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벌써 세 번째 혼인신고 하기로 한 날. 심원후는 또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이유는 언제나 같았다. 첫사랑. 구청 앞에서 홀로 서 있던 강이주는 조용히 누군가에게 전화 걸었다. “전에 결혼하자고 했던 말, 아직 유효하면 받아들일게요. 우리 결혼해요.” 심원후를 붙잡지 못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희생하며 기다릴 이유도 없었다. 강이주는 심원후의 숙적이었던 남자의 청혼을 결국 받아들였다. 단 일주일. 강이주는 그 시간 동안 심원후와 얽힌 모든 것을 깨끗이 끊어냈다. 그리고 마침내 숙적의 품에 안겨 조심스럽게 보호받는 강이주를 보게 된 심원후. 한때 강이주를 향해 욕설을 퍼붓던 심원후는 눈이 붉어진 채 무너져 내리듯 무릎을 꿇는다. “이주야, 다시 나랑 결혼식 올리자. 내가 다 보상할게.” 강이주는 담담하게 말한다. “제대로 된 전 연인은 죽은 사람처럼 사라지는 거야.” “심원후, 누구도 바보같이 너를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아.” 심원후도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사랑한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이주였다는 사실을.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제 강이주에게 더 이상 심원후가 필요하지 않았다. 되돌릴 수 없는 선택, 돌아갈 수 없는 사랑, 그리고 끝내 엇갈린 두 사람의 결말.
View More강이주의 뒤를 따라가던 유예준이 강이주의 뒷모습을 보며 망설였다.“제수씨.”고민 끝에 유예준이 결국 그녀를 불렀다.부름을 들은 강이주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유 대표님.”유예준이 빠른 걸음으로 강이주 앞에 다가와, 머리를 한 번 긁적였다.“희라는 그저 기빈이 너무 걱정돼서 그런 거예요. 기빈이 어릴 적부터 동생을 늘 챙겨 줬으니까요. 희라가 한 말 마음에 두지 마세요.”솔직히 유예준 본인도 강이주를 향한 구희라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놀란 상태였다.너무 빠르게 바뀌어서 사람을 많이 당황스럽게 만들었다.구희라와 강이주의 우정을 떠올린 유예준은 강이주가 상처받을까 봐 걱정됐다.강이주는 유예준을 바라보면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대답했다.“알아요. 이해해요. 희라 말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에요. 제가 힘을 못 보탰으니 돈이라도 좀 보태야지요.”전에는 자기도 그저 걱정만 하고 있었던 거였다.유예준이 말하다 멈췄다.“사실... 그 돈, 제수씨가 내실 일도 아니에요. 제 쪽에서 좀 마련해서...”“유 대표님, 이 일에 끼어들지 마세요.”말을 다 끝마치기 전에 강이주가 유예준의 말을 잘랐다.“당분간은 끼어들지 마세요.”구씨 집안의 지금 상황으로 봐선, 몸값을 다 보낸다 한들 일이 깨끗하게 정리될 분위기가 아니었다.강이주는 느낄 수 있었다. 유예준도 이 심상치 않은 기운을 분명 알아차렸을 거라고 믿었다.유예준이 잠시 놀라움을 담은 시선으로 강이주를 봤다.본인은 분명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이니 일단 지켜보자는 태도를 취했다.놀라움이 담긴 그 시선을 마주하면서 강이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돈은 제가 마련할 거예요. 만약 구씨 집안에서 끝까지 아무도 가지 않겠다면, 제가 돈을 들고 직접 가서 기빈 씨를 데려올 거예요.”그녀는 자신의 계획을 밝혔다.강이주가 돈을 들고 직접 해외로 가서 사람을 찾겠다는 말을 듣자, 유예준은 다급히 따라붙었다.“저도 같이 갈게요.”“안 돼요.”강이주가 생각할 것도 없이 거절했다.“이쪽에 기빈 씨
“물론 네가 곤란하면 어쩔 수 없고. 하긴, 아무리 좋아해도 결국 우리 큰오빠가 납치당한 일 앞에서는 무너질 수 있는 거니까.”구희라는 말을 마치고 자조하듯 웃었다.올라간 입꼬리, 비웃는 표정. 강이주의 눈에 그 모습은 마치 날카로운 칼이 되어 자신의 가슴팍을 후벼 파듯이 박혔다.구희라의 시선을 마주하면서 강이주의 목구멍에는 쓴 기운이 가득 차올랐다.한참 만에 강이주가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알았어. 내 쪽에서도 방법을 찾아볼게.”그 대답을 듣고 나서야 구희라는 겨우 희미한 웃음을 보였다.“그럼 최대한 빨리 부탁할게. 몸값이 빨리 모일수록 우리 큰오빠도 더 빨리 안전해지고, 더 빨리 돌아올 수 있을 테니까. 부탁해.”뒤로 갈수록 구희라의 태도는 그나마 좀 누그러져 있었다.강이주가 미처 말을 보태기 전에, 구희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아직 여기 서서 뭐 해? 빨리 가서 돈 마련해야지. 네가 큰오빠한테 진심이라는 걸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하잖아.”기왕에 몸값 모으는 걸 돕겠다고 대답한 마당에, 여기 남아 시간을 허비할 필요는 없다는 거였다.그럴 시간이 있으면, 최단 시간에 그 몸값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보는 게 낫다는 의미였다.강이주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응했다.“알았어. 그럼 나는 먼저 갈게. 연락 기다려.”말을 마친 강이주가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이를 본 유예준이 다급히 그 뒤를 따랐다.“제수씨, 같이 가요.”이어지는 일이 구씨 집안의 일이라고 한다면, 유예준도 자리에 남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거였다.결국 유예준은 강이주의 뒤를 따라 함께 자리를 떴다.강이주가 자리를 뜨고 나서야, 구희라는 단단히 쥐고 있던 주먹을 풀었다.구계배는 분노로 얼굴이 거의 시퍼렇게 변해 있었다. 구계배와 이미수는 서로를 바라보면서 그저 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었다.“왜들 그렇게 절 보고 계세요?”구희라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제 말이 틀린 것도 없잖아요. 설마 제 의견이 만족스럽지
