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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윤소정
“주씨 저택으로요?”

강지현이 다시 물었다.

“네. 앞으로는 그곳이 아가씨의 집입니다.”

그녀는 한동안 입을 꾹 다물었다. 주승호는 그녀의 친아버지였고 수십조 원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주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건 시간문제였기에 피할 수도 없었고 피할 이유도 없었다.

강지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알았어요. 제집이라면 당연히 직접 가서 봐야죠.”

닥칠 일은 언젠가는 닥칠 것이다.

가는 길에 유정재는 주씨 가문의 현재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지금 이 가문에서 경영하는 사업이 아주 많았다. 자산의 대부분을 주승호가 소유했고 소부분을 주승호의 아버지 주호석과 형 주병찬이 가지고 있었다.

이제 주승호의 모든 유산은 강지현에게 넘어갔다. 이는 강지현이 주상 그룹의 최대 주주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호석은 현재 해외에서 요양 중이라 주승호의 아내인 엄경미가 대신하여 주씨 가문을 관리하고 있었고 회사는 양아들인 주단우가 책임지고 있었다.

한 시간 후 롤스로이스 리무진 한 대가 주씨 가문의 본가로 들어섰다.

300평이 넘는 넓은 별장 단지는 위엄이 넘치고 웅장했다. 단지 입구에서 본관까지 차로 10분 넘게 걸렸다.

건물이 일반적인 고급 별장보다도 훨씬 화려했고 발밑의 벽돌마저 엄청난 값어치를 자랑했다.

강지현은 이렇게 화려한 집은 처음이었다. 긴장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를 썼다.

유정재는 그녀를 본관의 응접실로 안내했다. 가정부가 커다랗고 두꺼운 대문을 열자 통유리창 앞에 귀티가 나면서도 우아한 여자가 서 있었다.

여자의 옆에 가정부 두 명이 서 있었고 소파에는 깔끔한 양복 차림의 젊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강지현을 몇 초간 훑어보다가 가까이 다가왔다.

유정재는 눈앞의 여자가 바로 주승호의 아내 엄경미라고 낮게 소개했다.

한편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는 주승호와 엄경미의 양아들이자 강지현의 명의상 오빠 주단우였다.

엄경미가 고개를 들자 유정재는 일행과 함께 물러났다. 순식간에 넓은 응접실에 강지현과 엄경미 모자만 남게 되었다.

“네가 바로 강지현이야?”

강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엄경미는 웃고 있었지만,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썩 친절치만은 못했다.

“와서 앉아. 제집 돌아왔으니 편하게 있어야지.”

엄경미가 먼저 말을 꺼내자 주단우도 잇달아 입을 열었다. 정중한 말투에 역시나 거리를 두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강지현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맞은편 소파 구석에 앉았다.

“무슨 일로 저를...”

“그럼 바로 얘기할게. 네가 상속받은 유산 중 일부를 포기해. 그게 오늘 너를 부른 이유야.”

엄경미가 대뜸 말을 가로챘다.

주단우에게 눈짓하자 주단우가 미리 준비한 계약서를 강지현 앞으로 내밀었다.

“강지현 씨,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면서 지현 씨가 아버지의 모든 유산을 상속받긴 했지만, 회사 경영권은 지현 씨한테 맡길 수 없어. 이 점은 이해해주길 바라. 대신 우리가 보상으로 현금 200억을 줄게.”

주단우의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이건 뭐 상의가 아니라 통보에 가까웠다.

강지현은 흠칫 놀라더니 계약서를 대충 집어 들었다.

“주씨 가문의 모든 주식과 회사 경영권, 그리고 주씨 가문 명의 하의 모든 부동산을 포기하고...”

엄경미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네 상황은 이미 알아봤어. 너희 어머니랑 우리 남편이 잠깐 만난 사이에 예상치 못하게 네가 생겼고 세 살 때 보육원에 버려졌으니 그동안 너도 참 고생 많았겠어. 200억이 너한테는 적지 않은 돈이야. 주씨 가문의 상속자는 절대 길거리를 떠도는 사생아 따위가 될 수 없어. 이 점은 너도 잘 알 거로 생각해.”

