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쌤, 내일 수업 없죠?”
“네. 확실히 학교 시험 기간이라 그런가, 토요일 수업이 다 캔슬이네요.” “좋겠다, 그럼 정하 쌤 내일 쉬겠네.” 부러움이 섞인 원장선생님의 말에 정하는 머쓱하게 웃었다. “그럼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인사를 하는 정하의 목소리는 씩씩했다. 작은 배낭을 멘 그가 학원을 나왔다. 학원 문 위쪽엔 ‘리버브 음악학원’이라는 글자가 쓰여있었다. 열댓 발자국을 걸으니 엘리베이터 앞이었다. 그제서야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 “안녕하세요 사장님” 정하가 익숙한 듯 바 안쪽 끄트머리에 앉았다. 아까 학원에서의 표정과는 다르게 왠지 차분해진 느낌이었다. 어쩐지 살짝 힘들어 보이기도 했다. “아, 왔어요? 오늘도 늘 마시던 걸로?” “네, 감사합니다.” 정하의 대답에 바텐더는 웃으며 위스키병을 찾았다. “여기 있네, 손님 전용 위스키.” 바텐더가 진열장 앞 작은 공간에서 위스키 잔과 웰컴 스낵을 꺼내 세팅했다. 웰컴 스낵은 작은 치즈 조각이었다. “부나하벤 12년입니다. 오늘 하루도 부디 이대로 편안하게 지나가면 좋겠네요.” 대중적인 위스키는 아니었다. 너무 강하지도, 달지도 않은 조용한 맛을 좋아하는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 정평이 나 있는 술이었다. 잔과 치즈가 담긴 작은 우드 플레이트를 받은 정하가 작게 웃고는 잔을 입에 가져다 댔다. 부나하벤 특유의 은은한 향이 천천히 올라왔다. 말린 과일의 달콤함 뒤로 차가운 바다 공기 같은 향이 스쳐 지나갔다. 정하가 간지러운 느낌이 들어 테이블 아래쪽을 바라봤다. “루루 오랜만이네~ 형이 바빠서 자주 못 왔지? 잘 지냈어?” 그는 익숙한 듯 고양이를 안아 들었다. 털을 한 번 쓸어내리니 기분 좋은 촉감이 손끝에 닿았다. 고양이에게 안부를 묻는 정하의 목소리엔 여전히 힘이 없었다. 그런 그를 응원이라도 하는 걸까. 루루는 대답하듯 꼬리를 살랑거렸다. 고고해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제법 사람을 좋아하는 고양이였다. "아, 사장님. 전부터 여쭤보고 싶었는데 이 친구 이름이 왜 루루에요?“ 루루의 털을 몇 번 더 쓰다듬으며 정하가 물었다. 정하는 의식하지 못했다. 그러나 분명 조금 전보다 편해진 표정이었다. "별 의미 없어요. 그냥 여기 블루문을 잘 지켜달란 뜻이었죠. 수호신 같은?“ 바텐더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 "그렇군요.“ 정하가 루루를 옆에 내려놓았다. 루루는 아쉬운 듯 정하를 힐끗 쳐다보고는 이내 진열장 안쪽 공간으로 사라졌다. 루루가 스쳐들어간 공간 앞 천막이 가볍게 움직였다. 아이스 볼이 담긴 락 글라스를 천천히 굴렸다. 유리와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가 허공을 울렸다. 잔의 진동이 손끝에 퍼졌다. "오늘따라 많이 지친 느낌이시네요. 손님도 그렇고, 저쪽 테이블에 앉아계신 여성분도 그렇고.“ 정하의 시선이 바텐더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정장 원피스 차림의 여자였다. 머리카락에 가려져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한눈에도 꽤 마른 체형이었다. "손님은 마지막 연애가 꽤 오래전이라고 하셨나요? 그럼 평소 친구분들이라도 자주 만나고 하세요?“ 여자에게 머물던 정하의 눈길이 다시 바텐더에게 닿았다. 아주 잠깐의 정적이 이어졌다. "아니요, 딱히. 사장님은 이럴 때 친구분들을 많이 만나시나요?“ "이 늙은이가 친구는요. 그냥 이곳에서 손님들을 뵙는 게 제 낙인걸요,“ 말을 하는 바텐더의 머리카락이 정하의 눈에 들어왔다. 희긋한 머리의 노신사 이미지가 블루문과 잘 어울렸다. "다만, 제가 이곳 블루문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있긴 하죠.” “기다리는 시간이요?” 호기심 어린 정하의 표정에 바텐더가 입꼬리를 올렸다. “네, 금요일 밤 11시에 진행하는 음악 모임이 있어요. 모두가 퇴근하고 모이는 만큼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하고 있죠.” 정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잠자코 그의 말을 들었다. “그냥 모여서 서로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요즘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하는 모임이에요. 가끔 연주나 노래도 하고요. 물론 술도 함께.” 