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경성 사람들 모두가 조원철을 올곧고 정직하며 금욕적인 사람이라, 바라만 보고 감히 오르지 못할 나무라고 말했다. 오직 강유영만이 알고 있었다. 오라버니는 겉과 달리, 속으로는 한 덩이 불과 같다는 것을. 그녀에게 닿는 순간, 거침없이 타올라 뜨겁고도 격렬해진다는 사실을. 은밀한 사정을 주고받던 나날에, 그는 '사랑하는 이'라고 다정하게 그녀를 불러주었지만, 그의 그런 비뚤어진 애정은 점점 그녀를 빠져나올 수 없는 심연으로 끌어내렸다. 금욕적이고 정직한 사람? 그건 모두 거짓에 불과했다! 그러던 어느날, 조원철의 혼사가 정해졌다. 강유영은 그동안 모든 은자를 들고 도주를 준비하는데, 결국 폭설이 내리던 야밤에 그에게 잡히고 만다. “어딜 도망치려고?”
View More앞서 몇 번이나 사람을 보내 강유영을 불렀건만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조씨 노부인이 직접 행차한 것도, 강유영이 아예 처소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 때문이었다.하지만 막상 와서 보니 강유영은 근신 중에 몰래 빠져나갈 만큼 간이 크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믿는 구석이 있기에, 근신 중인 처지에 노부인을 보고도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저리 태연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감히 제멋대로 시녀를 일어나게 하다니."당치도 않습니다."강유영은 시선을 내리깐 채 덤덤히 대답했다.그녀는 조씨 노부인이 무슨 일로 사람을 보냈는지 알 수 없어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저 대충 어물쩍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때맞춰 돌아왔기에 망정이지,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꼼짝없이 들통날 뻔했다."내 보기엔 너는 간이 아주 부은 것 같구나."조씨 노부인이 손바닥으로 탁자를 쾅 내리쳤다.노부인은 강유영에게 쌓인 분노가 가득해, 얼굴을 보자마자 참지 못하고 화를 터뜨렸다."노부인."화씨 어멈이 허리를 굽혀 조씨 노부인의 귓가에 조심스레 속삭였다."서왕 전하께서…."그녀는 말끝을 흐리며 슬그머니 강유영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강유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화씨 어멈이 전하고자 하는 뜻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다.역시나 그 말을 들은 조씨 노부인은 화를 누그러뜨렸다. 노부인은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명령조로 말했다."연화가 몸이 좋지 않다. 서왕 전하께서 문병을 오셨으니, 네가 가서 얼굴이라도 비치거라. 명심해라. 서왕 전하께서 가시면 곧장 처소로 돌아와야 한다. 내 허락 없이는 아무 데도 나가서는 안 돼."말을 마친 조씨 노부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다."할머니께서 제게 근신하라 명하지 않으셨습니까?"강유영이 몸을 돌려 물었다."어찌하여 지금은 나가라 하시는 겝니까?"지난번, 조씨 노부인과 한씨가 공모하여 그녀의 심방혈을 빼내려던 흉계를 현장에서 폭로한 이후, 조씨 노부인에게 남아 있던 일말의
그녀의 각도에서는 날렵하게 떨어지는 그의 턱선과 그 아래로 희미하게 돋아난 푸르스름한 수염 자국만 보일 뿐이었다."처음부터 이러실 작정이셨습니까?"그녀는 주변을 오가는 사람과 마차들을 슬금슬금 살피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물었다.어쩐지 직접 말을 타지 않고 그녀를 앞세우더라니, 다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매사에 참으로 주도면밀했다. 그녀는 아직 한참 멀었던 것이다."그래."조원철이 눈을 내리깔아 그녀를 힐끗 보았다."꽉 잡아라. 이따가 뒷문으로 들어갈 테니."강유영은 눈앞의 풍경이 빠르게 뒤로 스쳐 지나가는 것만 보였다. 시끌벅적한 시장 통을 지나 어느새 한적한 골목길로 접어들었다.조원철이 고삐를 당겨 말을 세웠다.강유영은 고개를 내밀어 주변을 살펴보고는 말했다."도착했습니다."진국공부 뒤편의 쪽문이었다. 그녀에게는 무척 익숙한 곳이었다. 예전 남몰래 빠져나가 장 의원의 약방에 일을 도우러 갈 때면 늘 이곳을 통해 나갔다.조원철은 말에서 내려 그녀를 안아 내려주었다."들어가거라. 요월원으로 가 있거라."