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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s by KRYSE

나쁜사랑에 빠지다

나쁜사랑에 빠지다

중학교때 시녀로 불리던 약자인 사생아. 그녀가 모두에게 버림 받은 날 자신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생태계의 강자가 되어 나쁜 남자들과 나쁜 사랑을 빠진다. 그러다 만난 의대 최고의 바람둥이. 그와 만나고 자꾸 예전 약자로 돌아가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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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EPISODE 104
[ 미안해…… 정말 미안해, 유진아. 네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 널 그 지옥 같은 공포 속에 홀로 방치하고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소독약 냄새가 서늘하게 감도는 대학병원 응급 병실 앞 복도.요스케는 피와 땀으로 얼룩진 셔츠 차림 그대로 차가운 벽에 기대어 고개를 깊숙이 떨군 채, 완전히 영혼이 나간 사람처럼 넋이 나가 있었다.흉포하게 들이닥쳤던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는 멎었으나, 그의 머릿속은 여전히 유진의 숨이 멎어가던 오피스텔 거실의 잔상으로 터질 듯이 어지러웠다.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요스케가 신속하게 도어락을 따고 들어가 선호를 제압하고,곧바로 기도 확보 후 CPR을 시행한 덕에,유진의 뇌와 장기에는 큰 손상이 없었다는 점이었다.가느다란 호흡을 되찾은 유진은 병실로 이송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의식을 회복했다.하지만 수액이 떨어지는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병실 안,요스케의 시야 속으로 들어온 유진의 상태는 그를 분노로 불타오르게 만들었다.새하얗고 가녀린 그녀의 목덜미 위로, 강선호라는 괴물이 남기고 간 시커넓고 선명한 다섯 손가락의 목 졸린 손자국이 끔찍한 낙인처럼 박혀 있었다.그 가혹한 상흔을 똑바로 마주하는 순간,요스케는 속에서부터 살의가 치밀어 올랐다.주먹을 꽉 쥐고 떨고 있는 그의 앞에서,산소마스크를 벗어 던진 유진이 꺼칠하게 굳은 입술을 열어 나직하게 첫마디를 뱉어냈다.“선배…… 오빠… 그 사람은 지금 어떻게 됐어요?”유진은 지옥 같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간신히 의식을 찾자마자,제 목숨을 걱정하기는커녕,자신을 죽이려 들었던 가해자 강선호의 안위부터 다급하게 물었다.유진의 그 황당한 질문에,요스케는 허탈함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로 대꾸했다.“그 자식… 아직 이 병원 다른 병실에 누워있어. 근데 신체적으로 별문제는 없으니까 걱정 마. 그냥 잠깐 충격 줘서 기절시켰을 뿐이니까.”“그럼…… 우리 부모님은요? 서회장님이나 엄마한테 연락 갔어요?”유진이 창백해진 얼굴로
Last Updated: 2026-06-26
Chapter: EPISODE 103
굳게 닫힌 철제 현관문 틈새로 뿜어져 나오는 두 사람의 대화는 복도에 홀로 서 있던 요스케의 청각을 잔인하게 난도질하기 시작했다.선호의 낮고 축축한 음성이 좁은 공간을 서늘하게 울렸다.“나…… 윤정이와 결국 헤어질 거야.”“……그래서요?”유진의 목소리는 메말라 있었다.“그러니까 넌 이제 다른 생각 하지 말고,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줘.”“오빠, 진짜 미쳤어요?”유진의 입술 사이로 기가 막힌다는 듯한 날카로운 실소가 터져 나왔다.“윤정이…… 어제 우리 둘의 관계에 대해 전부 눈치채고 알았어. 그러니까 이제 너, 더 이상 윤정과의 의리 때문에 나를 피하거나 멀어질 필요 전혀 없어.”“……뭐라고요?”유진의 음성이 분노로 바르르 떨렸다.“진짜…… 오빠는 보면 볼 수록 너무 최악이네요.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는 윤정이를 책임질 생각조차 추호도 없고, 사리분별도 전혀 안 되고…… 심지어 제멋대로 망상에 빠져서 이 지독한 집착까지……. 도대체 어디까지 바닥을 더 보여줄 작정이에요? 