정하는 바텐더를 보고 한 번 웃고는 계속해서 글라스 안 얼음을 굴렸다. 이윽고 바텐더는 잠시 자리를 비운다는 말과 함께 고양이가 들어간 진열장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왼손에는 진열장 위에 올려져 있던 꽃병을 든 채였다. 온전히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음악만이 조용히 공간을 채웠다. 마찬가지로 드뷔시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달빛’ 유독 익숙한 이 곡이 오늘따라 슬프게 들렸다. - 늦은 밤, 정하는 침대 위에서 휴대전화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블루문 사장님이 보내준 ‘리버브’ 모임 참여 코드였다. '손님도 그런 분들을 만나면 숨이 좀 트이지 않으실까요?‘ 아까 블루문에서 바텐더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꼴깍- 침을 한 번 삼켰다. 그리곤 다짐을 한 듯 굳은 표정의 그가 링크를 클릭했다. ’닉네임을 입력하세요‘ 망설였다. 그러나 이내 닉네임을 입력하고는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플랫(♭)‘“프로듀서님, 잠시만요!”노트를 챙겨 급하게 블루문을 빠져나가는 정하의 뒤를 보라가 다급히 쫓아갔다.“저랑 얘기 좀 해요 프로듀서님!”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더 빨리 걸었다. 잡히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을 이번에도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왜 하필 그때 노트를 테이블에 꺼내두었을까. 왜 그것을 그대로 두고 화장실을 다녀왔을까. 아니 왜 하필 어젯밤 그녀의 얼굴을 그린걸까.자신이 원망스러웠다.보라에게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그렇게 호언장담을 했는데, 결국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마음을 숨겼다. 숨긴 것도 모자라서 상처까지 줬다. 그리고 그걸 들켰다.“형, 나랑 술 한잔할래?”“형 오늘 마눌님 생신이시다. 끊어.”이런 날은 꼭 주변도 도와주지 않는다. 통화기록을 천천히 내려보며 같이 술을 마셔줄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어?”그러다가 보라와 통화한 기록이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발신인이 정하 자신이었다. 물론 보라와 통화하는 일은 어색한 일이 아니다. 같이 음악 작업을 하다 보니 하루에 네다섯 통의 전화를 할 때도 허다했다. 다만 새벽 3시가 넘어서 통화라니, 이상했다. 더 큰 문제는 그게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다.‘잠깐만.. 6월 28일?’“하
금요일 밤 블루문. 안에는 잔 부딪히는 소리와 잔잔한 음악이 어우러져 있었다. 누군가는 위스키를 홀짝였고, 누군가는 칵테일을 앞에 둔 채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죄송해요. 늦었습니다.” 문이 열리며 보라가 숨을 고른 채 들어왔다. 한참을 달렸는지, 호흡이 가빴다. “피치님, 요즘 엄청 바쁘신가 봐요. 늘 뛰어오시네.” 제이의 말에 모두가 웃었다. 보라도 숨을 헐떡이며 따라 웃었다. 동시에 정하와도 눈이 마주쳤지만 아주 찰나였다. 태연하게 웃으며 정하가 앉은 자리 반대편 자리에 가방을 올려두었다. 그런 그녀에게 제이가 웃으며 찬물을 내밀었다. “오늘도 같은 걸로?” “네?” “피치 블라썸.” 보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제이가 능청스럽게 웃었다. “아니면… 요즘은 도화가 더 어울리려나?” 그 한마디에 보라의 손끝이 잔을 스치다 멈췄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정하 역시 아주 잠깐 시선을 내리깔았다. 두 사람의 미묘한 변화를 눈치 챈건지 못 챈 건지 제이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아, 요즘 다른 바에선 ‘도화’를 ‘피치 블라썸’이란 이름을 많이 부르더라고요.” “아.. 네 부탁드릴게요 사장님.” 보라가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의자에 앉았다. 정하와 눈길
