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래, 어디 한번 질러봐. 누가 널 구하러 올 거 같아? 김도진도 지금 해외에 있잖아”도현이 고개를 조금 더 숙여 유라의 귓가에 입술이 닿을 듯이 낮게 속삭였다. 뜨거운 숨결이 유라의 목덜미를 간지럽히자 유라는 소름이 돋아 어깨를 움츠렸다.“말해봐, 유라야. 김도진 말고 너한테 또 올 놈이 있어?”유라는 도현의 단단한 가슴을 두 손으로 밀어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지만, 단단한 도현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엉켜드는 서로의 허벅지와 밀착된 체온이 숨 막히는 긴장감을 고조시킬 뿐이었다.“내가 말했잖아, 이유라. 널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은 나뿐이라고.”도현의 손가락이 유라의 허리춤을 느릿하게 쓸어 올리며 자극적으로 말을 이어갔다.“김도진은 널 그냥 가지고 노는 것뿐이야. 침대 위에서 적당히 즐기다가, 싫증 나면 가차 없이 버릴 장난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넌.”도진을 향한, 그리고 자신을 향한 도현의 더럽고 모욕적인 언사에 유라는 순간 도현의 뺨에 손을 올렸다.짝─────!거실의 정적을 깨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울렸다,순간적으로 고개가 돌아간 도현은 미동도 없이 멈춰 섰다. 도현의 뺨이 붉게 피어올랐다. 유라는 제 손바닥이 얼얼할 정도의 충격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도현을 내려다 보았다.순간 서늘한 침묵이 흘렀다. 도현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유라와 시선을 맞췄다.맞은 뺨이 아프지도 않은지, 오히려 유라의 반항이 짜릿한 자극이라도 된 듯 했다.“하…….”도현의 입술 사이로 낮고 뜨거운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 차갑고 싸늘한 미소에 유라가 도망치려 몸을 뒤튼 바로 그 찰나였다.도현의 커다란 손이 순식간에 유라의 얇은 손목을 한 손에 거칠게 잡아챘다. 손목이 으스러질 듯한 강한 힘에 유라의 입에서 억눌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앗…… 아……!”도현은 도망치려 발버둥 치는 유라의 가녀린 허리를 다른 한 손으로 감싸 안았다. 그리고는 단숨에 유라의 몸을 뒤흔들어 그대로 넓은 가죽 소파 위로 거칠게 눕혀버렸다.
유라는 결국 눈물을 쏟아내며 흐느꼈다.“제발…… 제발 내려주세요…….”유라가 울며 사정하는 사이, 차는 거대한 철문을 지나 한적한 곳에 위치한 고급 별장의 지하 주차장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섰다.육중한 주차장 셔터가 닫히며 외부와 완벽히 차단되자 기사가 시동을 껐다. 유라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주위를 살폈지만 도대체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유라는 이 장소가 유라에게 결코 낯설지 않다는 기시감을 안겼다.하지만, 생각에 잠길 틈도 없었다. 먼저 차에서 내린 남자가 뒷좌석 문을 거칠게 열더니 유라의 가녀린 팔을 냅다 밖으로 끄집어냈다.“이거 놔! 놓으란 말이야! 오지마세요!”유라가 온 힘을 다해 거세게 반항하자, 남자는 귀찮다는 듯 혀를 쯧 차며 유라를 자신의 어깨에 들처멨다.두려움에 유라가 남자의 등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비명을 질렀다.“이거 놔줘요! 아악! 살려주세요!”남자는 가소롭다는 듯 쿵쾅거리며 계단을 올랐고, 별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유라를 넓은 거실의 가죽 소파 위로 거칠게 내팽개쳤다.“아유, 쪼그만 게 악바리같이 반항은. 아가씨 덕분에 요즘 우리 수당이 아주 짭짤해. 고마워, 아주?”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땀을 닦아낸 남자는 그대로 유라를 집안에 홀로 둔채 밖으로 나가 버렸다.쾅─숨 막히는 정적 속에 홀로 남겨진 유라는 웅크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어두운 조명과 넓고 물건 하나 없는 휑한 거실은 유라에게 더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다.온몸의 감각이 공포로 곤두선 그때, 조용한 복도 끝 저 멀리서 규칙적인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유라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두려움에 작은 몸을 더 한껏 움츠렸다.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딛고 걸어 나오는 어딘가 낯익은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점점 자신을 향해 좁혀오는 그 실루엣을 향해, 유라는 거칠게 흔들리는 눈동자로 초점을 맞췄다. 이윽고 희미한 불빛이 남자의 얼굴을 온전히 비추는 순간, 유라의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다.“도…… 도현 오
