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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무너진 창조주의 자부심

Author: 비밀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7-17 19:00:00

그는 나를 서버실 밖으로 끌고 나갔다. 지하 통로를 빠져나오자, 황궁의 풍경이 기괴하게 변해 있었다. 하늘에는 달이 두 개 떠 있었고, 정원의 꽃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피고 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카시안의 감정이 반영된 세계가 왜곡되기 시작한 것이다.

난 카시안의 손에 이끌려 다시 황궁의 내실로 돌아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마치 내 운명의 관을 닫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내 손등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이제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 시스템의 경고창도, 에이든의 감시도, 빙의의 불안함도 없어. 오직 나와 너만이 존재하는 완벽한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해, 세실리아.”

그의 적안이 내 눈을 뚫어질 듯 응시했다. 난 그 눈동자 속에서, 수많은 회귀를 거치며 뒤틀린 그의 지독한 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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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주가 에러 났습니다!   34. 끝도 없는 혼란

    그의 발밑에는 공간의 경계선이 무너진 틈새로 아카디아 대륙 전체의 소스 코드가 거대한 홀로그램처럼 어지럽게 회전하고 있었다."세실리아 에델하르트 영애. 영애가 이 세계에 불법 접속한 이방인이라는 건 이미 시스템의 로그에 전부 기록되어 있습니다. 영애가 나타난 순간부터 원작의 모든 남주들은 에러를 일으켰고, 세계선은 완전히 왜곡되었지요. 그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습니까?""아니, 내가 이 세계에 오고 싶어서 왔어요? 트럭에 치여 눈을 떠 보니 이 모양 이꼴이었는데, 왜 나한테 원망이야!"세실리아는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던 평범한 청춘이 이 이세계에서 악덕 시스템과 미쳐버린 남주들 사이에 끼어 고생할 이유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에반은 세실리아의 억울한 외침에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이유야 어쨌든 결과는 변하지 않습니다. 시스템의 메인 코어가 부서졌다면, 새로운 관리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의 코어 드라이브로 가장 적합한 것은…… 바로 이방인의 영혼이지요."에반의 손끝에서 번쩍이는 은빛 코드가 뱀처럼 스물스물 기어 나와 세실리아를 향해 뻗어 나갔다."지랄 염병 떨고 있네."카이로스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동시에 그의 손에 들린 검에서 눈이 멀 정도로 찬란한 백색 마력이 폭발했다. 그것은 시스템의 법칙을 초월한, 오직 세실리아를 지키기 위해 누적된 의지의 밀도였다.쿠구구구구―!방 안의 벽면이 통째로 갈라지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무너져 내렸다. 에반의 표정에 처음으로 당황스러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에러를 넘어선 괴물의 폭주 앞에서, 개발자의 코드조차 버텨내기 버거워 보였다.세실리아는 자신을 감싸 안은 카이로스의 단단한 가슴을 느끼며, 엉망진창으로 찢어지는 세계의 허공을 바라보았다. 이 지독한 난장판 속에서 과연 그녀의 진정한 퇴근은 언제쯤 찾아올 것인지, 그녀는 깊은 한숨과 함께 눈을 질끈 감았다.에반의 손끝에서 뻗어 나온 은빛 코드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방 안의 가구와 벽지를 모래

  • 남주가 에러 났습니다!   33. 진상 파티

    지직, 지지직―!방 안을 가득 메운 마력의 잔여물이 마치 수명이 다 된 형광등처럼 불규칙하게 깜빡였다. 리온의 어깨뿐만 아니라, 에드릭이 쥐고 있던 은빛 창의 끝부분도 투명한 노이즈로 변해 허공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시스템의 메인 코어가 흔들릴수록, 그 코드를 부여받아 태어난 원작의 남주들은 존재의 기반부터 뿌리째 흔들리고 있었다."크윽…… 이 몸뚱이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리온은 이를 악물며 흐트러지는 어깨를 억지로 붙잡았다. 그의 금발 사이로 식은땀이 비처럼 흘러내렸다. 오만했던 황태자의 위엄은 이미 찾아볼 수 없었다. 남은 것은 오직 눈앞의 이방인을 향한, 제정신이 아닌 집착뿐이었다."세실리아. 네가 저 괴물 같은 북부 녀석의 품에 안겨 있다고 해서, 우리가 너를 포기할 줄 알았나? 이 세계의 모든 설정이 박살이 나도, 내 영혼에 박힌 너와의 서사는 지워지지 않아.""아오, 진짜 지독하다 지독해!"세실리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바닥에 주저앉고 싶은 심정을 삼켰다.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할 때도 이토록 피곤한 진상들은 본 적이 없었다. 차라리 악당이라면 칼이라도 휘둘러 보겠건만, 이 남자들은 하나같이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억울하고 절실하다는 표정으로 목숨을 걸고 있었다."내버려둬라, 리온."카이로스는 여전히 차갑고 오만한 태도를 유지한 채, 세실리아의 곁을 든든하게 지키며 발을 한 걸음 내디뎠다. 그의 검병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마력은 다른 이들의 노이즈와는 달리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단단했다. 수백 번의 회귀를 거치며 시스템의 간섭을 아예 지워버린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절대적인 초월의 힘이었다."너희들이 그토록 집착하는 원작의 서사란 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어. 이 아이는 너희 같은 데이터 쪼가리를 위해 만들어진 인형이 아니란 말이다.""카이로스……."세실리아가 고개를 살짝 들어 그의 옆모습을 올려다보았다. 듬직하긴 한데, 이 남자의 독점욕 역시 다른 의미로 만만치 않아서 문제였다.바로 그때였다.방 안의 공기가 갑자기

