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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의 아내
내 남편의 아내
作者: 고성하

제1화

作者: 고성하
“심하온 씨, 확인 결과 이 혼인신고서는 사실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혼인신고서 위조는 불법 행위이므로 수사에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요즘 세상에 가짜 혼인신고서도 있어?”

“저 여자 사기당했나 봐. 불쌍해 진짜...”

직원들과 몇몇 커플들의 의아한 시선 속에서 심하온은 멍하니 가정법원을 나섰다.

뜨거운 햇살 아래, 그녀는 뼛속까지 시려왔다.

어제 강선우는 갑자기 그녀와 혼인신고를 하겠다며 5년간의 연애에 종지부를 찍었다.

깊은 밤, 침실은 애틋한 분위기로 가득 찼다.

이제 곧 불타오를 무렵, 전화 한 통이 모든 걸 산산조각 내버렸다.

강선우는 평소와 달리 제스처를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됐어, 그만해. 얘랑 나, 그 서류는 가짜야. 2년 전에 너랑 혼인 신고했잖아.”

그가 아주 드문 외국어로 말했지만 심하온은 알아들었다.

강선우의 친구들 모두 이 외국어를 구사했고 그들에게 동화되기 위해 심하온은 몰래 외국어 수업을 들었다.

“그래도 질투 난단 말이에요. 심하온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적당히 해. 하온이는 아무 죄 없어. 지난번 교통사고면 분이 풀릴 법도 하잖아. 하온이는 이제 다리를 다쳐서 평생 춤도 못 춰. 너랑 댄싱퀸 자리를 놓고 경쟁할 사람은 더 이상 없을 거야. 또 말썽 피우면 그땐 나도 뒷수습 못 해. 그런 줄 알아.”

“그럼... 아이는요?”

“얘 임신하고 애 낳거든 방법을 찾아서 아기를 우리 둘 호적으로 올릴게. 됐어, 우리 자기 착하지. 얘는 네 머리카락 한 올과도 비교가 안 돼. 내가 왜 이런 애한테 마음이 흔들리겠니?”

심하온은 충격에 휩싸였지만 남아있는 이성으로 간신히 버텼다.

그러니까 2년 전 교통사고가 인위적인 거라고?

그때 대형 트럭이 갑자기 통제 불능 상태로 그녀를 들이받았고, 심하온은 하마터면 다리가 부러질 뻔했다.

병원에 보름 넘게 입원한 후에야 겨우 한쪽 다리를 지켜냈지만 다시는 춤을 출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어머니로부터 춤에 대한 재능을 물려받았고 장래가 촉망받는 무용수였다.

나중에 강선우는 그것이 단순한 사고였다고 말했다.

그는 심하온의 다리 부상을 전혀 개의치 않았고 그녀는 그런 강선우에게 몹시 감격스러워하며 사랑이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한 차례 음모였다. 강선우는 그녀를 속였고 심지어 범인과 혼인신고까지 했으며 심하온을 대리모로 이용해서 둘만의 아이를 가지려 했다.

밤새 한숨도 못 잔 심하온은 이른 아침 가정법원으로 달려가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그녀는 잔혹한 현실에 ‘싸대기’를 맞았다.

심하온은 애써 웃으며 농담한 것뿐이라고 수습했고 그제야 직원들도 더 추궁하지 않았다. 단지 그녀에게 몇 마디 훈계를 준 후 바로 내보냈다.

휴대폰 벨 소리가 한참 동안 울렸다. 심하온은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회사 나갔어?”

잠에서 덜 깬 듯한 나른한 목소리가 평소보다 더욱 매력적인 느낌을 주었다.

심하온은 평상시처럼 보이려고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아니요. 잠깐 볼일 보러 나왔어요.”

“어딘데? 데리러 갈게.”

순간 그녀의 눈시울이 빨개졌다.

예전에 강선우가 했던 말이 예고도 없이 머릿속에 차올랐다. 그녀가 어딜 가든, 언제가 됐든 무조건 데리러 와주겠다고, 함께 둘만의 집으로 돌아갈 거라던 그 말...

하지만 지금 이들에게 집이 있기는 할까?

