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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1장

그러자 이화룡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김 선생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김 선생님 지인분이시라면 제가 반드시 큰 폭으로 할인해드리겠습니다! 이렇게 하시죠! 오늘 식사는 전체 금액의 50%만 받겠습니다! 그리고 손님들 다 자리 잡으시면, 제가 직접 좋은 술을 두 병 들고 찾아가 인사드리겠습니다! 작은 성의라고 생각해 주십시오!”이처럼 누군가의 이미지를 높여주는 일은, 한국 같은 사회에서는 상당히 섬세한 기술이었다.어떤 때는 체면을 충분히 세워줘야 하고, 또 어떤 때는 과하게 세워주면 오히려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그리고 지나치게 베풀면, 오히려 관계가 어색해지기도 한다.예를 들어 남자가 여자친구를 데리고 친구의 식당에 갔을 때, 친구가 더 잘 나가고 있다고 해서 여자친구 앞에서 계산을 전부 대신해버리면, 그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과한 호의가 오히려 상대의 연인을 뺏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오늘 김상곤은 어디까지나 동행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화룡의 입장에서는 김상곤의 체면은 살려주되, 정작 자리를 마련한 주최자의 체면을 깎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주최자가 돈을 한 푼도 쓰지 않았더라도 김상곤에게 앙심을 품을 것이 분명했다.그리고 이화룡은 이런 부분을 빈틈없이 처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김상곤은 크게 만족한 표정으로 웃으며 물었다.“선생님, 저희가 조금 있다가 가서 먼저 카드 좀 치고 있어도 괜찮겠습니까?”이화룡은 곧바로 답했다.“물론입니다! 언제든 환영입니다! 저도 곧 도착합니다. 입구에서 직접 모시겠습니다!”김상곤은 몇 마디 더 인사를 나눈 뒤, 아쉬운 듯 전화를 끊었다.짧은 통화였지만, 이화룡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는 완벽했다.이건 온몸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만족감이 밀려왔다. 마치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듯한 느낌이었다.옆에 있던 배 회장은 이미 완전히 감탄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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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2장

김상곤은 배 회장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 요즘 대리운전이 흔하긴 하지만, 술자리로 이동할 때는 아예 차를 안 가져가는 게 편한 경우가 많았다.하지만 김상곤은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내가 모는 차가 롤스로이스 컬리넌인데… 이런 기회에 안 끌고 가면 언제 또 써먹냐. 이건 진짜 인생 낭비지!’그래서 그는 곧바로 말했다.“회장님, 그래도 차 가지고 가시죠! 제 차로요! 술 마시고 나면 대리 불러서 회장님 먼저 모셔다 드리고, 그 다음에 저희 둘이 뒷좌석에서 편하게 얘기도 나눌 수 있잖습니까. 택시를 타다가 담배 냄새가 심한 기사 만나면 기분을 다 망칩니다. 심지어 위생이 안 좋은 분 만나면… 진짜 고역이고요.”배 회장은 그 말을 듣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좋지, 좋지! 그럼 수고 좀 해줘!”“아이고, 당연한 말씀을요!”두 사람은 바로 의기투합해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김상곤은 차를 몰고, 배 회장은 조수석에 앉았다. 두 사람은 기분 좋게 이야기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었다. 그때, 김상곤의 휴대폰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노인대학에 대신 강의를 맡겨둔 오 선생이었다.김상곤은 블루투스로 전화를 연결하며 말했다.“어, 오 선생. 무슨 일이야?”오 선생이 말했다.“부회장님, 오늘 강의 다 끝났습니다. 보고드리려고 연락드렸습니다.”김상곤은 이미 노인대학 일에는 관심이 떨어진 상태라, 건성으로 답했다.“어, 그래. 수고했어. 나 지금 좀 바빠서, 별일 없으면 끊을게.”오 선생이 서둘러 덧붙였다.“아,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노인대학 법학 강의하시는 한 교수님께서 부회장님께 전달해달라고 청첩장을 맡기셨습니다. 혹시 지금 협회에 계시면 제가 다시 가서 드릴까요?”김상곤은 ‘청첩장’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기분이 더 상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아냐, 아냐. 됐어. 다음에 볼 때 주면 돼. 굳이 일부러 올 필요 없어. 대신 강의도 해주느라 힘들 텐데.”“네!” 오 선생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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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3장

