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당신의 맹세는 거짓이었다

당신의 맹세는 거짓이었다

By:  무언Completed
Language: Korean
goodnovel4goodnovel
23Chapters
87views
Read
Add to library

Share:  

Report
Overview
Catalog
SCAN CODE TO READ ON APP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태아 조직은 모두 배출됐고, 자궁 안에 남은 조직도 없이 깨끗합니다.” 결혼 3주년 기념일. 예은채의 뱃속에 있던 아이는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달수도 다 채우지 못 하고 사라졌다. “은채야! 괜찮아?” 절친 심지민이 흰 가운 차림으로 급히 병실 문을 밀고 들어왔다. 예은채는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허공만 바라보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구정남이 바람났어.” 3년 전, 구정남과 혼인신고를 하던 날. 예은채는 그에게 딱 한 가지 조건을 말했다. “당신이 바람피우면, 난 당신을 영원히 떠날 거야.” 그때 구정남은 세상에서 가장 진심인 사람처럼 맹세했다. “내가 바람피우면, 내 인생이 어떻게 무너져도 할 말 없어. 다시는 당신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맹세할게.” 하지만 예은채가 어제 알게 된 진실은 처참했다. 구정남은 이미 반년 넘게 아내 몰래 조해린과 다른 살림을 차려서 살고 있었다. 더 기막힌 건. 조해린 역시 예은채와 똑같이 임신 2개월이었다는 사실이었다.

View More

Chapter 1

제1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예은채는 아침에야 배 속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급히 병원으로 달려왔지만, 검사 결과 아이의 심장은 이미 멈춰 있었다.

“내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도 몰랐어.”

아이 이야기를 꺼내자, 예은채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구정남 그 미친놈! 내가 당장 가서 따질 거야!”

심지민은 분을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예은채는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지민아, 아이 일은 말하지 마.”

심지민은 멈칫하더니 어렵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건 알겠어. 그런데 너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예은채는 창밖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독일로 돌아갈 거야.”

“그래. 네 아버지가 독일에서 가진 힘이면, 구정남은 평생 너 못 찾을 거야.”

심지민은 아쉬움을 눌러 삼키며 예은채의 손을 잡았다.

“나도 그 사람과 이혼하느라 괜히 마음 쓸 필요가 없어.”

예은채의 가족은 오래전 독일로 이주했다.

예은채는 독일 국적을 가진 재외동포였다.

그녀와 구정남은 국내에서 혼인신고만 했고, 독일에서는 별도의 혼인 절차를 밟지 않았다. 그래서 독일에서 두 사람의 결혼은 법적 효력이 없었다.

심지민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떠날 건데?”

“여기 레스토랑 정리하고. 아마 일주일 뒤쯤.”

예은채는 어릴 때부터 국내에서 자기 이름으로 레스토랑을 운영해 보고 싶어 했다.

부모의 허락을 겨우 얻은 뒤, 그녀는 귀국해서 작은 레스토랑을 열었다.

그리고 거기서 구정남을 만났다.

2년을 사랑했고, 3년을 부부로 살았다.

예은채는 구정남이 바람을 피우리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사실은 이미 눈앞에 놓여 있었다. 지금 그녀가 원하는 건 떠나는 것뿐이었다.

심지민은 맡은 수술 시간이 곧 다가와서 한동안 친구인 예은채의 병실에 머물다 금방 자리를 떠났다.

예은채는 병상에 누워 지친 눈으로 천장만 바라봤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조해린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오늘 너희 결혼기념일이지? 정남 오빠가 루엘호텔에 방 잡아 줬어. 오늘 밤 우리가 뭘 할 것 같아?]

[오빠도 참 너무하지. 나 임신했는데도 가만히 못 둔다니까.]

예은채는 그 문장들을 바라보며 눈이 지끈지끈 아팠다.

바로 그때 구정남의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 어디야? 결혼기념일 서프라이즈 준비했어. 내가 데리러 갈게.]

구정남의 목소리는 늘 그랬듯 다정했고, 사랑이 묻어 있는 듯했다.

예은채는 이해할 수 없었다. 바깥에 다른 여자를 두고도, 어떻게 다시 돌아와 그녀에게 저렇게 다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한참 동안 대답이 없자 구정남의 목소리에 조급함이 섞였다.

[왜 말이 없어?]

