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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Penulis: 금붕어
주민혁은 그 말을 듣고도 미간 한 번 찡그리지 않았다.

“알겠어요.”

그는 최수빈의 감정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장수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최수빈은 결국 다시 돌아와서 주민혁에게 잘 보이려고 했다.

주시후는 자신이 원하는 우유 목욕을 하지 못했다. 결국엔 박하린이 찾아와서 주시후를 달래주었고, 주말에 같이 항공우주 전시회에 가겠다고 약속해서야 주시후는 겨우 투정을 멈추었다.

최수빈은 주시후가 높은 곳에 올라가지 못하게 했고 놀이공원에도 가지 못하게 했다.

주시후는 최수빈이 가난해서 박하린만큼 돈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최수빈이 돈이 많았더라면 생일 선물로 값싼 만년필을 줬을 리도 없고 못생긴 케이크를 손수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박하린은 그를 데리고 진짜 비행기와 전투기를 보러 가려고 했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주시후는 신나서 아침을 먹으려고 했다.

오늘 아침은 해물 죽이었다. 어젯밤 주시후는 장수미에게 해물 죽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평소 최수빈이 그에게 해물을 먹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최수빈이 없는 지금 주시후는 자신이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한편, 최수빈은 아침 일찍 일어나 정성스레 아침을 만들어 주예린에게 먹인 뒤 딸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었다.

그녀가 떠나자마자 주시후가 차에서 내렸다.

“하린 이모가 주말에 같이 진짜 전투기를 보러 가자고 했어. 그리고 친구들이랑 같이 가지고 놀라고 플레이도우도 엄청 많이 사주셨어.”

주시후는 거만한 태도로 자랑했다.

“네가 나한테 선물해 준 블록보다 몇천 배는 더 좋아. 너도 놀고 싶다면 나한테 부탁해. 그러면 내가 하린 이모한테 얘기해서 너도 데려가 달라고 해줄 수도 있어. 어때? 하린 이모랑 아빠가 없다면 엄마가 너를 데리고 전투기를 보러 가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주예린은 눈시울이 빨개지고 코끝이 찡했다. 그 블록들은 주예린이 직접 만든 것들이었다. 주민혁이 주시후를 아꼈기에 주예린은 주시후의 환심을 사면 아저씨를 아빠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주예린은 주시후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 내가 선물로 준 블록들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는 있어. 그런데 어떻게 엄마를 그렇게 무시할 수가 있어?”

“엄마는 촌스러운 사람이야. 그래서 너 같은 애들이나 좋아하는 거라고. 앞으로 너랑 엄마 둘 다 집에 돌아오지 마. 우리 주씨 집안은 너랑 엄마를 환영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내게는 곧 새엄마가 생길 거야. 어제도 하린 이모가 날 재워줬어!”

...

최수빈이 주예린을 어린이집에 보낸 뒤 하늘이 어두워졌다. 곧 비가 내릴 것 같았다.

고개를 든 최수빈은 맞은편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포스터가 하나 붙어 있는 걸 보았다.

[화국 항공전이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최수빈은 당황했다. 그녀는 지난 생에 이때쯤 은산시의 항공우주 전시회가 시작됐다는 걸 떠올렸다.

은산시의 항공우주 전시회는 세계 5대 항공우주 전시회 중 하나로 2년마다 개최되는데 이번 주말에 열리는 항공우주 전시회는 제15회 항공우주 전시회였다. 전시회에서는 아주 다양한 내용이 소개된다. 육해공뿐만 아니라 전기, 인터넷 등 여러 분야도 포함되고 각종 항공기, 미사일, 드론, 위성 등이 있으며 전투기 에어쇼까지 있었다.

최수빈은 그 포스터를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만약 최수빈이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조강지처가 되기로 마음먹지 않았다면 이번 전시회에 그녀가 설계한 항공기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전시회에서 사람들을 위해 비행기의 설계 과정과 의도를 직접 설명했을지도 모른다.

과학 기술의 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은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무한한 영광이었다.

최수빈은 시선을 거둔 뒤 휴대전화를 꺼내 전시회 티켓을 예매하려고 했으나 티켓은 이미 매진된 상태였다.