제발 정신 좀 차려요, 강선호! 이건 내가 오빠에게 가족으로서 해줄 수 있는 정말 마지막 충고에요. 만약 오빠가 부모들의 재혼으로 엮인 내 가족이 아니었더라면…… 나 그날, 오빠 경찰에 당장 신고했을 거에요. 그러니까 이제 제발 더 이상 내 앞에 찾아오지 마세요. 날 끝까지 벼랑 끝으로 몰지 말란 말이에요!”유진의 처절한 절규에도 선호의 눈빛은 광기로 일렁였다.“네가 날 이렇게 망가뜨리고 괴물로 만든 거잖아, 서유진. 네 엄마 때문에 내 친엄마가 미쳐서 비참하게 사는 걸 뼈저리게 보면서, 내 인생에 사랑 같은 거…… 운명 같은 거…… 단 하나도 믿지 못하고 살았던 나를 이토록 변하게 만든 게…… 하필이면 너였어. 그런데…… 이제 와서 네가 날 이토록 비참하게 버리고 도망치겠다고? 아니, 난 너 절대로 못 놔줘. 너에게 난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구원이어야 해. 너도 여전히 나 사랑하잖아, 부정하지 마.”“맞아요. 한때는 오빠를 사랑했어.”유진이 피가 배어 나오는 입술을
Last Updated: 2026-06-25
Chapter: EPISODE 102
직접 구운 따뜻한 브런치로 시작했던 눈부신 주말 아침은. 어느덧 저녁노을을 지나 짙은 밤하늘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두 사람은 주말의 남은 시간마저 온전히 서로에게 내어준 채 함께 하루 종일 붙어 있었다.삼청동의 고즈넉하고 분위기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촛불을 켜두고 나눈 저녁 식사까지,완벽하리만치 평화롭고 달콤한 시간의 연속이었다.하지만 행복이 깊어질수록 뒤틀린 비극의 잔상이 유진의 숨통을 조여왔다.식사를 모두 마치고 주차장으로 향한 요스케는, 부드러운 손길로 조수석 문을 열어 유진을 태우며 나직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오늘은 일찍 너 놔줄게. 어제부터 내가 눈치 없이 내 욕심만 차리느라 널 너무 귀찮게 굴어서, 피곤하고 지쳤을 테니까.”운전석에 올라탄 그가 시동을 걸며 건넨 다정한 배려의 한마디.하지만 그의 배려 섞인 말에 유진은 가슴 한구석이 쿡 찔린 듯, 살짝 서운한 감정이 밀려왔다.참 이기적이고 모순적이었다.요스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살을 맞댈수록,이성의 통제를 벗어나 더 많이 그와 함께 얽혀 있고 싶다는 파멸적인 갈망이, 자꾸만 고개를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유진은 뾰루퉁한 시선을 감추며 짐짓 새침하게 쏘아붙였다.“선배가 밤새 무리해서 피곤한 거 아니에요? 괜히 혼자 민망하니까 내 핑계 대는 거 나 다 알아요.”유진의 짓궂은 도발에, 요스케가 핸들을 잡은 채 슬며시 고개를 돌려 위험할 정도로 농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래? 그럼…… 지금 내 집으로 다시 갈래, 후배님?”“……!”순간 유진은 숨이 턱 막히며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위험했다.이대로 그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가는,정말로 그와 24시간 내내 몸을 섞으며 함께 하려 들 터였다.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한 달이 되다가……그러다 결국 평생을 이 다정한 남자의 곁에서 함께 하고 싶어질까 봐,유진은 덜컥 거 거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엄습했다.유진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그에게 다시 차가운 방어벽을 세우며 그를
Last Updated: 2026-06-24
Chapter: EPISODE 101
“오늘…… 뭐 해?”주말의 시작을 알리는 토요일 아침 7시 정각.유진의 얌전하던 휴대폰 화면 위로 징하는 진동과 함께 요스케의 짤막한 톡이 띄워졌다.암전되어 있던 침실 안, 푸르스름한 새벽빛을 받으며 눈을 뜬 유진은 액정을 확인하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슥 올라가며 얼굴 가득 화사한 미소가 번져 나갔다.“선배… 이렇게 이른 아침에 벌써 일어난 거예요?”유진이 베개에 고개를 묻은 채 답장을 보내자, 요스케로부터 기다렸다는 듯 즉각적인 답이 날아들었다.“우리 브런치 먹으러 갈래, 후배님?”“몇 시에 요?”“바로 지금!”“네?! 