  • 남주가 에러 났습니다!   31. 집착의 연대기

    "너희들이 시스템의 굴레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 나는 수백 번의 시간 동안 이 아이를 잃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세계의 모든 에러를 끌어안고 이 자리에 도달했지. 너희 같은 데이터의 잔해들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헛소리 집어치워라!"에드릭이 거칠게 소리치며 한 걸음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 그의 단단한 갑옷이 부딪치는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기사단의 명예를 걸고 맹세하건대, 내게는 이 세계의 시스템이 어떻든 상관없다! 다만 내 기억 속에 새겨진 단 하나의 결말…… 그 유일한 존재가 저 영애라는 것만은 변하지 않아! 네가 마음대로 이 세계의 룰을 망가뜨리고 영애를 독점하려 든다면, 내 검은 네 목을 향할 것이다!"마탑주 아셀 역시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지팡이를 바닥에 쿵 내리찍었다. 마력의 파동이 바닥을 타고 거미줄처럼 퍼져 나갔다."에드릭의 말이 맞군. 시스템의 코어가 붕괴하면서 마탑의 모든 기록이 백지화되었지만, 내 영혼에 새겨진 마력의 잔여물은 여전히 세실리아 영애를 가리키고 있다. 너희 두 사람만의 세계로 끝날 거라 착각하지 마라."세실리아는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었다."아니, 진짜 제발들 좀 진정하세요! 나는 그냥 게임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조연 엑스트라라니까요? 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목숨을 걸고 그러는 건데요!"세실리아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에도 불구하고, 남주들의 눈빛은 오히려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들에게 세실리아는 더 이상 원작 속의 정해진 대사를 읊는 엑스트라가 아니었다. 붕괴된 세계와 뒤틀린 세계선 속에서 유일하게 진짜 살아 숨 쉬는 현실이자, 자신들의 존재 이유 그 자체가 되어버린 유일한 구원이었다.카이로스는 세실리아의 귓가에 조용히 입술을 가져다대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시끄럽군. 저런 잡음들은 신경 쓰지 마라, 세실리아. 네가 원한다면 저 성가신 녀석들의 기억을 통째로 지워버리든, 이 대륙을 통째로 침묵시키든 내가 전부 해줄 테니까.""그게 더 무서워요, 이 북부 양아치야!"세실리아가 울

  • 남주가 에러 났습니다!   31. 북부 양아치

    그대 방 안의 공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창밖으로 내리쬐던 따스한 햇살마저 북부 대공이 뿜어내는 서늘한 기운에 밀려 자취를 감추는 것 같았다.세실리아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칠 뻔했다.하지만 몸은 경직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가까이 다가오는 카이로스 발테온의 붉은 눈동자는 평범한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그것은 수없이 많은 시간을 거슬러 오르며 절망과 집착을 삼켜온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짙은 심연이었다."…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세실리아가 마른기침을 삼키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평생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진상 손님을 상대할 때도 이토록 압도적인 공포를 느낀 적은 없었다.이건 생존 본능이었다.본능이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저 남자는 위험하다고.원작의 설정 따위는 이미 아무런 의미도 없을 만큼, 이 세계의 법칙을 벗어난 초월적인 위험체였다. 카이로스는 세실리아의 코앞까지 다 와서야 멈춰 섰다.그의 키는 거대했고, 입고 있는 검은 군복 형식의 코트에서는 옅은 피비린내와 함께 북부의 만년설 같은 한기가 느껴졌다.그가 천천히 입을 열자, 낮고 무거운 음성이 세실리아의 고막을 때렸다."숨어봤자 소용없다, 세실리아. 네가 이 저주받은 회귀의 루프를 몇 번이나 깨부수든, 나는 언제나 너를 찾아내어 이 지옥에서 끌어낼 테니까.""아니, 그러니까요! 저는 그쪽이 말하는 세실리아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아니, 평범하진 않고 여튼 대충 살아가던 사람인데요!" 세실리아는 억울하다는 듯 양팔을 휘저었다. 하지만 카이로스는 그녀의 변명을 들을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그의 시선은 오직 세실리아의 눈동자에 박혀 박탈당한 시간들을 원망하듯 일그러져 있었다.방 문밖에서 급박한 발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쾅-!거칠게 문이 열리며 화려한 금발을 휘날리는 제국의 황태자.그러니까 리온 에르하르트가 뛰어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분노와 초조함으로 엉망이었다. 원작에서 냉정하고 오만하기만 하던 황태자의 모습은 어디

