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복수는 사랑보다 늦게온다.: Bab 51 - Bab 60

76 Bab

50화

"네놈이...에레보스냐?"남자는 애드의 절박한 질문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저 가면 너머로 기분 나쁜 웃음소리만 흘려보낼 뿐이었다.​그 기괴한 모습을 지켜보던 에리스가 남자 뒤편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날카롭게 몰아세웠다.​​ “그래, 대답해! 어째서 네놈이 우리 아버님의 고유한 힘을 멋대로 쓰고 있는 거지?!”​​그 순간, 남자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에리스를 바라보았다.​​ “……에리스.”​​나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하지만 그 안에는 영혼을 짓개어버릴 듯한 소름 끼치는 압박감이 담겨 있었다.​​ “내가 너에게…… 질문할 권리를 허락했던가?”​​ 남자의 시선이 에리스에게 닿은 바로 그 순간, 에리스의 귀에 걸려 있던 흑요석 귀걸이가 살아있는 심장처럼 거칠게 맥동했다.​​ 두근──! ​​“헉……! 흑, 으윽……!”​​에리스의 몸이 순간적으로 발작하듯 크게 떨렸다.​애드는 당황한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봤다.​분명 방금 전까지 카시안과 대등하게 맞붙던 기세 등등하던 여신이었다.​그런데 지금의 그녀는, 마치 절대적인 포식자 앞에 놓인 공포에 질린 어린아이처럼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잘못했어요…….”​​에리스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초점을 잃은 채 똑같은 사죄의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애드는 그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너희, 같은 편이 아니었던 건가?”​남자는 발밑에서 공포에 질려 흐느끼는 에리스를 잠시 내려다보았다.​그리고 천천히, 다시 애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가면 너머로 드러난 눈동자에는 형언할 수 없는 기묘한 광기가 일렁이고 있었다.​​“……일단은, 아주 소중한 ‘가족’이지.”​​ “가족이라고……?”​​애드의 눈썹이 분노로 크게 꿈틀거렸다. 남자는 낮게 유쾌하다는 듯 웃었다.​​ “그래. 헬리오스와 네놈이 가식적인 ‘사랑’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가족이라면…….”​​그의 입꼬리가 서서히 호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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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카시안이 소리쳐 경고했지만, 이미 늦은뒤였다.​애드의 날카로운 검날이 남자의 목덜미를 가르기 직전​남자 주변의 공간 전체가 거대한 검은 마력의 폭발과 함께 뒤집혔다.​​ 콰아아아아앙──!!!!!​​ ​ “으아아악──!!!”​​ 충격을 이기지 못한 애드의 몸이 낙엽처럼 뒤로 사정없이 튕겨 나갔다. ​​“애드──!!” ​​카시안이 대지를 부수며 애드가 날아간 방향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잠시 후, 전장을 자욱하게 메웠던 불길한 검은 안개가 천천히 걷혔다.​​ 그리고​​ “……어?”​​ 애드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모습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남자의 눈빛이 처음으로 미세하게 흔들렸다.​하지만 정작 제일 당황한 것은 애드 본인이었다.​​ “나…… 멀쩡하네?”​​ 바로 그때, 카시안이 자신의 품속에서 아주 오래된, 정체불명의 작은 주황색 물약 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꿀꺽, 꿀꺽.​그는 물약을 단숨에 들이켠 뒤, 쓸모없어진 빈 병을 바닥을 향해 툭 던졌다.​​ 쨍그랑─​​ 파편이 흩어지는 소리와 함께 카시안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얼마 전에 내가 너에게 준 ‘주황색 돌멩이’를 기억하느냐.”​​ “……그때 그 이상한 돌이요?” ​​“그래.”​​카시안이 애드를 힐끔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내가 일전에 일회성 방어 마법 도구라고 말했던 그 돌 말이다.​방금 그 녀석의 폭발적인 치명타를, 그 돌이 너의 목숨 대신 박살 나며 막아준 게지. 하지만 그것은 단 1회용일 뿐…… 이제 더 이상 널 지켜줄 방패는 없다.”​카시안이 말을 이어 갈수록, 전장에는 기적에 가까운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노장의 몸에서 눈부신 생명력이 폭발하며, 그의 육체가 서서히 ‘젊음’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굽어 있던 허리가 꼿꼿하게 펴졌고, 거칠고 주름졌던 피부가 도자기처럼 매끈해졌으며, 서리가 내린 듯 하얗던 머리카락에는 칠흑 같은 검은빛이 선명하게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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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검과 검은 마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순간, 세계의 경계가 찢어질 듯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콰아앙!!!!!!