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돌아가지 마. 신, 나와 보내자.”순간, 현신의 커다란 눈망울이 눈에 띄게 흔들렸다. 예상치 못한 노골적인 제안에 완전히 얼어붙은 채, 그녀는 숨을 멈추고 가계영을 응시했다. 당황으로 하얗게 질려가는 그 얼굴을 마주한 순간, 가슴 한구석에서 아차 하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너무 조급했던 걸까.잠시 굳어 있던 현신이 간신히 제 손가락을 조물거리며 곤란한 듯 입술을 열었다.“저······ 오늘 10시까지는 들어가야 해요. 약속은 지켜야 하거든요.”애써 거절의 이유를 대는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10시. 엘에프가 그어놓은 잔인한 마지노선이 떠올라 속이 쓰려왔지만, 계영은 그녀에게 더는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는 가만히 손을 뻗어 현신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살포시 쓰다듬어 주었다. “어차피 지금 들어가도 씻고 잠만 잘 텐데, 그냥 내일 가.”마지막 회유에 현신은 입술을 작게 달싹거리며 깊은 고민에 빠진 듯했다.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혹은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그 위태로운 눈빛을 보고 있자니 심장이 찌릿하게 저려왔다.문득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예전에 자신과 나누었던 가벼운 키스조차 처음이라며 수줍게 얼굴을 붉히던 현신이었다. 혹시 잠자리가 감당하기 힘든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온 걸까. 마음의 준비도 안 된 여자를 들끓는 소유욕 때문에 너무 벼랑 끝까지 몰아붙인 건 아닌지 가슴이 무거워졌다.“······미안. 내가 생각이 짧았다. 난 그냥 네가 너무 좋아서 보내기 싫었어.”진심 어린 계영의 사과가 밤공기를 타고 전해진 순간, 고개를 숙이고 있던 현신의 눈동자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반짝이며 들어 올려졌다.“저도, 그래요! 저도 계영 님이 정말 좋아요!”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현신의 모습이 계영은 눈물겹도록 사랑스러워 절로 숨이 멎어 버렸다.그는 차마 참지 못하고 팔을 뻗어 현신의 가냘픈 몸을 품 안 가득 꼭 끌어안았다. 단단히 맞물린 포옹 속에서, 그의 가슴에 고개를 묻은 현신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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