강선우는 2년 전에 이미 딴 여자의 남편이 되었다. 이건 엄연히 육체와 정신, 이중적인 배신이다.

“하온아?”

“아니요, 괜찮아요.”

심하온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볼일 다 보고 내가 알아서 갈게요.”

그녀가 고집을 부리자 강선우는 결국 양보했다.

전화를 끊고 심하온은 뒤엉켜버린 생각을 정리했다.

강선우와 5년간 사귀는 동안, 그는 늘 순결하고 자기관리가 투철했다.

대학 시절에는 잘생긴 학생회장이었고 졸업 후에는 돈 많고 멋진 강 대표가 되었다. 그에게 대시하는 여자들이 줄을 지었지만 이 남자는 늘 심하온 외의 다른 여자들에게 차갑고 매정했다.

2년 전, 그와 혼인신고 한 여자는 과연 누구일까?

그리고 그 교통사고는...

점심 무렵, 심하온은 회사에 도착했다.

“오셨어요, 심 비서님.”

비서실 직원들이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심하온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책상 위에는 이미 많은 서류가 쌓여 있었다. 그녀는 일일이 검토한 후 몇 개를 골라 강선우에게 결재를 받기 위해 대표실 안으로 들어갔다.

준수하고 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위풍당당한 기세는 어디에 앉아 있든 숨 막히는 위압감을 주었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오자 강선우의 기세가 한결 누그러졌다.

보내온 서류에 하나하나 결재를 하더니 이 남자가 고개를 들어 관심 조로 말했다.

“안색이 안 좋아 보이네.”

“그냥 좀 피곤하네요. 별일 없어요.”

“요즘 그 프로젝트 때문에 고생 많았지.”

강선우는 손을 들어 그녀의 볼을 살짝 쓰다듬다가 요술을 부리듯 긴 상자를 꺼냈다.

“깜짝 선물.”

심하온은 멍하니 상자를 받아 열었다.

안에는 매우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그건 바로 Solara의 최신 한정판 목걸이였다.

강선우는 그녀를 일으켜 안으며 이마에 키스하려 했다. 이때 심하온이 고개를 돌려 그의 키스를 피했다.

너무 더러우니까.

“하온아?”

강선우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는 몇 년 동안 심하온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고 그녀는 선물을 받을 때마다 놀라면서 기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마워요. 너무 예쁘네요.”

심하온은 시선을 내리고 상자를 닫았다.

“여기 사무실이잖아요. 조심해야죠.”

강선우는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하온이는 늘 이렇게 사려 깊다니까.”

제자리로 돌아온 그녀는 목걸이가 든 상자를 옆에 대충 놓아두었다.

강선우 이 남자는 그녀의 취향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이점만은 심하온도 인정해야 했다.

그의 배신을 몰랐다면 이 목걸이를 받고 분명 예전처럼 기뻐했을 것이다.

점심시간, 심하온은 강선우의 모든 SNS를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

그가 올린 피드는 회사 관련 내용 외에 전부 그녀뿐이었다.

그녀와의 러브스토리를 피드에 자주 올려서 친구들의 불평을 한몸에 받았다.

이때 어떤 피드에서 [좋아요]를 누른 프로필 사진이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

프로필 사진은 하얗고 가느다란 손이었고 손목에 착용한 팔찌는 강선우가 예전에 그녀에게 선물했던 팔찌와 매우 비슷했다.

심하온은 싸한 느낌에 이 사람의 인스타그램으로 들어갔다.

가장 최근에 올린 피드가 하루 전이었다.

[먼 길을 마다않고 내게 보내준 목걸이, 너무 마음에 드네요.]

멘트와 함께 사진도 한 장 첨부되었는데 사진 속 목걸이는 강선우가 방금 심하온에게 준 목걸이와 똑같았다.

Solara의 최신 한정판, 단 두 개뿐인 목걸이였다.

심하온은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

하나는 그녀에게, 하나는 다른 여자에게. 강선우는 이딴 식으로 골고루 신경 써주고 있었던 걸까?

SNS에서 나온 그녀는 한 달 뒤 항공권을 예약했다.

