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한 바퀴 돌고, 또 돌았다.동산의 강아지풀은 여전히 바람에 눕고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봉분의 흙은 이제 단단히 굳어 있었다. 비가 내려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그 위로 풀이 무성하게 자라났다. 영수는 흐트러져 자란 풀들을 하나씩 조심스럽게 가려 냈다.귀여운 여자 아이가 짧은 다리로 마당을 토끼처럼 뛰어다녔다.“어머니!”영수는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봤다.최나인이 속삭였다.“마님, 나으리랑 마님을 어쩜 반반씩 닮았는지요”영수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몇 해가 더 흘렀다.아이는 글자를 배운다. “하늘 천, 따 지…”서툰 손으로 붓을 잡는다.영수가 묻는다.“이름이 무엇이냐.”아이가 또박또박 답한다.“화진.”영수는 잠시 멈췄다.밤이면 아이 팔에 감아 둔 한이 사 왔던 그 낡은 비단 손수건을 꺼내 보았다. 이제 수놓았던 글씨도 바래서 옅어졌다. 영수는 한동안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 곱게 접어 함에 다시 넣었다.영수와 화진은 손을 잡고 장터에 내려갔다.누군가 속삭였다.“저 아이가 그 집 딸이라지?”영수는 들었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아이 손을 더 단단히 잡고 속으로 다짐했다.“이제는 내가 네 이름을 지킬 것이다.”멀리서 병판의 가마가 다가오다가 가마가 잠시 멈추었다.장막이 살짝 들리며 시선이 마주쳤다.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영수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이내 가마가 천천히 움직이며 시야에서 사라졌다.영수와 화진은 한이 묻힌 동산에 함께 올랐다. 화진이 꽃 한 송이를 봉분에 조심스럽게 놓아 두었다. 영수는 뒤에서 가만히 바라보았다.“어머니, 제 이름은 무슨 뜻입니까.”“빛날 화(華), 보배 진(珍). 네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란다. 누구도 함부로 부르지 못할 이름이지.”“어머니, 제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습니까”“네 아버지는…..”영수는 잠시 목이 메였다.“세상에서 이 어미만을 연모하신 분이었다.네가 태어나던 날… 그분이 마지막으로 웃으셨단다.”바람이 두사람의 머리카락을 스쳤다. 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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