“아무것도 아니야. 어디야? 내가 갈게.”

[나 루엘호텔이야. 그래도 내가 데리러 갈까?]

구정남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이틀 뒤가 당신 생일이잖아. 나도 선물 준비하고 있었어. 당신이 오면 서프라이즈가 아니잖아.”

예은채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눈빛은 이미 얼음처럼 식어 있었다.

[우리 여보 정말 나한테 잘한다. 그럼 호텔에서 기다릴게. 빨리 와.]

구정남은 들뜬 사람처럼 전화를 끊었다.

예은채는 핸드폰 화면에 뜬 구정남의 이름을 차갑게 바라봤다.

‘하. 아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알고도 그렇게 웃을 수 있을까?’

잠시 몸을 추스른 뒤, 예은채는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자신의 레스토랑으로 돌아갔다.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깔끔한 정장 차림의 여자가 급히 다가왔다.

“오늘 못 온다며?”

그녀는 예은채의 동업자 강서연이었다.

예은채는 옅게 웃었다.

“너랑 상의할 일이 있어서.”

강서연은 예은채와 오래 함께 일해 왔다. 한눈에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두 사람은 사무실로 들어갔다. 예은채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

“레스토랑을 너한테 넘기고 싶어.”

“갑자기 왜?”

강서연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나 독일로 돌아갈 거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라, 차라리 네가 맡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

예은채는 강서연이 건넨 따뜻한 물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

“독일? 남편은 알아?”

강서연이 미간을 좁혔다.

“몰라. 너도 말하지 마.”

예은채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느낀 강서연은 더 캐묻지 않았다.

“내가 운영하는 한, 너는 계속 이 레스토랑의 지분을 가진 사람이야. 독일에 도착하면 계좌 보내. 매달 정산해서 보낼게.”

강서연의 진심 어린 표정을 본 예은채는 더 사양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몇 가지 세부 사항을 더 의논했다.

이후 예은채는 레스토랑을 나와 루엘호텔로 향했다.

