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한층 어두워진 잘생긴 얼굴을 보니 정루아는 기분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그녀가 물었다.“나 이제 가도 되지?”구태윤은 가늘고 긴 눈매로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보았다.“안 돼.”하지만 정루아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걸어갔다.굳이 제 몸을 고생시키고 싶지도 않았고, 배를 채운 이상 이곳에 더 머무를 이유도 없었다.경호원이 가로막았지만, 그녀는 앞만 보고 직진했다.금방이라도 부딪힐 듯 아슬아슬한 거리에 경호원이 기겁하며 손을 내렸다.그냥 막는 것과 신체 접촉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만약 사모님의 손가락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제 손목이 무사하지 못할 터였다.정루아는 빠른 걸음으로 별장을 나섰다.경호원의 시선이 거실 안에 있는 남자를 향했다.구태윤은 그녀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계속 감시해. 들키지 않게.”“네, 알겠습니다.”...아무도 따라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정루아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었다.어느덧 밤이 깊어 가고, 화려한 불빛이 도시를 밝혔다.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무심코 휴대폰을 켰다가 업무 단톡방의 이름이 바뀐 것을 발견했다.프로젝트 매니저가 단톡방에 회사의 인수합병 소식을 올렸다.이제 보이스 랩은 구명 그룹 산하의 미디어 부서가 되어 있었다.정루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이번에는 또 무슨 꿍꿍이란 말인가? 멀쩡한 회사를 갑자기 인수하다니.그때, 정호에게서도 메시지가 도착했다.[회사는 인수되었지만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해야 합니다. 아직 녹음 분량이 절반이나 남았으니, 사직서 낼 생각은 꿈도 꾸지 마세요.]마치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한발 앞서 퇴사 생각을 잘라버린 것이다.정루아는 짤막하게 ‘네’라고 답장을 보낸 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바로 그 순간,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의아한 마음에 인터폰 화면을 확인하자 문 앞에 서 있는 정석주가 눈에 들어왔다.여긴 왜 또 온 거지?쾅, 쾅!생각이 스치기 무섭게 현관문이 부
정루아가 대답했다.“응, 진욱 씨도 조심하고.”“알았어.”배진욱이 다정하게 말했다.바로 그때, 침실 문이 열리며 구태윤이 안으로 들어왔다.앞치마를 두른 채 심연 같은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했다.“루아야, 깼으면 내려와서 밥 먹어.”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였지만, 휴대폰 너머로 똑똑히 들릴 만한 크기였다.배진욱이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그럼 방해하지 않을게. 다음에 시간 나면 같이 밥 먹자.”“응.”정루아는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구태윤을 무시한 채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향했다.갈아입을 옷까지 챙겨 드는 모습에 구태윤도 딱히 붙잡지 않았다.샤워를 마치고 나니 한결 개운해진 기분이었다.1층으로 내려가자 이미 식탁 위에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구태윤은 거실 소파에 앉아 휴대폰으로 한창 답장을 보내는 중이었다.정루아는 그를 힐긋 쳐다보고는 곧장 현관문 쪽으로 걸어갔다.“루아야.”그대로 지나치려는 그녀를 보자, 구태윤이 나지막이 이름을 불러 세웠다.정루아는 들은 체도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문을 열자마자 입구를 가로막고 선 경호원들을 마주쳤다.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이게 무슨 짓이야?”정루아는 고개를 홱 돌렸다. 물기 어린 눈동자가 분노로 이글이글 타올랐다.구태윤이 덤덤하게 말했다.“너랑 밥 같이 먹으려고. 날 본체만체해도 좋으니까, 밥은 먹고 가.”정루아의 손이 힘이 불끈 들어갔다.그녀가 나가버릴 것을 진작에 예상하고 경호원들을 대기시켜 둔 게 분명했다.‘치사한 놈!’때마침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제 몸을 상해가면서까지 고집 부릴 생각은 없었다.그녀는 식탁으로 걸어가 자리를 잡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그제야 싸늘하게 식었던 구태윤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설령 억지로 곁에 붙잡아 둔 것에 불과할지라도 상관없었다.정루아는 시선을 내리깐 채 무표정한 얼굴로 식사에만 열중했다.구태윤은 그녀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가슴 한구석에서 정체 모를 씁쓸함과 시린 통증이 밀려들었다.예전에는
