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선계 제일검, 태허문의 대사존 단목현. 승선을 코앞에 둔 그가 어느 날 돌연 자취를 감췄다. 삼백 년 뒤, 그는 저승에서 발견됐다. 윤회의 강가에 앉아, 강을 건너는 수억의 혼불을 단 하나도 빠짐없이 세면서. 하늘이 세 번 사자를 보내 승선을 권했으나 답하지 않았다. 아무도 몰랐다. 그가 무엇을 기다리는지. 사억 칠천만 번째 혼불이 떠오른 날 — 그가 삼백 년 만에 처음으로 일어섰다.
View More망자의 강은 소리 없이 흐른다.
수억의 혼불이 물길을 따라 바다처럼 밀려가고, 그 끝에서 다시 태어날 문을 향해 하나씩 흩어진다. 저승의 시간은 고여 있어, 강가의 모래밭에는 천 년이 지나도 발자국 하나 남지 않는다.
그 모래 위에, 발자국 대신 눈이 쌓인 남자가 앉아 있었다.
흰 옷이었다. 본래 흰 것인지 세월에 바랜 것인지 알 수 없는 그 옷의 왼쪽 가슴에는, 오래된 핏자국 하나가 지워지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무릎 위에는 반 토막 난 검 한 자루. 날은 부러진 지 오래인데도 시퍼렇게 살아 있어, 지나가던 혼불들이 그 앞에서만 물길을 크게 틀어 피해 갔다.
"삼백 년입니다."
새로 부임한 저승의 관리가 등 뒤에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선배들은 하나같이 말렸다. 저분께는 말을 붙이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그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승선을 코앞에 두고 스스로 격을 꺾은 채, 삼백 년째 강물만 바라보는 선계 제일검이라니.
"대체 무얼 기다리고 계십니까."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강을 보고 있었다.
선계에서 세 번이나 사자가 내려왔었다고 했다. 승선의 자격은 만 년에 한 번 나기도 어려운 것이니 부디 돌아오시라고. 남자는 세 번 다 대답하지 않았고, 네 번째에는 제 앞에 놓인 승선첩(昇仙帖)을 강물에 흘려보냈다. 하늘이 내린 문서가 종이배처럼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사자는 울면서 돌아갔다고 했다.
관리는 알지 못했다. 이 남자가 삼백 년 동안 강을 흘러간 혼불을 단 하나도 빠짐없이 세어 왔다는 것을. 비슷한 빛깔의 혼불이 지날 때마다 저승의 노관리들이 숨을 죽이고 그를 살폈으나, 남자는 단 한 번도 몸을 일으킨 적이 없다는 것을. 오늘로 사억 칠천만 개째라는 것을.
그리고 사억 칠천만 하고도 하나째의 혼불이 물 위로 떠올랐을 때.
남자가, 일어섰다.
굳은 무릎에서 삼백 년 치의 눈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저승 전체가 숨을 죽였다. 강물이 멈칫 흐름을 늦췄고, 관리는 영문도 모른 채 무릎부터 꿇었다. 일어선 남자의 얼굴은 — 아름다웠고, 그래서 무서웠다. 삼백 년을 굶은 짐승이 저런 눈을 하고 있을 것이다.
혼불은 작고 옅었다. 한 번 크게 깨졌던 혼이 삼백 년에 걸쳐 겨우 다시 뭉친 듯, 금방이라도 꺼질 것처럼 깜빡이며 다른 혼들 틈에 섞여 환생의 문으로 흘러갔다. 그 옅은 빛을 보는 남자의 손이, 검을 쥔 채 아주 오래, 떨렸다. 남자는 그 하나만을 눈에 담은 채 강가를 따라 걸었다. 걸음은 느린데 어째서인지 혼불보다 앞서 있었다. 혼불이 문을 넘어 인간계로 떨어지는 순간, 남자는 반 토막 난 검을 들어 허공을 그었다.
신조차 함부로 열지 못한다는 하계(下界)의 문이, 종잇장처럼 갈라졌다.
"가시면 아니 됩니다! 천기를 거스르는 일입니다.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관리가 비명처럼 외쳤다. 남자는 갈라진 틈 앞에서 딱 한 번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삼백 년 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치르러 가는 것이다."
남자가 틈 안으로 사라지고 하계의 문이 닫혔다. 강가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관리는 한참 뒤에야 깨달았다. 방금 그 작은 혼불이 강을 건널 때 — 강 건너편 어둠 속에서도, 그것을 좇던 또 하나의 시선이 있었다는 것을.