그 두 사람이 또 어떤 ‘서프라이즈’을 준비했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

Expand
Next Chapter
Download

Latest chapter

More Chapters

To Reader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No Comments
23 Chapters
제1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예은채는 아침에야 배 속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급히 병원으로 달려왔지만, 검사 결과 아이의 심장은 이미 멈춰 있었다.“내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도 몰랐어.”아이 이야기를 꺼내자, 예은채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구정남 그 미친놈! 내가 당장 가서 따질 거야!”심지민은 분을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예은채는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지민아, 아이 일은 말하지 마.”심지민은 멈칫하더니 어렵게 마음을 가라앉혔다.“그건 알겠어. 그런데 너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예은채는 창밖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독일로 돌아갈 거야.”“그래. 네 아버지가 독일에서 가진 힘이면, 구정남은 평생 너 못 찾을 거야.”심지민은 아쉬움을 눌러 삼키며 예은채의 손을 잡았다.“나도 그 사람과 이혼하느라 괜히 마음 쓸 필요가 없어.”예은채의 가족은 오래전 독일로 이주했다.예은채는 독일 국적을 가진 재외동포였다.그녀와 구정남은 국내에서 혼인신고만 했고, 독일에서는 별도의 혼인 절차를 밟지 않았다. 그래서 독일에서 두 사람의 결혼은 법적 효력이 없었다.심지민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언제 떠날 건데?”“여기 레스토랑 정리하고. 아마 일주일 뒤쯤.”예은채는 어릴 때부터 국내에서 자기 이름으로 레스토랑을 운영해 보고 싶어 했다. 부모의 허락을 겨우 얻은 뒤, 그녀는 귀국해서 작은 레스토랑을 열었다.그리고 거기서 구정남을 만났다.2년을 사랑했고, 3년을 부부로 살았다.예은채는 구정남이 바람을 피우리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사실은 이미 눈앞에 놓여 있었다. 지금 그녀가 원하는 건 떠나는 것뿐이었다.심지민은 맡은 수술 시간이 곧 다가와서 한동안 친구인 예은채의 병실에 머물다 금방 자리를 떠났다.예은채는 병상에 누워 지친 눈으로 천장만 바라봤다.그때 핸드폰이 울렸다.조해린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오늘 너희 결혼기념일이지? 정남 오빠가 루엘호텔에 방 잡아 줬어. 오늘 밤 우리가 뭘
Read more
제2화
예은채가 호텔에 도착했을 때, 구정남은 아직 도착하기 전이었다.직원은 그녀를 꼭대기 층으로 안내했다.“구 대표님께서 올해도 한 층을 통째로 예약하셨습니다. 사모님은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면 됩니다.”예은채는 먼저 화장실에 가려 했다.문 쪽으로 걸어가던 중, 두 직원이 낮게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구 대표님 올해는 왜 두 층이나 잡았대?”“쉿, 목소리 낮춰. 아까 구 대표님이 다른 여자 데리고 아래층으로 들어가는 거 봤어.”“말도 안 돼. 사모님이 위층에 계시는데 어떻게 그래?”“돈 많은 사람들 일이지 뭐. 우리는 못 본 척해야지. 괜히 엮이면 우리만 피곤해.”“난 구 대표님이 그렇게 사랑꾼인 줄 알았는데.”“남자들 다 똑같지. 집에 있는 사람한테 질리면 밖에서 노는 거야.”“...”예은채는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녀는 직원들을 피해 조용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 층의 장식은 위층과 똑같았다.테이블 위의 케이크, 옆에 세워진 샴페인 타워, 흐르고 있는 피아노곡까지 전부 같았다.조해린은 연핑크 원피스를 입고 구정남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그 원피스는 구정남이 운영하는 회사의 이번 시즌 신상품이었다.예은채는 며칠 전 구정남이 집에 가져온 하늘색 원피스를 내밀며 했던 말을 떠올렸다.“당신이 좋아하는 연핑크는 하자가 있어서 반품시켰어. 이 하늘색도 당신한테 잘 어울릴 거야.”두 사람이 만나기 시작한 뒤, 매년 신상품은 늘 예은채가 가장 먼저 입었다.그래서 그때는 별생각을 하지 않았다.그 연핑크 원피스는 결국 조해린에게 갔다.예은채가 차갑게 웃고 돌아서려던 때, 안쪽에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그녀가 뒤돌아보자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런데 구정남의 상태는 그녀가 너무 잘 아는 모습이었다.예은채는 충격에 입을 막았다.넓은 치맛자락 아래에서 두 사람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짓을 하고 있었다.“오빠, 너무 좋아.”“임신하니까 또 다르네.”구정남은 만족한 얼굴로 조해린에게 입을 맞췄다.“조금 있다가