구희라의 제안은 구기빈도 모르는 사이에 사실상 회사에서 밀어내자는 말과 같았다.임시로 대리하는 자리라고 해도 문제였다. 구기빈이 정말 무사히 돌아온 뒤에도, 과연 다시 회사를 그대로 맡을 수 있을까?그 자리를 두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치열하게 다투는지 모를 리 없었다.구계배가 구희라를 향해 매섭게 노려봤다.“말도 안 되는 소리야. 지금 기빈이 자리를 내려놓게 만들자는 거냐?”임시라고는 해도 그 제안은 충분히 황당했다.구계배가 어두운 눈빛으로 구희라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마치 속을 꿰뚫어 보려는 시선이었다.그리고 본인이 이 손녀를 좀 얕봤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큰손자가 사고를 당하자마자, 손녀의 야망이 곧장 드러난 건가?구희라가 두려움 한 점 없는 표정으로 구계배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 냈다. 또박또박 반박했다.“할아버지, 저는 제 제안이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희 집안을 통틀어 봐도, 능력 있는 사람이 큰오빠 한 명뿐인 건 아니잖아요.”“작은오빠도 가능하다고 봐요. 저도 가능하고요. 우리 둘의 능력이 큰오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도 큰오빠가 걱정돼요. 그래도 지금은 회사도 똑같이 중요한 것 아닌가요?”구희라는 허리를 곧게 펴고 당당하게 반박했다.그 말에 구계배는 거의 분노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강이주와 유예준까지조차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 구희라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마치 구희라라는 사람을 완전히 처음 보는 사람인 듯한 표정이었다.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구기빈이 사고를 당한 마당에, 구희라가 떠올린 게 자기 친오빠를 대신해서 회사 운영을 안정시킬 새로운 책임자를 임명하자니...그건 사실상 배신이나 다름없었다.유예준이 다가가 구희라를 자기 곁으로 끌어당기려고 했다. 더 이상 헛소리 말라고 신호를 보내려는 것이었다.하지만 유예준이 손을 뻗기도 전에 구희라가 먼저 그 손을 뿌리쳤다.“예준 오빠, 내가 잘못 말한 거 없어. 나도 오빠가 우리 큰오빠랑 가까운 건 알아. 하지만
구계배나 이미수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구씨 집안은 더 큰 혼란에 빠질 뿐이었다.그 방법은 남에게 손해를 입히면서 본인에게도 득이 될 게 없는 짓이었다. 구호민이 그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었다.구호민의 이 한바탕 해명이... 강이주를 가까스로 설득시키는 데 성공했다.마음속엔 여전히 의심이 남아 있긴 했지만, 강이주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면서 흐트러진 감정을 다잡았다.바로 그때, 구희라와 유예준이 각각 구계배와 이미수를 부축하고 안으로 들어왔다.이미수는 눈가는 빨갛게 부어 있었다. 손으로 자꾸 눈물을 닦아 내며, 입으로는 끊임없이 구기빈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구계배는 그나마 좀 나은 상태였다. 표정이 단단히 굳어진 채,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아버지, 어머니.”“할아버지, 할머니.”구호민과 구희도가 두 사람에게 인사를 올렸다.구계배가 차갑게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거야? 기빈이 어떻게 납치를 당해? 납치범이 몸값으로 얼마를 요구하는 거고?” “이런 큰일을 우리한텐 입도 뻥긋 안 하다니. 너희가 진짜로 우리 두 늙은이를 무시하고 있구나.”목소리엔 책망이 묻어 있었다. 구호민을 향한 눈빛엔 못마땅한 기색이 어렸다.아버지의 추궁 앞에서 구호민은 입을 닫는 쪽을 택했다.이를 본 구희도가 옆에서 작은 목소리로 답을 보탰다.“할아버지, 저희도 일부러 숨기려고 한 건 아니에요. 형이...”“너한테 묻지 않았다.”구계배가 차갑게 구희도를 쓸어보았다.구희도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구계배의 시선에 결국 고개를 숙이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구계배는 다시 구호민을 돌아봤다.“애비가 답하거라. 몸값은 마련된 거야, 안 된 거야?”지금 구계배는 그 무엇도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의 큰손자가 납치된 마당에, 가족이 움직이고는 있는지 그것만 알고 싶었다.구호민이 답을 올렸다.“다 마련이 됐습니다. 저쪽에서 이미 6000억을 가져갔는데, 또 5000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안 구하려고 그러는 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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