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66 화

Author: 양순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3-24 06:12:47
교태전의 문이 열리자, 짙은 탕약 냄새 사이로 차가운 침묵이 흘러나왔다.

유희는 비단 소매로 코끝을 가리며 걸음을 옮겼다. 침상에 비스듬히 기대앉은 황후는 유희의 예상보다 훨씬 평온한 안색이었다. 뺨은 패였으되 눈동자만큼은 정갈하게 빛나고 있어, 마치 폭풍전야의 고요함을 품은 듯했다.

‘산송장이나 다름없다더니, 기세만큼은 여전하구나. 허나 그것도 얼마남지 않았다.’

유희는 입가에 승리자의 미소를 머금은 채 무릎을 꿇었다.

“귀인 천씨, 황후 마마를 뵙사옵니다.”

황후는 대답 대신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았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조차 나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환관의 비   321 화

    "연못의…… 깊이는 성인 남성의 허리춤까지 파내어…….""그것참 아쉽군요."미옥이 하륜의 말을 톡 끊으며, 짐짓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탁자 아래 그녀의 손은 기어이 하륜의 가장 은밀하고 묵직한 곳을 정확히 짓누르고 있었다.“연못의 깊이가 생각보다 얕은 듯하오, 상선. 내 밑바닥까지 흠뻑 적시려면…… 수로를 조금 더 거칠고 깊게 파고들어야 하지 않을까요?”미옥의 도발적인 은유에, 하륜의 눈매가 미세하게 가늘어졌다.문밖에서는 궁인들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정적.그 숨 막히는 고요 속에서 하륜의 나직하고도 묵

  • 환관의 비   320 화

    간밤의 지독한 갈증이 아직도 아랫배를 묵직하게 짓누르고 있었다.미옥은 화려하게 빗어 올린 머리를 매만지며 나른하게 눈을 떴다. 연호가 남기고 간 헛된 정복감의 흔적을 씻어내고, 이제 진짜 제 주인을 불러들일 차례였다."차 상시."미옥의 나긋한 부름에, 문밖을 지키고 있던 차 상시가 소리 없이 문을 열고 들어와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예, 마마. 부르셨사옵니까.""수류화정의 공사 말이다. 내 그 조감도와 터를 다시 직접 살펴보고 싶으니, 궁내부 공사를 총괄하는 상선을 뫼셔오게.""명 받들겠사옵니다."황제의 총애를 한 몸에

  • 환관의 비   319 화

    아침 햇살이 채 밝기도 전, 농월당의 밀실.우의정의 얼굴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당연히 초희의 처소에 머물 줄 알았던 황제가,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연화당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소식을 듣고 어둠이 걷히자 마자 달려왔다."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폐하를 그리 쉽게 놓치다니요! 아무리 늦어도 한 달 안에는 무조건 회임을 증명해야 목숨을 건진단 말입니다."속이 타들어 가는 우의정과 달리, 찻잔을 든 초희의 표정은 태연하기 짝이 없었다. 그녀가 붉은 입술을 삐딱하게 비틀어 올리며 코웃음을 쳤다."대감도 참, 답답하시네요. 임

  • 환관의 비   318 화

    미옥은 입술을 깨물며 제 둥근 가슴을 거칠게 주물렀다. 달빛 아래서 하륜의 바지춤 앞에 무릎을 꿇었던 순간을 떠올렸다.수치심보다 앞선 것은, 내쳐졌다는 서러움과 끝끝내 그 단단한 사내의 몸을 탐하고 싶다는 음탕한 애욕이었다.그녀는 하륜이 제 살갗을 거칠게 쥐어주길 갈망하며, 붉게 피어난 유륜을 스스로 비틀고 꼬집었다.작은 구멍 안에서 터져 나온 맑고 뜨거운 애액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진짜 발정이었다. 그 차가운 사내에게 안달이 나 미쳐버린 여자의, 완벽하고도 지독한 배덕감."하아…… 하앗, 폐하…… 흐앙……!"미옥이

  • 환관의 비   317 화

    연호가 낮게 웃으며 미옥의 입술을 탐하려 다가왔다. 그의 묵직한 몸이 그녀를 완전히 짓누르려던 찰나였다.탁-.미옥이 가느다란 양손으로 연호의 단단한 가슴을 짚어 밀어냈다.거부의 뜻이 담긴 손길에 연호의 눈매가 불쾌한 듯 가늘어졌다."왜. 내가 농월당에 다녀온 게 아직도 분한가?"연호가 미옥의 귓가에 입술을 묻으며 나른하게 속삭였다."안심해. 그 계집과는 아무 일도 없었으니. 내 몸에 닿은 건 오직 너뿐이야."자신이 질투에 눈이 멀어 앙탈을 부린다고 굳게 믿는, 애틋한 착각.가슴 한 가운데가 묵직해지는 것은 죄책감일까.