​단순한 충격파만으로 주변 대지가 종이처럼 갈라졌고, 수십 그루의 고목이 뿌리째 뽑혀 허공으로 날아갔다.​애드는 결계 안에서 두 눈을 크게 뜬 채 눈앞의 광경을 바라봤다.​​ ‘안 보여……!’ ​​분명 눈앞에서 사투가 벌어지고 있건만, 보통 사람의 시선으로는 그 움직임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보이는 것은 오직 어두워진 하늘을 잔혹하게 난도질하는 섬광과 잔인한 폭발뿐.​​ 챙──-!!​카가가각──-!!!​카시안의 검이 남자의 검은 마력을 정면으로 밀어내며 처절하게 불꽃을 튀었다.​검붉은 불꽃 너머로, 가면을 쓴 남자가 낮게 유희를 즐기듯 웃었다.​​ “……재밌군.”​​ 그 순간.​파앗!!​카시안의 모습이 기척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 ​​남자의 붉은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왼쪽, 오른쪽. 뒤쪽, 아래쪽​카시안의 살기가, 그 압도적인 기척이 사방 전방위에서 동시에 느껴지고 있었다.​​ “…….”​​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려던 그 순간​챙-!!!!​왼편 허공의 경계를 찢고 튀어나온 카시안의 검격이 남자의 목덜미를 정밀하게 노렸다.​하지만 남자는 엄청난 반사신경으로 고개만 살짝 틀어 검날을 피 해냈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 공격이 아니었다.​파앗!!​허상의 검격이 허공 속으로 바스러짐과 동시에, 카시안이 남자의 머리 바로 위에서 기습적으로 나타났다.​“카시안 검술 제3식.”​남자의 귓가를 파고드는 카시안의 낮고 묵직한 마성의 목소리.​​ “무영보-”​​ 콰앙──!!!!​공기를 찢고 내지른 카시안의 묵직한 발차기가 남자의 턱을 그대로 걷어찼다.​처음으로 이 전장에 강림한 이후 정말 처음으로, 가면을 쓴 심연의 몸이 볼품없이 뒤로 크게 밀려났다.​​ 쿠구구궁─!!​남자의 모습이 땅을 깊숙하게 갈아엎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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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카시안의 태양빛 같은 찬란한 검기가 푸른 검신 위로 폭발적으로 피어올랐다.​“태양참!!!”​세상을 반으로 가를 듯한 일격이 가면 쓴 남자를 향해 떨어졌다.​빛의 파도가 사방으로 해일처럼 휘몰아쳤고, 거대하던 검은 심연이 비명을 지르며 강제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앙-!!!!!​그 여파로 주변 산맥의 절반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대지는 길고 깊게 찢겨 나가며, 아까전에는 존재하지않던 거대한 협곡이 새로이 만들어졌다.​​ 애드는 결계 안에서 밀려오는 안압에 숨조차 쉬지 못했다.​​ “스승님……”​​눈앞의 광경을 보면서도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인간의 육신이 낼 수 있는 힘이라고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었다. ​​“…스승님…”​휘이이잉—​차가운 강풍이 폐허가 된 전장 위를 쓸쓸하게 스쳐 지나갔다.​그리고 하얀 연기 속에서, 마침내 남자의 그림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호오.”​연기가 완전히 걷히자, 남자의 옷자락 한쪽이 길게 찢겨 있었고, 얼굴을 가린 가면에도 선명한 금이 가 있었다.​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남자의 가슴 부분에서 붉은 피가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툭.​툭.​그의 붉은 핏방울이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대지가 썩어 들어갔다.​애드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저 괴물같은 놈한테 상처를… 냈어?’​재앙 그 자체였던 심연의 존재에게, 인간이 기어코 흉터를 남긴 것이다. ​​잠시 숨 막히는 침묵이 전장을 지배했다.​그리고 남자가 천천히 손끝으로 자신의 상처를 쓸었다.​스윽-​손끝에 묻어난 붉은 피.​그는 그것을 잠시 내려다보더니, 가면 아래에서 아주 작게 웃었다.​“…정말 오랜만이군.”​그 순간 주변 공간이 기괴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쿠구구구구—​마치 현실 자체가 고통에 겨워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애드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뭐야…?”