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가장 아름답지 못했던 왕비 : Kabanata 11 - Kabanata 20

21 Kabanata

10화

저택 안. 문이 열리자, 바깥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공기가 밀려왔다. 조용하고, 정돈되어있고, 아무 일도 없었던것처럼 유지된 공간. 엘로이즈가 먼저 들어섰다. 걸음은 일정했고, 자세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 뒤를 귀족 부인이 따랐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 그림 하일드가 문턱을 넘었다. 문이 닫혔다. 덜컥. 소리와 함께, 바깥의 일은 완전히 끊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세 사람 모두 잠시 말이 없었다. 하인들은 멀리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고, 복도는 여전히 정숙했다. 귀족 부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엘로이즈." "네, 어머니." 부인은 잠시 그녀를 한 번 더 살폈다. 얼굴. 숨. 걸음. 그리고 묘지에서의 일. 사과나무. 떨어진 가지. 그 모든 것을 포함해서. 부인의 손이 아주 가볍게, 엘로이즈의 어깨에 닿았다. "괜찮니." "...괜찮아요."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흔들림 없이, 단정했다. 부인은 그 대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눈이 조금 더 깊어졌다. "많이 놀랐을 텐데. 들어가서 쉬렴." "...네." 그녀는 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저 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걸음은 여전히 일정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한 번도 뒤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 순간, 그림 하일드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엘로이즈의 걸음이 방향을 틀자마자 한 발 먼저, 자연스럽게.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은 것처럼 그녀의 뒤로 붙었다. 반 걸음. 항상 유지하던 그 거리. 숨도, 발걸음도 맞춘 채 조용히 그대로 따라갔다. 지시를 기다리지 않았다. 묻지도 않았다. 이미 그 자리가 어디인지 알고 있는 사람처럼. 엘로이즈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림 하일드가 따라오고 있다는 걸 확인할 필요조차 없다는 듯 앞만 보고 걸었다. 그 뒤에서 귀족 부인의 시선이 아주 잠깐 움직였다. 조용히 그림 하일드를 향했다. 고개를 숙인 채, 완벽하게 거리를 맞춰 걷는 아이. 말이 없고, 흔들림도 없고, 이미 이 집의 일부처럼 움직이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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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살롱 안에는 은은한 차 향이 퍼져 있었다. 찻잔이 부딪히는 소리는 작았고, 웃음소리도 지나치게 커지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귀족 영애들의 다과 시간. 하지만 왕의 양쪽 팔이라 불리는 두 가문의 외동딸이 마주 앉아 있는 이상, 이 자리는 단 한 번도 단순한 사교 모임이었던 적이 없었다. 엘로이즈 드 로베르. 그리고 재무대신 가문의 영애, 이네스 드 몽브랑. 두 사람의 대화는 언제나 부드러웠고, 언제나 우아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늘 얇은 칼날 같은 긴장이 숨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같이 차를 마시러 온 다른 영애들은 두 사람이 말을 주고받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조용히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찻잔을 괜히 더 천천히 들었고, 누군가는 시선을 애매하게 창밖으로 돌렸다. 한 영애가 아주 작게 한숨을 삼켰다. 또 시작이구나. 말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엘로이즈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찻잔을 쥔 손끝에 들어간 힘만이 보이지 않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입가에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간신히 유지된, 그러나 완벽하게 흐트러지지 않은 미소였다. "...글쎄요..." 엘로이즈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렇게까지는..." "제가 영애였어도... 저 아이에게 잘해줬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네스가 천천히 이어갔다. "아무리 고아원 출신의 하녀라지만... 동생분과 얼굴이 닮았다면..." 이네스의 눈이 조금 휘어졌다. "돌아가신 동생에게 속죄한다는 생각으로... 저 아이에게 잘해주시는 것도 이해가 되거든요." 말은 다정했다. 하지만 그 다정함은 상대를 편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깊숙이 파고들기 위한 것이었다.다른 영애들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엘로이즈는 잠시 찻잔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네... 그런 마음도... 없지 않아 있겠죠." 그녀는 미소를 유지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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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살롱 안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누군가 숨을 삼키는 소리조차 들리는 것 같았다. 엘로이즈는 그림 하일드의 손을 천천히 놓아 주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레스 자락이 바닥을 스치는 소리가 아주 낮게 울렸다.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남아 있었다. 단정하고, 우아하고, 흐트러짐없는 미소. 하지만 그 안의 온도는 아까와 달랐다. 