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너는 내게서 벗어나려 하지만, 네가 놓는 자수 한 땀 한 땀이 나를 옭아매는구나." 회귀 전, 그녀는 황제의 여인이었다. 하지만 독이 든 온천물에 가라앉으며 깨달았다. 다시 산다면 결코 누구의 소유도 되지 않겠노라고. 그렇게 돌아온 이번 생, 그녀는 오직 '나'로서 살기로 했다. 바늘과 실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믿었는데... 하필이면 황제조차 두려워하는 사내, 경무왕 연백리의 품으로 도망쳐버렸다. "유품 복원이 끝날 때까지 너는 내 왕부의 사람이다. 감히 누굴 만나려 드는 거지?" 가문을 탈출해 자유를 꿈꾸는 소설아와, 그녀의 미소 한 번에 심장이 뛰기 시작한 냉혈한 연백리. 비단 위에 수놓아진 위험한 로맨스 사극, <만독여향>.
View More‘웁! 큭!큭!’
독기 가득한 뜨거운 온천물이 쉴 새 없이 입과 코를 통해 밀려들어와 숨을 막았다.
발버둥이라도 쳐서 밖으로 벗어나고 싶었지만, 이미 극독에 중독돼 굳어져 버린 그녀의 몸은 서서히 황궁 온천 밑바닥으로 가라앉을 뿐이었다.
‘설아, 너는 황궁 최고의 재인이야!’
대연제국의 황제가 귓가에 달콤하게 속삭여주던 황궁 제일의 후궁이었건만, 이토록 허망하게 죽어가는 꼴이라니.
‘연각! 당신이 나를 구하러 온다던 약속만 지켰더라면!’
가슴이 찢어질 듯한 배신감이 독기보다 더 빠르게 전신을 감돌았다.
가문을 위해, 오라버니의 앞날을 위해 기꺼이 지옥 같은 황궁으로 들어왔건만. 돌아온 것은 독으로 가득 찬 온천물에 잠겨 죽어가는 비참한 최후였다.
물꽃이 눈가를 덮치며 시야가 어둠에 잠겼다.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 그녀는 가라앉는 손을 뻗어 허망한 물거품만을 움켜쥐었다.
'만약... 단 한 번만이라도 기회가 있다면. 내 반드시 이 뜨거운 독물보다 더한 불지옥을 너희에게 안겨주리라!'
심장이 멈추던 그 찰나, 온천의 열기보다 더 뜨거운 증오가 내 영혼을 집어삼켰다.
‘허억! 쿨럭!’
폐부 가득 온천물이 들이차며 소리 없는 비명이 아우성이 되어 몸부림쳤다.
소설아는 원통한 마음에 이를 악물었지만, 마비되어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는 몸은 밑으로 밑으로 끝없이 가라앉고 있었다.
***
“... 폐하, 이제 조회에 나가보셔야 합니다.”
“으음, 조금만… 조금만 더……”
황제는 소설아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잔뜩 잠에 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폐하, 지금 일어나지 않으시면 신첩이 정말 곤란해집니다.”
소설아는 울상이 된 표정으로 황제에게 애원했으나, 희고 부드러운 그녀의 가슴팍으로 파고드는 황제를 거부할 수 없었다.
“... 짐은 가고 싶지 않다. 너와 영원히 함께 있고 싶구나.”
황제는 한 줌도 안 되는 소설아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뜨겁게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폐하……”
소설아는 다시 한번 간곡히 애원했지만, 말과는 다르게 황제의 뜨거운 손길에 반응하는 것은 오히려 그녀의 몸이었다.
“아아!”
결국 참지 못하고 여린 신음을 뱉어내자, 황제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품 안에 가두었다.
“이런 너를 두고 내가 어찌 떠난단 말이냐? 어서 가라는 거짓말은 이제 그만하려무나.”
“그치만… 어제도 황후마마께 불려가 한식경도 넘게 벌을 받았는걸요.”
“호오, 그래? 많이 아팠느냐? 여기? 아니면, 여기?”
황제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설아의 몸 이곳저곳을 자극하며 짓궂은 능청을 떨었다.
“폐하… 그게 아니라, 서재에서 내훈을 베껴 쓰는 벌을 받았습니다.”
“저런, 손목이 남아나질 않았겠구나.”
황제는 설아의 여리여리한 희고 가는 손목을 끌어다 입을 맞추며 다정하게 감싸 쥐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다만, 폐하께서 조회를 거르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하하. 아끼는 소재인이 이토록 간청하니, 내 이번 한 번만 그 청을 들어주마.”
“네? 정말이시지요?”
소설아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황제를 향해 기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일부터 말이다!”
“어멋!”