​남자의 발밑에서부터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심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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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저 정도의 심연을 정면으로 뚫고 살아 나온 인간은, 그 조차도 본 적이 거의 없었다.​반면 애드는 안도와 극심한 불안이 뒤섞인 얼굴로 스승을 바라봤다.​그런 제자를 향해, 카시안이 다시 검을 비스듬히 들어 올렸다.​챙-!!​남자의 검은 마력과 카시안의 태양빛 검기가 다시 한번 정면으로 격돌했다.​콰아앙-!!!!​주변을 찢는 폭음 속에서도, 카시안의 목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애드의 귀에 또렷하게 박혔다.​“애드.”“…네?”​애드는 불길함에 떨리는 눈으로 스승의 뒷모습을 바라봤다.​카시안은 계속해서 몰아치는 심연의 공격을 쳐내며 담담하게 말했다.​“너와 지낸 시간 동안 나는 네가 아들 같고 좋았다.”​챙-!!!!​카앙-!!!!​그 순간 애드의 눈동자가 천천히 흔들렸다.​“…스승님?”​불안했다.​가슴이 미칠 것처럼 조여왔다. 마치 지금 이 순간의 대화가, 다가올 영원한 끝을 향해 흘러가는 전조처럼 느껴졌기에.​카시안은 검을 비틀어 자신을 향해 쇄도하던 심연의 창을 거칠게 튕겨냈다.​콰직-!!!!​그리고는 피비린내를 풍기며 피식 웃었다.​“내 검사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도 널 가르쳤을 때였단다.”​애드의 심장이 불길한 예감에 완전히 난도질당했다.​카시안은 거칠게 붉은 숨을 몰아쉬면서도, 유언을 남기듯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애드 언제나 내가 늘 말했듯…”​카시안의 주변에서 검은 마력이 역류하며 폭발했다.​그의 몸이 뒤로 무참히 밀려났다.​하지만 기사로서의 자세만큼은 끝끝내 무너지지 않았다.​“‘복수’란 건 죽음을 선사하는 게 아니라…”​카시안의 깊은 눈빛이 마침내 뒤를 돌아보며 애드를 똑바로 향했다.​“그자에게는 가장 고통스럽게, 네게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거란다.” ​​콰앙-!!!!​또다시 카시안의 검과 심연이 충돌했다.​카시안의 입가에서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하지만 그는 소년처럼 활짝 웃고 있었다.​“…그리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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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엘쉬온 인근 해안가-​강제로 발동된 전이 마법의 빛이 가라앉자마자, 애드는 마력이 소진되어 금이 간 텔레포트석을 거칠게 바닥에 내던졌다. ​​쨍그랑-!!​깨져버린 마법석 파편들이 차가운 모래사장 사방으로 쓸쓸하게 흩어졌다. ​​“하아… 하아…!”​애드는 모래바닥 위에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뜨거운 눈물이 봇물 터지듯 차올라서 시야가 엉망으로 흐려졌다.​그의 귓가에는 여전히 카시안의 마지막 목소리가 이명처럼 맴돌고 있었다.​『넌 언제나 내 자랑스러운 제자란다.』​“흐윽…”​결국 애드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카시안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이 싸움의 끝에서 자신이 확실하게 죽는다는 것을.​그럼에도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웃었다.​끝까지 비명조차 지르지 않고 검을 놓지 않았다.​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스승으로서 애드에게 ‘복수의 진정한 의미’를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다.​그 잔인한 진실이 애드의 심장을 더 무참하게 가루로 만들었다.​“…왜.”​울음 섞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왜 그런 식으로…”​애드는 이를 악물었다.​언젠가는 이별이 올 거라 생각했다.​카시안은 이미 늙은 몸이었고, 검사란 원래 죽음을 가까이 두고 사는 존재였으니까.​하지만 결코 이런 방식의 처절한 이별은 원치 않았다.​애드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그대로 엎드렸다.​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길잡이를 잃어버린 어린아이처럼, 어깨를 가련하게 들썩이며 대성통곡했다.​“아아…! 스승님…”​​ 애드의 통곡 소리 주변으로는 오직 쓸쓸한 파도 소리와 서늘한 바람 소리만이 조용히 감돌 뿐이었다.​얼마나 그렇게 지옥 같은 시간이 흘렀을까.​저 멀리 모래사장 너머에서 서둘러 달려오는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사박.​사박.​그리고 익숙한 목소리.​“어…?”“…애드?”​익숙한 목소리에 애드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순간 움찔하며 굳어졌다.