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배명욱이 음흉하게 눈을 가늘게 떴다.몇 번이고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아냈다.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으니 서두를 필요 없었다.“다른 데 말고... 집에 가야 해요.”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르는 강시원은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으며 급기야 눈가엔 맑은 눈물이 맺혔다.정신이 흐려진 상태라 생각할 힘조차 없었다.“당황하지 마세요. 제가 있는 한 아무도 강 대표님 건드리지 못해요.”‘나만 빼고.’강시원의 귓가에 한마디 속삭인 배명욱은 나른하게 풀린 강시원의 몸을 부축해 후문으로 연회장을 빠져나갔다.일부러 대놓고 행동했기에 몇몇 사람들이 그 광경을 보고 참지 못하고 수군거렸다.“야야, 저거 봤어?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껴안고 나가잖아?”“분명 위층으로 올라가서 방을 잡은 거야. 남녀 둘이, 다 혈기 왕성한 나이인데 불이 붙으면 당장 생리적 욕구나 풀어야지.”“강시원 씨, 전에는 참 단정하고 고고한 사람 같더니만 방금 보니까 배 대표님한테 달라붙어서 입까지 맞추더라고. 너무 발랄해...”“저 여자, 한눈에 봐도 만만치 않아. 반반한 외모로 배 대표님한테 붙으려는 거겠지? 배 대표님의 화려한 전적을 못 들어봤나? 자기가 발을 들이면 명문가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건가? 나중에 갖고 놀리다가 산 채로 먹히면 정신 차리겠지.”“에휴, 사람마다 다 자기 생각이 있으니, 나중에 큰코다쳐도 자기가 한 선택인데 우리가 뭐 하러 신경 써?”배명욱이 강시원을 부축해 나올 때 그녀는 이미 정신이 혼미해져 있었다. 목구멍에서는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 같은 가냘픈 신음이 흘러나와 그의 마음을 더더욱 간지럽혔다.“더워...”“강시원 씨, 많이 아픈 것 같네요.”손가락으로 강시원의 턱을 들어 올린 배명욱은 탐욕스러운 시선으로 그녀의 입술만 바라봤다.“남자의 사랑만이 강 대표님 상태를 고칠 수 있어요.”“배 대표님! 이, 이게...”급히 도착한 신빈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배명욱이 강시원의 허리를 꽉 움켜쥐었다.“약, 누가 탔어?”“네? 약
“배 대표님,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십니까?”“이 여자분한테 생과일주스 한 잔 가져다줘. 빨리.”배명욱이 강시원을 깊이 바라보았다.“강 대표님, 오늘 밤은 주스로 술을 대신하시죠.”강시원이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좋아요.”웨이터가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고개를 숙여 말했다.“알겠습니다, 배 대표님.”윤슬은 배명욱이 여전히 나쁜 남자처럼 보이고 능글맞아 보였지만 적어도 처신은 나름 정당하다고 느꼈다.그래서 밤새 조였던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강시원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대표님,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잠깐 시간 좀 걸릴 것 같아요.”“가봐.”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참던 윤슬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연회장 밖으로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화장실에서 나온 윤슬은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은은하게 아픈 아랫배를 두 손으로 감쌌다.오늘처럼 중요한 자리에서, 강 대표님을 따라 첫 출격을 나섰는데 하필이면 생리가 터지다니...더 골치 아픈 건, 심한 생리통이 있다는 거였다. 생리할 때마다 약을 먹고 버텨야 할 정도로 심해 대부분 생리 때면 집에서 쉬어야 할 정도였다.지금 얼굴이 창백해진 윤슬은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으며 아랫배에서는 욱신거리는 통증이 밀려왔다.하지만 강 대표를 혼자 두고 갈 수 없었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연회장 쪽으로 걸어갔다.그때 안경을 쓰고 마스크를 착용한 남자가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그녀 옆을 지나칠 때 남자가 무심코 그녀의 어깨를 스쳤다.“죄송합니다.”윤슬 머릿속에는 오직 강시원 곁으로 빨리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배도 너무 아팠다. 그래서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이렇게 넓은 복도에서 한 남자와 정면으로 부딪친 게 얼마나 이상한 일인지.윤슬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말을 마친 남자는 곧장 멀리 걸어가더니 복도에서 금방 사라졌다.윤슬이 몇 걸음도 걷기도 전에 갑자기 팔에 가느다란 통증과 시원한 느낌이 느껴졌다.의아하게 팔을 들어 만져보니 통증