  • 남주가 에러 났습니다!   30. 또 다른 에러 코드의 시작

    카이로스가 검병에 가볍게 손을 올리며 서늘하게 으르렁거렸다."시스템이든 메뉴얼이든 사라졌다면 더더욱 내 눈앞에서 꺼져라. 그 애는 이미 내 선택을 받았으니까.""헛소리 마라, 대공! 원작의 룰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영애를 향한 우리의 권리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리온이 발끈하며 검을 뽑아 들려 하자, 에드릭과 아셀, 루시안과 벨테르까지 똑같이 덤벼들었다.그들은 일제히 각자의 무기와 마력을 꺼내 들며 정원을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만들었다.아침 햇살 아래 펼쳐진 제국 최고의 공략 대상들과 북부 대공의 난투극.세실리아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내 평화로운 일상은 언제쯤 찾아오는 거야…!"하지만 그 아우성 속에서도 카이로스는 그녀의 손을 더욱 단단히 잡아쥐며 낮게 속삭였다."평화는 모르겠다. 하지만 네 곁에서 저 성가신 녀석들을 쫓아내는 일만큼은 평생 지루하지 않게 해줄 테니까."에러가 가득했던 세계는 끝났지만, 남주들의 유별난 집착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세실리아의 파란만장한 제국 라이프는, 사실상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주택의 정원을 가득 채운 공략 대상들의 아우성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황태자 리온은 여전히 억울하다는 눈빛으로 카이로스를 노려보고 있었다.에드릭과 아셀, 루시안과 벨테르 역시 저마다 한마디씩 보태며 이 평화로운 아침을 완벽한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었다."아이고, 진짜 머리야."세실리아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주저앉을 뻔했다.‘시스템이 박살 나고 관리자 구체가 부서졌으면, 이제 좀 조용히 살아갈 줄 알았더니…’남주들은 데이터가 초기화된 코드처럼 오히려 더 악랄하고 끈질기게 그녀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 것이다.바로 그때였다.지직- 지지직-!완전히 소멸한 줄 알았던 허공의 대기 속에서, 아주 가늘고 미세한 파란색 노이즈가 다시 피어올랐다.네모난 창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필름에 생긴 스크래치처럼, 세계의 이면을 가로지르는 은빛 균열이었다."…이건 또 뭐야?"세실리아가

  • 남주가 에러 났습니다!   28. 다시 시작되는 오류

    내가 스스로 시스템을 파괴하려 하자, 그가 나를 막으려 했지만 늦었다. 나를 구성하던 세실리아의 데이터가 흩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카시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카시안, 이 세계가 초기화되면… 다시 만날 거야. 그때는 제발, 나를 캐릭터로 보지 말고… 사람으로 봐줘.’내 몸이 빛의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붕괴하는 코드 속에서 나는 카시안이 마지막으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 목소리에는 이제 광기도, 집착도 없었다. 오직 나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갈망만이 남아 있었다.눈을 떴을 때는, 익숙한 내 방의 천장이 보였다. 창밖으로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내 책상 위에는 내가 만들다 만 게임의 로고가 떠 있는 모니터가 켜져 있었다.‘꿈인가?’나는 멍하니 앉아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아무런 낙인도 없었다. 현실이었다. 나는 서둘러 모니터 앞에 앉아 게임 파일을 확인했다. 파일은 모두 삭제되어 있었다. 허망함이 밀려왔다. 그때, 켜져 있던 모니터 화면이 지직거리더니 낯선 텍스트가 뜨기 시작했다.『시나리오 재구축 완료. 플레이어 ‘카시안’이 접속 중입니다.』내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화면 속에서 카시안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게임 속의 캐릭터가 아니었다. 현실의 모니터 속에서, 그는 나를 보며 아주 슬픈 미소를 짓고 있었다.“오랜만이야, 세실리아.”그가 모니터 밖으로 손을 뻗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그는 게임을 종료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게임이라는 틀을 부수고, 나라는 존재가 있는 현실로 넘어오려 하고 있었다.나는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잡았지만, 이제는 게임이 내 의지대로 조종되지 않았다. 모니터 속의 카시안은 점점 더 현실의 형체를 갖추어가고 있었다. 이제 나의 일상은, 내가 만들었던 가장 위험한 피조물에 의해 침식당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구원이 아니라, 내가 쓴 가장 잔혹한 소설의 2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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