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상인 출신 유소영, 부군의 출세와 집안살림을 도왔지만 돌아온 건 상인 출신이라 간사하고 계산적이라는 말뿐이었다. 혼인한지 2년, 그는 형수를 연모하며 그녀를 독수공방하게 했다. 형님이 사망한 후,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형님의 대를 이을 거라며 형수와의 합방을 말했다. 그리하여 유소영은 뒤돌아서 부고를 당한 줄 알았던 그의 형님을 찾아가게 된다. 사람들은 그녀의 출신을 비웃었지만 그녀는 죽은 자도 살릴 수 있는 엄청난 의술을 갖고 있었다. ‘이 소란이 언제 끝나나 보자.’ 사람들은 충용 후작의 고 세자가 준수한 외모에 학식이 뛰어난 문관이라 알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어릴 때부터 병을 몸에 달고 살았다. 그의 인생에 유일한 오점이라면 그가 동생의 부인과 강제로 혼인한 거였다. 몇 년 후, 엄청난 권세를 가졌음에도 사내는 매일 조회가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달려갔다. “부인이 자꾸 도망칠 궁리만 하니 당연히 빨리 집에 가야지!” 유소영은 절규했다. ‘병약한 사람이라더니!’
View More선제가 살아 있을 뿐 아니라, 직접 나서서 신왕이 궁을 압박하고 유조를 위조했다고 고발한 셈이었다.이는 그 어떤 죄증보다도 강력해, 신왕이 반역을 꾀했다는 사실을 단숨에 못 박아 버렸다.신왕에게 입이 열 개라 한들, 결코 발뺌할 수 없었다.신왕 역시 변명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이 황궁도, 조정도 이미 모두 그의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 “선제께서는 진작 황릉에 안장되셨다! 이자가 선제를 사칭하고 있으니, 당장 잡아라!”대전 안의 시위들은 새 황제의 명을 따라 선제를 향해 달려들었다.천우위가 선제를 호위했고, 양편은 순식간에 뒤엉켜 격전을 벌였다.대전 안의 문무백관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거나, 사방으로 달아나며 칼날을 피하기에 바빴다.그중 몇몇 대신은 직접 나서서 선제를 지키며 새 황제에게 맞섰다.고장훈은 재빨리 눈알을 굴렸다.그는 이미 후작부의 작위를 잃은 몸이었으니, 이제 남은 길은 새 황제의 다리를 단단히 붙드는 것뿐이었다.이토록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고장훈은 재빨리 선택을 내렸다.그는 새 황제를 택했다…….그리하여 그는 그 자리에서 곧장 충심을 드러냈다.“폐하를 보호하라! 선제를 사칭한 저 반역자를 잡아라!”그는 맨주먹뿐인 몸으로 그 싸움에 뛰어들었다.대전 안의 몇몇 무장은 좀처럼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방금 나타난 이가 남이 사칭한 가짜가 아니라 진짜 선제라는 것을, 그들이 어찌 알아보지 못하겠는가.비록 선제가 어찌하여 죽었다 살아났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그러나 진짜라 해서 사정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 이 판국에서는 한 산에 두 호랑이가 함께 살 수 없듯, 새 황제와 선제 가운데 오직 하나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그들 역시 어느 편에든 서야 했다.고장훈은 새 황제를 택했다.그렇다면 그들은 누구를 택해야 한단 말인가?무장들의 시선이 모두 장여훈과 이 장군에게로 향했다.이 대전 안에서 가장 큰 병권을 쥔 자는 바로 저 두 사람이었다.그들이 누구를 택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터였다.그
궁녀들이 신왕을 도와 곤룡포를 입혔다.이는 그의 체구에 맞추어 새로 지은 곤룡포였다.수놓는 여인들은 기한을 맞추느라 무리를 지어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몸을 혹사해야 했다.황제의 곤룡포는 겉으로는 눈부신 황금빛으로 찬란하고 존귀해 보였으나, 그 이면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즉위 대전은 궁중에서 거행되었다.어찌 된 영문인지, 오늘따라 하늘이 유난히 음산하게 잔뜩 흐렸다.흠천감에서는 분명 길일이라 점쳤건만.신왕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이미 황위를 손에 넣었으니, 그 누구도 그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었다.그런데 즉위 대전이 막 시작되려던 참에, 시위가 달려와 아뢰었다.“폐하, 조원서가 달아났습니다!”신왕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동궁에 갇혀 있던 그 태자 조원서가 도망을 쳤다고?황궁 곳곳이 죄다 제 사람들인데, 조원서가 달아나 봤자 어디로 간단 말인가.“그 혼자 힘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다. 필시 누군가 도운 것이니, 샅샅이 뒤져라!”“예!”조원서를 빼돌리도록 손을 쓴 것은 다름 아닌 초왕이었다.오늘 새 황제의 즉위식을 틈타, 초왕은 위험을 무릅쓰고 승부수를 던졌다.그 넓은 동궁에서도 겨우 조원서 한 사람만을 구해 낼 수 있었다.그는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를 실어 나르는 나무통 속에 몸을 숨긴 채, 더없이 무거운 심정에 잠겼다.한편으로는 동궁에 남은 다른 이들이 걱정스러웠다.자신이 달아났으니 그들 역시 필시 연루되어 화를 입을 터였다.