김상곤은 청첩장 문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받든 안 받든 갈 생각도 없었고, 윤우선에게 알릴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지금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따로 있었다.오 선생과 통화를 마친 뒤,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회장님, 대리를 부르면 몇 만원으로 해결되는 일인데… 굳이 오 선생을 부르신 이유가 뭡니까?”배 회장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상곤 씨, 앞으로 회장 자리까지 가려면 말이야. 업무 능력도 중요하지만, 사람 다루는 법을 더 잘 알아야 한다고.”그는 검지를 들어 허공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부하 직원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야. 가끔은 잘해주고, 가끔은 혼내고, 또 가끔은 ‘도와줄 기회’를 줘야 하는 거지.”“오 선생을 예로 들어보자고. 자네가 상사로서 밥 한 번만 사주면, 친밀도는 5 정도 올라. 그런데 부탁을 하나 해서, 오늘처럼 운전 좀 맡기면… 친밀도는 50이 올라가는 거야”“한 사람이 계속 자기 상사한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얻으면, 그 사람은 자연스럽게 상사 편이 돼. 아직 아니라면, 곧 그렇게 된다고.”“사람이라는 게 참 묘해서, 복종하려는 심리도 있고, 잘 보이려는 심리도 있어. 단순히 업무 지시만 하면 복종만 생기지만, 사적인 부탁을 적당히 섞으면 ‘잘 보이고 싶은 마음’까지 자극된다니까. 자네를 기쁘게 하려고 애쓰지만 엄청 행복해 보이지. 결국 본인이 더 열심히 나서게 되는 거야. 이게 바로 사회 심리학이고 더 나아가 사람 쓰는 기술이라고.”김상곤은 감탄하며 물었다.“정말 그런 겁니까?”배 회장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자네한테 이런 부탁 안 했으면, 우리가 지금 이렇게 편하게 얘기하고 있겠나?”그 말에 김상곤은 번뜩 깨달은 듯 말했다.“아, 그렇군요! 이제 이해했습니다, 회장님! 정말 신기하네요!”배 회장은 손을 내저으며 덧붙였다.“아, 오해는 하지 마. 오늘 이 일은 자네를 이용하려는 게 아니라, 진짜 도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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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4장

상대가 다급하게 물었다.“혹시 그쪽 정 매니저입니까?”“아니야.” 배 회장이 웃으며 말했다.“한 번 더 맞춰보게!”상대는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이고, 배 회장! 지금 상황이 이런데 무슨 퀴즈야! 어제 이미 골드 스테이라고 얘기해 놔서 다들 기대하고 있단 말이야. 카드까지 챙겨서 먼저 가겠다고 했는데, 지금 정확한 상황을 못 알려주면 큰일 난다고!”배 회장은 웃으며 말을 받았다.“알겠어, 알겠어. 더 숨기지 않겠어. 우리 김상곤 부회장님이 직접 해븐 스프링스 이화룡 선생이랑 연결해줬어. 그리고 이화룡 선생이 말하길, 최고급 다이아몬드 스테이를 비워 두셨고, 최고 수준 코스까지 준비해 주신다고 하더군!”“뭐라고?!” 상대가 깜짝 놀라 외쳤다.“진짜야? 부회장님이 이화룡 선생이랑 직접 연결이 된다고? 다이아몬드 룸까지 해결하셨다고?”배 회장은 차분하게 말했다.“내가 이런 일로 농담할 사람으로 보이나?”상대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아이고, 배 회장… 정말 살았어! 이번 자리 성사시키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나? 만약 이거까지 망쳤으면 정말 체면 완전히 구겨질 뻔했어!”배 회장이 말을 받으려는 순간, 상대가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근데… 다이아몬드 스테이에 최고급 코스면, 비용이 엄청 나오지 않나? 돈이 그냥 녹을 텐데… 예전에 홍콩에서 식사 한 번 했다가, 8명이서 전복이랑 상어지느러미만 먹고 2천 넘게 나왔어. 그 뒤로 한동안 전복만 봐도 속이 울렁거리더라고…”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덧붙였다.“배 회장, 혹시 부회장님께 다시 말씀드려서 골드 스테이로 낮출 수는 없을까? 애초에 골드 스테이 기준으로 예산을 잡아놔서…”배 회장은 웃으며 말했다.“장 사장, 너무 걱정하지 마. 다이아몬드 스테이가 비싸긴 하지만, 이화룡 선생이 직접 말씀하셨어. 김상곤 부회장님을 봐서 전체 금액의 50%를 할인해 주시겠다고. 골드 스테이를 가도 한 번 식사에 10만 원은 넘지 않나? 그런데 같은 예산으로 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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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5장