​그리고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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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세 사람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간신히 도착한 거친 평야의 중심​그곳에는, 마지막 순간까지 왼손에 쥔 검을 결코 놓지 않은 채 꼿꼿하게 무릎을 꿇고 있는 검성 카시안의 모습이 있었다.​​온몸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찢긴 상처투성이였지만, 세상을 떠난 노인의 얼굴은 그 어떤 날보다 평온하게 가라앉아 있었다.​​마치 자신에게 다가온 가혹한 운명의 마지막을 기꺼이 받아들인 사람처럼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영원한 잠에 빠져 있었다.​그 처참한 광경을 본 순간 애드의 절규가 넓은 평야를 뒤흔들었다.​“아아아아아아!!!!!!!”“스승님!!!!!!!!”​애드는 미친 사람처럼 앞으로 고꾸라지며 카시안의 차가운 시신을 터질 듯이 끌어안았다.​마지막 숨이 끊어지는 찰나까지 대륙의 검성으로 당당하게 남은 노인의 마지막 뒷모습은, 너무나도 서글플 정도로 카시안다웠기에 메티스와 아이테르 역시 밀려오는 슬픔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메티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영감님…”​아이테르도 씁쓸하게 두눈을 질끈 감았다.​“…카시안.”​하지만 바로 그 순간​“시끄럽다 이놈아!!!!!!!”​평야의 대기를 찢고 날카롭게 울려 퍼진 고함소리.​그것은 분명 방금 숨이 끊어진 카시안의 걸걸한 목소리였다.​“……….”“…엥?”​애드는 시신을 붙잡고 울다 말고, 눈물이 맺힌 눈을 끔빡였다.​“…스승님?”​그는 황급히 품 안 카시안을 내려다봤다.​분명 숨은 끊겨 있었다.​눈도 감겨 있었다.​누가 봐도 완벽한 사망 상태.​그런데 바로 그들의 등 뒤에서, 카시안의 카랑카랑한 잔소리가 또다시 마술처럼 들려왔다.​“아오 귀청 떨어지겠네 진짜!”​아이테르 눈동자가 슬슬 공포로 떨려오기 시작했다.​“…뭐야?”“설마 살아 있는 건가?”​그 순간 그의 뒤쪽 허공에서 카시안의 우렁찬 고함이 터졌다.​“니 눈엔 저게 살아 있는 걸로 보이냐!!!!!”“으악!!!!!!”​아이테르가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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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카시안은 자기 얼굴을 만져 보더니 감탄했다.​“오오… 내 잘생긴 얼굴을 구현해 주다니.”“자네 혹시 신인가?”​오드아이 남자는 카시안의 반응을 보더니 짧게 한숨을 쉬었다.​“…작별 인사는 짧게 허락해 주지, 그게 마지막 내 친절이다.”​그의 말에 카시안은 씨익 웃었다.​“고맙네!”​그리고 전성기 검성의 위풍당당한 걸음걸이로 걸어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애드의 바로 앞에 섰다.​애드는 떨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스승님?”​카시안은 평소처럼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수업료는 최소 100년 뒤 저승에서 받을 테니.”“그전에 지불하러 오면 쫓아낼 거다.”“…네?”“오래 살아라.”​카시안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담담했다.​마치 자신의 죽음을 이미 받아들인 사람처럼.​오드아이 남자는 그 인위적인 시간 동안 아무런 재촉도 하지 않았다.​그는 그저 팔짱을 낀 채 묵묵히 서서, 고독한 검성이 지상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온전히 끝마칠 때까지 조용히 침묵을 지키며 기다려 주었다.​바로 그때.​메티스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걸어가 오드아이 남자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타나토스.”​그리움과 원망이 섞인 그녀의 가느다란 손이, 천천히 그의 옷깃을 향해 뻗어 나갔다.​하지만 그 손이 닿기 직전, 아이테르가 매서운 손짓으로 메티스의 손목을 휙 낚아채 뒤로 당겼다.​휙-!​“…그러지 마.”​메티스의 흔들리는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무너질듯 깊은 슬픔과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왜?”​아이테르는 그녀를 자기 뒤로 살짝 감추며, 타나토스를 똑바로 노려봤다.​“…이미 널 한 번 버린 녀석이야.”“붙잡으려 하지 마.”​그 말이 떨어진 순간.​평야 위 공기가 싸늘하게 식어 내렸다.​머리 위의 검은 뿔.​이질적인 오드아이.​그리고 압도적인 신격의 위압감.​그의 진짜 정체는 바로 모든 생명의 죽음을 관장하는 명계의 절대 군주, 죽음의 신 ‘타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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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카시안은 지상에서의 마지막 행동으로, 늘 그래왔듯 애드의 헝클어진 머리를 따스하게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하지만 이미 육체가 죽어 영혼만 남은 자신은, 제자의 몸을 만지는 것조차 할 수 없어 손끝이 허공을 투명하게 통과할 뿐이었다.