황제는 소설아를 와락 껴안으며 또 한 번 달콤한 꿈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
그 어떤 일에도 흔들림이 없었던 서공공의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선황제의 태자 시절을 포함해 벌써 여러 해 황제의 곁을 지키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뭐라고! 또 소가 그 계집의 처소에서 밤을 보내셨단 말이냐!”
“예, 황후마마.”
“조회에도 참석하지 못하셨고?”
“그렇사옵니다, 마마.”
“이런 발칙한 년을 보았나! 감히 밤새도록 황제폐하를 모신 것도 모자라, 조회조차 불참하게 만들어? 죽고 싶어 환장한 게로구나!”
고명한 태부 집안 출신으로 고지식하기 그지없었던 초영황후는 처음 겪는 상황에 화가 치밀어 올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태후전에 찾아가 그 비천한 계집을 당장 요절내달라 떼를 쓸 수도 없었고, 황제 앞에서 울며 하소연하기엔 황후라는 자리가 너무도 무겁고 외로웠다.
태후 또한 같은 마음이었던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
적당히 하고 정신을 차릴 줄 알았던 황제가 조회를 불참하면서까지 소설아를 품는 것을 그냥 두고 볼 태후가 아니었다.
“태후마마 납시오!”
뜨겁고 달콤한 춘몽의 밀어로 가득한 소설아의 거처에 아침 정적을 깨뜨리는 고성이 울려 퍼졌다.
더 이상 말로 황제를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태후는 직접 아들을 잡아오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이런 발칙한 것을 보았나! 기어이 네년이 황제의 눈을 가리고, 귀를 닫을 작정인 것이냐!”
침실 문밖으로 현정태후의 날카로운 일갈이 울려 퍼지자, 그제야 황제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황제께서는 어서 의관을 정제하고 밖으로 나오세요!”
단단히 마음을 먹은 듯, 강경한 말투로 황제가 밖으로 나오기를 종용하고 있었다.
“모후, 이건 너무 과하십니다. 어찌 됐든 내밀한 부부간의 일 아닙니까.”
“만조백관들이 기다리고 있는 조회에 늦지 않게 참석하셨다면, 이 어미가 아침부터 예까지 쫓아오지 않았을 일 아닙니까!”
“알겠습니다, 모후. 소자가 잘못했으니 그만 노여움을 거두시지요.”
황제는 화가 잔뜩 오른 태후를 진정시키면서도, 바닥에 엎드려 덜덜 떨고 있는 소설아를 옆눈으로 슬쩍 바라보았다.
얇은 침의 차림으로 아침 서리가 내려앉은 차가운 돌바닥에 엎드려 있는 소설아의 모습은 가녀리다 못해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어이. 빨리 나오라고.”연백리의 낮은 목소리에 목용현과 아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곁문을 열었다.곁문 밖에는 한쪽 눈썹을 찡그린 채 팔짱을 낀 연백리가 못마땅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회포는 돌아가서 풀라고. 지금 여기서 그러지 말고. 붙잡히면 다 끝장나는 수가 있어.”연백리는 밖으로 나오라는 듯 턱짓을 했다.그러자 아란이 걸음을 멈춘 채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도망쳤다간 큰일 나고 말 거예요!”“이미 큰일은 났어.”연백리가 냉정한 목소리로 받아쳤다.“황제가 빈손으로 돌아가 버렸으니까. 어서 빨리 몸을 숨겨야 해.”그는 품속에서 얇은 검은 망토를 꺼내 목용현에게 건네주었다.목용현은 곧바로 망토를 펼쳐 아란의 어깨를 감싸며 화려한 옷차림을 가려 주었다.“가자.”연백리의 신호와 함께 세 사람은 재빨리 별채를 빠져나와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화양 대장공주부에 날카로운 뿔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의 일이었다. ***이튿날 아침.아직 아침 햇살이 황궁의 붉은 담장과 황금빛 기와 위를 부드럽게 비추고 있을 무렵, 경무왕 연백리의 마차가 천천히 황궁 정문을 향해 들어섰다.그의 손에는 화친혼의 증표이자 대막국에서 보내온 화려한 예물함 하나가 들려 있었다.“경무왕 전하께서 드십니다!”태감의 우렁찬 목소리가 승명전 안에 울려 퍼지자, 연백리는 천천히 대전 안으로 들어섰다.그는 예물함을 정중히 들어 올리며 연각을 향해 입을 열었다.“폐하, 소신이 이 화친혼에 대해 며칠 밤낮으로 깊이 고심하였으나, 도저히 이 국혼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이리 다시 찾아왔습니다.”연각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으나, 연백리는 시침을 뚝 뗀 채 태연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본래 이 화친혼의 목적은 대막국이 호시와 각창을 얻기 위함이 아니었습니까. 하나, 이는 대막국만 이득을 보는 일이 아닙니다. 대막이 지닌 풍부한 말과 소금, 그리고 각종 광물 자원은 우리 대연 또한 오래전부터 바라던 것이었습니다