김상곤의 롤스로이스 컬리넌이 해븐 스프링스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이화룡은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김상곤에 대해서는 그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체면을 최대한 살려주는 방향으로 완벽하게 준비해둔 상태였다. 그는 허세를 부리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그에게 최대한 잘 보이도록 배려해야 했다.차가 멈추자마자 이화룡은 해븐 스프링스의 매니저와 함께 직접 다가왔다.조수석에 앉아 있던 배 회장이 그 모습을 보고 놀라며 말했다.“상곤 씨, 이화룡 씨가 직접 나와서 맞이하는 건가?”김상곤은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이화룡 씨가 우리 사위한테 얼마나 잘하는지 아시면 놀라실 겁니다. 그럼 우리한테도 당연히 잘할 수밖에 없죠.”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화룡은 운전석 쪽으로 와서 직접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김 선생님,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차량은 직원이 주차해드릴 테니 맡겨주시면 됩니다. 두 분은 저와 함께 올라가시죠!”김상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고맙습니다.”그리고 배 회장을 향해 말했다.“회장님, 내리시죠.”“아, 그래, 그러자고!”배 회장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내리자마자 김상곤은 이화룡에게 배 회장을 소개했다.“이화룡 씨, 이분은 저희 서화협회 배 회장님입니다. 제 선배님이시기도 합니다.”배 회장은 긴장한 채 서 있었지만, 이화룡은 매우 정중하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배 회장님, 반갑습니다. 저는 이화룡입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아이고!” 배 회장은 급히 두 손으로 악수를 받으며 말했다.“제가 더 영광입니다, 이화룡 선생님!”이화룡은 웃으며 덧붙였다.“배 회장님께서 김 선생님 지인이시라면, 곧 저 이화룡의 지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해븐 스프링스에 오실 일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배 회장은 예상보다 훨씬 큰 대접을 받아 기분이 크게 좋아졌다.이화룡에게 이토록 정중하고 예의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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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6장

다른 두 사람도 별다른 이견 없이, 이화룡과 김상곤을 따라 해븐 스프링스에서 가장 호화로운 다이아몬드 스테이로 들어갔다.이화룡은 세 사람을 자리로 안내한 뒤 웃으며 말했다.“세 분, 잠시 편하게 계십시오. 최고급 차를 먼저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차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고 계시면, 잠시 후 메뉴도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주방에는 이미 전달해 두었습니다. 손님들 다 모이면 먼저 냉채부터 올리고, 카드 치실 거면 편하게 치시다가 자리 잡으면 바로 따뜻한 요리가 나올 겁니다.”이화룡은 세세한 부분까지 빠짐없이 준비해 두었고, 세 사람은 배려에 크게 만족했다.특히 배 회장과 장 사장은 김상곤을 바라보는 눈빛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마치 시후처럼 정체를 숨긴 큰 인물이라도 되는 듯한 존경 섞인 시선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초대된 손님들이 하나둘 도착했다.이화룡은 약속대로 모든 사람이 자리에 앉자 직접 고급 프리미엄 위스키 대용량 두 병을 들고 스테이로 들어왔다.주최자인 장 사장은 체면을 더 세우기 위해 고급 프리미엄 위스키 2병을 추가로 주문했다.오늘 식사 인원은 총 8명. 정확히 1인당 절반씩은 돌아가는 양이었다.참석자들은 대부분 50대 중반. 주량이 괜찮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도수가 높은 술 앞에서는 아무리 잘 마셔도 500ml가 한계였다.김상곤은 원래 주량이 좋은 편이 아니었고, 이런 술은 조금만 마셔도 잘 마신 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상황이 달랐다. 이화룡이 그의 체면을 한껏 세워준 덕분에, 식사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김상곤을 중심으로 돌기 시작했다. 잔이 돌 때마다 누군가는 꼭 김상곤에게 술을 권했고, 그와 함께 칭찬과 아부가 따라붙었다. 그 결과 김상곤의 허영심은 최고조에 달했다. 모두에게 인정받고 주목받는 이 순간은, 한미정에게서 밀려난 상처와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그의 마음을 빠르게 채워주고 있었다. 이 만족감은 마치 최고의 치료제처럼, 그의 마음속 상처를 빠르게 봉합해주었다. 게다가 이 자리에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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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7장