위지란이 눈을 뜬 곳은 설봉이었다.객채의 제 방. 각 잡아 개어두고 떠났던 이불 속. 창밖에는 일곱 번째 봄의 매화가 피어 있었고, 머리맡에는 국수 한 그릇이 김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 팔짱을 낀 앵두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얼굴로 앉아 있었다."아흐레 만이에요. 저승 갔다 오면 다예요? 백 그릇에서 시작했는데 이자 붙어서 백열두 그릇이에요. 오늘부터 하루 세 그릇씩 드세요.""…몸이 예전 같지 않은데. 반 그릇씩 하면 안 되나.""흥정 금지."몸은 정말 예전 같지 않았다. 삼백 년 마기가 빠져나간 자리는 도력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백발은 돌아오지 않았고, 어검비행은커녕 설봉 계단에서 숨이 찼다. 마교에는 사직서를 보냈다 — 교주 자리는 처형식 날 도망치지 않고 남아서 뒷수습을 한 젊은 축들에게 넘겼다. 놈들이 마교를 어떻게 바꿀지는 놈들의 몫이었다."그러니까," 마루에서 국수를 넘기며 그가 물었다. "너희 둘이 왔었다는 거지. 그 강가에.""네.""몸은 여기 두고, 혼만.""한 쌍의 도는 서로가 서로의 닻이니까요. 한쪽 혼이 나가도 다른 쪽이 몸을 붙들어 주면 돌아올 수 있대요. 둘이 같이 갔다 같이 돌아오는 건 — 개벽 이래 처음이었다고, 사자님이 장부에 특기 사항으로 적었어요.""하늘 장부가 아주 너희 부부 전용 일지가 됐군.""당신 이름도 두 줄 적혔어요. '산 자로서 겁화를 인도함. 국수를 좋아함.'""…뒷줄은 거짓말이지.""진짜예요. 사자님이 물어봐서 앵두가 대답했거든요."그해 봄은 길었다.백리유음이 올라와 보름을 묵었다. 연합은 마겁의 소멸을 공식 선포했고, 삼백 년 묵은 금기들이 하나씩 문서고에서 풀려났다. 그녀는 이제 근신이 아니라 태허문의 새 장경각주였다 — 지워진 기록들을 다시 적는 자리. 파문록의 먹칠 위에 덧쓰인 새 기록의 첫 줄은 그녀의 글씨였다. 『연소하. 태허문 제자. 세상을 두 번 구하다.』"두 번이 아니라 세 번인데." 앵두가 옆에서 투덜댔다. "국수 간까지 고쳤잖아요."여름에는
망자의 강은 소리 없이 흐른다.수억의 혼불이 물길을 따라 바다처럼 밀려가고, 저승의 시간은 고여 있어 강가의 모래밭에는 발자국 하나 남지 않는다 — 는 것이 이 강가의 삼천 년 묵은 상식이었는데."…발자국이 찍히는데."산 자가 걸어왔기 때문이다. 검은 옷의 반백 사내가, 가슴에 세상의 마지막 겁화를 담고, 모래밭에 또박또박 발자국을 찍으며 강가로 걸어오고 있었다. 저승의 관리들이 총출동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 맨 앞에 선 것은 — 이제는 고참이 된, 삼백여 년 전 어느 흰 옷의 사내에게 겁도 없이 말을 붙였던 바로 그 관리였다."사, 산 자는 이곳에 올 수 없습니다!""하늘의 허가증이 있다." 위지란이 금빛 문서를 팔랑팔랑 흔들었다. "특별 운송이야. 비켜라, 무거우니까."무겁다는 말은 엄살이 아니었다. 강가에 닿았을 때 그의 무릎은 반쯤 꺾여 있었고, 세었던 머리는 뿌리까지 하얗게 바래 있었다. 그는 물가에 무릎을 꿇고 — 제 가슴에 손을 얹었다."자, 도착이다. 내리시지."『….』"왜. 이제 와서 무섭나."『…처음이다. 갇히는 것도, 삼키는 것도 아니고 — 그냥 가는 것은.』"다들 그렇게 가. 처음인 채로." 위지란은 강물을 바라보았다. 수억의 혼불이 반짝이며 흘러가고 있었다. "부럽군. 나는 표가 없어서 못 타는 배인데."『위지란.』겁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따뜻했다. 너의 삼분지 일도.』"…그래. 잘 가라. 다음에는 — 뭐가 되든, 배고프지 않은 걸로 태어나라."그가 가슴을 열었다.검은 것이 흘러나왔다. 강줄기도 화신도 아닌, 이제는 그저 작고 검은 불꽃 하나가. 그것은 잠시 그의 손바닥 위에 앉아 있다가 — 하늘로 힘을 다 반납한, 겨우 혼불 하나 크기의 그것이 — 강물 위로 떠내려갔다. 수억의 혼불 사이로. 구분도 되지 않게. 그냥, 수억 분의 일로.관리들이 장부에 적는 소리가 들렸다. 신규 등재. 이름 없음. 출신 — 폐허. 행선지 — 미정. 고참 관리가 붓을 멈추고 물었다. "이름을…