최근 그녀가 팀원들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한 달 후에야 끝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모두의 노고가 담겨 있기에 심하온도 제멋대로 손을 떼고 물러날 수 없다.

한 달 뒤, 그녀는 이곳을, 그리고 강선우를 완전히 벗어날 것이다.

항공권 예약을 마치고 그녀는 다른 대화창을 열었다.

[아빠, 저 이제 집에 돌아가서 아빠를 도와 가업을 이어받을게요. 그리고 정략결혼도 바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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評論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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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5. 12. 12. AM.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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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의 아내   제1092화

    “윤재 씨, 본사로 가.”그녀는 옷에 묻은 흙을 털 시간조차 없이 왼손으로 아직 ‘찰칵’ 소리를 내며 작동 중인 강철제 상자를 집어 들고 몸을 돌렸다.“허도영, 최대 속도로 몰아. 가다가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정윤재는 오른손에 쇠 지렛대를 거꾸로 쥔 채 주저 없이 걸음을 옮겼다. 완전히 망가진 왼팔이 성큼성큼 걷는 동작에 맞춰 빈 정장 옆에서 거칠게 흔들렸다.‘빌어먹을, 중2병 같잖아.’이 대사는 마치 죽으러 달려가는 사람 같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죽으러 가는 것과 별반 다르지도 않았다.오전 열한 시, 서강 제약 본사 건물 최상층 핵심 회의실, 지나치게 넓은 방에서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중앙 냉방기가 거센 찬바람을 뿜어 댔다. 뼛속까지 죽은 기운이 스며들 만큼 추웠다.고급스러워 보이는 긴 협상 테이블 앞에는 이미 검은 무리 사람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었다. 짙은 회색 제복을 입은 수십 명의 조사관과 최정예 법무팀이 펜을 들고 심씨 가문의 십칠 년 치 장부를 미친 듯이 표시하고 있었다.상석에 앉은 자는 강성 캐피탈의 본토 집행자이자 하씨 가문이 내세운 최고급 대리인, 진중석이었다.진중석은 쉰을 넘긴 나이었지만 머리카락은 한 올 흐트러짐 없이 정돈돼 있었다. 가슴에는 번쩍이는 강성 의료자선 배지가 달려 있었다. 굳게 닫힌 회의실 문을 바라보며 그는 다소 경멸하듯 앞에 놓인 흰 자기 찻잔을 들고, 수면에 뜬 최고급 찻잎 두 장을 느긋하게 바라보았다.“진 대표님, 청산서와 자산 포기 각서는 전부 대조했습니다. 심씨 가문의 그 장애인이 서명만 하면 늦어도 오늘 장이 닫힐 때 심씨 가문의 국내 실물 제약 공장은 전부 강성 소유가 됩니다.”뒤에 선 수석 법무원이 목소리를 낮췄다. 금테 안경조차 가리지 못할 만큼 탐욕이 눈에 흘러넘쳤다.“오른손 하나 없는 장애인 여자가 하씨 가문과 무슨 수로 싸우겠나? 자기 이름을 쓸 펜이나 제대로 잡으면 다행이지.”진중석이 입꼬리를 비틀이며 극도로 위선적인 웃음을 지었다.그들은 특별 통로가 보장하는 합법적