연백리의 설명을 들은 목용현은 떨리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두 사람은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성대한 환영 연회가 무르익어 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시간은 더디게 흘렀다.입안은 바싹 말라붙고, 오래 웅크리고 있던 다리는 저려 왔다. 등에 식은땀이 배어 들자 목용현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바로 그때였다.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건만, 연백리의 눈빛이 번뜩였다.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목용현을 돌아보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지금이다. 바짝 붙어 따라와라.”연백리의 신호가 떨어지자 목용현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재빨리 그의 뒤를 따라붙었다.두 사람은 주변을 예리하게 살피며 그늘진 화랑과 나무 사이를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다.보름달이 환하게 뜬 밤이었으나, 연회가 무르익어 어수선한 대장공주부의 그 누구도 어둠을 타고 스며드는 두 사람의 은밀한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했다.이윽고 두 사람은 화려한 별채의 특실 앞에 이르렀다.사방이 숨 막힐 듯 고요한 가운데, 목용현은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조심스레 방 안을 들여다보았다.안에는 화려한 침의를 차려입은 채 멍하니 앉아 있는 아란의 모습이 보였다.애처롭도록 고운 그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 목용현의 가슴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그때 연백리가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신호를 보냈다.쉿.그는 다시 한번 주위를 빈틈없이 살핀 뒤 목용현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목용현은 창문을 조심스럽게 밀어 열고 소리 없이 방 안으로 내려섰다.비단 금침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아란이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지르려는 순간, 목용현이 재빨리 다가가 그녀의 입을 막았다.“란란, 나야. 가만히 있어.”순간 아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믿을 수 없다는 듯 검은 복면을 쓴 목용현을 바라보던 그녀 앞에서, 그는 천천히 복면을 끌어내렸다.“그래, 나야.”목용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널 데리러 왔어.”아
화양 대장공주는 시침을 떼고 사가 들린 척 헛기침을 하면서 주섬주섬 일어나 떠날 채비를 차렸다. “밖에 오래 나와 있었더니 목에 무리가 오는가 봅니다. 이제 폐하의 시간을 더 빼앗지 말라는 하늘의 뜻이겠지요. 이만 돌아가 연회 준비를 해야겠습니다.”화양 대장공주는 안상궁의 부축을 받으며 연각을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무리하지 마시고 편히 돌아가 쉬십시오.”연각은 억지로 입가에 미소를 걸고 그녀를 배웅했다.화양 대장공주의 모습이 승명전 밖으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그 미소가 서서히 지워졌다.“빌어먹을 늙은 여우 같으니.”연각은 낮게 이를 갈았다.“감히 누구를 떠보며 사람을 쥐락펴락하려 드는 것이냐.”자꾸만 자신이 짜 놓은 판이 어긋나는 상황에 연각의 신경은 날카롭게 곤두섰다.‘맛있는 요리일수록 급하게 주워 먹으면 탈이 나는 법이지. 천천히, 여유 있게 조금씩 음미하는 것이 천하일미를 대하는 태도렸다.’하지만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억지로 유지하던 차가운 미소도 끝내 무너지고 말았다.수려한 얼굴 위로 잔혹한 본성이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마치 오랫동안 가면 뒤에 숨겨 두었던 추악한 본색이 모습을 드러내는 듯했다. ***이틀 뒤.만개한 보름달이 밤하늘을 환히 밝히는 가운데, 황궁 못지않게 웅장한 화양 대장공주부의 후원은 화려한 등불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연회를 앞두고 비단 장막을 덧대고 향기로운 술과 진귀한 음식을 나르는 시종들의 발걸음이 분주하게 오갔다.화양 대장공주는 본채 난간에 기대어 활기로 가득한 후원의 풍경을 조용히 내려다보았다.자신의 뜻대로 빈틈없이 움직이는 공주부를 바라보는 그녀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은은하게 번져 있었다.반면, 그 뒤에 서 있던 아란공주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머리부터 발끝까지 대연의 방식대로 눈부시게 치장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오늘 그녀에게 허락된 역할은 단 하나.황제의 눈에 들고,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대장공주는 순진한 아란의 질문에 혀를 차고 말았다.“지금은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네 마음이 정해졌다면, 그 길로 밀고 나가야지.”“전… 어떤 길이 더 나은지 모르겠어요.”아란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그렇다면 오히려 잘 되었구나. 괜히 머리를 복잡하게 굴릴 생각은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려무나.”