택시에 올라탄 유라는 창밖의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며 도진을 만날 생각에 가슴이 마냥 설레었다. 휴대폰에 가만히 저장된 도진의 마지막 문자를 만지작거리는 유라의 입가엔 은은한 미소가 머물렀다.하지만 그 달콤한 설렘도 잠시였다. 고속도로로 진입해야 할 차가 점점 인적이 드문 낮선 길로 들어서자, 유라는 의아한 마음에 주위를 살폈다. 사방이 낡은 건물과 컴컴한 벽돌담으로 둘러싸인, 난생처음 와보는 가파른 골목길이었다.비행기 시간이 늦어질까 덜컥 걱정이 된 유라가 조심스럽게 기사에게 말을 건넸다.“기사님, 혹시 공항까지 도착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길이 좀 이상한 것 같아서요…….”그러자 백미러로 유라를 훔쳐보던 기사가 갑자기 혀를 쯧 차며 핸들을 거칠게 꺾었다.“아휴, 어떡하지? 손님, 지금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들어왔네. 차가 울컥거리는 게 이대로 고속도로 올렸다간 큰일 나겠어.”“네? 고장이요……?”“미안해요, 손님. 나도 미치겠네. 일단 여기 골목에 내려서 기다리시면, 내가 바로 근처에 있는 동료 차량 이쪽으로 보내줄게요. 미안해요, 진짜!”기사는 말을 마치기 무섭게 으슥한 골목 한구석에 차를 거칠게 세웠다. 그러고는 유라가 당황해할 틈도 없이 트렁크에서 캐리어를 꺼내 바닥에 팽개치듯 내려놓고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핑계 대듯 황급히 차를 몰아 골목을 빠져나가 버렸다.순식간에 낯선 골목길에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유라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못했다. 그저 친절하게 다른 차량을 보내주겠다는 기사의 말만 믿고, 초조하게 휴대폰 시계만 들여다볼 뿐이었다. 비행기 출발 시각은 점점 다가오는데 지나가는 사람조차 없는 골목에서 유라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바로 그때, 골목 저편에서 육중한 엔진음을 내며 검은색 SUV 차량 한 대가 미끄러지듯 다가와 유라의 앞에 멈춰 섰다.스르륵, 짙게 썬팅 된 조수석 창문이 내려가며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유라를 향해 아는 체를 했다.“혹시 공항 가시는 분 맞죠? 동료 기사가 차 고장 났다고, 마침 근처에서 퇴근하던
살결이 닿을 때마다 전해지는 온기는 소름 끼치도록 다정했다. 유라 역시 밀려드는 애틋한 열기에 취한 듯 도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그의 단단한 목덜미를 두 팔로 꼭 껴안았다.금방이라도 깨질 듯한 약하고 소중한 유리잔을 대하듯 조심스럽고도 밀도 높은 움직임이었다. 도진은 유라의 몸속 깊은 곳을 부드럽게 채우며 그녀를 만족시켰고, 유라는 그의 어깨에 뺨을 묻은 채 아찔한 감각 속에서 달콤한 신음을 흘렸다다음 날 새벽녘, 어스름한 푸른빛이 방 안으로 밀려들 때쯤 도진은 먼저 눈을 떴다. 제 넓은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곤히 잠들어 있는 유라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엔 깊은 아쉬움이 교차했다.샤워를 마치고 축축한 물기를 머금은 채 욕실을 나온 도진의 시선이 자연스레 침대로 향했다. 그사이 잠에서 깬 유라가 이불을 몸에 감은 채 부스스 눈을 깜박이고 있었다. 밤새 치러진 격렬하고도 다정한 정사의 흔적 탓에 유라의 하얀 어깨에는 붉은 자국들이 선명했다.도진은 침대맡으로 다가가 유라의 헝클어진 머리칼을 다정하게 쓸어 넘겨주며,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속삭였다.“잘잤어?.”유라는 어젯밤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불을 꼭 쥐었다.