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대한민국의 평범한 여고생. 어느 날 눈을 떠보니, 그녀는 조선의 왕비가 되어 있었다. 그것도 비운의 임금 단종의 왕비, 정순왕후로.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다.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단종의 폐위. 그리고 끝내 맞이하게 될 그의 비극적인 죽음까지. 역사는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운명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이번만큼은... 당신을 살리고 싶어요." 왕을 지키기 위해 역사를 바꾸려는 소녀. 그녀의 선택 하나가 조선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릴 것인가. 아니면 역사를 지킬 것인가. 비극으로 끝났던 운명을 다시 쓰기 위한 그녀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못다 핀 사랑을, 다시 피우리라.
View More혼례는… 생각보다 훨씬 길었다.
아니, 길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지우는 이를 악물었다.
‘이거 언제 끝나…? 진짜 하루 종일 하는 거 아니야?’
눈앞에는 줄지어 선 대신들.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
그리고—
자신의 몸.
붉은 혼례복이 낯설게 느껴졌다.
분명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조선.
그것도 궁 안.
‘미친 거 아니야, 진짜…’
도망칠 수도 없었다.
이미 모든 게 시작된 뒤였으니까.
“부인.”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지우의 시선이 흔들렸다.
옆.
자신의 ‘남편’이라는 사람이 서 있었다.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오. 어디 불편한 것이 있소?”
지우는 순간 표정이 굳을 뻔했다.
‘뭐야… 몇 번 보지도 못했으면서 왜 이렇게 다정해?’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겉으로는 빠르게 표정을 정리했다.
“아닙니다. 처음 겪는 혼례라… 조금 긴장했을 뿐입니다.”
“그렇소?”
사내의 눈빛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그렇다면 다행이오. 혹 몸이 좋지 않은 줄 알고 걱정했소.”
그 말과 함께—
그가 웃었다.
지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못 했다기보단—
할 수가 없었다.
‘…뭐야.’
심장이, 이상하게 뛰었다.
눈앞의 사내는—
말도 안 되게 잘생겨 있었다.
조선의 그 어떤 사내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아니, 오히려 더 눈에 띌 정도로.
게다가—
‘어려.’
겨우 열넷.
앳된 얼굴에, 말도 안 되는 외모.
현대였다면?
‘이미 번호 따고 있었다, 100%.’
지우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갔다.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니까.
여긴 조선이고—
이곳은 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혼례의 상대는—
단종.
그리고 자신은—
그의 비, 정순왕후.
‘하필이면… 왜.’
지우는 속으로 절규했다.
‘그 많은 왕후 중에 왜 정순왕후야!’
역사 지식이 많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단종.
짧은 재위.
그리고—
비극.
‘순탄하게 사는 왕후도 많잖아… 왜 하필 이런 루트야.’
그때였다.
따뜻한 감촉이 손등에 닿았다.
지우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손.
잡혀 있었다.
그녀의 손을, 그가 잡고 있었다.
“…!”
놀란 지우가 고개를 들었다.
단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놀랐다면 미안하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계속 긴장한 것 같아서… 이렇게 하면 조금은 나아질까 해서.”
지우는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뭐야…’
심장이, 또 이상하게 뛰었다.
‘얘 은근히 선수네?’
나이 열넷.
이 시대 기준으로는 어른이지만—
그래도 이건 좀.
‘여자 손, 생각보다 잘 잡네?’
지우는 슬쩍 시선을 피했다.
괜히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 같아서였다.
“…괜찮습니다.”
짧게 대답했지만—
손을 빼지는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뺄 수가 없었다.
이건 단순한 접촉이 아니었다.
혼례.
의식.
그리고—
관계의 시작.
지우는 작게 숨을 삼켰다.
‘하… 진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이 상황은—
꿈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였다.
‘버텨야지.’
지우의 눈빛이 천천히 바뀌었다.
단순한 당황에서—
결심으로.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못다 핀 사랑? 그런 거—’
시선이 단종에게 향했다.
‘내가 다시 피워주지 뭐.’