하지만 빠져나간다 해도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밖으로 나간들 그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부황은 시해당했고, 신왕은 순조롭게 황위에 올랐으며, 조정에는 감히 맞서려는 자가 없었다. 세력을 잃은 태자 하나가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걷잡을 수 없는 막막함에 빠져들었다…….그때.짐을 실은 나무 수레가 급작스레 멈춰 섰다.나무통 속에 숨어 있던 조원서의 눈동자가 움츠러들었다.들킨 것인가......이윽고.나무통 뚜껑이 열렸다.조원서는 숨을 죽였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황성, 초왕부.한 검은 그림자가 서재로 들어섰다.“전하, 예상하신 대로 사도 장군이 손을 썼습니다.”초왕은 자리에 앉은 채,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사도남은 피 끓는 기개가 있는 자지.”궁에서 변고가 일어난 뒤로, 그는 사람을 풀어 각 세력의 동향을 살펴 왔다. 특히 장씨 가문, 이씨 가문, 사도 가문을 눈여겨보았다.이들은 대대로 무장을 세습해 온 가문이라, 그들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했다.이 세상에서 권력의 정점에 있는 것은 결국 병권이었다.천하가 태평할 때라면 병권이 그리 도드라지지 않는다.하지만 일단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병권을 쥔 자야말로 난세를 거슬러 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지금 신왕에게 맞설 수 있는 것은, 오직 병권을 쥔 몇몇 가문뿐이었다.오직 그들만이 백관을 움직일 수 있었다. “전하, 저희는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초왕이 고개를 들어 앞을 응시했다.“바깥의 전쟁이 이제 막 끝났는데, 또다시 내란이 일었구나. 본왕은 그저 누군가 나서서 이 혼란을 하루빨리 끝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하지만 그 누군가가 자신이 될 수는 없었다.초왕은 제 분수를 잘 알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전하, 사도 장군이 곧장 황성으로 진격할 작정이라 하니, 그때가 되면 황성에서 필시 한바탕 싸움이 벌어질 것입니다. 외람되오나, 부디 미리 대비하시어 황성을 떠나심이 어떠하겠습니까.”초왕은 다소 씁쓸한 기색이었다.“본왕은 떠날 수 없다.”“황성 바깥에 깔린 탐지꾼들이 그저 허수아비로 보이느냐?” “신왕은 이미 오래전부터 본왕을 주시해 왔다. 사도남 쪽의 움직임도, 신왕은 본왕과 마찬가지로 이미 모두 꿰고 있을 것이다.”수하가 걱정스레 물었다.“그렇다면 신왕이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초왕이 나직이 중얼거렸다.“그렇지. 이번 싸움은 사도남 혼자만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다.”적어도 안팎에서 호응하며 사도남과 손발을 맞춰 줄 누군가가 있어야 했다.하지만 남아 있는 세습 무
황제가 승하하고, 태자는 갇혔다.황궁 전체가 신왕의 손아귀에 들어갔으나 감히 맞서려는 자는 없었다.그가 황제의 유조를 손에 쥐고 있어, 떳떳하게 황위에 오를 명분이 있었던 까닭이다.문무백관 중에는 신왕이 반역을 꾀해 궁을 압박한 것이라 의심하는 자도 있었으나, 감히 이의를 제기하는 관원은 하나같이 피비린내 나는 진압을 당했다.그와 동시에, 신왕은 고준형이 누명을 씌우고 모함을 저질러 이미 양주에서 붙잡혔다고 공표했다.신왕은 유조를 빌미로 선제의 장례를 마친 뒤, 유월에 정식으로 즉위하기로 결정했다.그 무렵 양주에서 소식이 전해졌다. 양주 군영은 순조롭게 주권을 넘겨받았으나, 고준형과 유소영은 끝내 붙잡지 못했다는 것이었다.신왕은 속이 타들어 갔다.고준형만은 반드시 없애야 했다.그자야말로 가슴에 박힌 큰 우환이었다!……동궁.태자 일가가 갇혔다.궁인들은 새 황제의 즉위를 준비하느라 분주하여 그들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그들이 보기에 조원서는 이미 폐위된 태자나 다름없었다.동궁은 봉쇄되어 아무도 함부로 드나들 수 없었다.조원서는 어둑한 내전에 갇힌 채 분노와 슬픔에 몸을 떨었다.신왕이 감히 이런 짓을 벌이다니......부황께서는 신왕에게 살해당하신 것이 분명했다!그러나 애석하게도 조원서는 미처 손쓸 틈도 없이 당한 터라, 바깥과 연락할 길도 없었고 조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 수 없었다.신왕은 피비린내 나는 수단으로 자신에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짓눌렀다.조정에는 제 한 몸 지키기에 급급한 관원들이 대다수였다.그들은 급여를 받고 조정을 위해 일할 뿐, 왕좌에 앉은 황제가 누구인지는 개의치 않았다.……청주.사도 장군 저택.백발이 성성한 노장군이 오래도록 칼집에서 뽑지 않았던 검을 닦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비통함이 서려 있었다.수하가 방으로 들어와 아뢰었다.“장군, 장 장군에게서 회신이 왔습니다. 한데……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장 장군의 말인즉슨, 정세가 아직 확실치 않으니 지금 신왕에게 맞서는 것은 곧 반역이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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