정루아의 목소리는 한결 차분해졌고, 어조 또한 단호했다.구태윤은 저도 모르게 팔을 단단히 조이며 그녀를 품에 가두었다.기어코 이혼해서, 어떻게든 그를 벗어나겠다는 건가.가슴 속 깊은 곳에서 정체 모를 불길이 치밀었다.그녀의 얼굴을 쏘아보던 시선이 이윽고 입술에 닿았다.안정을 찾은 듯 무심한 표정이었지만, 핏기 없는 입술은 평소와 달리 생기를 잃었다.그는 돌연 고개를 숙여 창백한 입술을 삼켰다.정루아의 동공이 문득 커졌다. 손을 뻗어 그를 밀쳐내려 했지만, 입맞춤은 점점 더 집요해졌다.입술을 머금고 탐하다가, 그녀가 놀라 숨을 들이켜는 틈을 타서 잽싸게 파고들었다.신경을 마비시킬 듯한 감각 속에서 숨결과 달콤한 온기를 남김없이 빼앗았다.두 사람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를 놓아준 구태윤이 붉고 탐스러운 입술을 내려다보았다.그제야 들끓던 분노가 아주 조금 가라앉는 기분이었다.정루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빨개진 눈시울로 손을 치켜들었다.하지만 따귀를 날리기 전에 손목이 덥석 붙잡혀 아래로 향했다.“나, 너랑 이혼 안 해.”구태윤은 그녀의 옆에 누워 코끝으로 뺨을 다정하게 문질렀다.“기억하지? 우리 평생 같이 살겠다고 약속했던 거.”정루아는 눈을 감았다. 속눈썹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심장이 욱신거렸고, 꽉 막힌 듯 답답한 느낌에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어젯밤에도 제대로 자지 못한 데다 오늘 이런 일까지 겪었으니, 팽팽하던 긴장이 풀리자마자 피로가 해일처럼 밀려들었다.그녀는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구태윤은 고른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먹물처럼 짙은 눈동자에는 애틋하고 깊은 집착이 서려 있었다.그는 눈앞의 여자를 묵묵히 바라보았다.이윽고 침대 옆 협탁을 열어 정교한 붉은 벨벳 상자 하나를 꺼냈다.그리고 뚜껑을 열어 안에서 반지를 집어 들고 그녀의 손을 조심스레 맞잡고 약지에 끼워주었다.다름 아닌 결혼반지였다.안쪽에는 서로의 이름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대체 이걸 어떻게 팔 생각을 했을까
“이미 눈치챘던 거 아니야? 나 계속 너 미행하고 있었는데.”구태윤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담담하게 정루아를 응시했다.어차피 무슨 말을 하든 그녀는 믿지 않을 터였다.그렇다면 차라리 미행한 걸로 믿게 두는 편이 나았다.“당신...”정루아의 고운 미간이 찌푸려지며 맑은 눈동자에 분노가 스쳤다.하지만 방금 전 자신을 구해준 일이 떠올라 차마 화를 터뜨릴 수는 없었다.결국 울컥하는 마음에 휴대폰을 꺼내 택시를 불렀다.절대 정수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무언의 시위였다.바로 그 순간, 눈앞으로 쑥 끼어든 손 하나가 그녀의 휴대폰을 낚아챘다.“이리 내놔!”정루아가 매섭게 그를 쏘아보았다.구태윤은 휴대폰을 제 주머니에 쑤셔 넣더니, 곧장 조수석 문을 열고 허리를 굽혀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품에 안긴 정루아가 버둥거렸다.“이것 놓으라고!”찰싹!구태윤이 그녀의 엉덩이를 가볍게 때리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경고했다.“정루아, 나 지금 화 많이 참는 중이야. 더 이상 자극하지 마.”기어코 배진욱을 따라 밥을 먹으러 가더니, 결국 이 사달을 냈다.이게 저 여자가 원했던 선택의 결과라니.정루아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이... 미친놈아! 당장 내려놔!”구태윤은 아예 그녀를 어깨 위로 들쳐멨다. 그래야 더는 발버둥 치지 못할 테니까.거실을 성큼성큼 가로질러 곧장 2층으로 향한 그는 정루아를 푹신한 침대 위로 내던졌다.매트리스 반동에 정루아의 몸이 꿀렁거렸다.그녀는 곧바로 몸을 뒤집어 일어나 문 쪽을 향해 뛰쳐나가려 했다.하지만 구태윤이 가느다란 발목을 움켜쥐며 아래로 잡아끌었다. 그리고 몸을 숙여 그녀를 침대 위로 짓눌렀다.“어디 가게? 아직도 그 새끼한테 미련 남았어?”뜨거운 숨결이 귓가에 닿았다.거대한 체구가 그녀를 완전히 덮쳐 옴짝달싹도 못 하게 만들었다.“이거 놓으라고! 내가 어디를 가든 당신이 무슨 상관인데? 당신이랑 같은 곳에만 안 있으면 돼!”정루아는 붉어진 눈시울로 계속 버둥거렸다.구태윤의 미간이