9.늦은 밤—수양대군의 처소에는 희미한 촛불만 흔들리고 있었다.“전하께서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시는군요.”조용한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수양대군은 놀라지 않았다.그저 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자네 생각은 어떠한가.”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사내가 희미하게 웃었다.“중전이 변수가 되었습니다.”“허나…”그의 눈빛이 가늘어졌다.“가장 위험한 쪽은,오히려 전하이십니다.”“전하라…”수양대군이 희미하게 웃었다.“그럴지도 모르겠군.”잠시 잔을 내려다보던 그의 눈빛이천천히 가라앉았다.“오늘 보니—”낮고 느린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마치 어미 잃은 새끼 범이처음으로 젖을 떼고 사냥을 배우는 듯하더군.”짧은 침묵.그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사내가말없이 서찰 한 장을 내밀었다.수양대군은 천천히 그것을 받아들었다.“무엇이지.”사내의 목소리는 차분했다.“아무래도… 전하의 뒤에는김종서 대감이 계신 듯합니다.”순간—수양대군의 표정이 아주 잠깐 싸늘하게 굳었다.그러나 그것도 잠시.이내 다시 옅은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역시 그런 것인가.”그의 손끝이 서찰 위를 천천히 두드렸다.“그렇다면…”수양대군의 눈빛이 미세하게 가늘어졌다.“지금 전하의 곁에는중전에 김종서까지 붙어 있다는 뜻이군.”말을 마친 수양대군은손에 들고 있던 서찰을 촛불 위에 천천히 가져갔다.종이가 타들어 가는 냄새가조용히 방 안을 메웠다.불길 끝까지 서찰을 바라보던 수양대군이이내 시선을 돌려 사내를 바라보았다.“한명회.”처음으로 이름이 불렸다.수양대군의 눈빛이 조용히 가라앉았다.“자네… 내 책사가 되고 싶다 하지 않았는가.”“예, 대군마마.”한명회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숙였다.수양대군은 희미하게 웃었다.“그렇다면 책사답게—”그의 손끝이 천천히 책상을 두드렸다.“김종서와 전하를 갈라놓을 묘책을 내보게.”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리고—한명회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김종서만 떼어놓으실 생각이십니까?”순간,수양대군
소하의 몸 상태에 조금씩 차도가 보이기 시작하자,지우는 그제야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그런데—아직 이른 아침이었다.갑작스러운 발소리와 함께중궁전 밖이 술렁이기 시작했다.곧이어 금군들이 처소 주변을 빈틈없이 에워쌌다.지우의 표정이 천천히 굳어졌다.잠시 후,한 내관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와 왕명을 전했다.“전하의 명이옵니다.”“중전마마께서는 편전 앞에서 석고대죄를 하여궁의 질서를 어지럽히셨으므로—”내관이 잠시 숨을 골랐다.“당분간 중궁전에 유폐되시어한 발짝도 밖으로 나가실 수 없사옵니다.”순간—방 안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지우의 눈이 천천히 가늘어졌다.“…지금.”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유폐라 했느냐?”“예 그러니 중전께서는 지금 이 시각부터는이곳 외에는 나갈실 수 없습니다.”내관의 대답을 들은 지우는중궁전 밖을 에워싼 금군들을 천천히 바라보았다.싸늘한 긴장감이 처소 안을 짓눌렀다.잠시 침묵하던 지우는다시 내관에게 시선을 돌렸다.“…전하의 명이더냐.”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내관은 잠시 주변을 살피더니조심스럽게 품 안에서 작은 서찰 하나를 꺼냈다.“중전마마께서 그리 물으실 듯하여—”내관이 두 손으로 서찰을 바쳤다.“전하께서 이것을 전하라 하셨습니다.”지우의 눈썹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이걸?”지우는 서찰을 내려다보며 낮게 되물었다.“전하께서 직접?”“예, 마마.”내관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그리고…”잠시 말을 멈춘 내관이 조심스럽게 덧붙였다.“읽으신 뒤에는 반드시 불에 태우라 명하셨습니다.”지우는 잠시 말없이 서찰을 내려다보았다.얇은 종이 한 장.그러나 이상하리만큼 손끝이 무거워지는 기분이었다.천천히 봉을 뜯자,익숙한 필체가 눈에 들어왔다.순간—지우의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서찰에는 길지 않은 글이 적혀 있었다.「당분간은 짐을 원망하고 계시오.」짧은 한 줄.그러나 그 아래에는—「이것은 벌이 아니라,중전을 지키기 위한 짐의 선택이오.」지우의 손