그녀가 휴대전화를 가방 안에 넣자마자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주예린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줄 때는 마침 출근 시간이라 교통 체증이 심했다. 특히 어린이집 앞은 차가 꽉 막혀서 택시를 타는 것이 불가능했다.

최수빈은 폭우를 무릅쓰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카페로 달려갔다.

문을 여는 순간, 마침 밖으로 나오려던 남자와 부딪쳐 남자가 들고 있던 뜨거운 커피가 그의 옷 위로 쏟아졌다. 커피 때문에 흰색 셔츠에 얼룩이 선명하게 남았다.

“정말 죄송해요. 옷값은 따로 드릴게요.”

최수빈은 서둘러 고개를 들며 사과했다.

상대가 최수빈임을 확인한 육민성은 잠깐 놀라더니 이내 미소를 드러냈다.

“수빈아, 항공청에서 실험할 때도 내 몸에 시약을 쏟더니 오늘은 커피야? 너 진짜 하나도 안 변했구나.”

최수빈은 당황했다. 그녀는 이곳에서 육민성과 마주칠 줄은 몰랐다.

육민성은 그녀의 선배였고 박사 과정 때 같은 지도교수님을 두었었다.

한재준은 511연구원 원장으로 우리나라 항공우주 업계의 거물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도교수로 삼고 싶어 했다.

최수빈은 그의 셔츠를 보면서 말했다.

“선배도 여전하네요.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걸 보면 말이죠. 커피라서 얼룩 지우기 힘들 거예요. 옷값 드릴게요.”

육민성은 웃었다.

“괜찮아. 너 결혼하고 난 뒤에는 얼굴 보기 힘들었는데 오늘 이렇게 마주친 김에 얘기 좀 나눌까?”

“사실 안 그래도 선배한테 연락할 생각이었어요.”

육민성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러면 연구원에 가서 얘기 나누자. 나도 옷 좀 갈아입어야겠어.”

...

최수빈은 연구원 외부 손님 응접실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아주 오랜만에 연구원을 찾았다.

익숙한 광경 때문에 옛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모든 것이 그토록 생생했다.

그러나 처음으로 손님의 신분으로 응접실에 앉아 있으려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옷을 갈아입고 돌아온 육민성은 최수빈의 맞은편에 앉으며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때? 여기 많이 달라진 것 같아?”

“과학 기술 발전이 빨라서 그런지 연구원도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나한테는 무슨 일로 연락하려고 했어? 항공우주 분야에서 여성으로서 일인자가 되겠다고 했던 애가 갑자기 학업과 연구를 포기하고 결혼하여 아이를 키우겠다고 했잖아. 게다가 우리랑 연락도 끊고 말이야...”

최수빈은 미안한 마음에 시선을 들지 못했다. 그녀는 그들을 마주할 면목이 없었고 그들에게 아직 사과 한마디 못 했다.

“청운x7 이 이미 성공적으로 완성되어 이번 주말 전시회에서 선보이게 될 거라고 들었어요.”

최수빈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때 갑자기 떠나서 미안해요. 그동안 미안하다는 말을 못 했네요.”

“너 소식 빠르다.”

육민성은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때 네가 빠지고 나서 우리 프로젝트 한동안 진전이 없었어.”

“저...”

최수빈은 진심으로 미안했다.

“미안해요.”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사과밖에 없었다.

최수빈이 갑작스럽게 빠지는 탓에 다른 사람들도 피해를 보았다.

지금은 과학 기술 발전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비록 최수빈은 그동안 조강지처로 지냈지만 전공 지식을 계속 공부하면서 그 분야를 깊이 파고들었다. 그녀는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어도 남에게 뒤처지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사실 다들 네 사과를 바란 적은 없어. 대신 네가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라지.”

육민성은 최수빈이 돌아오기를 바랐다. 최수빈은 이곳에 있어야 빛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전시회에 직접 가봐도 돼요?”

“사실 청운은 네가 반쯤 완성한 거지. 우리는 그걸 마무리하는 데만 몇 년이 걸렸어. 너는 우리 업계 사람이야. 가정에 묶여있으면 안 돼. 그런데 왜 전시회를 보고 싶은 거야? 돌아오기로 마음먹은 거야?”

육민성은 기대 어린 눈빛으로 최수빈을 바라보았다.