“대표님, 알아봤는데 강시원 씨와 배명욱이 모두 연회장에 계십니다. 하지만 서정혁과 그 애인은 오늘 밤 자리에 없어요.”황근우의 걱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바로 가셔서 강시원 씨를 데리고 나가시겠습니까?”“데리고 나가? 무슨 이유로?”배기훈의 준수한 얼굴에 음침한 기운이 감돌았다.“강시원 씨가 그 인간과 수다를 좀 떨었다고?”“하지만...”“전에 강시원 씨가 나에게 투자를 요청했을 때 내가 거절했어. 지금은 더 이상 그 여자 앞에 나타날 이유가 없어.”남자의 눈동자는 깊고 어두웠다.“내가 지금 가 봤자 강시원 씨 눈에는 내가 무리하게 판을 망치는 사람으로 비칠 뿐이야.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뭔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인 황근우는 대표이사의 말을 단번에 이해했지만 그럼에도 참지 못하고 물었다.“대표님, 배명욱이... 정말 강시원 씨에게 손을 댈 수 있을까요? 강시원 씨는...”“그 인간은 무슨 짓을 할지 몰라.”배기훈이 발걸음을 멈추자 뛰어난 옆모습이 흰 달빛 아래 창백하게 빛났다. 마치 정교한 조각상처럼.“하지만 모든 걸 알게 된다면 강시원 씨 처지는 더 위험해질 거야. 그 인간은 아주 철저할 정도로 미친놈이니까.”황근우가 놀라며 숨을 들이켰다....연회장 안.강시원과 배명욱이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배명욱이 진심으로 영원 테크를 도우려는지 강시원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한 사람이라도 더 아는 건 나쁘지 않았다. 앞으로 비즈니스 현장에서 이들과 수없이 부딪힐 것이니까.그래서 영원 테크의 창업 역사부터 시작해 지금까지의 빛나는 성과들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비록 배명욱이 과학기술에 대해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강시원의 생생한 설명과 듣기 좋은 목소리에 금세 빠져들었다.배명욱은 턱을 괴고 진지하게 들었다.이 남자가 이렇게 진지했던 순간은 아마 지금이 유일할 것이다.그러면서 속으로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젠장, 서정혁 그 녀석, 존나 잘 먹고 사네. 근데 눈은 또 존나 멀었고.’배명욱은 수많은 여자들을 봐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정혁 오빠, 와 줘서 고마워...”임지민의 축축한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그러자 서정혁이 그녀 앞에 서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병이 또 도진 거야? 약은 챙겼어?”임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씁쓸하게 웃었다.“먹었어. 그런데 별 소용이 없는 것 같아.”“왜 그렇지?”서정혁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용량을 늘려야 할 것 같아요...”임지민이 땀방울 맺힌 얼굴을 들어 올렸다. 눈가의 눈물이 아슬아슬하게 맺혀 흔들리며 남자의 마음속을 애태울 듯했다.“오빠, 빨리 들어가. 난 여기서 좀 쉬다가 갈게... 오늘 오빠 따라온 거 정말 후회돼. 내 몸이 너무 쓸모없어서... 남들이 보면 괜히 안 좋게 생각할 것 같아. 오빠 곁에 이렇게 병약한 사람이 붙어 으면 오빠 체면이 깎일 거야.”“네가 내 체면을 깎는다고 생각한 적 없어. 그리고 너를 여기 혼자 두고 모른 척할 수도 없고.”서정혁이 몸을 굽혀 임지민을 부축하며 일으켰다.“일단 병원에 데려다줄게. 몸에 이상 없는지 확인하고 집에 데려다줄게.”“정말 괜찮아. 오빠...”“안 돼.”남자의 태도는 확고했다.임지민이 천천히 일어서자 서정혁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꿈에서 늘 그리던 남자의 어깨에 기댄 임지민은 교활한 웃음을 겨우 숨겼다.엄마가 말한 ‘한 걸음 물러서기' 전략은 역시 번번이 통했다.예전의 임성호든, 지금의 서정혁이든, 남자들은 대체로 이 수법에 넘어갔다. 예외는 없었다.그리고 서정혁이 그녀를 찾아오기 전에 그녀는 이미 박영주에게 부탁해 모든 것을 은밀히 준비하게 했다.오늘 밤, 강시원 그 여자는 분명 잊지 못할 밤을 보낼 것이다.서정혁이 직접 임지민을 차에 태웠다. 임지민을 세심하게 보살피는 서정혁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한수현이 속으로 분개했다.‘저 음흉한 여자는 왜 하필 이런 특별한 순간마다 병이 도지는 걸까? 진짜 병인지, 아니면 꾀병인지...’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서 대표님, 오늘