Read more
제3화
예은채는 구정남을 차갑게 바라봤다.구정남은 그 시선을 보고 급히 핸드폰을 거두었다.“아니다. 내가 먼저 당신 데려다줄게.”“괜찮아. 일이 더 중요하잖아. 기사님이 데려다주시면 돼.”예은채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그제야 구정남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쳤다. 그는 차 옆에 쪼그려 앉아 예은채의 아랫배를 어루만졌다.“아가야, 오늘은 얌전히 있어야 해. 엄마 힘들게 하지 말고.”예은채는 좋은 아빠인 척하는 구정남의 모습을 보자 비웃음이 났다.곧 구정남은 고개를 들고 예은채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집에 가서 푹 쉬어. 내일 아침에 맛있는 거 사 갈게.”예은채는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구정남이 말을 더 하려던 때,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그가 화면을 내려다본 얼굴에는 들뜬 기색이 떠올랐다.예은채는 그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구정남을 밀어내고 차 문을 닫았다.“사람 기다리게 하지 말고 빨리 가.”그렇게 말한 뒤 기사에게 출발하라고 했다.구정남은 예은채의 말에 뼈가 있는 듯 느꼈다.하지만 조해린이 보낸 사진은 이미 구정남의 이성을 흐려 놓았다.예은채가 멀어지기도 전에 그는 참지 못하고 호텔 안으로 돌아갔다....예은채는 차 안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앞좌석의 기사는 룸미러로 예은채의 표정을 계속 살폈다.기사는 구정남을 10년 동안 모신 사람으로, 구정남의 측근이나 다름없었다.예은채는 그 시선을 알아차리고 스스로를 비웃듯 웃었다.“운전이나 해 주세요. 구 대표가 지금 뭘 하든 상관없어요.”“사모님, 알고 계셨습니까?”기사의 목소리에는 놀라움이 섞여 있었다.“제가 알면 안 되는 일이었나요?”예은채가 차갑게 웃었다.“죄송합니다, 사모님.”“기사님이 왜 사과하세요?”“제가 더 일찍 말씀드려야 했습니다.”기사의 목소리에는 죄책감이 짙게 묻어 있었다.예은채는 눈썹을 살짝 올렸다.기사는 이어 말했다.“사모님은 저한테 늘 잘해 주셨습니다. 좋은 분이시니까요.”“네.
Read more
제4화
조해린의 메시지가 도착하자마자, 영상 속 구정남의 표정이 굳었다.그는 양심에 찔린 사람처럼 아래쪽을 흘끗 보고, 다시 예은채를 바라봤다.[여보, 방금 뭐라고 했어?]구정남의 목소리는 억눌려 있었다.예은채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다 알았다. 그녀는 핸드폰을 책상 위에 세워 두고 팔짱을 꼈다.“왜 그래? 갑자기 표정이 안 좋네.”[아무것도 아니야. 잠을 못 자서 그런가 봐.]예은채는 그렇게 그를 바라봤다.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구정남은 이미 조해린에게 휘둘려 아내의 반응을 살필 여유조차 없었다.예은채는 차갑게 웃었다.“바쁘면 일 봐. 난 잘게. 고객이 너무 까다로우면 끝까지 잘 모셔.”그녀는 구정남이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역겨워.”곧장 욕실로 들어갔다.수온을 가장 높게 올렸다. 뜨거운 물이 예은채의 몸 위로 쏟아졌다.구정남이 집에 돌아올 때마다 그녀는 늘 다른 향수 냄새를 맡았다. 그런데도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오늘에야 알았다.구정남과 조해린은 매일 이런 식이었다.정말 역겨웠다.구정남이라는 남자 자체가 역겨웠다.욕실에서 나온 예은채는 방에 걸린 결혼사진을 바라보다가 허탈하게 웃었다.그녀는 자기 이불을 챙겨 손님방으로 갔다.‘괜찮아. 곧 떠날 거야.’‘모든 것을 정리하고 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예은채는 침대 위에서 몸을 웅크렸다.수술을 거친 몸은 아직 몹시 지쳐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깊은 잠에 빠졌다....다음 날 아침, 예은채는 구정남의 키스에 눈을 떴다.“왜 이 방에서 잤어?”구정남의 목소리는 다정했다.“아침에 당신이 없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예은채는 그 키스를 조용히 피했다.“결혼 전엔 이 방에서 잤잖아. 요 며칠 몸이 안 좋아서 여기로 왔어.”“오늘 밤엔 내가 집에 있을게.”구정남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내의 손을 잡았다.“여보, 고생 많지? 아기가 태어나면 내가 혼내 줄게.”그리고 눈에 담긴 걱정은 거짓이 아니었다. 사랑처럼 보이는 감정도 전
