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지훈은 머신 옆에 놓인 상자들을 열어 보였다. 첫 번째 상자에는 골프공이, 두 번째 상자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플라스틱 구질의 윌슨볼(Wiffle Ball)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하준의 표정이 멍하게 굳었다.
“코치님, 지금… 저보고 이걸 치라는 겁니까? 야구 배트로 골프공을요?”
“정확합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불가능해요!”
골프공은 야구공의 절반도 안 되는 크기였다. 고속으로 날아오는 그 작은 점을 배트로 맞춘다는 건 인간의 동체시력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묘기에 가까웠다.
“지난 2주간의 훈련은 선수님의 눈과 뇌를 F-22 랩터 전투기의 레이더로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이제 그 최첨단 레이더가 모기만 한 스텔스기를 격추시키는 훈련을 할 차례입니다.”
지훈은 머신 옆에 놓인 상자들을 열어 보였다. 첫 번째 상자에는 골프공이, 두 번째 상자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플라스틱 구질의 윌슨볼(Wiffle Ball)이 가득 담겨 있었다.이하준의 표정이 멍하게 굳었다.“코치님, 지금… 저보고 이걸 치라는 겁니까? 야구 배트로 골프공을요?”“정확합니다.”“그게 말이 됩니까! 불가능해요!”골프공은 야구공의 절반도 안 되는 크기였다. 고속으로 날아오는 그 작은 점을 배트로 맞춘다는 건 인간의 동체시력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묘기에 가까웠다.“지난 2주간의 훈련은 선수님의 눈과 뇌를 F-22 랩터 전투기의 레이더로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이제 그 최첨단 레이더가 모기만 한 스텔스기를 격추시키는 훈련을 할 차례입니다.”지훈은 차분하게 설명했다.“이 훈련을 마치고 나면, 야구공은 선수님 눈에 수박만 하게 보일 겁니다.우리는 근육을 단련하는 게 아닙니다. 뇌의 예측 능력을, 인간의 한계까지 단련하는 겁니다.”지훈은 머신의 전원을 켰다. 첫 번째 단계, 시속 150km로 날아오는 골프공.“집중하십시오. 배트를 휘두르려 하지 말고 그냥 갖다 맞힌다는 느낌으로.”‘위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첫 번째 골프공이 하얀 점이 되어 날아왔다. 이하준의 눈은 분명히 공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배트를 휘두르기도 전에 공은 이미 그물을 때리고 있었다.“젠장!”두 번째, 세 번째 공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배트는 연신 허공을 갈랐다. 지난주 VR 시뮬레이터에서 보여줬던
이하준은 반신반의하며 다시 타석에 섰다. 화면 속에서 투수가 다시 공을 던졌다. 그의 눈은 완벽하게 공을 추적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공이 투수와 홈플레이트의 중간 지점에 도달했을 때, 갑자기 ‘펑’ 소리와 함께 사라져 버린 것이다.“……!”하지만 이하준의 뇌는 이미 공의 모든 정보를 분석하고 그 공이 날아올 최종 궤적을 완벽하게 그리고 있었다. 그의 몸에 박혀 있던 공포가 반응할 틈도 없이, 그의 뇌는 스윙 명령을 내렸다.그의 몸이, 마침내 반응했다.지난 일주일간 억눌려 있던 그의 S급 재능이 폭발했다. 하체가 단단히 지면을 박차고 허리가 강력하게 회전했으며, 그 힘을 받은 배트가 이상적인 궤적을 그리며 허공을 갈랐다. 공이 사라진 바로 그 지점을.‘퍼어엉-!’시뮬레이터에서 경쾌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화면에는 타구가 총알처럼 뻗어 나가 중앙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그래픽이 펼쳐졌다.[타구 속도: 182km/h][비거리: 145m][결과: HOME RUN]“……!”이하준은 자신의 스윙에 스스로 놀라,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다. 방금… 내가 친 건가?“다시.”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공이 날아오다, 중간에 사라졌다. 이하준은 또다시 반사적으로 스윙했다.‘퍼어엉-!’이번에는 좌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사라지는 공을 상대로, 그는 열 번의 스윙 중 열 번 모두를 완벽한 정타로 연결했다. 홈런
“이제 2단계 훈련을 시작할 시간입니다.”지훈이 컨트롤러의 버튼을 누르자, 영상 속의 투수가 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공은 날아오지 않았다. 투구폼 영상만 재생될 뿐이었다.“자, 이하준 선수. 투수의 릴리스 포인트를 보고 지금 날아온 공이 어떤 구종이고 어느 코스로 들어왔을지 맞춰보세요.”가상현실(VR)도 아닌, 평면 스크린 영상만 보고 구종과 코스를 예측하라는 말도 안 되는 훈련이었다. 하지만 이하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148km/h 패스트볼. 바깥쪽 낮은 코스. 스트라이크.”지훈이 버튼을 누르자, 영상 위에 빨간색 궤적과 정보가 표시되었다. [148km/h 포심 패스트볼. S존 통과.] 정확했다.다음 영상. 또 다른 투수.“134km/h 슬라이더.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오는 볼.”확인 결과 또다시 완벽하게 맞췄다.류승환 감독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투수의 미세한 손목 각도와 릴리스 포인트, 회전 방향만 보고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일주일의 훈련으로, 이하준의 눈은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기계의 눈으로 진화하고 있었다.“다음 주부터는 VR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가상의 공을 직접 보는 훈련을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주에는… 직접 공을 치게 될 겁니다.”지훈이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류 감독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스크린에 나타나는 정보를 완벽하게 예측해내는 이하준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그는 깨달았다. 자신