  • 내 남편의 아내   제1091화

    지지직!눈부신 전기 불꽃이 한꺼번에 폭발하며 맞은편 해커의 시야를 반 초 동안 앗아 갔다.바로 그 반 초 사이, 정윤재가 오른손을 허리께로 스쳤다. 새까만 전술 단도가 돌벽을 긁으며 긴 불꽃을 뿜었다. 현란한 방어 동작 따위는 없었다. 어둠 속에서 정확히 옆으로 그어 버리자 피가 ‘촤악’ 하고 축축하게 식은 벽면에 튀었다.무거운 물체가 물에 떨어지는 소리가 울린 뒤, 얼음 저장고 가장 깊은 곳에는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만 남았다.“암호 상자는 푸른 벽돌담 뒤에 있어.”정윤재에게는 얼굴에 묻은 검은 피를 닦을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녹슨 쇠 지렛대를 오른손에 거꾸로 들고 이를 악문 채 한 번, 두 번, 이끼 낀 벽돌담을 세차게 내리쳤다.쾅! 콰당!돌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가로세로 삼십 센티미터 남짓한 강철제 구식 기계식 암호함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기계식 톱니 판은 십칠 년 전 제작된 구식 수은전지의 마지막 남은 전력에 의지해 아주 미약한 ‘찰칵, 찰칵’ 초침 소리를 내고 있었다.이것이 임민정과 심기찬이 당시 하온에게 남긴 마지막 자기방어 수단이었다.심하온이 앞으로 다가갔다. 멀쩡한 왼손의 손끝이 녹청이 슨 미세한 숫자판을 빠르게 돌렸다.[점, 선, 긴 멈춤.]십칠 년 전 대서양 은행에서 사용하던 구식 모스 코드가 왼손 검지를 따라 한 글자씩 입력됐다.쿵!묵직한 연결봉이 튕기는 소리와 함께 강철제 상자의 뚜껑이 양옆으로 열리며 가장 깊은 내부 칸을 드러냈다.무균 봉투로 밀봉된 작은 시험관 하나가 기이한 푸른빛을 희미하게 내며 조용히 놓여 있었다.본토에서 신경 손상을 입은 수십만 명을 치료할 수 있는 국산 신약의 진짜 원형 샘플, 임민정이 하마터면 빼앗길 뻔했던 바로 그것이었다.‘마침내 찾았다.’그러나 심하온의 왼손이 시험관에 닿기도 전, 암호함 바닥을 감싼 황동 톱니 아래에서 돌연 귀를 찢는 전자 오류음이 터졌다.상자 가장 밑바닥에 숨겨져 있던 액정 보조 화면이 기묘한 암적색 빛을 밝혔다.강 회장이 남긴 코드가

  • 내 남편의 아내   제1090화

    폭우가 막 그친 뒷산의 공기에는 진창이 썩어 문드러진 듯한 비린내가 가득했다.얼음 저장고 입구는 사람 허리 높이까지 자란 야생 개암나무 덤불 뒤에 숨어 있었다. 허물어진 푸른 벽돌문에는 미끈거리는 이끼가 잔뜩 끼어 있었다.안으로 들어서자 온도가 기이할 만큼 낮았다. 십여 미터 길이의 벽돌 통로를 따라 내려가자 오래된 곰팡내와 독립 수은전지가 과부하 됐을 때 나는 시큼한 악취가 한꺼번에 밀려왔다.강 회장이 십칠 년 전 본토의 봉인 문서에 남겨 둔 금융 중계소는 얼음 저장고 가장 깊은 곳 철제 골조에 용접돼 있었다.“누군가 기반 케이블을 건드렸어. 솜씨가 아주 거칠어.”심하온은 정윤재의 몸 가까이 붙었다. 이어폰에서는 이미 본가 전산실의 미약한 붉은 오류음이 들려오고 있었다.어두운 통로 끝에서 희뿌연 강한 빛줄기가 어렴풋이 새어 나왔다. 손전등이 아니었다. 고출력 마이크로파 차폐 장비와 해커용 외장 휴대 서버가 과부하 상태로 돌아가고 있었다. 소씨 가문이 보낸 역외 용병과 상급 해커들은 암초 신탁 기반부의 이상 움직임을 따라 진작 이곳에 도착한 듯했다.상대는 처음부터 정상적인 창구 인증 절차를 밟을 생각이 없었다. 오후 증시 마감 전까지 고출력 물리 장비로 강 회장이 남긴 중계소를 완전히 때려 부수고 삼자 인증의 물리적 연결망을 강제로 끊으려는 것이었다.연결망만 끊기면 강성 캐피탈의 악의적 전량 인수는 오후 네 시에 자동으로 효력이 발생한다.“열두 시 방향, 역외 계좌에 붙어 있는 잡놈 셋이 무장하고 있어. 빌어먹을, 조심해.”이어폰에서 심하온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통로 가장 깊숙한 곳에서 눈부신 총화 세 줄기가 폭발했다.“젠장!”정윤재가 고함을 지르며 유일하게 힘을 쓸 수 있는 오른손은 외투 안감에서 단총신 기관단총을 뽑아냈다. 무기의 균형을 잡을 수 없었던 그는 오른쪽 갈비뼈와 위팔로 개머리판의 반동을 억지로 받아내며 한 손으로 총을 들고 정면의 화망을 향해 밀고 들어갔다.타다다닥! 타다다닥!대구경 유탄이 고풍 저택의 낡은 푸른 벽돌