Read more
제5화
가는 내내 구정남은 핸드폰만 붙잡고 있었다.차창에 비친 화면을 통해, 예은채는 노출이 심한 사진 몇 장을 보았다.그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구정남은 조해린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다.예은채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 사이드미러에 비친 뒤쪽 차량을 보고 낯이 익다고 느꼈다.구정남이 얼마 전에 새로 산 차였다.자세히 보니 조수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조해린이었다.예은채는 싸늘하게 웃었다. 그 차마저 조해린에게 준 모양이었다. 기사까지 붙여 준 걸 보면 꽤 살뜰하게 조해린을 챙기는 모양이었다.옆에는 구정남, 뒤에는 조해린.예은채는 두 사람에게 완전히 조롱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눈을 감았다. 더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쇼핑몰에 도착하자, 예은채는 곧장 유아용품 매장으로 향했다.가지런히 진열된 아기 물건들을 보자 가슴이 먹먹해졌다.“어떤 게 마음에 들어?”구정남이 그녀 뒤로 다가와 다정하게 물었다.“난 우리 아기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몰라.”아이를 떠올리자 예은채의 마음이 가라앉았다.“그럼 둘 다 사면 되지.”구정남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어차피 우리 아기는 너 닮아서 예쁠 거야. 뭘 입어도 잘 어울릴 거고.”예은채가 고개를 들자, 구정남의 귀에 꽂힌 블루투스 이어폰이 보였다.그는 평소에도 통화를 편하게 하려고 이어폰을 자주 착용했다. 그래서 예은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이것도 괜찮은데, 너는 어때?”구정남은 옆에 있던 연핑크색 아기 옷을 집어 들고 웃으며 물었다.어제 호텔에서 봤던 장면이 떠오르자 예은채는 다시 속이 울렁거렸다.그녀는 차갑게 말했다.“연핑크네. 나 이제 그 색 안 좋아해.”예은채는 구정남을 더 상대하지 않고 혼자 물건을 골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몇 가지를 골랐다.“여보, 내 외투 좀 정리해 줄래?”구정남은 사람을 데려오지 않아 양손에 쇼핑백이 가득했다.예은채는 내키지 않았지만 다가갔다.외투를 정리하던 중, 그녀는 구정남의 주머니에서 다른 쪽 블루투스
Read more
제6화
“은채 씨, 여긴 왜 왔어요?”예은채가 문 앞에 도착하자 이재희 변호사가 급히 나왔다.“저와 구정남이 예전에 작성한 혼전계약서 아직 있죠?”이재희는 그녀를 사무실로 데려가 서류를 꺼냈다.“여기 있어요.”그것은 혼전계약서였다.예은채의 부모는 구정남이 사위로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또 오래 해외에서 살아온 만큼, 딸이 국내에서 혼자 있으면서 억울한 일을 당할지 걱정했다.그래서 구정남에게 혼전계약서에 서명하게 했다.구정남이 혼인 기간 중 부정행위를 저지를 경우, 예씨 집안은 GK그룹에 집행한 모든 투자금을 즉시 회수하고, 진행 중인 투자 역시 전면 중단한다.또 예은채가 이혼을 요구하면 구정남은 조건 없이 동의해야 한다.예은채는 구정남의 외도 증거를 전부 이재희에게 넘겼다.“며칠 뒤 구정남의 생일 파티가 있어요. 그 자리에서 이것들을 공개해 주세요.”“우리 부모님에서도 곧 관련 절차를 시작해 투자금을 회수하실 거예요.”“저도 독일로 돌아갑니다. 앞으로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에요. 레스토랑 양도는 강서연 씨와 상의해 주세요.”예은채가 차분하게 모든 일을 설명하자, 이재희는 마음이 아팠다.“은채 씨가 그동안 그렇게 해 왔는데, 이렇게...”예은채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애초에 제가 고집 부려 구정남과 결혼한 거였어요. 사람 보는 눈이 없었던 거죠. 오히려 일찍 정신 차린 걸 축하해 주세요.”“그래요. 앞으로는 행복해질 수 있어요.”로펌을 나와 예은채는 하늘을 올려다봤다.부모가 혼전계약서를 쓰라고 했을 때, 그녀는 부모와 크게 다퉜다.평생 볼 일 없을 거라 믿었던 계약서였다.그런데 겨우 3년이 지났다.예은채는 스스로 그 혼전계약서를 꺼내 들었다.구정남을 믿었던 자신이 우스워 견딜 수 없었다.그녀는 정처없이 거리를 걸었다.그러다 익숙한 두 뒷모습을 발견했다.구정남과 조해린이었다.조해린은 애교 섞인 얼굴로 한 레스토랑을 가리키고 있었다.유럽식 레스토랑이었다.구정남은 유럽식 요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예전에 예은채와 함께