지훈은 말하며 맞은편의 기계 스위치를 눌렀다. ‘피융-’ 소리와 함께, 기계에서 노란색 테니스공이 날아왔다. 시속 60km. 일반인도 충분히 잡을 수 있는 느린 속도였다.“자, 잡아보세요.”하지만 고글을 쓴 이하준에게, 그 공은 순간이동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눈앞에서 사라졌다가 갑자기 발밑에 나타났다. 그는 허둥대며 손을 뻗었지만, 공은 그의 손을 비웃듯 지나쳐 갔다.“젠장!”두 번째 공, 세 번째 공도 마찬가지였다. S급 운동 능력을 가진 그의 몸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눈이 뇌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자, 그의 완벽한 피지컬은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그는 연달아 공을 놓치고 결국 화를 이기지 못하고 고글을 벗어 던졌다.“이딴 걸로 뭘 어쩌라는 겁니까!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그게 지금 선수님의 눈 상태입니다.”지훈의 차가운 한마디에 이하준의 움직임이 멈췄다.“고글을 쓰지 않은 평소에도, 선수님의 눈과 뇌는 아주 찰나의 순간 동안 지금과 같은 오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고속으로 날아오는 야구공을 볼 때만요. 그러니 몸이 공포를 느끼고 멋대로 반응하는 겁니다. 이 훈련은 망가진 그 시스템을… 강제로 재부팅하는 과정입니다.”지훈은 바닥에 떨어진 고글을 주워 다시 그에게 건넸다.“다시 하죠. 이번엔 공을 잡으려고 하지 마세요. 그냥, 공이 어디서 나타나서 어디로 사라지는지, 그 궤적을 예측하는 데만 집중하십시오. 눈으로 보려 하지 말고 머리로 보세요.&rdq
이하준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다.지훈은 그의 동요를 놓치지 않고 시스템이 알려준 진실의 창을 열었다.“공이 흐릿하게 보일 때가 있지? 특히 변화구처럼 회전이 많은 공은 순간적으로 여러 개로 겹쳐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타이밍을 놓치고 그러다 보니 공에 대한 공포심이 생긴 거야. 맞아?”“……!”이하준은 마치 자신의 머릿속을 들여다본 사람처럼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지훈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그는 그저 부들부들 떨리는 입술을 깨물 뿐이었다. 그 증상들은 지난 2년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내가 미쳐가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혼자 끙끙 앓았던 비밀이었다.지훈은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2년 전 여름이었나. 원정 경기에서 외야 수비하다가 다이빙 캐치하고 펜스에 머리 부딪친 적 있지? 가벼운 뇌진탕 증세가 있었지만, 넌 괜찮다고 하고 다음 날 바로 경기에 나섰고. 모든 건 그때부터 시작됐어.”이하준의 눈이 절망과 충격으로 크게 흔들렸다.까맣게 잊고 있었던 기억. 당시에는 약간 어지러운 정도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사고.하지만 지훈의 말을 듣는 순간, 모든 퍼즐 조각이 섬광처럼 맞춰졌다. 자신의 타격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던 시기와, 그 사고의 시점이 정확하게 일치했다.“어떻게… 당신이 그걸 어떻게…”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가시 돋치지 않았다. 힘없이 떨리고 있었다.“나는 의사가 아니야. 하지만 네 병의 원인을 알고 그걸 고칠 방법을 아는 유일한 사람
이현성의 완벽한 부활이 KBO 리그 전체를 뒤흔든 다음 날. 강지훈은 류승환 감독과 함께 다시 이천의 2군 구장을 찾았다. 어제의 열광과 스포트라이트는 마치 다른 세상의 일인 것처럼, 2군 구장의 공기는 한적하고 평화로웠다.하지만 지훈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새로운 계약, 그리고 새로운 사냥감을 마주해야 할 시간이었다.“저 녀석입니다.”류 감독이 굳은 표정으로 실내 연습장의 한 타석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한 청년이 홀로 배팅머신을 상대로 스윙 연습을 하고 있었다.떡 벌어진 어깨, 군살 하나 없는 허리, 탄탄한 하체. 누가 봐도 완벽한 운동선수의 피지컬이었다. 그의 이름은 이하준. 라이온즈가 팀의 10년을 이끌어갈 재목으로 점찍고 역대 최고 계약금을 안겨주었던 천재 유망주.“피지컬은 리그 최상급입니다. 스윙 스피드, 파워, 주력, 수비 능력…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죠. 고교 시절에는 ‘나무 배트를 든 이치로’라는 소리까지 들었으니까요.”류 감독의 목소리에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지훈은 말없이 이하준의 연습을 지켜봤다.배팅머신이 공을 쏘기 전, 이하준의 연습 스윙은 물 흐르듯 부드럽고 간결했다.교과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완벽한 폼이었다. 하지만 기계가 ‘핑-’ 소리와 함께 공을 쏘아 보내는 순간, 그의 몸이 돌처럼 굳었다.부드럽던 스윙 궤도는 온데간데없고 마치 공을 피하려는 듯 움츠러드는 어깨, 경직된 허리, 불안하게 흔들리는 하체. 그의 배트는 공이 지나간 한참 뒤를 힘없이 돌았다.‘퍽!’결국 그는 연달아 헛스윙을 하다가 날아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