가방을 챙겨 거실로 나오자, 완벽한 정장 차림의 경호실장이 묵직한 가방과 대형 캐리어를 양손에 든 채 도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진이 현관문으로 향하자, 유라가 그의 뒤를 따랐다.도진은 문을 나서다 말고 돌아서서 유라를 제 품에 꽉 안았다.“딴생각하지 말고, 딱 기다려. 내일모레 공항에서 보자.”“네”유라의 배웅을 받으며 마침내 도진과 경호실장이 문을 나섰고, 현관문이 철컥─ 소리를 내며 굳건하게 닫혔다.고요해진 펜트하우스에 홀로 남은 유라는 내일 있을 생애 첫 해외여행을 준비하며 캐리어에 짐을 싸기 시작했다. 옷가지를 접어 넣을 때마다 조금 전까지 자신을 뜨겁게 안아주던 도진의 은은한 체취가 몸에 배어 유라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다음날 늦은 새벽 도진에게서 파리에
어둠의 세계에서 잔뼈가 굵은 도현의 고교 동창에게 유라의 행방과 일정을 알아내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일이었다.독이 바짝 오른 도현의 휴대폰에 띠링─ 하고 날카로운 문자음이 울렸다. 도현은 낚아채듯 휴대폰을 확인했다. 동창이 보낸 문자는 생각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정보들을 담고 있었다.[이유라 현재 김도진 펜트하우스 상주 중. 정문 상시 경호 인력 배치로 내부 접근 불가.2주 뒤 프랑스 항공편 예약 내역 확인 완료.]프랑스? 도현이 내용을 곱씹으며 이를 악물던 찰나, 타이밍 좋게 휴대폰 화면이 전환되며 동창의 이름이 떴다. 도현은 지체 없이 전화를 받아 귀에 가져다 댔다.“어, 말해.”[문자 봤냐? 뒷조사 좀 더 해보니까 아주 재미있는 틈이 있더라고.]수화기 너머 동창의 목소리에 삐딱한 흥분조가 섞여 있었다.[김도진이 2주 뒤에 프랑스 촬영 스케줄이 잡혔거든? 근데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못 가고, 그전날 김도진이 먼저 프랑스로 출발해. 그리고 다음 날에 이유라가 혼자 공항으로 출발하는 일정이야.]도현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크게 확장되었다.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지금은 경찰 조사 때문에 최대한 몸 좀 사려야 하니까, 2주 뒤에 이유라가 혼자 공항으로 이동할 때 길목에서 바로 작업 칠 거야. 그때 낚아채는 게 가장 깔끔해.]“……공항으로 갈 때.”도현이 나직하게 동창의 말을 읊조렸다. 목소리가 잔인할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다.도현은 터져 나오는 광기 어린 웃음을 짓씹으며 동창에게 명령했다.“좋아. 네 말대로 해. 대신 실수 없이 진행해 .”[돈만 제대로 입금해 주면, 공항 땅 밟기도 전에 네 방 침대에 눕혀줄 테니까 걱정 마라.]도현은 가차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툭 끊긴 휴대폰 액정 위로 비친 제 얼굴이 지독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허공을 노려보던 도현이 잔인하게 읊조렸다.‘이유라 다신 널 놓치는 일 없어..‘그렇게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도진이 프랑스로 출국하는 날이 바로 내일로 다가왔다
[아…… 네, 우선 좌석 상황이랑 예약 내역 확인해 보고 바로 연락드릴게요.]도진의 난데없는 명령에 실장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한 뒤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진의 휴대폰이 다시 요란하게 울렸다. 화면에 뜬 총괄실장의 이름을 확인한 도진이 바로 전화를 낚아챘다.“어떻게 됐어.”[도진 씨, 방금 확인해 봤는데요. 상황이 좀 난감하게 됐어요. 우선 이유라씨 현재 여권 자체가 없어서 신규 발급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고요. 가장 큰 문제는 그날 도진 씨가 타시는 비행기 좌석이 퍼스트부터 이코노미까지 전석 매진이에요. 정 같이 가시려면 유라 씨는 다음 날 비행기로 따로 보내야 할 것 같아요.]“다음 날 비행기라고……?”도진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수화기 너머 총괄실장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붙였다.[네, 도진 씨. 일정이 워낙 촉박해서 이것도 정말 겨우 구한 거예요. 우선 다음 날 비행기표라도 예약을 걸어둘까요?]“하아…….”도진의 붉은 입술 사이로 깊고 무거운 한숨이 거칠게 새어 나왔다.“……우선 알겠어. 그렇게라도 예약 걸고 빨리 진행해.”[네, 알겠어요! 바로 진행하고 다시 보고드릴게요.]