화양 대장공주는 더는 이 이야기를 길게 할 생각이 없다는 듯 단호하게 말을 맺었다.“예…….”아란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작게 대답했다.“황제폐하를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공주부로 초대해야겠구나.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만 해서는 이도 저도 이루어지는 일이 없을 것이다.”“네? 왜요?”“경무왕이 너와 혼인할 뜻이 없는데, 기다린다고 국혼이 성사되겠느냐?”“하지만 이미 성지가 내려졌고, 대막국에서도 호시와 각창을 준비하느라 한창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그러니 대막국에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서두르는 것이지. 설령 이 국혼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대막국은 잃을 것이 없다. 너야 돌아가 정혼자든, 다른 이와든 다시 혼인하면 그만 아니냐?”아란은 대장공주의 현실적인 말 앞에서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정신 바짝 차리거라. 무슨 일이 있어도 폐하의 품에 안겨야 한다.”하지만 아란은 끝내 대답하지 못했다.“아, 그리고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대장공주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폐하께서는 선황폐하를 닮아 성정이 차갑고, 매사 독단적이시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하시고, 감히 정면에서 맞서는 자를 가장 싫어하시니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하지만 제가 다가가지 않으면 찾아오지 않으시는걸요.”아란은 억울한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쯧쯧. 대체 친정에서는 무엇을 배우고 온 것이냐. 또 쓸데없는 비약이나 쥐여 주고, 교태나 부리는 얄팍한 재주만 가르쳐 보낸 것이더냐?”대장공주의 신랄한 말에 아란은 움찔하며 어깨를 움츠렸다.“현숙한 척하면서 뒤로 호박씨나 까는 네 어미의 말은 잊어버리거라. 대연에
냉궁에서 마주했던 연각의 그 안쓰러운 눈빛, 제 손을 피하던 찰나의 흔들림, 그리고 행궁으로 가면 살 수 있다던 황후의 가식적인 자비. 그 모든 의심이 하나의 잔인한 진실이 되어 설아의 심장을 난도질했다.이것은 황후가 계획하고, 황제가 묵인한 완벽한 독살이었다.‘너희가, 너희가 감히 나를……!’사랑이라 믿었던 모든 것이 독이 되어 전신을 파고들었다. 심장이 찢어질 것 같은 배신감에 눈앞이 아득해져 간다. 거품 섞인 숨을 내뱉으며 수면 아래로 잠겨가는 설아의 눈에서 핏물 같은 눈물이 흘러나왔다.아득하게 숨이 넘어가던 찰나,
“멈추어라!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황궁의 정원수에 손을 대느냐!”날카로운 호령에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초영황후의 화려한 가마 행렬이 냉궁의 정적을 깨며 도착해 있었다. 황후궁 상궁들은 우르르 달려와 청아의 앞을 막아섰다.“황후마마를 뵙나이다!”청아가 혼비백산하여 바닥에 엎드렸다. 품에 안고 있던 나뭇가지들이 볼품없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황후는 흩어진 나뭇가지들을 혐오스럽다는 듯 내려다보았다. “냉궁에서 불을 피우면 안 된다는 법도를 모르느냐? 폐하께서 다녀가셨다는 소문에 내 참담한 심정으로 이곳을 찾았거늘, 기어이 사고를
약재는 빠르게 바닥났고, 태의원 앞에서 울부짖는 청아의 애처로운 모습 또한 반복되었다.“청아야… 나 때문에 네가 고생이 많구나…….”설아는 청아가 내미는 약그릇을 받아들며 눈물을 글썽였다.“고생은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걸요. 어서 쾌차하셔야 합니다.”설아는 겨우겨우 약탕을 한 모금씩 삼키고는, 모기만 한목소리로 그간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폐하는… 폐하 소식은 들었느냐?”“......”청아는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하긴, 너도 소식을 알기 어렵겠구나. 나를 따라 근신해야 할 터이니…….”“지금은 아
“소재인은 어제 황후의 명으로 내훈까지 베껴 쓰느라 몸이 편치 않다 합니다. 모든 것은 짐의 잘못이니 저를 탓하시고,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시지요.”마음이 불편해진 황제가 슬며시 태후의 손을 붙잡았으나,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차가웠다.“이 어미가 법도에 따라 다 알아서 할 터이니, 황제께서는 어서 대전으로 드시지요. 모두 폐하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국의 천자가 고작 후궁의 치마폭에 싸여 정사를 돌보지 않는다는 추문이 돌아서야 되겠습니까?”태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며 매몰차게 잡힌 손을 뿌리쳤다.서릿발 같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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