어느덧 작업을 시작한지도 3주가 다 되어 갔다. 전체적인 트랙 방향이 정해지고 컨셉이 확실해지며 앨범의 프로듀서들을 비롯한 스탭들이 더욱 바빠졌다. 정하와 보라도 마찬가지였다. 앨범의 메인 프로듀서인 정하와 작사가 보라는 대면 회의도 모자라 화상으로도 회의를 진행할 정도로 하루에 마주치는 일이 잦았다.“가사는 이 정도로만 수정해도 되겠네요.”“네 그럼..”“고생하셨어요. 내일 뵐게요.”그러나 딱 회의까지였다. 정하는 작업 외의 다른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피하는 것 같았다. 보라는 카페에서의 일을 해명하고 싶었다. 그런 말을 하려던 게 아니라고 설명하고 싶었지만, 그는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블루 씨?”호칭도 예전으로 돌아왔다. 이름에서 활동명으로 돌아온 것만큼이나 둘의 거리는 벌어졌다.“없으시면..”“있는데요?”결국 보라가 먼저 터져버리고 말았다. 딱히 할 말도 없었으면서 무작정 있다고 말해버렸다. 아주 잠깐 아차 싶었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번 기회마저 날려버리면 영영 회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이, 일단 커피라도 한 잔씩 하면서 회의하도록 하시죠. 제가 사 올게요.”정하의 대답도 듣지 않았다. 무작정 소리치고 나왔다. 나온 보라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주먹을 꼭 지고 자신의 머리를 치기 시작했다
약속 장소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정하는 한 가게 앞에 멈춰 유리에 비친 모습을 확인했다. 평소 잘 입지 않는 흰 셔츠에 슬랙스. 꼭 첫 면접을 보러 가는 취준생처럼 떨리기도, 설레기도 했다.“프로듀서님, 여기요!”"커피는 미리 주문해놨어요. 괜찮으시죠?"정하가 카페에 들어섰을 때 보라는 이미 도착해있었다. 평소와 다른 카페, 약속하고 만나는 자리. 모든 게 낯선 이 상황이 정하는 그저 즐거웠다.“보라 씨, 먼저 와 계셨네요! 저도 빨리 온 편인데.”정하가 웃음을 머금고 이야기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언뜻 의자를 끌어 앉으며 살핀 보라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보라 씨, 무슨 일 있어요?”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의 보라였다. 어딘가 모르게 초조해 보였다.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프로듀서님, 제가 요즘 이상했죠?”보라의 첫마디는 의외였다. 인사도, 설명도 없었다. 정하는 무슨 뜻인지 몰라 눈만 깜빡였다.“그게 무슨 뜻이에요?”“사실 프로듀서님 때문은 아니에요.”“학교 다닐 때, 저를 스토킹하는 분이 있었어요.”정하는 잠자코 들었다. 물론 더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분명한 거절 신호였다. 고백도 하지 않았는데 차인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정하는 보라의 말을 끊지 않았다. 끝까지 들어야 할 말이 생길 것 같았다.
리버브 모임 날이었다. 벌써 정하가 모임에 참여한지도 한 달이 되었다. 어색했던 첫 모임이 무색할 정도로 그는 리버브에 잘 녹아들었다. 이제는 매주 금요일이 자연스럽게 기다려졌다. 음악 작업과는 다른 이유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오늘도 재미있었습니다!”“다음 주 모임 때 뵐게요!”짧은 모임이 끝나도 아쉬운 마음이 거의 들지 않았다. 모임 이후에도 작업실에 가면 그녀를 만날 테니까. 리버브와 작업실, 작업실과 카페.. 요즘 그의 동선에는 항상 보라가 있었다. 보라가 자신의 삶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했다.“오늘 모임도 괜찮으셨나요?”이미 몇 명이 각자의 짐을 챙겨 블루문을 나간 뒤였다. 제이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보라와 정하도 자리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가방 정리를 하고 있었다.“재밌었어요.”보라가 웃으며 대답했다. 정하도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다행이네요.”몇 명이 더 나가고, 제이가 웃으며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양손에는 작은 꽃병이 들려 있었다.“피치님, 플랫님. 혹시 저번에 두 분이 드신 칵테일 기억나시나요?”“그럼요.”제이의 질문에 둘은 대답을 하면서도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정하는 제이의 양손에 들린 꽃병으로 고개를 돌렸다.“원래 개기월식 날에는 문플라워를 밖에 두면 금방 시들어서요. 괜찮으시다면 두 분께 선물로 드리고 싶은데, 어떠세요?”제이가 의미심장