전화가 끊기고 도진은 폰을 소파 위로 툭 던져버린 뒤, 깊은 한숨을 몰아쉬며 소파 헤드 위로 고개를 툭 젖혀 기댔다.한참을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도진은 마침내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오늘 예정된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완벽하게 핏이 떨어지는 수트를 챙겨입은 도진은 집을 나서기 전, 유라의 침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방 안에는 여전히 은은한 향기와 함께 유라가 침대 묻혀 부드러운 숨을 내쉬고 있었다. 도진은 침대 머리맡으로 다가가 상체를 숙이고는, 유라의 이마 위에 자신의 입술을 지긋이 꾹 눌러 맞췄다. 샤워 후의 시원한 스킨 향과 낮선 감촉에 유라가 속눈썹을 가늘게 떨며 서서히 눈을 떴다.“스케줄 있어서 난 지금 나가봐야 하니까, 집에서 쉬고 있어. 연락할게.”“……네, 다녀오세요.”유라가 고개를 끄
사방이 적막에 잠긴 어두운 방.이유라는 끊어질 듯 가느다란 신음을 내뱉으며 깊은 늪 같은 잠 속을 헤매고 있었다.‘으음…….’그때, 문밖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인기척에 그녀가 힘겹게 눈을 떴다.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온몸의 세포가 본능적인 위기감을 맥질하며 그녀를 깨웠다.낯선 천장, 코끝을 찌르는 서늘한 약품 냄새.꿈인지 실제인지 분간하려 고개를 돌리던 유라는 당황해 몸을 일으키려다, 왼손등에 차갑게 꽂힌 링거 바늘을 보고 멈칫했다.“분명 어제…… 드라마 촬영팀 회식 후…….”필름이 끊긴 듯 그 이후의 기억은 새
단 두 마디였지만, 주차장의 서늘한 공기를 가르는 목소리에는 거역할 수 없는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 유라는 핑 도는 현기증에 가냘픈 손으로 차 문을 붙잡으며, 간신히 정신줄을 부여잡고 내렸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도진의 서슬 퍼런 눈빛에 밀려 그의 뒤를 악착같이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다시는 발을 들이지 못할 줄 알았던 도진의 펜트하우스 현관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김도진은 거칠게 모자와 마스크를 소파 위로 신경질적으로 날려버렸다. 그러고는 곧장 주방으로 걸어가 냉장고에서 꺼낸 생수를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거칠게 흐
도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라가 중심을 잃고 쓰러졌고, 도현은 본능적으로 그녀를 낚아채듯 품에 안아 올렸다. 바로 그때, 룸의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이도현? 이런 데서 볼 줄은 몰랐네.”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나타난 이는 김도진이었다. 고교 시절부터 지독한 라이벌이자 숙적이었던 두 남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날카롭게 부딪혔다. 도진의 시선이 도현의 품에 무력하게 안겨 있는 유라에게로 향했다.“내 신입 매니저가 왜 거기 안겨 있는지 물어봐도 될까?”도진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여유로웠지만, 눈빛만큼은 사납게 빛나고
평소의 도현은 냉정해 보여도 유라에게만큼은 눈빛에 다정한 온기가 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를 내려다보는 도현의 눈은,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을 만큼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랬구나…… 죄송해요, 오빠. 저 때문에 고생 많으셨죠.”“…….”“근데, 제 가방이랑 핸드폰은 어디 있어요? 회사에 연락도 못했는데....유라가 침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초조하게 묻자, 도현이 천천히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의 거대한 실루엣이 유라의 위로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도현은 양복 주머니에서 익숙한 스마트폰 하나를 꺼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