김상곤이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거의 인사불성이었다.오 선생이 그를 데려다주자, 시후가 밖으로 나와 김상곤을 받아들었다. 평소 멀쩡하던 얼굴은 이미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은 아무리 힘을 줘도 실눈으로 겨우 떠지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묘하게 웃는 듯한 표정까지 더해져, 완전히 체면이고 뭐고 다 내려놓은 상태였다.흐릿한 시야 속에서 시후를 알아본 김상곤이 흐느적거리며 말했다.“은… 은 서방… 오늘… 오늘 내가… 진짜… 체면 제대로 차렸어…!”시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장인어른, 술을 많이 드셨으면 조용히 들어가셔서 쉬셔야 합니다. 장모님께서 깨시면 큰일 난다고요. 지금 모습 보시면 바로 내려오셔서 한 소리 하실 겁니다.”“나한테 뭐라고 해?” 김상곤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내가… 내가 무서워할 줄 아냐…”시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목소리 낮추십시오. 장모님은 원래부터 무서운 분입니다. 지금 상태로 싸우시면 절대 못 이기십니다.”그 말에 김상곤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듯 몸을 움찔했다.“그래… 그래… 남자가… 여자랑 싸우는 거 아니다… 은 서방… 방으로 좀 데려다줘… 조용히…”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부축해 집 안으로 데려갔고, 방에 눕혀 겨우 정리해주었다.모든 걸 마친 뒤 방에서 나오자마자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는 노르웨이 여왕 헬레나였다. 아마도 주진운의 귀국과 관련된 일일 거라고 짐작한 시후는 다시 방으로 돌아가 전화를 받았다.“은시후 씨, 늦은 시간에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혹시 쉬고 계셨나요?”“아닙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상황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헬레나가 차분하게 말했다.“최근 진행 상황을 보고드리려고 연락드렸습니다. 내용이 조금 많아서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는데, 괜찮으실까요?”“괜찮습니다. 말씀해 보시죠.”헬레나가 말을 이어갔다.“우선 확정된 내용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진운 삼촌의 신분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습니다. 본인 요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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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8장

헬레나는 말을 이어갔다.“다만, 이번 일에 작은 변수가 하나 생겼습니다. 엔비디아가 며칠 전에 최신 연산 칩 B100을 발표했는데, 성능이 기존에 저희가 확보한 H100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사실상 차세대 제품이라고 보셔도 되죠. 그래서 하워드 회장과 상의해서, 아직 B100이 정식 출시되기 전에 인맥을 활용해 일부 물량을 선점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최소한 출시 첫 분기 안에는 2만 장 정도는 확보할 수 있도록요.”시후가 물었다.“반응은 어땠습니까?”헬레나는 약간 웃으며 답했다.“역시나 쉽게 응하지는 않았습니다. B100은 성능이 워낙 뛰어나서, 이미 글로벌 AI 기업들이 전부 물량 확보에 나선 상황이거든요. 하워드 회장은 ‘이미 H100을 그렇게 많이 확보해준 것만으로도 큰일을 한 셈인데, B100까지 요구하는 건 무리’라는 식으로 말을 돌리더군요.”시후는 담담하게 웃었다.“결국 조건 문제입니다. 이미 정해진 조건 이상으로 더 주고 싶지 않은 거죠.”“맞아요.” 헬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하워드는 정말 철저한 사업가예요. 최근 엔비디아 주식으로도 큰 수익을 냈고, B100 출시 이후에는 더 크게 상승할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물량을 더 확보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굳이 추가 조건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거죠.”시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방법은 간단합니다. 단순히 돈을 더 주는 게 아니라, 거래 가치 자체를 올려야 합니다. 그럼 이렇게 전하세요. B200 칩 4만 장을 노르웨이까지 확보해주면, 추가로 거풍환 4분의 1을 주겠다고요. 계산하면 총 4분의 3을 확보하게 되는 셈입니다.”헬레나는 미소 지었다.“그 정도면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움직일 거예요.”시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대신 아들인 스티브는 속이 뒤집히겠군요. 한국에 다녀왔는데, 돌아가보니 아버지가 더 젊어져 있으면… 저를 원망할 겁니다.”헬레나는 조금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스티브가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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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9장