단종은 낮게 숨을 내쉬었다.그리고—오늘 있었던 일을 천천히 떠올렸다.소복 차림으로 무릎을 꿇었던 중전.그리고—편전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수양대군의 눈빛까지.단종의 손끝이 천천히 굳어졌다.“짐은…”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오늘 처음으로 알았소.”촛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숙부께서—”단종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중전을 위험하게 볼 수도 있다는 것을.”“오늘 편전에서…중전마마께서 석고대죄를 하셨다 들었습니다.”김종서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혹, 그 일 때문이옵니까.”단종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잠시 시선을 내린 채 침묵하던 그는이내 낮게 입을 열었다.“…그보다.”단종의 눈빛이 천천히 흔들렸다.“편전에서 숙부와 단둘이 나눈 이야기가… 마음에 걸리오.”김종서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졌다.“무슨 말씀을 들으셨사옵니까.”단종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그리고—“숙부께서 그러더군.”방 안의 공기가 천천히 가라앉았다.“‘중전의 행동을 자중시키라’고.”단종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헌데…”단종의 손끝이 천천히 굳어졌다.“그 말이… 어찌 그리 섬뜩하게 들리던지.”“전하…”김종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려던 순간—단종이 먼저 말을 이었다.“김 대감.”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아무래도… 불안하오.”단종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혹여 이러다 중전까지 잘못되면…”짧은 침묵.“짐에겐 정말 아무도 남지 않을 것 같소.”촛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단종은 쓴웃음 비슷한 숨을 내쉬었다.“짐에게 가족이라곤… 숙부들뿐이었소.”“허니 알지 않소.”단종의 눈빛이 희미하게 흔들렸다.“가족이 아닌 이를 믿는다는 것이—”“…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순간,김종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처음으로 드러난 단종의 불안과 외로움이그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기 때문이었다.김종서는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가슴 한켠이이상하리만큼 답답해져 왔다.“지키고 싶소.”단종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훨씬 또렷했다.
-편전-모두 물러간 뒤—넓은 편전에는단종과 수양대군만이 남아 있었다.무거운 침묵이 잠시 이어졌다.먼저 입을 연 것은 단종이었다.“숙부… 아니.”단종의 눈빛이 천천히 가라앉았다.“대군께서는 어찌 아직 자리를 뜨지 않으신 겁니까.”낮은 목소리였다.그러나 그 안에는 분명한 경계가 담겨 있었다.“혹…”잠시 말을 멈춘 단종이수양대군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중전의 말이 그리 불편하셨습니까.”“설마 그러겠사옵니까.”수양대군은 평소와 다름없는 온화한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중전의 뜻은 틀리지 않았습니다.”잠시 시선을 내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러니 전하께서도 중전에게 힘을 실어주셔도 됩니다.”담담한 말이었다.하지만—그 말이 끝난 뒤에도수양대군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등을 돌려 몇 걸음 옮기던 그는,문득 다시 걸음을 멈췄다.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단종을 바라보았다.“헌데…”짧은 침묵.“중전의 행동이 지나치게 눈에 띄는군요.”수양대군의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가라앉았다.“부디—”“행동에 있어 자중하라 일러주십시오, 전하.”수양대군의 말을 들은 순간—단종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졌다.서늘한 감각이 천천히 등을 타고 스며들었다.익숙한 분위기였다.지금의 수양대군이 짓고 있는 표정과 말투.단종 자신에게 무언가 일이 생기기 전마다—늘 보아왔던 그것이었다.그런데 이번에는,그 시선이 중전을 향하고 있었다.단종의 손끝이 천천히 굳어졌다.“대군께서는…”잠시 숨을 고른 단종이 입을 열었다.“중전을 경계하시는 겁니까.”수양대군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가늘어졌다.그러나 입가의 미소는 여전했다.“경계라…”나직한 목소리.“전하께서는 그리 보이셨습니까?”수양대군의 말이 끝난 뒤—편전 안에는 잠시 정적이 내려앉았다.단종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저 수양대군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수양대군은 그런 단종의 시선을 조용히 받아내다가,천천히 입을 열었다.“전하.”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사람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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