“야, 너 기억 나냐?”꽤나 취한 것 같은 J가 정하에게 물었다. 테이블엔 소주 3병과 안주 접시들이 놓여 있었다. 정하는 젓가락으로 닭발 하나를 집어 입에 넣고는 J를 쳐다보았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내가 너랑 친해지고 얼마 안 됐을 때였을 거야. 한 4년 전쯤? 그때 나 진영이랑 헤어지고, 엄청 울었었잖아.”그 말에 정하는 웃음을 터트렸다. 잠시 어두웠던 표정이 편해졌다.“기억 나지. 형 그때 형수님이 다시 받아주기 전까지 매일 술 마셨잖아.”“맞아. 하, 내가 그때 술만 안 먹었어도 지금 가왕 자리 두 번은 해 먹었다.”"아주 세상을 다 잃은 느낌이었지, 그때 형."정하가 입꼬리를 올리며 소주잔을 들이켰다. 단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위스키보다 도수가 낮은데 알코올의 향은 더욱 진하게 들어왔다. 표정이 저절로 찡그려졌다.“근데 넌 요즘 왜 그렇게 죽상이냐?”“내가?”“응. 누가 보면 나라 잃은 사람인 줄 알걸.”J의 물음에 정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오늘따라 소주가 썼다. 스무살 때 처음 소주를 먹을 때가 생각나는 맛이었다.“보라 때문에?”“꼭 그것만은 아니고.. 입시생 하나가 성대결절이래. 실력도 있고 열심히 하던 애였는데.”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정하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빈 소주잔을 만지작거렸다. 울먹이던 다솔이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자신
오후 4시. 아직 블루문이 오픈하지 않은 시각. 젊은 남자 바텐더가 한 손엔 장갑을 끼고 얼음 집게로 커다란 얼음을 꺼냈다. 이후 그는 능숙하게 아이스픽을 집어 들고 모서리를 깎아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투박했던 얼음은 완벽한 구형의 스피어 아이스로 변해있었다. “루루, 벌써 다 끝낸 거야? 이제 나보다 능숙한걸” 제이의 말에 루루가 조용히 웃었다. 순백의 고양이는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서 있는 건 이제 스무 살 남짓 되어 보이는 청년이었다. 그가 손짓
셰이커에진 30ml, 블루큐라소 15ml, 엘더플라워 시럽 20ml, 레몬즙 10ml. 라벤더 시럽 5ml, 얼음을 넣고 가볍게 흔든다.미리 칠링해 둔 마티니 글라스에 탄산수 50ml를 천천히 부어 층이 퍼지게 만든다.월진분(月塵粉)을 소량 넣어준다문 플라워로 마무리 “‘문위스퍼’입니다. 조용한 감정을 깨우는 칵테일이죠. 어쩌면 조금 시끄러워질지도 모르겠네요.”크레센도 : 설렘의 울림 “달의 속삭임이라.. 무슨 뜻이죠?” “글쎄요, 받아들이기 나름이죠. 사랑 혹은 저주일수도요.” 칵테일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마치
“싫어, 안 해. 귀찮아.” J의 정식 제안을 듣기도 전에 정하는 J가 전화를 받자마자 거절 의사부터 밝혔다. 그러나 정하의 그런 반응을 예상한 건지, 전혀 당황하지 않은 J였다. “이번에 블루도 앨범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순간 ‘블루’라는 이름이 정하의 귓가에 꽂혔다. 볼멘소리를 하려던 기색을 감추고 잠자코 J의 말을 들었다. “너 블루 한 번도 본 적 없다며. 심지어 너 블루가 쓴 가사라면 네가 평소에 극혐하는 아이돌 노래라도 다 찾아 듣잖아.” ‘블루’ 두 글자에 정하의 마음이 뛰기 시작했다. 귀찮기만 했던 J의 프
“안녕하세요, 우정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짧은 자기소개 후 박수가 이어졌다. 정하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한 번 긁적이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정하 씨, 우리는 여기서 본명 안 써요.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잔 의미에서? 그러니까 우리 플랫님 이름은 잊어줄게요? 콜?” “아, 네!” 낯선 분위기 속 누군가 정하에게 설명했다. “그럼, 우리 이름도 알아야겠죠? 전 디스토션이에요.” “저는 4분의 4박자.” “피아노맨입니다.” 모두가 웃으며 본인의 닉네임을 소개했다. 디스토션, 4분의 4박자, 피아노맨.. 각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