두 번의 급습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자, 주차 요원은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발악했다.하지만 경호원들에게 붙잡혀 옴짝달싹 못했다.이연희가 급히 다가왔다.“루아야,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어?”정루아는 여전히 구태윤의 품에 안긴 상태였다.허리를 감싼 팔에 무지막지한 힘이 들어갔고, 절대 놓치지 않을 기세로 꽉 붙들고 있었다.그녀는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응, 괜찮아.”이연희는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아까는 진짜 숨이 멎는 줄 알았어.”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배진욱을 바라보았다.“진욱 씨, 저 사람 대체 누구예요? 왜 진욱 씨를 죽이려고 한 거죠?”배진욱의 지적이고 수려한 얼굴에 짙은 죄책감이 번졌다.그는 미안함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정루아를 바라보았다.“미안, 많이 놀랐지?”정루아가 의아하게 물었다.“무슨 상황이야?”배진욱은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그때, 구태윤이 차가운 목소리로 끼어들었다.“인맥 넓히기 전에 주변의 지저분한 관계부터 정리하는 게 어때요? 내 아내가 또 한 번 위험에 휘말린다면, 그땐 당신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그는 서늘한 경고를 남기고 정루아를 부축해서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경직되었던 정루아의 몸에 조금씩 감각이 돌아왔다.이내 구태윤을 밀쳐내려 손을 뻗었지만,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도리어 허리를 부러뜨릴 듯 단단히 감싸 쥐었다.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싸늘함이 묻어났다.“조금 전 일을 겪고도 아직 덜 놀란 모양이지?”창백하게 질린 정루아의 얼굴에 긴장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이거 놔. 내 발로 갈 테니까.”“놓아주면, 순순히 따라오기나 하고?”구태윤은 그녀의 속내를 단박에 간파했다. 이내 조수석 문을 열고 정루아를 밀어 넣었다.그리고 도망치지 못하도록 허리를 숙여 안전벨트를 매주었다.순식간에 좁혀진 거리 탓에 두 사람의 숨결이 얽혀들었다.정루아는 등줄기를 곧게 세운 채 굳어버렸고, 호흡마저 조심스러워졌다.안전벨트를 채운 구태윤이 막 몸을 일으키려던 참이었다.잔뜩
인수합병이 되는 순간 독립적인 경영권은 완전히 박탈당할 터였다.번듯한 법인에서 구명 그룹의 일개 부서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였다.지강은 어떻게든 거절하고 싶었다.하지만 구명 그룹의 방식은 잔인하리만치 막무가내였다.인수에 응하지 않을 경우, 기존 투자금 전액 회수는 물론 예정되어 있던 모든 사업을 전면 취소하겠다며 대놓고 으름장을 놓았다.지강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이란 결국 동의하는 것뿐이었다.보이스 랩 인수가 진행되는 동안, 구태윤은 이미 정루아 일행이 있는 레스토랑에 도착해 있었다.정루아의 뒤를 밟으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던 경호원이 실시간으로 위치를 보고한 덕이었다.그들이 프라이빗 룸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구태윤은 서슬 퍼런 얼굴로 바로 옆방을 잡았다.넓은 룸은 텅 비어 있었고, 방음이 허술한 탓에 말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졌다.간간이 섞여드는 환한 그녀의 웃음소리까지도.구태윤은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벽 너머로 들려오는 화기애애한 대화에 가슴속에서 질투심이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다른 남자 앞에서는 그렇게 잘만 웃으면서.’설마 과거에 그를 가장 사랑한다고 속삭였던 말을 벌써 잊어버린 걸까.허벅지 위에 얹은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딱딱하게 굳은 얼굴은 점점 흉포하게 일그러졌다....식사 한 끼를 함께하며 이연희는 배진욱이라는 사람의 됨됨이를 확실히 파악했다.성격이 모나지 않고 소탈한 데다, 소위 잘 나가는 상류층 특유의 거들먹거리는 고약한 버릇이 전혀 없었다.게다가 가끔 위트 있는 농담까지 툭툭 던지니, 세 사람 사이의 거리는 자연스럽게 좁혀졌다.결국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얹었다.“이제 친구나 다름없는데, 언제까지 존대하면서 딱딱하게 굴 거예요? 그냥 서로 편하게 이름 부르면 안 돼요?”정루아의 표정이 흠칫 굳었다. 아직 말을 놓을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배진욱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연희 씨 말이 맞네요. 저도 마침 거리감이 느껴지던 참이었어요.”이연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