  • 내 남편의 아내   제1089화

    특별수용구역의 무거운 철문이 등 뒤에서 무겁게 닫혔다. 충격에 정윤재의 고막이 욱신거렸다.그는 강선우의 몸에서 뜯어낸, 회색 연필 가루가 잔뜩 묻은 환자복 천 조각을 오른손에 꽉 쥐고 정신 보호 병원 계단을 단숨에 뛰어 내려갔다. 비가 갠 뒤의 독한 햇빛이 젖은 아스팔트를 내리쬐며 숨을 막히게 하는 끈적한 흰 김을 피워 올렸다.“대표님! 심하온 씨가 본가에 없습니다!”방탄차 옆을 맴돌던 허도영이 정윤재를 보자 굴러오다시피 달려왔다.“삼십 분 전에 자기 몸에 꽂힌 배액관을 억지로 뽑아 버렸답니다. 현 닥터가 수술칼을 들고 달려들 뻔했다는데....”“쓸데없는 소리 말고 타!”정윤재는 한 손으로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몸을 거칠게 내던졌다.완전히 망가진 왼팔이 옷 안에 걸린 죽은 나뭇가지처럼 축 늘어져 옆구리를 무겁게 짓눌렀다.‘빌어먹게 괴롭군.’그는 낮게 욕설을 뱉고 오른손을 가슴 앞으로 가로질러 안전벨트를 당겼다. 막 운전을 배우기 시작한 초보처럼 동작이 뻣뻣했다.바퀴가 진흙탕을 걷어차며 요양원 북문 가로수길 앞에서 드리프트 하듯 멈추자, 누군가 조수석 문을 바깥에서 거칠게 잡아당겼다.심하온이 요오드 소독약 냄새와 식은땀을 온몸에 묻힌 채 차 안으로 들이닥쳤다.날렵한 재단이 돋보이던 검은 정장은 이제 몸에서 헐렁하게 흔들렸다. 팔꿈치 아래가 텅 빈 오른쪽 소매는 황동 배지 하나로 정장 주머니에 단단히 고정돼 있었다.당세혁이 남양 부두에 남긴 유품이었다. 가장자리에는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마른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아홉 시 일 분에 거래가 재개됐고, 강성 캐피탈은 금융당국이 국가계열 자선 허가증 보유 기관에 제공하는 특별 통로를 이용했어. 프리미엄 제로, 전량 강제 청산.”심하온은 왼손으로 안전벨트를 당길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돌리고 방금 암시장 중계망에서 가로챈 더러운 데이터를 한 글자씩 뱉어냈다.고열이 막 내린 얼굴은 종이처럼 창백했다. 하지만 새까맣게 빛나는 두 눈만큼은 얼음물에 담금질한 쇠 송곳처럼 차가웠다.