엘로이즈는 천천히 이네스 쪽으로 걸어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급하지도 않았고, 화를 드러내지도 않았다. 오히려 너무 차분해서 더 숨 막히는 걸음. 엘로이즈는 이네스의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하인들에 대한 사랑과 공감이 넘치시는 우리 영애께서... 왜 제 하녀에게 사과하라는 말에는 그렇게 당황하시는 걸까요?" 이네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엘로이즈는 그녀를 바라보며 아주 조용히 웃었다. "아, 아니에요." 그녀는 손끝으로 자기 드레스 소매를 아주 가볍게 정리했다.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부드러운 말투. 하지만 그게 오히려 더 서늘했다. "하인, 평민들을 향한 영애의 사랑은 이미 유명하니까요. 특히...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지나치지 못하신다는 얘기는 저도 자주 들었습니다." 살롱 안 공기가 순간 흔들렸다. 다른 영애들의 시선이 조용히 움직였다. 이네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엘로이즈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이번 달만해도... 일자리 없는 평민들을 위해 직접 하인들을 3명이나 들이셨다고 하더군요. 그것도.. 다 남자로요." 순간. 이네스의 얼굴이 굳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분명했다. 귀 끝이 먼저 붉어졌다. 그리고 천천히, 얼굴 위로 열이 번졌다. 살롱 안 공기가 완전히 얼어붙었다. 다른 영애들도 잠시 말을 하지 못했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인을 들였다.' 귀족 사회에서는 때때로 다른 뜻으로도 쓰이는 말. 특히 젊은 남자 하인 이야기라면 더더욱. 이네스의 표정이 처음으로 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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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엘로이즈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창밖으로 스며드는 저녁빛이 그녀의 얼굴위에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다. 흔들리던 커튼 끝이 천천히 가라앉고, 방 안에는 아주 옅은 바람 소리만 남았다. 엘로이즈는 아주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오래전의 햇빛이 다시 떠올랐다. 몇 년 전. 드 로베르 저택의 정원. 햇빛이 눈부시게 맑던 오후였다. 테라스 한쪽에는 작은 티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식어가는 차와 펼쳐진 책 한 권이 조용히 놓여 있었다. 엘로이즈는 테라스 의자 위에 단정히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자세는 이미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등을 곧게 세운 채, 페이지를 넘기는 손끝조차 조용했다. 정원에는 바람이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그때, "언니이이!!" 멀리서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엘로이즈의 눈썹이 움직였다. 곧이어 작은 발소리가 잔디를 가로질러 빠르게 가까워졌다. 타다닥. 그리고 다음 순간, "언니!! 이것 좀 봐!!" 클레르가 그대로 테라스까지 뛰어 올라왔다. 엘로이즈는 책에서 눈을 들었다. 잠시 말이 없었다. "...클레르." 그녀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드레스. 연한 크림빛 드레스 자락에는 진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치맛단은 흙투성이였고, 소매 끝에도 풀잎이 엉겨 붙어 있었다. 머리카락에도 작은 잎사귀 하나가 걸려 있었다. 엘로이즈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가 다시 떠졌다. "...너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차분한 목소리. 하지만 이미 익숙하다는 듯한 체념이 묻어 있었다. 클레르는 전혀 기죽지 않은 얼굴로 활짝 웃었다. "나 후레지아 꺾어왔어!" 그녀가 양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번쩍 들어 보였다. 노란 후레지아 꽃들. 햇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클레르의 눈도 그 꽃만큼 반짝이고 있었다. "엄청 예쁘지?!" 엘로이즈는 꽃다발을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말했다. "...너 또 정원사 아저씨 몰래 꺾어온 거야?" 클레르의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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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어느 날. 복도를 따라 작은 발걸음 소리가 빠르게 울렸다. 타닥, 타닥. 그리고 곧, 벌컥. 문이 활짝 열렸다. "언니, 오늘..!!" 밝게 외치며 방 안으로 들어온 클레르가 그대로 멈췄다. 방 안은 조용했다. 햇빛만 창가에 길게 드리워져 있었고, 화장대 위에는 정리된 빗과 향수병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하지만 정작 있어야 할 사람은 없었다. 클레르의 큰 눈이 천천히 깜빡였다. "...어?" 고개를 갸웃했다. "언니 어디 간건가?" 그때, 뒤쪽에서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작은 아가씨..." 클레르의 하녀였다. 조금 지친 얼굴로 따라온 그녀는 조용히 문 쪽으로 다가왔다. "큰아가씨 방 문 마음대로 여시면 안 돼요." 하녀는 익숙하다는 듯 열린 문을 다시 조용히 닫았다. 덜컥. 클레르는 여전히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방 안을 두리번거렸다. "언니 어디 갔어?" "큰아가씨께서는... 살롱 일정이 있으셔서 조금 전에 막 아래 살롱실로 내려가셨어요." "...살롱? 그게 뭐야?" "귀족 영애분들끼리 모여서 차도 마시고, 대화도 나누는 자리예요." "와." 클레르의 눈이 더 커졌다. "재밌겠다! 살롱이 그런거였어?" 곧바로 몸을 돌렸다. "나도 갈래!" 방금 전까지 텅 비어 있던 방이 순식간에 다시 시끄러워졌다. 클레르는 두 손을 꼭 쥔 채 신나게 말했다. "나도 가서 대화하고 싶어! 과자도 먹을래!!" 