  • 환관의 비   316 화

    어둠이 내려앉은 황궁의 으슥한 길목.하륜이 매몰차게 떠난 자리에 홀로 남겨진 미옥은 핏기가 가신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이대로 물러설 수는…….'수치심과 초조함이 동시에 밀려들며, 미옥이 바닥으로 시선을 떨어뜨리던 찰나였다.달빛조차 두터운 먹구름에 잡아먹힌 칠흑 같은 밤.완벽한 어둠뿐이어야 할 그녀의 시야 한구석으로, 돌연 이질적인 붉은빛이 스며들었다.바닥을 향해 있던 미옥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칠흑 같은 후원의 너머, 수십 개의 붉은 청사초롱 불빛이 뱀처럼 구불거리며 이쪽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황제의 행

  • 환관의 비   238 화

    ‘나 또한 그럴 것이다. 네 진심이 끝끝내 나를 버린 것이라면…….’하륜의 굳게 닫힌 턱 근육이 서늘하게 일그러졌다.‘훗날 내 이 제국의 모든 것을 부수고 너를 끌어내려, 기어이 너와 함께 영원한 나락으로 추락할 터이니.’그것은 버림받은 사내의 피 맺힌 저주이자, 자신의 밑바닥까지 기꺼이 내어주어 황후의 관을 만들어주겠다는 가장 지독하고 파괴적인 순정이었다.**거친 정사가 휩쓸고 간 넓은 침전 안에는 비릿한 정액 냄새와 후끈한 살내음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츱, 찌걱…… 쭈웁……."적나라하고도 외설스러운 물소리가 정

  • 환관의 비   219 화

    인적이 완전히 끊긴 다원의 깊은 뒤뜰.약속한 시각보다 먼저 도착해 초조하게 서성이던 차 상시는, 초희의 그림자가 나타나기가 무섭게 다가가 다급한 목소리를 냈다.“대군부인. 그 향…… 그 환몽향을 더 내어주십시오.”늘 여유롭고 교태롭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었다. 태후를 속여 넘겼다는 오만함보다, 어젯밤 맛본 그 완벽한 해방감에 목이 마른 자의 절박함만이 가득했다.하지만 초희는 부채로 입가를 반쯤 가린 채, 나른하고도 곤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어쩌지요, 상시 어른. 제게도 더는 남은 것이 없는걸요.""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 환관의 비   216 화

    ‘초희 그년이 거짓을 고한 것인가? 향이 피어오른 지 꽤 지났거늘, 어찌 이리 평소와 다를 바 없이…….’이거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 아니야?의구심이 뱀처럼 고개를 쳐들며 불안감이 확신으로 바뀌려던 찰나였다.“아아…… 흐읏, 차 상시…….”손아귀에 쥐어진 태후의 몸에서 순식간에 빳빳한 힘이 탁, 풀려나갔다. 놀란 차 상시가 고개를 들어 태후의 얼굴을 살폈다.초점을 잃은 두 눈이 기묘하게 반쯤 풀려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고작 가슴을 가볍게 문질렀을 뿐이거늘, 태후는 마치 온몸의 급소를 관통당한 듯 바르르 떨며 헐떡이는 신음

  • 환관의 비   215 화

    밤의 태후전은 늘 지독한 난향(蘭香)과 늙은 육신의 체취가 뒤섞여 끈적한 공기를 품고 있었다.비단 금침 위에 비스듬히 기댄 태후는, 얇은 침의 속으로 늘어진 살갗을 굳이 숨기지도 않은 채 제 발치에 무릎 꿇은 차 상시를 탐욕스럽게 내려다보고 있었다.오늘 밤에도 저 아름다운 사내의 입술이 제 발끝부터 핥아 올라와 기어이 헐떡이게 만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지독하게 오만한 시선이었다."이리 와서 겉옷을 벗지 않고 무얼 하느냐.“태후가 앙상한 손짓으로 침상 한편을 두드리며 재촉했다."송구하옵니다, 마마. 밤공기가 차가워, 옥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