나… 아직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도 안 하고 밍기적거리고 있는데……”유진은 헝클어진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톡을 보냈다.어젯밤의 격정적인 사랑의 여파로 전신이 노곤하게 풀려 있었다.“그럼… 계속 침대에서 누워서 잘 거야? 많이 피곤해?”“조금요? 가만히 시간을 계산해 보니까… 우리 어제 밤늦게까지 함께 있었잖아요. 겨우 고작 5시간 전까지 우리 같이 붙어 있었네요, 선배.”유진이 살짝 민망함을 담아 톡을 쏘아붙이자, 화면 너머 요스케의 나직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한 답장이 도착했다.“알았어. 그럼 억지로 안 깨울 테니까… 계속 편하게 자.”“네. 그럼…”“문만 열어줘!”“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유진이 깜짝 놀라 상체를 일으키자, 요스케의 거침없는 직진 대시가 문장으로 박혔다.“아니, 문 열 필요 없고 그냥 현관 비번만 톡으로 불러줘. 넌 침대 이불 속에서 계속 달콤하게 자고 있으면 되니까.”“선배, 지금 도대체 어디인데요?”유진의 다급한 물음 끝에, 곧바로 한 장의 사진이 전송되어 화면을 채웠다.낯익은 디지털 도어락과 네이비 컬러의 문틀.다름 아닌 지금 유진이 누워있는 이 오피스텔 호실의 현관문 바로 앞이었다.요스케는 이미 그녀의 집 문앞에 있었다.유진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기분 좋은 설렘에 잠시 낮게 한숨을 내쉬고는, 이내 가녀리고 작은 손가락으로 그에게 톡을 전송했다.[ 9230*
Last Updated: 2026-06-23
Chapter: EPISODE 100
따뜻한 온기가 감도는 한옥 침실 안,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까무룩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가 번쩍 눈을 떴다.순간 밀려오는 당혹감에 놀라, 급하게 어두운 스탠드 옆 시계를 가만히 확인했다.밤 11시 35분.이미 신데렐라의 마법이 풀리기 직전의 늦은 밤이었다.유진은 심장이 조바심으로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며,침대 밑바닥에 허물처럼 나뒹굴고 있던 자신의 얇은 옷가지들을 서둘러 주워, 몸에 급하게 걸치기 시작했다.옷을 다 챙겨 입은 유진은 밖으로 나가려다 말고,침대 위에서 자신으로 인해 지쳐 이미 단잠에 깊이 빠져 있는 요스케의 조각 같은 얼굴을, 잠시 동안 애틋한 시선으로 가만히 바라보았다.그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올 때마다,유진의 심장은 쿵쿵, 소리를 내며 사정없이 방망이질 쳤다.유진은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의 빗장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이 남자… 이 다정한 남자의 넓은 품 속에 영원히 갇혀서 안겨 있고 싶어. 이 가혹한 현실을 전부 다 잊어버린 채, 이대로 오늘 밤을 온전히 함께 지새우고 싶어…’하지만 유진은 찰나의 이기적인 갈망을, 서둘러 머릿속에서 지워내며 포기했다.자신이 이 남자에게 영영 눌러앉아 그를 망칠 수는 없었다.유진은 숨소리조차 죽인 채,아주 조심스럽고 고요한 걸음으로 그의 한옥 집을 슬며시 빠져나왔다.가로등 불빛만이 쓸쓸하게 내려앉은…한적한 순라길 밤거리를 홀로 걸어 집으로 가는 길,유진의 머릿속은 온통 요스케의 생각 밖에는 채워지지 않았다.뇌리 구석구석이 전부, 그의 다정한 눈빛과 목소리로 가득 차 숨을 쉬기조차 벅찼다.바로 그때,정적을 깨고 유진의 손바닥 안에서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하며 전화가 걸려 왔다.화면에 뜬 그의 이름.유진이 떨리는 손으로 버튼을 누르자마자,수화기 너머로 잠에서 막 깨어 거칠고 낮게 가라앉은 요스케의 다급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왜 나 안 깨우고 혼자 갔어? 너 지금 도대체 어디야?”그가 자신을 걱정하며 다그치는 목소리를 들은 순간,유진의 눈가에서 참았던 눈물이 주르륵 흘
Last Updated: 2026-06-22
Chapter: EPISODE 99