Read more
제7화
다음 날, 예은채가 아침을 먹고 있을 때 구정남이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왔다.“여보, 나 이틀 정도 해외로 출장 다녀와야 해.”예은채는 조금 놀란 척했다.“그렇게 급해?”구정남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짐까지 챙겼다.“고객이 급하대. 집에서 딱 기다려. 금방 올게.”그는 다시 몸을 낮춰 예은채의 아랫배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아가야, 아빠 며칠 뒤에 올게. 그동안 엄마 힘들게 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야 해.”구정남은 그렇게 말하고 일어나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기다리고 있어.”구정남이 돌아서려는 때, 예은채는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생일 파티 당일에는 돌아올 거야?”구정남은 멈칫하더니 잠시 생각한 뒤 웃었다.“돌아올게.”예은채는 고개를 끄덕였다.“꼭 돌아와. 내가 서프라이즈 준비했어.”구정남의 웃음이 더 환해졌다.“정말? 너무 기대된다.”예은채도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눈에는 웃음이 닿지 않았다.“나도 기대돼.”구정남은 그녀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녀를 끌어안았다.“여보, 미안해. 이틀 동안 곁에 못 있어 줘서. 다녀오면 꼭 제대로 보상할게.”예은채는 그를 밀어냈다.“얼른 가.”그제야 구정남은 아내의 상태가 평소와 조금 다르다는 걸 느꼈다.불안해진 그는 급히 예은채의 손을 잡았다.“집에서 기다려.”예은채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빨리 가라는 듯 그를 재촉했다.아내의 차가운 눈을 마주한 구정남의 마음에 불안이 스쳤다.“여보...”그가 무언가 더 말하려던 때, 핸드폰이 울렸다.전화받은 구정남은 몇 마디 대충 대꾸하고 다시 걱정스럽게 아내를 바라봤다.“여보, 아니면...”말끝이 흐려졌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 같았다.예은채는 옅게 웃으며 그 앞으로 다가갔다.지난 3년 동안 늘 그랬듯, 그녀는 다정한 손길로 남편의 옷깃을 정리했다.“고객이 중요하잖아. 먼저 가. 생일 파티엔 꼭 돌아오고.”구정남의 핸드폰은 계속 진동했다.예은채에게 특별한 이상이 없어 보이자, 그는 결국
Read more
제8화
구정남은 연회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예은채가 전화를 끊은 뒤로 핸드폰이 계속 연결되지 않았다.“왜 전화를 안 받지? 은채가 화난 건가?”구정남은 초조했다.운전석의 기사는 뒷좌석에 앉은 그를 바라봤다. 눈가에는 비웃음이 감돌았다.구정남을 데리러 오기 직전, 기사는 예은채를 공항에 내려다주고 왔다.그녀가 떠나며 지었던 웃음을 떠올리자, 기사는 마음이 후련했다.예은채처럼 좋은 사람은 구정남 같은 인간과 더 얽히지 말아야 했다.그렇게 생각한 기사는 입을 열었다.“대표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모님이 정말 서프라이즈를 준비하신 것일 수도 있습니다.”구정남은 기사가 예은채를 부르는 호칭이 달라졌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은채가 분명 서프라이즈 준비했다고 했어. 속도 좀 내.”기사는 아주 조금만 속도를 올렸다.예은채의 비행기는 두 시간 뒤 출발 예정이었다. 그는 예은채에게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어 주고 싶었다.구정남이 연회장에 도착했을 때, 하객들은 이미 모두 파티 장소에 와 있었다.지난 생일 파티에는 초대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여럿 보였고, 낯선 얼굴들도 꽤 있었다.구정남은 그것도 예은채의 준비라고만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연회장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이 그를 데리고 의상실로 갔다.“내 아내를 못 봤어? 왜 내 아내가 아니라 너희들이 옷을 갈아입혀 주는 거야?”옷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구정남은 예은채를 찾았다.직원 한 명이 고개를 저었다.“사모님께서 대표님이 도착하시면 저희가 예복을 도와드리라고 하셨습니다.”“왜 전화를 안 받는 거지?”구정남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사모님은 아마 연회장에 계실 겁니다.”구정남은 불안을 억누르며 예복을 받아 들었다.예복을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선 뒤에야 그는 자신이 입은 옷을 제대로 보았다.그것은 그가 예은채와 결혼하던 날 입었던 예복이었다.구정남은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그런 뜻이었구나.”‘우리 결혼기념일을 제대