그는 컵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그거 티켓 예매하기 힘들어. 정말로 보고 싶다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들여보내 줄게.”

최수빈은 입술을 깨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제가 항공우주 산업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최수빈은 어렸을 때부터 하늘과 우주를 동경했다.

그녀의 소망은 항공기를 설계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녀의 소망은 우주에 닿는 것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녀는 자신을 잃어버렸다.

지난 생에서 그녀는 항공전이 열릴 때 주예린과 함께 집에서 주시후의 숙제를 도와주고 있었다. 그때 최수빈은 주민혁이 주시후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고 생각했으나 나중에 그들과 박하린이 함께 전시회에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수빈은 당시 주예린이 직접 전투기 에어쇼를 본 그들을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생생히 기억했다. 그러나 주예린은 당시 부러운 티를 내지 않았고 떼를 쓰지도 않았다.

그녀는 어머니로서 실패했다.

최수빈은 앞으로 주예린이 주시후를 부러워할 일이 없게끔 할 것이다.

이번 생에 그녀는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고 주예린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자랑스러운 엄마가 될 것이다.

선생님을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선생님이 더는 그녀를 받아주지 않으려고 해도, 전시회에 가서 옛 친구들을 만나거나 업계 거물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적어도 같은 업계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으니 말이다.

육민성은 싱긋 웃으며 흐뭇하게 말했다.

“우리 연구원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생각이야. 그래서 총괄 엔지니어랑 도와줄 친구들이 필요한데 아직 적임자를 찾지 못했어.”

최수빈은 육민성이 자신을 영입하려고 한다는 걸 알았다.

총괄 엔지니어는 감히 기대할 수도 없었으나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시작하는 건 가능할 것 같았다.

“이력서 넣을게요.”

육민성은 최수빈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 우리 연구원에서는 결혼 생활이 안정적인 사람들만 고용해.”

최수빈은 뜸을 들였다. 예전에 없던 새로운 규정이 생긴 걸 보니 그녀 때문에 생긴 규정인 듯했다.

“저 이혼하려고요.”

육민성은 당황했다. 한때 사랑을 위해서 커리어를 포기했던 그녀가 이런 결정을 내릴 줄은 몰랐다.

이때 최수빈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시후 어머님, 시후가 갑자기 온몸에 발진이 생겼고 배도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보내야 할 것 같거든요. 이곳으로 와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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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돌아가서 민채영 씨나 잘 챙겨요. 지금 한창 속상해하고 있을 텐데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요.”마지막 말에는 은근한 가시가 박혀 있었다. 그 한마디가 장성훈의 가슴을 찌르듯 아프게 파고들었다.단호하게 자신을 밀어내는 강지안의 모습을 바라보며 장성훈은 더 억지로 붙잡아봤자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다.자신이 조금이라도 강요하면 할수록 그녀는 더 거부감을 느끼고 더 멀어질 뿐이었다.그래서 결국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장성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요.”“안 데려다줘도 돼요.”“그럼 조심해서 가요. 차 타기 전에 차 번호 나한테 보내고 집 도착하면... 무사히 도착했다고 연락해 줄 수 있어요?”마치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처럼, 강지안은 대답하지 않았다.장성훈도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그녀가 차를 기다리는 데 방해되지 않는 곳에 서서 묵묵히 지켜볼 뿐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 한 대가 천천히 다가왔다.강지안은 곧바로 문을 열고 몸을 숙여 올라탔다.처음부터 끝까지 장성훈을 돌아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마치 그를 완전히 없는 사람처럼 대하는 듯했다.차 문이 닫히고 택시는 천천히 출발했다.강지안은 뒷좌석에 기대 눈을 감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장성훈과 대화하는 건 정말이지 너무 지치는 일이었다. 한마디 한마디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고 매 순간 경계해야 했으며 마음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억울함과 분노를 꾹 눌러 참아야 하니 말이다. 이제는 그와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다.일에 집중하고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자신의 고양이를 해친 사람에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었다.하지만 강지안은 몰랐다.택시가 출발한 순간, 어둠 속에 있던 검은 승용차 한 대가 소리 없이 뒤를 따라붙었다는 것을.장성훈은 뒷좌석에 앉아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앞서가는 택시만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약속했었다.강지안의 삶을 방해하지 않겠다고.억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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