현관 미닫이문이 닫히고,혜경이 완전히 안심한 얼굴로 한옥을 떠나자마자,요스케는 곁에 가만히 세워두었던 유진의 가녀린 몸을 부서질 듯,그대로 다시 한번 강하게 감싸 안았다.갑작스럽게 밀려드는 그의 거대하고 단단한 악력에 유진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그의 어깨에 이마를 기댄 채 가만히 원망 섞인 나직한 목소리를 뱉어냈다.“선배…… 왜 이렇게 갑자기 무모하게 일을 크게 키우면 어떻게 해요? 우리 엄마한테 사귀는 사이니 뭐니 그런 엄청난 폭탄을 덜컥 던져버리면 어떡하냐고 요…….”유진이 전전긍긍하며 그를 밀어내려 버둥거렸지만,요스케는 아무런 말도 받아치지 않은 채,그저 묵묵히 그녀의 가냘픈 허리를 더 꽉 안고만 있을 뿐이었다.그의 품 안에서 심장 박동이 위태롭게 뛰어대고 있었다.“……요스케? 선배? 왜 그래요, 진짜?”이상하리만치 무거운 그의 침묵에…유진이 의아함을 느끼며 그의 목덜미를 조심스레 붙잡았다.한참 동안 유진의 살결에 고개를 묻고 있던 요스케가,마침내 지독하게 낮고 물기에 가득 잠겨 있는 서글픈 목소리로 어렵게 입술을 뗐다.“너……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차가운 거리에 방치되어 있었던 거야?”“네……? 갑자기 그게 무슨……”“아까 너희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 돈 한 푼 없이, 휴대폰도 없이 길거리에 맨몸으로 쫓겨났었다며. 너…… 겨우 고작 고등학교 1학년이었잖아. 그 어린 나이에 차가운 거리에서 도대체 며칠이나 견뎌낸 거냐고, 서유진?”그의 잠긴 목소리 틈새로…억누를 수 없는 지독한 분노와 유진을 향한 눈물겨운 연민이 고스란히 묻어 흘러나왔다.유진은 그의 의외의 질문에 순간 말문이 막혀 멍하니 가슴을 들썩였다.“……4일 동안요.”“4일……?”요스케의 팔 근육이 일순간 거대하게 경직되었다.“자그마치 4일씩이나?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길바닥에 혼자 버려져 있었다고? 그럼 그 시간 동안 먹는 건 대체 어떻게 해결하고… 잠은 어디서 자고 어디서 씻었던 거야?”“그냥…… 계속 멍하니 걷다가, 엘리치 본사 건물 주변만
Last Updated: 2026-06-21
운명이지만 너는 인질

운명이지만 너는 인질

자신의 기업과 아버지를 위해 세계 최고 글로벌 기업의 주인 류에게 자신을 팔았다. 그리고 3년을 그의 인질로 살았다. 그런 남자에게 지쳐 버린 유진. 불과 결혼을 3주 앞 두고, 의과 대학 수석이자 고아인 에구치와 술에 취해 하룻밤을 보낸다. 과연 유진의 진짜 운명은 누구일까? 결국 그 하룻밤으로 유진은 류와 이별하고 새 남자 에구치는 그녀의 첫사랑이 된다. 그런데 그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유진은 자꾸 류가 떠오르는데... 그때 그녀의 기업이 부도 위기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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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EPISODE 40
신라호텔에서의 숨 막히는 스포트라이트가 끝나고, 평창동 저택으로 돌아와 방에 들어서자마자, 유진은 허물을 벗듯 그대로 침대 위로 엎어졌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목과 팔목을 무겁게 조여매던 수억 원짜리 보석들을… 콘솔 위에 가차 없이 떼어내고, 12cm 킬힐을 어찌저찌 벗어 던지기는 했지만… 그게 한계였다. 여전히 숨통을 조여매는, 타이트한 연핑크색 디올 드레스를 벗어 던질 기운도, 거울 앞을 마주하고 얼굴의 두꺼운 메이크업을 지워낼 기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영혼을 짓누르는 지독한 피로감에, 속수무책으로 내리눌린 채… 유진은 그대로 암전 같은 깊고 무거운 수면 속으로 빠져들었다. 다음 날 새벽 5시. 불편한 드레스와 갑갑한 화장을 고스란히 얹은 채, 잠들어 버린 탓일까. 새벽 푸르스름한 미명 속에서, 번쩍 눈이 떠졌다. 유진은 잠시 멍한 정신으로,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다가, 온몸을 옥죄던 드레스부터, 신경질적으로 벗어 던졌다. 그리고 홀린 듯 욕실로 들어가, 수도꼭지를 돌려 뜨거운 샤워부터 시작했다. 뜨거운 물을 틀자, 순식간에 하얀 스팀으로 욕실이 가득 차, 지난 밤 잔뜩 긴장했던 근육을 이완시켰다. 유진은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에서… 어제의 불편함과 사람들의 오염된 시선들을 전부 씻어내려는 듯, 한참 동안 샤워를 했다. 그리고 촉촉한 수증기로 흐려진 거울을 손으로 슥 닦아내자, 지독한 가식의 화장기를 완전히 벗어던진… 티 없이 맑고 아기 같은 유진의 새하얀 맨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행히 어젯밤 그 두꺼운 화장을 지우지 못하고 잔 것치고는, 피부에 별다른 트러블은 생기지 않은 것 같았다. 유진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다. 트러블 생겼다가… 세상 무너진 듯 유모에게 들들 볶일 텐데… 아… 오늘은 또 얼마나 시달리려나] 샤워를 끝냈지만, 여전한 피로감이 납덩이처럼 몸을 무겁게 짓누르며 괴롭혔다. 유진은 기본 스킨케어도 바르지 않은 채, 그대로 침대에 앉아 넋을 놓았다. 그때