  • 내 남편의 아내   제1088화

    강선우의 두 눈이 유리 너머에서 정윤재를 단단히 붙들었다.“정 가주, 오른손 없는 네 여자도 데리고 서쪽 외곽 평화 정원 뒷산으로 가서 물건을 꺼내 와. 늦으면 심씨 가문이 국내에 남긴 마지막 깨끗한 벽돌 한 장도 지킬 수 없을 테니까.”정윤재는 유리에 붙은 좌표가 적힌 천 조각을 응시했다. 연필로 휘갈겨 쓴 삐뚤빼뚤한 글씨는 형광등 빛을 받아 눈을 찌르는 듯한 은회색으로 번들거렸다. 휴대전화로 찍으려는 순간, 주머니 안에서 격렬한 진동이 울렸다.외부 요원과 연락할 때 사용하는 2단계 암호화 무전기였다.연결하자마자 거의 울음을 터뜨릴 듯한 허도영의 목소리가 좁은 면회실에 터져 나왔다. 수화기 건너편의 강선우에게도 똑똑히 들릴 정도였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강운시에 있는 서강 그룹 제약 공장이 거래 재개 첫 일 분에... 외국 자본의 매도 폭탄을 맞지 않았습니다!”허도영은 수화기 너머에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배경에서는 자동차 경적이 요란하게 뒤엉켰다.“그런데 뭘 그렇게 호들갑이야!”정윤재가 무전기에 대고 고함쳤다.“외국 자본이 아닙니다! ‘강성 캐피탈’이라는 의료 대기업입니다! 본토 최고 등급의 의료자선 허가증을 보유한 곳인데, 방금 금융당국의 최고 등급 친환경 인수 통로를 이용했습니다. 프리미엄 없이 서강 그룹이 국내에 보유한 모든 실물 제약 공장과 지분을 파멸적인 방식으로 강제 전량 인수하려 하고 있습니다!”인수 시각은 오늘 오전 아홉 시 일 분, 거래가 재개된 바로 첫 일 분이었다.이것은 기업 전쟁이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계획된 합법적인 물리적 회선 차단이었다.정윤재의 동공이 순식간에 바늘구멍처럼 좁아졌다. 이미 감각이 무뎌진 등에 난 상처들이 ‘강성 캐피탈’이라는 다섯 글자를 듣는 순간 머리 위로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 되살아났다. 온몸의 신경이 경련할 만큼 날카로운 통증이 번졌다.강씨 가문, 본토 북부 깊숙한 곳에 뿌리내린 오래된 명문가이자 강성 캐피탈의 진짜 주인이었다.해외와 공해에서는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 내 남편의 아내   제1087화

    “그런데 2조가 넘는 이 실물 차명 지분은 세무 당국도 흠을 잡지 못할 만큼 깨끗해. 방해하던 놈들이 전부 사라졌기 때문에 오늘 아침 거래가 재개된 첫 일 분에 ‘원소유자 반환’ 상속 절차가 자동으로 발동했지. 시스템이 심씨 가문의 유산을 청산하느라 심기찬의 이름을 공동 발동자로 인식했고, 그래서 이 특별수용구역 화면에 강제로 띄운 거야!”정윤재의 심장이 한 박자 멎었다. 2조 규모의 실물 차명 지분, 이것은 단순한 명예 회복 따위가 아니었다. 햇빛 아래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고래의 사체였다.겉으로는 잔잔해 보이는 본토 재계에서 이 돈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스포트라이트 뒤에 숨어 있던 굶주린 늑대들을 전부 육지로 끌어낼 수 있었다.“하지만 그 늙은이는 미친놈이었어. 누구도 믿지 않았거든.”강선우가 돌연 목소리를 낮췄다. 수화기를 타고 전해지는 음성에는 서늘한 한기가 배어 있었다.“그자는 상속 절차에 물리적인 자물쇠를 걸어 뒀어. 심하온의 왼손 인장, 네 오른손의 가주 인장, 그리고 내가 혀 밑에 숨겨 둔 구식 대서양 은행 모스식 물리 코드를 본토 은행 창구가 닫히기 전에 세 사람이 동시에 인증해야 해. 그래야 누군가 이 거액의 차명 지분을 강제로 악의적 공매도 하는 걸 막을 수 있지.”“누군가?”정윤재가 되물었다.“하, 재미있군. 본토에서 자선 허가증을 내걸고 양복을 번듯하게 차려입은 국가계열 민간재단들이 정말 심씨 가문을 도우러 온 줄 알아? 사람을 뼈째 씹어 삼키는 자본가들 눈에는 오른손을 잃은 심하온과 왼쪽 어깨를 못 쓰게 된 너 따위, 수술대에 누워 죽기만을 기다리는 병든 고양이 두 마리에 불과해.”면회실의 형광등이 기이하게 두 번 깜박이며 지지직거리는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정윤재는 그 자리에 선 채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냉기가 치솟는 것을 느꼈다. 그는 본토 자본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너무도 잘 알았다.해외에서는 총과 폭약, 가장 원시적인 물리적 제거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본토의 밝은 햇빛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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