님, 여기요!”"커피는 미리 주문해놨어요. 괜찮으시죠?"정하가 카페에 들어섰을 때 보라는 이미 도착해있었다. 평소와 다른 카페, 약속하고 만나는 자리. 모든 게 낯선 이 상황이 정하는 그저 즐거웠다.“보라 씨, 먼저 와 계셨네요! 저도 빨리 온 편인데.”정하가 웃음을 머금고 이야기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언뜻 의자를 끌어 앉으며 살핀 보라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보라 씨, 무슨 일 있어요?”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의 보라였다. 어딘가 모르게 초조해 보였다.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프로듀서님, 제가 요즘 이상했죠?”보라의 첫마디는 의외였다. 인사도, 설명도 없었다. 정하는 무슨 뜻인지 몰라 눈만 깜빡였다.“그게 무슨 뜻이에요?”“사실 프로듀서님 때문은 아니에요.”“학교 다닐 때, 저를 스토킹하는 분이 있었어요.”정하는 잠자코 들었다. 물론 더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분명한 거절 신호였다. 고백도 하지 않았는데 차인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정하는 보라의 말을 끊지 않았다. 끝까지 들어야 할 말이 생길 것 같았다.
리버브 모임 날이었다. 벌써 정하가 모임에 참여한지도 한 달이 되었다. 어색했던 첫 모임이 무색할 정도로 그는 리버브에 잘 녹아들었다. 이제는 매주 금요일이 자연스럽게 기다려졌다. 음악 작업과는 다른 이유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오늘도 재미있었습니다!”“다음 주 모임 때 뵐게요!”짧은 모임이 끝나도 아쉬운 마음이 거의 들지 않았다. 모임 이후에도 작업실에 가면 그녀를 만날 테니까. 리버브와 작업실, 작업실과 카페.. 요즘 그의 동선에는 항상 보라가 있었다. 보라가 자신의 삶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했다.“오늘 모임도 괜찮으셨나요?”이미 몇 명이 각자의 짐을 챙겨 블루문을 나간 뒤였다. 제이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보라와 정하도 자리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가방 정리를 하고 있었다.“재밌었어요.”보라가 웃으며 대답했다. 정하도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다행이네요.”몇 명이 더 나가고, 제이가 웃으며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양손에는 작은 꽃병이 들려 있었다.“피치님, 플랫님. 혹시 저번에 두 분이 드신 칵테일 기억나시나요?”“그럼요.”제이의 질문에 둘은 대답을 하면서도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정하는 제이의 양손에 들린 꽃병으로 고개를 돌렸다.“원래 개기월식 날에는 문플라워를 밖에 두면 금방 시들어서요. 괜찮으시다면 두 분께 선물로 드리고 싶은데, 어떠세요?”제이가 의미심장
“야, 너 기억 나냐?”꽤나 취한 것 같은 J가 정하에게 물었다. 테이블엔 소주 3병과 안주 접시들이 놓여 있었다. 정하는 젓가락으로 닭발 하나를 집어 입에 넣고는 J를 쳐다보았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내가 너랑 친해지고 얼마 안 됐을 때였을 거야. 한 4년 전쯤? 그때 나 진영이랑 헤어지고, 엄청 울었었잖아.”그 말에 정하는 웃음을 터트렸다. 잠시 어두웠던 표정이 편해졌다.“기억 나지. 형 그때 형수님이 다시 받아주기 전까지 매일 술 마셨잖아.”“맞아. 하, 내가 그때 술만 안 먹었어도 지금 가왕 자리 두 번은 해 먹었다.”"아주 세상을 다 잃은 느낌이었지, 그때 형."정하가 입꼬리를 올리며 소주잔을 들이켰다. 단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위스키보다 도수가 낮은데 알코올의 향은 더욱 진하게 들어왔다. 표정이 저절로 찡그려졌다.“근데 넌 요즘 왜 그렇게 죽상이냐?”“내가?”“응. 누가 보면 나라 잃은 사람인 줄 알걸.”J의 물음에 정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오늘따라 소주가 썼다. 스무살 때 처음 소주를 먹을 때가 생각나는 맛이었다.“보라 때문에?”“꼭 그것만은 아니고.. 입시생 하나가 성대결절이래. 실력도 있고 열심히 하던 애였는데.”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정하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빈 소주잔을 만지작거렸다. 울먹이던 다솔이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자신
셰이커에진 30ml, 블루큐라소 15ml, 엘더플라워 시럽 20ml, 레몬즙 10ml. 라벤더 시럽 5ml, 얼음을 넣고 가볍게 흔든다.미리 칠링해 둔 마티니 글라스에 탄산수 50ml를 천천히 부어 층이 퍼지게 만든다.월진분(月塵粉)을 소량 넣어준다문 플라워로 마무리 “‘문위스퍼’입니다. 조용한 감정을 깨우는 칵테일이죠. 어쩌면 조금 시끄러워질지도 모르겠네요.”크레센도 : 설렘의 울림 “달의 속삭임이라.. 무슨 뜻이죠?” “글쎄요, 받아들이기 나름이죠. 사랑 혹은 저주일수도요.” 칵테일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마치
“싫어, 안 해. 귀찮아.” J의 정식 제안을 듣기도 전에 정하는 J가 전화를 받자마자 거절 의사부터 밝혔다. 그러나 정하의 그런 반응을 예상한 건지, 전혀 당황하지 않은 J였다. “이번에 블루도 앨범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순간 ‘블루’라는 이름이 정하의 귓가에 꽂혔다. 볼멘소리를 하려던 기색을 감추고 잠자코 J의 말을 들었다. “너 블루 한 번도 본 적 없다며. 심지어 너 블루가 쓴 가사라면 네가 평소에 극혐하는 아이돌 노래라도 다 찾아 듣잖아.” ‘블루’ 두 글자에 정하의 마음이 뛰기 시작했다. 귀찮기만 했던 J의 프
“안녕하세요, 우정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짧은 자기소개 후 박수가 이어졌다. 정하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한 번 긁적이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정하 씨, 우리는 여기서 본명 안 써요.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잔 의미에서? 그러니까 우리 플랫님 이름은 잊어줄게요? 콜?” “아, 네!” 낯선 분위기 속 누군가 정하에게 설명했다. “그럼, 우리 이름도 알아야겠죠? 전 디스토션이에요.” “저는 4분의 4박자.” “피아노맨입니다.” 모두가 웃으며 본인의 닉네임을 소개했다. 디스토션, 4분의 4박자, 피아노맨.. 각각
오후 4시. 아직 블루문이 오픈하지 않은 시각. 젊은 남자 바텐더가 한 손엔 장갑을 끼고 얼음 집게로 커다란 얼음을 꺼냈다. 이후 그는 능숙하게 아이스픽을 집어 들고 모서리를 깎아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투박했던 얼음은 완벽한 구형의 스피어 아이스로 변해있었다. “루루, 벌써 다 끝낸 거야? 이제 나보다 능숙한걸” 제이의 말에 루루가 조용히 웃었다. 순백의 고양이는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서 있는 건 이제 스무 살 남짓 되어 보이는 청년이었다. 그가 손짓
Ulasan-ula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