Last Updated: 2026-07-03
Chapter: EPISODE 39
얼음도 넣지 않은 스트레이트 위스키는 식도를 타 들어 가며 지독한 화열(火熱)을 남겼다.류의 이미 지독한 알코올 냄새와 독한 독기에 절어 있었다.유진의 평창동 저택 1층 손님방,커튼조차 걷지 않은 어둠 속에서, 그의 눈동자만이 맹수의 것처럼 번뜩였다.지난 5개월.자그마치 150일이 넘는 시간 동안,그를 피말리게 괴롭히던 유진의 잔인한 무관심이 머릿속을 헤집었다.그리고 오늘 밤,그녀의 치명적이리만치 아름다웠던 모습이 류의 마지막 이성을 사정없이 난도질했다.다른 사내들의 시선이 그녀의 부드러운 목덜미와 매끄러운 등줄기에 닿을 때마다,당장이라도 그들의 눈깔을 파버리고 싶을 만큼…그의 이성은 이미 넘실대는 거친 집착의 파도 앞에… 위태롭게 서 있는 모래성에 불과했다.바람 한 자락만 불어도, 허무하게 무너져 내릴 만큼 한계에 달해 있었다.“하……, 으윽.”류가 마른세수를 하며 거친 신음을 뱉었다.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 사이로 비틀린 생각이 쏟아져 나왔다.[이미 5개월이야. 5달을 참았다고… 널 내 몸 아래 깔고 짓이기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다고. 널 조금이라도 닮은 대용품을 안으면서까지… 온통 네 생각 밖에는 할 수 없었다고!!!]류는 주먹을 꽉 쥐었다.손톱이 손바닥 살을 파고들어, 쓰라리고 여린 속살이 드러났지만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았다.[근데 넌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거야? 정말 넌 내가 필요 없는 거니? 비열한 네 아비 말고는…… 네 인생에 난 안중에도 없는 거냐고…]억눌린 감정과 서운함이 한데 섞여 더러운 성적 갈망으로 치솟았다.유진을 향한 갈증은 이미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난 지 오래였다.류는 엉망으로 흐트러진 몸을 이끌고 침대 위로 무너지듯 쓰러졌다.침대 시트에 얼굴을 묻자,지독한 취기가 그를 현실의 벽 너머, 오직 유진만이 존재하는 가학적인 환상의 세계로 잔인하게 끌고 내려갔다.문이 열렸다.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류의 거친 발걸음이 유진의 침실 안으로 침범했다.그곳에는 순백의 화이트 코튼 파자마를 입은
Last Updated: 2026-07-03
Chapter: EPISODE 38
신라호텔 1층 로비에 류 요스케의 묵직한 마이바흐가 미끄러지듯 도착하자마자, 사방에서 미친 듯한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터져 나왔다. 백야(白夜)를 연상케 하는 눈 부신 불빛들이 어둠을 집어삼켰다. 스르륵-. 무거운 차 문이 열리고, 완벽한 블랙 수트 핏을 자랑하는 류가 먼저 내렸다. 그는 수많은 가십기자들 앞에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유진의 가느다란 손을 부드럽게 맞잡으며, 완벽한 매너로 그녀를 에스코트했다. 마침내 은막의 베일을 벗듯, 연핑크색 크리스탈 디올 드레스를 입은 유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대기하고 있던 언론사 기자들과 파파라치들이 하이에나처럼 거칠게 밀려들었다. “류 회장님! 옆에 계신 분이 KL 그룹 상속녀 서유진 씨가 맞습니까?” “오늘 공식 열애 인정하시는 겁니까! 여기 좀 봐주십시오!” 앞다투어 터지는 셔터 소리와 무질서한 인파 속에서, 류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그는 유진을 보호하듯, 그녀의 날씬하고 가녀린 허리를 제 넓은 품 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겨 안았다. 그리고 그의 단단한 팔뚝이 유진의 허리를 옥죄어왔다. 