“다만 너는 우리 남편의 친딸이고 주씨 가문의 핏줄이니 앞으로 명의상으로는 계속 주씨 가문의 아가씨야. 수요되는 거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

엄경미는 제법 태연한 어투로 말했다. 강지현이 거절하지 못할 거라 확신한 것처럼 말이다.

한편 강지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계약서를 내려놓고 다시 엄경미를 올려다봤다.

그녀의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피부 관리도 잘한 덕에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강지현 씨,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여기에 사인하면 돼.”

주단우가 테이블 위의 펜을 다시 강지현에게 내밀었다.

“그렇게는 못 하겠습니다.”

주씨 가문은 ‘사생아’인 그녀를 선뜻 받아줄 리가 없다. 상의는 무슨, 세력으로 압박하려는 수작이겠지.

강지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거절의 말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차분한 말투로 계속 이어갔다.

“지금 저를 ‘사생아’라고 하셨지만, 법은 친자식만 인정합니다. 게다가 아버지께서 직접 유언까지 남기셨고 위임 변호사를 통해 상속 서류에 사인도 했어요. 아버지의 유언장과 친자 확인 검사 결과로 제가 합법적인 상속자임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습니다.”

순간 엄경미는 표정이 굳어지고 다시 한번 강지현을 아래위로 훑어봤다. 이것 참 신선한 캐릭터였다.

이 아이가 거절할 거라곤 정말 예상치도 못했다.

“지현이 너도 네가 사생아일 뿐이라는 걸 알잖아. 설령 회사를 다 준다 해도 너는 경영할 능력이 없을 텐데.”

엄경미가 대놓고 비웃었고 주단우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해원시 전체를 아울러 엄경미의 뜻을 거절하는 사람은 단연코 없었으니까.

“강지현 씨, 아무래도 오해한 모양인데 이건 상의가 아니야. 우리 집안은 지현 씨가 생각하는 평범한 가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대가족이야. 지현 씨의 결정이 가문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현 씨 혼자서 우리 이 대가족을 절대 상대하지 못해.”

주단우는 행여나 그녀가 알아듣지 못할까 봐 직설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강지현은 두 사람이 단지 압력을 가하는 것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들처럼 부유하고 권력 있는 사람들은 남을 무시하는 데 익숙했기에 200억 원이면 충분히 강지현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녀는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의 이런 회유가 전혀 먹히지 않았다.

“주단우 씨의 말은 상의가 아니라 통보라는 건가요? 안타깝게도 상속권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폐기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주상 그룹의 자산 구성과 주식 구조에 대해 요 며칠 조사해 봤는데 핵심 부동산의 가치가 수십조 원이고 그룹 연 매출은 꾸준히 16조 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고작 200억 원으로 보상하겠다고요? 환산하면 주상 그룹 산하의 길거리 가게 하나 살 수 있는 가격에 불과합니다. 200억 원과 수십조 원 중에 뭐가 더 좋은지 정도는 저도 구분할 수 있어요. 이건 보상이 아니라 강탈이라 할 수 있겠죠?”

강지현은 가볍게 웃고는 계약서를 덮어 그대로 주단우에게 돌려주었다.

“...”

엄경미와 주단우는 서로를 쳐다보며 다소 예상 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더 볼 일 없으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법대로 처리하거나 규정대로 하시죠. 주단우 씨는 저희 아버지의 양아들이라 법정 상속 순위가 제 뒤에 있습니다. 설마 주씨 가문에서 혈연관계도 없는 양아들한테 아버지의 유산을 상속할 생각인 건가요?”

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대문을 막 열려고 할 때, 엄경미가 눈짓하자 주단우가 대뜸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

“거기 서!”

응접실 밖에 이미 경호원이 두 줄로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본 강지현이 생각했다.

‘오늘 집에 다 갔네!’

그녀는 가만히 서서 엄경미를 쳐다봤다.

“저한테 손이라도 써서 강제로 포기시키겠다는 겁니까?”

엄경미가 코웃음을 치더니 여전히 경멸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강지현, 아직 내 성격 모르나 본데 좋게 말할 때 들어. 개기지 말고.”