Read more
제9화
구정남은 충격에 휩싸여 뒤를 돌아봤다.대형 스크린에는 그와 조해린이 레스토랑에서 나눈 대화 영상이 떠 있었다.‘저런 말을 할 때... 내가 저런 표정이었나?’구정남은 화면 속 자신을 바라보며 얼어붙었다.“구 대표가 사모님 얘기하는 거야?”“맞은편에 앉은 여자는 누구야?”“모르겠는데, 관계가 보통은 아닌 것 같은데.”“구 대표가 저런 사람이었어? 사람 겉만 보고는 모르겠네.”“...”하객들의 낮은 수군거림이 구정남의 얼굴을 뜨겁게 만들었다.“스크린 꺼! 이건 조작된 영상이야!”그러나 대형 스크린은 멈추지 않았다.“네가 죽어 주면 안 돼? 네가 죽어야 나랑 정남 오빠가 당당하게 같이 살 수 있잖아.”“정남 오빠가 나랑 해외에 나가서 결혼하겠대.”조해린의 목소리와 그녀가 예은채에게 보낸 메시지가 함께 연회장에 울렸다.이어서 두 사람이 해외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영상까지 재생되었다.연회장은 한꺼번에 뒤집힌 듯 소란스러워졌다.“세상에, 구정남은 어떻게 저런 짓을 해?”“저 여자는 예은채 씨가 죽기를 바랐다고?”영상은 10분이 넘도록 이어졌다.구정남은 화면 속 모든 것을 바라봤다.‘이게 전부 예은채가 준비한 거라고?’‘이미 알고 있었다고?’‘그래서 그동안 나랑 따로 자겠다고 했던 건가?’‘그래서 요 며칠 그렇게 달라졌던 건가?’‘조해린, 저 미친년이 예은채를 찾아가다니!!’예은채가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자, 구정남은 숨이 막혔다.그는 미친 사람처럼 옆에 있던 직원 하나의 멱살을 붙잡았다.“꺼! 당장 끄라고 했잖아!”심지민이 손뼉을 치자, 대형 스크린이 마침내 꺼졌다.연회장은 잠시 멈춘 듯 조용해졌다.조명이 다시 켜지자,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더 커졌다.그 사이 몇몇 사람은 핸드폰 카메라까지 들어 올려 촬영하고 있었다.이재희가 구정남 곁으로 다가갔다.“구정남 씨. 귀하와 예은채 씨가 체결한 혼전계약서에 따라, 귀하가 혼인 기간 중 외도를 비롯한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이에 예은채 씨는
Read more
제10화
구정남의 머릿속은 이미 뒤엉켜 있었다.“유산?”심지민은 예은채의 진단서를 구정남의 눈앞에 들이밀었다.“똑바로 봐. 너랑 조해린 때문에 은채가 아이를 잃었어.”구정남은 바닥에 주저앉았다.“언제...?”“너희 결혼기념일 당일. 기억해 둬. 너희 결혼기념일이 네 아이의 기일이 됐어.”심지민은 그를 내려다보며 분노로 떨었다.“왜...?”구정남은 넋이 빠진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그건 조해린한테 물어봐. 결혼기념일 전날 밤, 그 여자가 은채에게 먼저 연락해서 자기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렸어. 그 다음 날 아이 심장이 멈췄고.”“네 아이조차 네가 자기 아빠가 되는 걸 보고 싶지 않았나 보지.”심지민은 화가 치밀어 그의 옷깃을 잡아 흔들었다.“그런데 너는 그날 뭘 했어? 결혼기념일에 그 여자랑 호텔에서 뒹굴었잖아!”구정남은 떠올렸다. 결혼기념일 당일 예은채가 평소와 달랐던 이유.그녀의 지친 표정.그녀가 ‘고객’이라는 말을 할 때 보였던 차가운 비웃음.그때 예은채는 이미 알고 있었다.그때는 이미 두 사람의 아이를 잃은 뒤였다.“나와 조해린의 사이는 진심이 아니었어.”심지민은 구정남의 모습을 보고 역겨움을 느꼈다.“설마 그냥 아는 여자랑 잔 것뿐이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지? 대단한 사랑꾼 납셨네. 그냥 아는 여자랑 자려고 임신한 아내 버리고, 생일 파티 직전엔 그 여자 데리고 해외 가서 결혼식까지 올렸어?”“아니야. 난 결혼한 게 아니야. 그냥 속인 거야. 우리는 그저...”구정남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중년 남자가 연회장으로 들어와 구정남의 얼굴을 주먹으로 쳤다.“이 미친놈아! 입 다물어!”그 남자는 구정남의 아버지, 구수한 회장이었다.회사에서 회의 중이던 구수한은 급히 들어온 비서에게 상황을 전해 듣고서야 아들의 생일 파티가 이 지경이 되었다는 걸 알았다.곧바로 연회장으로 달려왔다.도착하자마자 아들이 정신없이 헛소리를 늘어놓는 모습을 봤다.구정남을 막은 뒤, 구수한은 경호원에게 라이브 송출을 끊게 하고 기자들을
Read more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