​“….”​바로 그때.​타나토스의 무심한 시선이 허공에서 갈 곳을 잃고 쓸쓸하게 떨리는 카시안의 투명한 손끝으로 향했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딱 한 번만.”“체온을 느끼게 해 주마.”​그순간, 조금 전 메티스에게 심장을 찢는 독설을 내뱉던 차가운 모습과는 다른 의외의 친절함에, 자리에 있던 동료들 모두가 놀란 눈으로 타나토스를 바라보았다.​타나토스의 창백한 손끝에서 깊은 검은 안개의 마력이 잔잔하게 퍼져 나가 노인의 영혼을 감쌌다.​그리고 잠시 후​카시안 영혼이 아주 짧은 순간, 마치 살아 있는 인간처럼 형태를 되찾았다.​“…!”​애드는 떨리는 눈으로 카시안을 바라봤다.​카시안 역시 잠시 자기 손을 내려다보다 피식 웃었다.​“허.”“신기하군.”​그리고 그는 망설이지 않고 애드를 끌어안았다.​애드 역시 울음을 참지 못한 채 카시안을 꽉 붙잡았다.​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서로의 체온을 느꼈다.​“감사했습니다…”“…스승님.”​카시안은 무덤덤하게 웃으며 애드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그래.”​그 한마디에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그리고 카시안 주변에서 따뜻한 빛이 천천히 피어올랐다.​마치 하늘로 승천하는 은하수의 별가루처럼 찬란하게 반짝이며, 황량한 평야 위로 스르륵 부드럽게 흩어지기 시작했다.​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영혼의 파편들은 따스하고 아늑했다.​『애드.』​​『내 삶의 끝자락에 나타난 너는 내게 완벽한 아들 같은 존재였다.』​『…그러니 내 몫까지, 부디 행복하게 웃으며 살아가다오.』​검성 카시안의 영혼은 그가 휘두르던 올곧은 검처럼, 그리고 태양신 헬리오스의 자비처럼 그 누구보다 눈부시고 따뜻한 빛을 품은 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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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애드는 카시안과의 이별 이후, 더이상 무너지지 않았다. ​ 오히려 어딘가 홀가분해진 얼굴로 조용히 서 있었다.​슬픔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그 슬픔마저 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그때 아이테르가 카시안의 시신을 내려다보다 눈을 가늘게 떴다.​​ “…음?”​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려 나가 있었던 오른팔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온전히 이어져 있었다.​온몸의 상처들 또한 깨끗하게 아물어,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평온한 모습이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아이테르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타나토스의 짓이군.”​죽음의 신이 명계로 돌아가기 전, 모두가 카시안의 영혼에 정신이 팔려 있던 사이 말없이 그의 육신을 복원해 준 듯 보였다.​​ 메티스 역시 카시안을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이 복잡해졌다.​자신에게는 유독 차갑기만 했던 타나토스가 카시안에게는 마지막 예의를 남겨 주고 떠났기 때문이다.​그 묘한 감정이 그대로 눈빛에 드러났는지, 아이테르가 조용히 메티스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꼬옥-​​ “응…?”​​ 갑작스러운 아이테르의 포옹에 메티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그리고 그 미묘한 분위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애드가 머리를 긁적이며 끼어들었다.​​ “응?”​“너희 사귀어?”“아니?!”​​ 아이테르는 화들짝 놀라며 메티스를 옆으로 툭 밀어냈다.​​“쟤 어깨에 코딱지 묻힌 건데?”​“뭣?!?!!”​​ 메티스는 경악하며 자기 어깨를 내려다봤다.​그 모습을 본 아이테르가 결국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뻥이야.”​“…….”​​ 메티스는 그런 아이테르를 잠시 바라봤다.​장난스럽고 가벼운 말투 속에 자신을 위로하려는 마음이 섞여 있다는 걸 눈치챈 그녀가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부드럽고 조용한 미소에 아이테르의 심장이 괜히 쿵 내려앉았다.​​ “…어?” ​​메티스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이번엔 그녀가 먼저 아이테르를 살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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