강유영은 겉옷을 그에게 돌려주고는, 그의 말대로 걸음을 재촉하다 문에 들어서기 전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만약 집안사람들과 마주치기라도 하면…."그녀는 지금 자신이 근신 중인 처지임을 잊지 않았다. 행여 사람들의 눈에 띄기라도 한다면, 조씨 노부인에게 벌을 내릴 좋은 구실을 쥐여주는 꼴이 될 터였다."가는 길목에 있는 사람들은 미리 다 물려두었다. 넌 곧장 처소로 가기만 하면 된다."조원철이 빨리 가라는 눈짓을 했다.강유영도 상황이 다급함을 알고 더는 말하지 않은 채, 치맛자락을 쥐고 요월원을 향해 달려갔다.가는 길에는 과연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잠시 후, 그녀는 무사히 요월원 입구에 다다랐다. 손을 들어 문을 한번 두드리니 문이 삐걱하며 열렸다."아씨!"서유는 그녀를 보자마자 황급히 손을 끌어당겼다."어쩜 이리…."강유영이
청류가 말을 끌고 왔다.조원철은 회랑 아래에서 몸을 숙여 강유영의 치맛자락을 정돈해주고 있었다.그의 움직임은 무척 자연스러웠다. 마치 그녀를 챙기는 것이 숨 쉬듯 당연한 일인 듯했다.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씨 어멈이 미소를 머금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영락없이 금슬 좋은 신혼부부라 여길 만한 풍경이었다."돌아가지 않으십니까?"강유영이 청류가 끌고 온 말을 힐끗 보며 무심코 물었다."돌아간다. 네가 날 태우고 가거라."조원철이 몸을 일으키며 덤덤하게 대답했다."제가 태우고 가라고요?"강유영의 까만 눈동자에 의문이 스치더니, 이내 무슨 뜻인지 깨닫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보았다."저더러 말을 몰아 오라버니를 태우고 가라는 말씀이십니까?"본인이 말을 탈 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또 왜 이러는 것일까."그래."조원철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녀의 손을 이끌고 계단을 내려갔다."하지만, 설영이 저희 두 사람을 다 태우기엔 벅차지 않겠습니까?"강유영은 눈동자를 굴리며 슬그머니 핑곗거리를 찾았다."두 사람이 더 타도 끄떡없다."조원철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말에 오르도록 부축했다."어째서 직접 타지 않으십니까?"그녀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조원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유영은 마땅한 핑계를 찾지 못해, 그가 말에 올라 자신의 뒤에 타는 것을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등 뒤로 그의 단단한 가슴이 밀착되자, 얇은 옷가지 너머로 따스한 체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그녀는 황급히 허리를 꼿꼿이 세워 그와 최대한 거리를 두려 애썼다."오씨 어멈은요?"시선을 들어 회랑 아래 선 오씨 어멈을 본 그녀가 불쑥 물었다. 혹여 그가 이대로 자신과 어멈을 갈라놓으려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나중에 돌아갈 거다. 출발하거라."조원철이 재촉했다."거짓말하시면 안 됩니다."강유영이 고삐를 쥐고 가볍게 흔들며 발로 말의 배를 툭 차 밖으로 몸을 돌렸다."서둘러라."뒤에 앉은 조원철은 그녀의 허리를 안은 채
"무섭습니다."그녀는 물 밑으로 가라앉는 것이, 코와 입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그 느낌이 끔찍하게 두려웠다."무서워할 것 없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거라. 숨을 가득 채우면 몸은 자연스레 떠오를 것이다."조원철의 따스한 손바닥이 그녀의 허리춤을 단단히 받쳐주며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아주었다.강유영은 입술을 꽉 깨물고 두 발을 동시에 들어 올렸다. 하지만 다음 순간 두려움에 허둥지둥 그의 팔을 끌어안으려 손을 뻗었고, 바둥거리는 통에 사방으로 물보라가 일었다.그녀는 조급한 마음에 울먹이며 말했다."안 되겠습니다….""내가 받쳐줄 터이니 물장구치는 법부터 배우거라."조원철이 그녀의 허리를 꽉 잡았다.두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자, 강유영은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 그의 허리를 끌어안으려 손을 뻗었다."가만히 있거라. 다리를 차고 두 손으로 물을 저어야지."조원철이 그녀의 움직임을 제지했다.강유영은 차츰 안정을 찾았다.