그 순간, 유진의 파격적인 백리스 드레스 자태와 탐스러운 몸매 라인을 확인한 파파라치들 사이에서… 저질스러운 휘파람 소리와 날것의 감탄사가 사방으로 쏟아졌다. “휘이익! 와우… 끝내주는데! 장난 아니네. 진짜 예뻐요!” “완전 몸매 대박인데? 휙—!” 순간, 유진의 허리를 감싸 쥐고 있던 류의 조각 같은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버렸다. 그리고 그의 턱관절에 거칠게 힘이 들어갔다. 셀러브리티들의 삶이란 원래 이런 법이었다. 대중의 자극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이 시간에… 이 장소로 그녀를 데려온 것이 맞았다. 렉스 그룹 총수의 여자가 될 정도의 미모라면, 당연히 감당해야 할 왕관의 무게이자 비즈니스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유진의 하얀 맨살과 탐스런 몸의 곡선을 따라… 노골적이고 음란하게 훑고 지나가는 낯선 남자들의 시선을 마주하는 순
Last Updated: 2026-07-02
Chapter: EPISODE 37
‘툭……!’매듭이 풀릴 듯 팽팽하게 당겨지는 소리와 함께,느슨해진 가운의 틈새로,유진의 새하얀 맨살과 가느다란 쇄골의 경계가 그의 시야에 날카롭게 걸려들었다.얇은 양모 가운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불안한 숨소리가 거칠게 얽혀들었다.베스로브 매듭을 틀어쥔 채 맹수처럼, 짓눌러오는 류의 위압감은 상상을 초월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드레스 노출에 짜증이 나,호기 있게 방문을 쳐들어왔던 기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유진은 본능적인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을 쳤다.타닥, 탁.몇 걸음 물러나지도 못해,거친 원목으로 된 방문에 등판이 쿵 하고 부딪혔다.더는 도망칠 곳이 없었다.그리고 코앞까지 밀착한 남자의 거대한 체구가 유진의 시야를 시커멓게 집어삼켰다.풀어헤쳐진 셔츠 사이로,남자의 뜨겁고 단단한 가슴팍이 들이닥치자,유진은 수치심과 공포에 눈물이 고일 것만 같았다.유진은 베스로브의 깃을 필사적으로 움켜쥐었다.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려갔다.이대로 저 오만한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수는 없었다.유진은 이 악물고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냈다.코앞까지 밀착한, 그의 넓고 단단한 가슴팍을 두 손으로 세차게 밀쳐냈다.“윽……!”예상치 못한 여자의 거센 저항에, 류의 상체가 아주 살짝 뒤로 밀려난 틈을 타,유진은 급하게 뒤를 돌아 방문 손잡이를 낚아챘다.탈출하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쾅————!고막을 찢을 듯한 거대한 파열음과 함께,유진이 막 열었던 방문이 가차 없이 닫혔다.류가 뻗은 거칠고 커다란 손바닥이, 유진의 머리 바로 옆 문짝을 무자비하게 내리누렸다.“어딜 도망가?”낮게 으르렁거리는 목소리가 유진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동시에 류는 도망치려던 유진의 가느다란 손목을 억세게 휘어잡았다.그리고 단숨에 제 쪽으로 거칠게 돌려 세웠다.“아……!”짧은 비명이 류의 단단한 흉통에 부딪혀 부서졌다.도망칠 곳 없는 밀폐된 그의 품속.사방이 남자의 거대한 실루엣과 압도적인 시더우드 향으로 차단된 감옥이었다.류의 뜨겁고 질척
Last Updated: 2026-07-01
Chapter: EPISODE 36
‘카린…’ 또 다시 마주한 그의 또 다른 스캔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하룻밤 엔조이가 아닌 진짜 열애. 유진은 도쿄의 미슐랭3스타 프렌치 식당에서, 그가 다른 여자를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저녁 식사를 하는 사진을 봤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과 겨우 한살도 차이가 나지 않는 또래 여자였다. 그 순간 유진은 슬프지도 화도 나지 않았다. 제주도의 그 밤… 그 겨우 하룻밤에, 그를 성적으로 유혹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런 식의 이별을 택한 남자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기 싫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그가 자신과 헤어지기를… 하지만 그는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끔 가십 기사에 뜨는 그 여자와 그의 연애 사진들만이… 그가 전하는 연락의 전부였다. 