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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만월

Author: 신도아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17 08:05:36

셰이커에

진 30ml, 블루큐라소 15ml, 엘더플라워 시럽 20ml, 레몬즙 10ml. 라벤더 시럽 5ml, 얼음을 넣고 가볍게 흔든다.

미리 칠링해 둔 마티니 글라스에 탄산수 50ml를 천천히 부어 층이 퍼지게 만든다.

월진분(月塵粉)을 소량 넣어준다

문 플라워로 마무리

“‘문위스퍼’입니다. 조용한 감정을 깨우는 칵테일이죠. 어쩌면 조금 시끄러워질지도 모르겠네요.”

크레센도 : 설렘의 울림

“달의 속삭임이라.. 무슨 뜻이죠?”

“글쎄요, 받아들이기 나름이죠. 사랑 혹은 저주일수도요.”

칵테일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마치 꽃이 보랏빛과 푸른색이 오묘하게 섞인 바다에 떠다니는 것 같았다. 사랑 또는 저주라는 말이 이해가 될 정도였다. 원래 그런 건 이 칵테일만큼이나 매혹적이니 말이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신사 숙녀 여러분.”

잔을 건네주곤 사장님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특히 정하를 향해 작게 입 모양을 움직이더니 진열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무언가를 알려주는 것 같기도, 주문을 외우는 것 같기도 했다.

“정말.. 예쁘네요.”

정하가 블루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블루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정하는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칵테일을 말한 건지, 눈앞의 여자를 말한 건지 본인도 알 수 없었다.

“아, 아니. 칵테일이요!”

“아, 물론 블루님도 엄청 아름다우시고요..”

고장난 듯 횡설수설하는 정하를 보고 블루가 웃음을 터트렸다.

“변명 안 하셔도 돼요. 그리고 저, 보라요. 본명 류보라예요.”

“아..”

정하가 홀린 듯 감탄했다. 보라는 그런 정하가 재밌고, 좋은 사람 같았다.

“일단 마실까요? 문위스퍼.”

보라가 먼저 잔을 들고 정하를 보며 눈짓했다. 한 모금 들이키니 향긋한 꽃향과 허브향이 입안으로 들어왔다.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목 끝이 은은하게 뜨거워졌다. 적당히 달고 적당히 더운 어른의 맛이었다.

“맛있네요.”

“그래요?”

정하도 잔에 입을 가져다 댔다. 순간이었다. 둘은 낯선 기분을 느꼈다. 세상에 단둘만 남은 기분. 찰나였지만 바의 음악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보라가 정하를 쳐다보았다. 정하 역시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둘은 마음으로 대화하는 것처럼 서로를 보았다.

이상했다. 확실히 무언가를 느끼긴 했는데 누가 먼저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

길다면 긴 시간이 지나고, 둘은 정신이라도 차리듯 좌우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맛.. 있네요.”

“그러게요.. 하하..”

둘은 어색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보라는 다시 한 번 잔을 입에 가져다 댔다. 여전히 맛있고 향기로웠지만 아까와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블루님, 아니 보라 씨는 원래 작사가가 꿈이었어요?”

“아, 아니요. 저는 사실 실용음악과 보컬 전공이에요. 한국대학교 19학번.”

‘한국대학교 19학번’이라는 보라의 말에 정하의 눈이 커졌다.

“진짜요?”

“네, 원래 가수가 꿈이었는데 여건이 안돼서 포기했었거든요. 근데도 음악은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보라가 웃었다. 웃는 모습이 조금 쓸쓸해보였다.

“....”

“저도 한국대학교 실음과에요! 보컬 전공이고, 14학번이요”

“정말요?”

정하의 대답에 보라도 놀라운 듯 눈이 커졌다. 정하와 교집합이 많았다. 그래서 신기하고, 더 무서웠다.

“근데 왜 노래 안 하세요?”

“J 형이 대단한거죠. 가수가 되는 거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대신 학원에서 아이들 보컬을 가르치고 있어요.”

“멋있네요..”

정하는 괜히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보라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정하 같은 사람이 왜 가수가 되지 않았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정하가 잔을 만지작거렸다. 희한하게도 오늘은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멋있네요..'

그 말이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달의 속삭임이 서서히 저무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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