그가 단단히 받쳐주고 있어 두 발이 바닥에서 떨어져도 물 밑으로 가라앉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그가 가르쳐준 동작을 천천히 따라 하기 시작했다.오전 한 시진, 오후 한 시진 동안 조원철은 그녀에게 이 동작만 계속해서 연습시켰다."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강유영은 이쯤이면 충분히 배웠다고 생각했다."차근차근해야지."조원철이 뭍으로 올라가 손을 뻗어 그녀를 이끌었다.물 밖으로 나온 강유영은 그제야 온몸이 천근만근이고 두 다리가 납덩이처럼 무거운 것을 느꼈다.어제 그에게 시달려 가뜩이나 기운이 없는데, 오늘 두 시진이나 물장구를 쳤으니 무리도 아니었다.그날 저녁, 그녀는 평소보다 밥을 반 그릇이나 더 먹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온천 산장에서 닷새를 머물렀다."혼자 해보거라. 동작은 부드럽게 이어져야 한다. 팔을 젓고, 숨을 쉬고, 다시 다리를 차거라. 명심해라, 허둥대선 안 된다."조원철이 당부했다.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두 팔을 들어 앞으로 뻗으며 물속으로
“유영아? 얘네가 다 어디로 갔지?”한씨가 병풍 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어머니, 오지 마세요. 제가 부주의로 우유차를 옷에 쏟아서 닦고 있었습니다.”다급한 마음에 강유영은 아무 핑계나 둘러댔다. 손바닥은 이미 땀으로 흥건했다.한씨는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네 오라비는?”강유영은 고개를 돌리고 애원에 찬 눈길로 조원철을 바라보았다. 당황하고 조급한 나머지 맑은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조원철은 그날 밤 그만하자고 애원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는 긴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겨 단단히 품에 안았다.
한씨가 고개를 돌려 강유영을 바라봤다.곁눈질로 보니, 조원철도 고개를 들고 이쪽을 바라보는 듯했다.강유영은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떡을 다시 집어 조심스럽게 입안에 넣었다.마치 돌을 씹는 것처럼 입안이 쓰고 껄끄러웠다.‘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시는 거지? 뭘 알고 일부러 저러시는 걸까?’이유야 어찌 됐건 한씨가 이에 대해 굉장히 불쾌해하고 있음은 분명해졌다.조원철은 무표정한 얼굴로 되물었다.“왜 그런 질문을 하십니까?”한씨는 손을 뻗어 아들의 목에 난 자국을 어루만지더니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곱게 자란 처자라면
조원철을 따라 밖으로 나갔더니, 밖은 어느새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차가운 습기가 얼굴에 닿자, 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움찔 목을 움츠렸다.“세자.”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원철의 측근 청운이 다가와서 우산을 건넸다.조원철은 우산을 펼치고는 강유영에게 따라오라는 듯, 눈짓했다.강유영은 난색을 띠며 주저했다.“아씨, 세자께서 처소까지 모셔다드린답니다.”청운이 웃으며 말했다.“배려 감사해요, 오라버니.”강유영은 어차피 그와 따로 할 말도 있고 해서 공손히 예를 행하고는 그를 따라나섰다.청운은 빗속을 나란히 걷고 있는 두
“문을 열고 들어가 보자꾸나.”한씨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강유영은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머리털이 곤두서고 정신은 아찔해져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 오직 문이 열리면 둘 다 끝장이라는 생각만 맴돌 뿐이었다. 온몸은 얼어붙은 듯, 꼼짝할 수 없었다. 그녀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손을 뻗어 조원철의 어깨를 밀었다.그녀는 안간힘을 쓴 것이었지만, 조원철에게는 그저 간지러울 정도였다.투명한 두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히고 길게 말린 속눈썹에는 눈물방울이 맺혀 처연하기 그지없었다. 축 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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