주단우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바짝 다가갔다. 덩치 큰 체구에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는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

“조건이 마음에 안 들면 원하는 가격 한번 불러봐.”

강지현은 물러서긴커녕 그를 빤히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원하는 가격을 당신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아버지가 물려주신 수십조 원의 유산, 단 한 푼도 양보할 생각 없어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주단우의 미간이 찌푸려지더니 두 눈에 살기가 비쳤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지현의 뒤에 있던 경호원들이 기세등등하게 앞으로 나섰다.

엄경미는 몸을 돌려 통유리창 쪽으로 걸어갔고 응접실의 문이 천천히 닫혔다...

강지현은 여전히 등을 꼿꼿이 세운 채 다가오는 사람들을 냉정하게 쳐다봤다.

바로 그때 복도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열댓 명의 남자들이 들어왔는데 그들 뒤에 유정재도 따라오고 있었다.

주단우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 그들의 옷차림을 보고 눈빛이 급격하게 흔들리더니 이내 엄경미를 쳐다봤다.

“사모님.”

유정재가 엄경미에게 다가가 뭐라 속삭이자 그녀의 안색이 확 돌변했다.

“뭐라고요?”

“어르신께서 방금 연락이 왔는데 김씨 가문에서 지현 아가씨를 택하셨다고 합니다.”

유정재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 남자가 강지현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강지현 씨 되시죠?”

강지현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진 않았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대표님께서 내일 저녁 식사에 강지현 씨를 초대하고 싶어 하십니다. 이건 대표님 명함이에요.”

남자는 도금한 블랙 명함을 두 손으로 공손히 강지현에게 건넸다.

강지현이 명함을 받고 뭐라 말하기도 전에 상대는 일행과 함께 가버렸다.

다시 명함을 내려다보니 정교한 명함에 이름과 전화번호만 적혀 있었다.

[김태하.]

양복을 입은 남자가 떠난 후 강지현의 앞에 있던 경호원들이 주단우의 눈치를 살폈다.

잠깐 망설이던 주단우는 엄경미가 손을 흔들자 그제야 강지현을 놓아주었다.

대체 어찌 된 상황인지 아직 알지 못했지만, 강지현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떠나자마자 주단우는 엄경미의 옆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엄마, 그냥 이렇게 보내시게요?”

“안 보내면 뭐? 너도 봤잖아. 상대는 무려 김씨 가문이야.”

엄경미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주먹을 꽉 쥐었더니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갈 지경이었다.

한편 강지현은 발걸음을 재촉하여 별장 정문을 나섰는데 검은색 밴 여러 대가 천천히 떠나고 있었다.

어두운 유리창 너머로 누군가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했다.

“강지현.”

강지현이 고개를 돌려보니 하얀색 벤틀리 한 대가 어느새 옆에 멈춰 있었다.

유리창이 내려가자 캐쥬얼한 운동복 차림의 중년 남자가 그녀에게 인사했다.

“난 너의 큰아버지 주병찬이야. 타, 데려다줄게.”

강지현은 남자를 자세히 쳐다봤는데 눈매와 윤곽이 자신과 조금 닮아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 겪은 일이 떠올라 차분하게 거절했다.

“고맙습니다만 저 혼자 가면 돼요.”

“두려워할 거 없어. 난 저 안의 사람들이랑 달라. 널 도우려고 온 거야.”

강지현이 걸음을 멈추지 않으니 주병찬은 천천히 운전하며 따라갔다.

그녀가 계속 믿지 않자 남자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사생아인 네가 하루아침에 수십조 원에 달하는 유산을 상속받았으니 다들 너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일 거야. 하지만 넌 운이 좋게도 김씨 가문의 선택을 받았어. 네가 그 집안으로 시집갈 수만 있다면 주씨 가문에서의 지위도 흔들리지 않을 거야. 엄경미도 더는 널 함부로 하지 못해.”