"빨리도 오시네요. 부를까 말까 하던 참인데."『장부에 없는 것이 실체를 얻으면 하늘이 안다. 본래는 즉시 소거 대상이다.』사자의 얼굴 없는 얼굴이 화신을 향하자, 화신이 — 세상을 삼키는 겁화가 — 반 발짝 물러나 연소하의 뒤로 비켰다. 그 광경에 위지란이 헛웃음을 흘렸다. "재앙이 사람 뒤에 숨는 건 개벽 이래 처음 보는군.""소거 말고 다른 안건이 있어요."연소하가 앞으로 나섰다. 육 년 전 설봉 마당에서 하늘에 대고 "그 법이 틀렸네요"라고 말한 그 자세 그대로."청원할게요. 이 아이 — 마겁의 윤회 편입이요."『겁화는 혼이 아니다. 윤회는 혼의 것이다.』"혼이 뭔데요? 기억하고, 원하고, 지겨워하고, 허락을 구하는 게 혼 아니에요? 얘 방금 다 했어요. 사자님도 봤잖아요."『…계속하라.』"얘가 가진 힘 — 세상을 태울 겁화의 힘은 전부 하늘에 반납할게요. 우리가 승선첩 태우고 도력 반납한 것처럼. 힘을 뺀 나머지, 기억하고 원하는 그 알맹이만 — 혼으로 쳐서 윤회의 강에 넣어줘요. 다시 태어나게. 벌레로 태어나든 들꽃으로 태어나든, 장부에 적히는 무언가로."사자는 오래 침묵했다. 장부 넘기는 소리만 폐허에 울렸다. 한 장. 두 장. 백 장.『겁화의 힘을 반납한다 — 그 힘이 얼마인지 아는가. 삼백 년 전 하늘이 통째로 태워 없애려던 양이다.』"그러니까 하늘도 남는 장사죠. 태우려다 실패한 걸 자진 반납받는 건데."『….』『선례가 없다.』"우리가 선례잖아요. 장부에 없던 혼, 뇌겁으로 존재 증명하고 새로 적혔어요. 육 년 전에. 사자님이 직접 적었으면서."『그것은 혼이었고 이것은 겁이다.』"그럼 시험을 내요. 뇌겁이든 뭐든. 통과하면 적어주고."『겁에게 겁을 내리라?』 사자의 목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 흔들렸다. 웃음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늘의 장부 만 년 역사에 이런 청원은 없었다.』"만 년이나 됐으면 새 장 하나쯤 만들 때 됐네요."침묵이 길었다. 위지란이 나중에 증언하기를, 그 침묵 동안 하늘의 구름이 세 번
들어가도 되느냐.세상을 삼키는 겁화가 허락을 구하고 있었다. 무너진 분화구 한가운데서, 수만 명이 도망친 폐허 위에서, 얼굴 없는 화신은 정말로 — 기다리고 있었다. 대답을."…이상하네요."연소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검을 든 채로, 그러나 검끝은 어느새 반쯤 내려가 있었다."삼백 년 전에 너를 삼킬 때, 나는 허락 같은 거 안 구했어. 그냥 삼켰지. 뇌옥이라고 불렀고. 가뒀다고 생각했고. 근데 너는 — 그 안이 집이었다고 하네."『따뜻했다. 삼백 년 내내. 나가고 나서야 알았다 — 그것이 따뜻함이라는 것을.』"지금 너를 다시 삼키면, 나는 또 뇌옥이 되는 거야. 너는 또 갇히는 거고. 삼백 년이 지나면 또 이 짓을 반복하겠지. 내 딸이나, 내 딸의 딸이, 또 제 몸을 뇌옥으로 내놓으면서."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거는 집이 아니야. 그냥 대물림이지."『…그러면.』화신의 형상이 흔들렸다. 목소리에 처음으로, 아주 오래된 피로 같은 것이 배어 나왔다.『나는 어디로 가나. 하늘은 나를 지우려 하고, 인간은 나를 삼키려 하고, 그릇 아닌 것들은 나를 탐하다 먹힌다. 갈 곳이 — 장부 어디에도, 나는 없다.』장부 어디에도 없다.연소하는 그 말에 숨을 멈췄다. 어디서 들어본 말이었다. 아니 — 들은 게 아니라, 들었던 선고였다. 장부에 없는 혼. 기록되지 않은 환생. 회수 대상."…사부님.""그래."단목현도 같은 곳에 도착해 있었다. 부부는 서로를 마주 보았고, 위지란만 영문을 몰라 반백의 머리를 긁었다."뭐냐. 둘이서만 아는 얼굴 하지 말고.""위지란. 하늘의 장부에 없는 존재가 살아남는 법이 하나 있어요. 우리가 해봤거든요. 육 년 전에, 벼락 아홉 대 맞으면서.""…설마.""존재 증명이요." 연소하가 화신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장부에 없는 존재를 지우려 들지만 — 규칙도 있어요. 스스로 존재를 증명하면, 새로 적어준다는 규칙."『나를… 적는다고. 하늘이.』"겁화 말고 다른 것으로. 너 방금 스스로 증명했잖아. 배고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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