‘하... 서정혁, 당신을 개라고 욕하는 것조차 아까워. 개가 오히려 모욕감을 느끼겠어!’강시원은 이를 갈 듯 화가 났다. 너무 답답해서 탁자 위에 있던 샴페인 잔을 집어 들고 단숨에 들이켰다.“강 대표님...”옆에 있던 윤슬이 걱정스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배명욱은 속으로 흡족해하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이 모습을 보니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이 곧 끝나 가는 것 같았다.서정혁이 영원 테크를 구제하려 하지 않을뿐더러, 강시원의 여동생과 종일 붙어 다니니... 그들의 결혼은 그저 호적상으로만 존재하는 게 분명했다.그리고 조금 전 서정혁이 화낸 것 또한 소유욕이 지나친 개가 미친 듯이 난리 치는 것에 불과했다. 본인이 한 번이라도 핥아본, 버린 뼈다귀라도 남이 건드리는 걸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배명욱은 두 사람의 갈등이 이렇게 깊은 것을 보자 지금 이때가 틈을 타들어 가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생활도 불행하고 일도 잘 풀리지 않는 유부녀는 분명 남자의 위로가 필요할 터였다.어쩌면 사랑도 필요할지 모른다.배명욱은 여자를 다루는 법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침대 위에서는 더더욱.몸을 섞은 여자들 중 그를 잊은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무리 점잖고 고결한 척하는 여자일지라도 배명욱은 결국 그들을 쉽게 휘어잡아 자신의 발아래 엎드리게 만들었다.강시원은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예외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결혼은 결혼이고 일은 일입니다. 저희는 공과 사 구분은 확실하거든요. 도와줄 의향이 있는지 없는지는 서 대표 자유예요.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그 사람에게 기대한 적도 없고요.”강시원이 아름다운 눈을 가늘게 뜨며 담담하고 너그러운 어조로 말했다.“하지만 배 대표님이 저와 서정혁의 관계 때문에 서 대표가 복수할까 봐, 혹은 대표님이 곤란해질까 봐 걱정되신다면 저도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배 대표님, 만나서 반가웠어요.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깔끔하게 일어났다.“잠깐만요!”조급해진 배
배명욱이 몸을 느긋하게 뒤로 젖혔다. 테이블 위에 올린 왼손 다섯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며 오른손으로 유리잔을 입가에 가져갔다.“우리 배씨 가문이 경시에서도 명문가이긴 하지만 조상이 제후와 재상 자리에 오르셨던 서씨 가문에 비하면 평판이 밀리는 편이죠. 저에 대한 사람들 평가도 줄곧 그리 좋지 않았고요.”강시원은 그 말을 듣고도 눈빛에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배명욱이 여기서 분명히 자기 이미지를 좋게 보이려고 하는 게 뻔했다. 하지만 강시원은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강시원은 배명욱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배명욱이 진심으로 그녀와 협업을 논할 의향이 있는지가 중요할 뿐이었다.배명욱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강 대표님께서 그런 소문들에 신경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잘 지내길 바랍니다.”“배 대표님이 너무 깊이 생각하시는 것 같네요.”강시원은 담담하고 우아한 미소를 지었다.“배 대표님이 사적으로 어떤 분인지는 딱히 신경 쓰지 않습니다. 비즈니스에서는 원칙과 선을 지키고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분이라면 앞으로 우리 분명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배명욱이 눈을 가늘게 떴다.강시원의 이 말은 배명욱과 선을 확실히 그으며 그를 그저 협력 대상으로만 규정했을 뿐만 아니라 그를 한순간에 높은 자리에 올려놓은 것이었다.전에 배명욱은 협업을 논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약속을 어긴다면 원칙도 없고 선도 지키지 않으며 지가가 한 말을 번복하는 비겁한 남자가 되지 않겠는가?‘이 여자, 만만치 않네... 내가 얕잡아봤어. 하긴, 서정혁의 아내인 여자인데 어찌 단순하기만 하겠는가.’박해순의 두 사람 사이를 주선한 것이라고 임지민이 말했지만 실제로는 어떤지, 이 여자가 무슨 수단을 써서 서정혁을 거머쥐었는지 누가 알겠는가.여기까지 생각한 배명욱은 강시원을 바라보는 눈빛에 점차 탐욕이 스며들었다.영원 테크에 투자할지 말지를 떠나 서정혁의 여자를 차지하고 싶은 욕망이 점점 더 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