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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Author: YOON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3-03 12:26:08

사고 후 3 일째 되는 날이었다.

나는 그가 오늘도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덜하니까.

오후가 기울 무렵, 병실 문이 열렸다.

노크는 없었다. 늘 그랬다. 그는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아니라 여는 사람이었다.

주홍민.

내 남편이자 자신의 아이를 잃은 사고난 아내를 3일만에 보러 온 사람

역시 그는 완벽하게 정돈된 모습이었다 구김 하나 없는 수트, 흐트러짐 없는 머리, 과하지 않은 향수. 아이를 잃은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말끔했다.

나는 힘든 몸을 반쯤 일으켜 기대 앉아 있다가 그를 바라봤다.

“왔어?”

그는 병실 안을 둘러봤다. 꽃바구니, 과일 상자, 차트.

마치 거래처 회의실을 점검하듯 무심히 훑어본 뒤 내게 시선을 내렸다.

“좀 어때.”

“괜찮아.”

그는 무미건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이 없어서 지금 왔다 미안.”

부하에게 사과하듯 사무적인 말에 나는 묻지 않았다.

무엇이 그렇게 바빴는지.

사고 당일 밤,

수술이 끝난 뒤,

내가 깨어났을 때.

왜 그는 없었는지.

“알아. 바빴겠지.”

멍든 가슴을 손바닥으로 훑으며 진정한 뒤 나도 건조하게 대답했다.

대답을 들었지만 역시 관심 없다는 듯 그는 의자를 끌어 앉으며 넥타이를 살짝 느슨하게 풀었다.

마치 이제야 개인적인 시간을 할애한다는 표시처럼.

“사고 처리 거의 마무리됐어.”

그의 첫 번째 주제는 그것이었다

사고의 마무리.

허탈하고 예상스러웠다

“운전자 쪽 과실 인정될 거야. 보험사에서도 연락 왔고. 언론 타는 일은 없을 거고.”

다음은 언론.

나는 천천히 그를 바라봤다.

“다행이네.”

그는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시끄러워지면 서로 피곤하잖아.”

단전에서 올라오는 울컥함을 삼키려 고개를 숙였다

그의 시선이 잠시 내려왔다가,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올라갔다.

“그리고 의사랑 얘기했어. 회복만 잘 하면 다시 가능하대.”

의사라면 도윤이겠지.. 내 안위보다 다시 가질 수 있냐는 그 물음에 도윤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나를 동정했을까?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드니 왜인지 내 처지가 낯 부끄러워져서 계속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아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이번 건… 운이 나빴던 거야.”

사고의 마무리, 언론 , 운...

그 의 입에서 내뱉는 단어가 유난히 가볍게 들렸지만 가슴으로 내려온 그 단어는

나를 옥죄었다.

“나도 충격이야, 서나야.”

내 표정을 슬쩍 눈 짓으로 보던 그는 허기침을 하며 이제야 덧붙였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안정적이었다.

숨이 흐트러지지도 않았고, 말끝이 떨리지도 않았다.

나는 이제 기계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회사도 예민한 시기라.”

나는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

“할아버지도 그렇고. 내가 흔들리는 모습 보이면 안 돼.”

그 단어들이 아이보다 먼저 나왔다.

CEO자리에 올라간 후 얼마 되지않아 노환으로 온 치매 진단을 받고 요양병원으로 간 회장님.

알고 있다, 하지만 당장 아이를 잃은 부부의 대화인지 생각하며 살짝 지쳤다.

“그래서 바로 못 왔어.”

그는 마치 합리적인 결론을 설명하듯 다시금 나에게 변명처럼 말했다.

“수술은 잘 끝났다고 보고 받았고. 내가 있어도 달라질 건 없었잖아.”

그 문장이 공기 속에 내려앉았다.

내가 수술후 텅빈 병실에서 깨어나

텅 빈 배를 더듬으며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눈물만 흘리던 그 순간.

그는 ‘달라질 건 없다’고 판단했다.

대답할 힘도 남아있지않던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렇지.”

늘 그렇듯 착한 여자처럼, 착한 아내처럼...

그는 항상 그랬던 "착한 여자" 다운 내 반응이 나오자 안심한 듯 몸을 조금 기댔다.

“우리 너무 감정적으로 가지 말자.”

나는 손끝에 힘을 주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사랑해서 시작한 사이는 아니지만 적어도 따뜻한 봄날에 잔디에 아무렇지도 않게 누워서 서로 마주보며

사랑을 속삭이던 그는 이제

“이 일 때문에 우리가 흔들리면 안 돼.”

말을 하는 그의 눈은 계산적일 만큼 맑았지만 입은 비수가 되는 말만 내뱉고 있다.

과거의 그가 떠올리면서 억지로 입꼬리가 올렸는데,

노력했지만 잘모르겠다

내가 웃고있었는지...

“그래.”

그는 내 손을 잡았다.

따뜻하고 단단한 손.

내가 울지 않고,

원망하지 않고,

그의 속도를 방해하지 않는다면.

모든 건 문제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 괜찮아.”

나는 또 한 번 말했다.

그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넌 이런 데서 강해.”

칭찬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원하는 대답을 들었다는 듯 만족의 말이였다

늘 그렇듯 강해야 한다는, 니가 내 감정에 맞춰야한다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저녁에 중요한 자리 있어서 오래 못 있어.”

나는 또 묻지 않았다.

아이를 잃은 아내보다 중요한 자리가 무엇인지.

“응. 가봐.”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짧고 형식적인 접촉.

“몸 관리 잘 하고. 쓸데없는 생각 많이 하지 말고.”

쓸데없는 생각.

문이 닫혔다.

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나는 한동안 그가 앉아 있던 의자를 바라봤다.

아직 체온이 남아 있을 자리.

그리고 천천히 배 위에 손을 올렸다.

그는 말했다.

운이 나빴다고.

다시 준비하면 된다고.

감정적으로 굴지 말자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혼 전 나를 정말 사랑하고 있는지 잠깐씩 의심이 드는 그의 행동들이 나올 땐 '내가 천천히 사랑을 알려주고 사랑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했던 마음들과 결혼 후 무심했던 행동들 보며

'원래 무뚝뚝해서 그런거다, 지금은 CEO라는 무거운 자리때문에 예민 할 뿐이다'라며 내 자신을 위로하며 버티던 나날들이 떠올랐다

원망은 목까지 차올랐지만, 그를 원망해서 무엇하리.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착한 아내였고,

그는 여전히 바쁜 남편이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내 안에서 사라진 것은

다시 준비할 수 있는 ‘계획’이 아니라,

단 한 번뿐이었던

작은 심장 소리와 나의 마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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