다음 날, 김상곤은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윤우선도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요즘 휴대폰으로 라이브 방송과 숏츠들을 보느라 밤을 늦게까지 보내는 바람에, 결국 오전 열 시가 넘어서야 겨우 침대에서 일어났다.원래 시후는 이날 샹젤리 온천으로 가서 나나코의 수련을 도와줄 계획이었지만, 유나가 오후에 돌아오는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외출을 미루고 집에서 기다렸다가 공항에 마중 나갈 생각이었다.윤우선은 졸린 눈으로 휴대폰을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다가, 거실을 청소하고 있는 시후를 보고 물었다.“은 서방, 오늘은 안 나가나? 평소 같으면 이 시간에 이미 나가서 일 보지 않아?”그러다 문득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덧붙였다.“혹시 요즘 일거리가 줄어든 건 아니지? 괜히 집안 살림에 영향 있는 건 아니고?”시후는 웃으며 답했다.“장모님, 그런 거 아닙니다. 오늘은 일부러 일정을 다 비워둔 겁니다.”“아이고…” 윤우선은 아까운 듯 혀를 찼다.“은 서방, 계산이 안 되나? 한 번 나갔다 오면 몇 천, 몇 억씩 벌 텐데 그걸 놔두고 집에서 청소를 하고 있으면 너무 손해잖아. 차라리 나가서 돈을 벌어. 나에게 1%만 줘도 몇 백은 되는데, 대신 내가 집 청소 깔끔하게 다 해줄게!”시후는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유나 씨가 돌아오는 날이라 그렇습니다. 집 정리해두고, 시간 맞춰 공항 나가려고요. 오랜만에 돌아오는데 집이 어지러우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윤우선은 그 말을 듣자마자 눈이 번쩍 뜨였다.“유나가 온다고? 진짜로? 아유, 보고 싶어 죽겠어!!”시후가 고개를 끄덕였다.“몇 시간 전에 이미 비행기를 탔습니다. 여섯 시간 정도면 도착할 겁니다. 오후 4시에서 5시쯤 될 거고요. 저녁은 같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윤우선은 괜히 서운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애가, 남편밖에 모른다니까. 이런 중요한 걸 엄마한테는 말도 안 하고…”그러면서 시후가 바닥을 닦고 있는 걸 보더니 얼른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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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0장

김상곤은 기지개를 켜며 양손으로 얼굴을 몇 번 두드린 뒤, 비웃듯 말했다.“윤우선, 입으로만 떠드는 건 진짜 잘하지. 왜, 깎아내리니까 그렇게 좋냐?”윤우선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언제 깎아내렸다고 그래? 다 사실을 말한 거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김상곤을 모르겠냐? 스스로 생각해봐, 무슨 실력이 있다고? 그림 좀 안다고 설치는데, 그 정도면 골동품 시장에서 가짜나 파는 사람보다도 못해. 그런 주제에 협회 부회장이라니, 회장이 눈이 어떻게 됐길래 당신 같은 반푼이를 앉혀놨는지 모르겠어. 정신 차리는 날 오면 바로 짐 싸서 나가라고 할 걸?”김상곤은 오히려 더 으스대며 말했다.“윤우선, 당신 생각이 틀릴 것 같은데? 우리 배 회장님 입에서 요즘 승진 얘기가 나오고 있거든. 회장님이 승진하시면 협회 회장은 내가 하는 거야. 그때가 되면 내가 더 이상 2인자가 아니라 1인자가 되는 거라고!”“웃기고 있네!” 윤우선이 바로 받아쳤다.“김상곤, 당신이 회장? 거울이나 보고 그런 소리를 해!”김상곤은 물컵에 물을 따라 마시며 고개를 까딱였다.“내가 회장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야. 협회에서 누가 감히 나한테 반대하겠냐? 배 회장님도 못 해. 아니면 왜 전에 해외 교류 갈 때 나를 보냈겠어? 왜 너는 안 보냈을까?”윤우선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그 판에 안 끼는 거지. 내가 거기 끼면 해외 교류 명단에 나도 들어갔을 거다!”김상곤은 눈을 뒤집으며 말했다.“너를? 해외 교류 보내면 가서 뭐 할 건데? 외국 사람들이랑 싸움이나 걸 거냐? 말도 안 통하는데 뭘로 싸우려고? ‘아이 씨!’ 한마디 말고 할 줄 아는 게 뭐 있냐?”윤우선이 버럭 소리쳤다.“나는 ‘바카야로’도 할 줄 알아!”김상곤은 헛웃음을 쳤다.“그건 일본어야, 바보야!”윤우선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시후 손에 들려 있던 빗자루를 낚아채 김상곤에게 휘둘렀다.김상곤은 간신히 피하며 문 쪽으로 물러나면서 말했다.“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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