그리고 그녀를 잔인하게 5달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그렇게 5달이 지나고, 그는 결국 그녀에게 돌아와, 비참한 그녀를 자신의 앞에 앉게 만들었다. 마치 언제나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진은 그제서야 알았다. 자신은 이 남자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을, 그래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쩔 수 없는 거라면 포기하는 편이… 마음이라도 편하다는 것을 그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다시 만난 토요일, 아침식사 후, 둘은 각자의 방에만 있었다. 평소의 만남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식사 후 잠깐의 대화. 잔인하고 모욕적인 하지만 절대 선은 넘지 않는 약간의 스킨쉽. 오늘 주말 일정도 다른 날과 다르지 않은 일정이었다. 그리고 저녁식사 시간이 다가오자, 다시 유진의 방이 소란스러워졌다. 그가 보낸 드레스와 화려한 보석들… 명품 백과 구두들로 가득 찬 커다란 상자들이, 방 한가운데에 성벽처럼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완벽한 인형으로 치장하기 위해, 몰려든 업계 탑 디자이너들과 스타일리스트들로 꽉찬 방 안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마침내 메이크업을 마친 유진이 드레스가 들어 있는 마지막 상자를 열었다. 그러자 대기하던
Last Updated: 2026-07-01
Chapter: EPISODE 35
지하 주차장의 공기는 서늘했고,낮게 깔린 황색 조명은 콘크리트 바닥 위에 기괴한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그 음습한 침묵을 깨트린 것은…최고급 스포츠카의 가죽 시트가 쓸리는 짓궂은 마찰음,그리고 헐떡이는 숨소리였다."회장님……."차창 너머, 조수석의 시트는 깊숙이 뒤로 뉘어져 있었다.그 위로 단단한 체구의 남자가 버티고 앉아 있었고,그의 허벅지 위에는 가쁜 숨을 몰아쉬는 여자가 매달려 있었다."저희 일본 데뷔 무대…… 어땠? …… 아윽!"질문은 끝을 맺지 못했다.류는 대답 대신, 수이의 하얗고 가녀린 목덜미를 거칠게 집어삼켰기 때문이었다.뜨겁다 못해 데일 것 같은 입술이 부드러운 살결을 짓이기고,뾰족한 치열이 연약한 피부를 옥죄었다.목뼈가 부러질 듯한 악력으로 그녀를 움켜쥔 채,류는 오직 본능적인 갈증만을 채우려는 포식자처럼 포효하듯 숨을 내뿜었다."아, 읏…… 회장님…… 흐응, 우리 다른 데로 가요. 좀 조용한 곳으로……."수이는 등을 잘게 떨며 류의 넓은 어깨를 감싸 안았다.힐끗 열린 조수석 문틈으로…스며드는 지하 주차장의 한기가 소름을 돋구었지만,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뜨거웠다.여자는 스캔들이 두렵다기보다는,이 위험하고 치명적인 남자를…온전히 자신의 공간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욕망이 앞섰다."왜?"류가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낮게 가라앉은, 마치 밤안개처럼 축축하고 서늘한 목소리였다.그의 날카로우면서도 수려한 눈매가 여자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똑바로 꿰뚫었다."걱정돼? 나와 스캔들 나는 게?""까르르, 아니요. 전혀요."여자는 여우처럼 눈을 휘어 접으며, 류의 귓가에 입술을 대었다.간질거리는 숨결을 불어넣으며,잘 익은 과육을 베어 물듯, 그의 귓볼을 부드럽게 빨아올렸다."오히려 좋아. 난 회장님 여자가 되고 싶거든요. 그저 회장님이 걱정돼서… 그러죠.""그래?"류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조소인지, 혹은 단순한 흥분인지 알 수 없는 기묘한 미소였다.그는
Last Updated: 202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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