강지현이 드디어 주병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네? 시집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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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가 불편한데? 감기라도 걸린 거야? 아니면 몸 어디가 안 좋은 거야?”김태하가 순식간에 걱정 모드로 바뀌는 모습을 보자 강지현은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면서도 아려 왔다.그녀는 그의 손을 꼭 맞잡으며 말했다.“아니야. 그냥 조금 피곤한 것뿐이야. 쉬면 괜찮아져. 너도 오늘 하루 종일 힘들었잖아. 얼른 따뜻한 물로 씻고 우리 같이 자자.”김태하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정말 그냥 피곤한 거야? 그래도 의사 불러서 한 번 봐야 하는 거 아니야?”“진짜 괜찮아.”강지현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욕실 쪽으로 밀며 말을 이었다.“약속할게. 한숨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김태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먼저 욕실로 들어갔다.그는 빠르게 씻고 나왔고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강지현을 확인하러 갔다.하지만 강지현은 정말 피곤했는지 불과 십여 분 만에 이미 몸을 웅크린 채 침대 위에서 잠들어 있었다.김태하는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고 한참 동안 그녀의 고른 숨소리를 들은 뒤에야 안심하고 눈을 감았다.다음 날 아침, 강지현은 마침내 배아름이 보내온 메일을 받았다.내용은 불완전한 CCTV 영상이었다.영상에는 김무언이 주승호가 사고를 당한 당일 산업 단지에 찾아왔던 장면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김무언이 산업 단지 안으로 들어간 뒤의 영상은 사라진 상태였다.이 영상으로 인해 김무언이 일부러 사고를 일으켰다는 의혹은 더 커졌다.“어떻게 영상이 남아 있었지? 당시 산업 단지가 철거되면서 관련 자료도 모두 사라졌다고 했잖아.”“누군가 일부러 보관해 둔 것 같아. 이런 영상이 하나라도 남아 있다면 다른 영상도 더 있을 가능성이 높아.”강지현과 김태하는 동시에 무언가를 떠올렸다.배아름은 메일에 엄경미가 어제 주호석에게 이 영상을 건넸으며 해당 영상은 엄경미가 비밀리에 특정 매수자로부터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어 놓았다.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조상욱을 떠올렸다.현재 가능성은 두 가지였다.첫 번째는 조상욱이 사고 당일의 전체 CCTV 영상을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651화

    마지막으로 조심스럽게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하지만 그 키스에는 어떤 욕망도 담겨 있지 않았다.부드럽고 순수한 입맞춤이었다. 마치 무언가를 확인하듯 조용히 감각을 더듬는 느낌이었다.강지현 역시 두 팔로 그의 등을 감싸안고 맑은 눈으로 그의 얼굴과 눈매를 바라보았다.“지현아.”“응, 나 여기 있어.”“지현아...”김태하는 계속해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한 번, 또 한 번.목소리는 점점 낮아졌고 강지현은 온몸의 힘이 조금씩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왜 그래? 나 보고 싶었어?”“매 순간 네가 보고 싶어.”김태하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가벼워서 금방이라도 바람에 흩어질 것처럼 희미했다.귓가를 스치는 듯한 숨결에 강지현은 이대로 흔들리다간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그래서 그를 밀어내 가볍게 거리를 만들고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붙잡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김태하, 너 좀 이상해. 어디 아픈 거 아니야?”“괜찮아.”김태하는 그녀가 자신의 얼굴을 만지는 것을 그대로 두고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낮게 웃으며 다시 그녀를 끌어안았다.“그냥...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강지현은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김태하는 갑자기 그녀의 다리를 받쳐 그대로 안아 올렸다.“김태하, 뭐 하는 거야? 빨리 내려줘...”강지현은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그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김태하는 담담하게 말했다.“너 오늘 하루 종일 힘들었잖아. 이제 쉬어야지.”“몇 걸음밖에 안 되는데 내가 혼자 걸어가면 되지. 게다가 너 몸도 약한데...”“누가 몸이 약하다고?”자신이 잘못 말했다는 걸 깨달은 강지현은 입을 다물었다.김태하는 그녀를 안은 채 걸음을 멈추고 그대로 서 있었다.강지현이 눈을 깜빡였다.“그런 뜻은 아니었어...”“대체 누가 몸이 약하다는 거야?”김태하는 쉽게 넘어갈 생각이 없다는 듯 낮게 말했다.“다시 말해 봐.”강지현은 어쩔 수 없이 달래듯 웃었다.“네 말이 맞아. 내가 너무 피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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