하지만 하녀는 재빨리 클레르의 손목을 붙잡았다. "안 됩니다, 작은 아가씨." "왜에." "살롱은 어린 아가씨께서 가시는 자리가 아니에요." 하녀는 익숙하게 달래듯 말했다. "대신 저랑 같이 부엌으로 가서 사과파이 먹어요." "...사과파이?" 그 말에 클레르의 눈이 잠깐 흔들렸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곧 다시 눈이 반짝였다. "그래도 살롱실에 가보고 싶은데! 살롱실 앞은 지나가보기만 했지.. 한 번 들어가보고 싶었단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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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이네스는 아주 천천히 입가를 움직였다. "...괜찮아요." 미소였다. 완벽하게 단정하고, 부드럽게 만들어낸 귀족 영애의 미소. 이네스는 구겨진 소매를 가볍게 정리한 뒤, 천천히 클레르 쪽으로 다가갔다. 클레르는 본능적으로 어깨를 조금 움츠렸다. 이네스는 그런 반응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영애께서... 드 로베르 가문의 둘째 영애신가요...?" 이네스는 잠시 클레르를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그녀 앞에 무릎을 꿇어앉았다. 그리고 조용히 손수건을 꺼냈다. 하얀 손수건 끝이 클레르의 드레스에 묻은 먼지와 흙자국을 아주 천천히 털어냈다. 툭, 툭. 동작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웠다. 이네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다치진 않았나요, 영애?" "...네." 클레르는 눈을 깜빡이며 조금 얼떨떨한 얼굴로 작게 대답했다. 방금 전까지 무서워 보였던 얼굴이, 갑자기 너무 다정해진 탓이었다. 이네스의 입가가 아주 부드럽게 올라갔다. "다행이네요." 그녀는 여전히 손수건으로 드레스 끝을 정리해주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드 로베르 영애께... 동생분 이야기는 몇 번 들은 적이 있었어요." "언니가요?" "네." 이네스는 미소지었다. "동생분이 참 착하고..." 손수건이 천천히 멈췄다. "...순수한 아이라고 하셨거든요." 그녀의 눈이 아주 천천히 클레르를 향했다. "정말 그런 것 같네요." 말은 다정했다. 너무나 부드럽고, 너무나 친절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미소를 보고 있으면 묘하게 숨이 막혔다. 이네스는 조금 더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그리고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조금 조심해서 다니셔야겠어요, 영애." 클레르의 눈이 천천히 깜빡였다. 이네스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몸도... 마음도 다치지 않으시려면요." 그 말에 클레르의 눈이 아주 살짝 커졌다. 이네스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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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덜컥. 살롱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리고, 다시 조용함이 내려 앉았다. 복도에는 늦은 오후의 햇빛만 길게 깔려 있었다. 클레르는 여전히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방금 전 넘어졌던 자세 그대로. 작은 손에는 하얀 손수건이 쥐어져 있었다. 하녀가 다가와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작은 아가씨. 괜찮으세요?" 하지만 클레르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눈은 멍하게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이네스가 서 있던 자리. 부드럽게 웃던 얼굴. 다정했던 목소리. '언니분까지 영애를 창피해하시고, 싫어하게 되실지도 모르잖아요.' 그 말이 아직 귓가에 남아 있었다. 클레르의 손이 떨렸다. "...아가씨?" 하녀가 다시 조심스럽게 불렀다. 클레르는 그제야 아주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손수건. 자기 손 안에 쥐어진 새하얀 천. 조금 전까지는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상하게 차갑게 느껴졌다. 손가락이 천을 조금 더 세게 움켜쥐었다. 꾸깃. 하얀 천이 손안에서 천천히 구겨졌다. 하녀의 얼굴이 더 굳었다. "...작은 아가씨, 어디 다치신 건 아니시죠?" "...진짜.." "...네?" "내가 진짜로... 언니를 창피하게 만들어?" "아가씨..." "내가 자꾸 뛰어다녀서... 말도 안 듣고... 그래서 언니도...나 싫어하게 되는 거야?"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작은 아가씨." 하녀가 급하게 고개를 저으며 다급히 말했다. 하지만 클레르는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손수건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까까지 그렇게 신나게 뛰어다니던 아이가 거짓말처럼 조용해져 있었다. 복도 창문 사이로 바람이 천천히 스쳐 지나갔다. 그 바람에 클레르의 금빛 머리카락 끝이 아주 약하게 흔들렸다. 그녀의 손안에서, 하얀 손수건이 점점 더 작게 구겨지고 있었다. 그날 저녁. 드 로베르 저택의 식당은 조용했다. 하인들이 벽 쪽에 조용히 서 있었고, 식당 안에는 나이프와 포크가 부딪히는 작은 소리만 간간히 들렸다. 엘로이즈는 평소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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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엘로이즈는 잠시 말없이 클레르를 바라보았다. 평소 같았으면 금방 "죄송해요..."하고 웃어 넘겼을 아이였다. 하지만 지금의 클레르는 달랐다. 너무 조용했다. 엘로이즈의 시선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클레르..." 클레르의 어깨가 움찔했다. 엘로이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걱정스러운 눈으로, 고개를 푹 숙인 동생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대신은 잠시 더 클레르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푹 숙인 아이. 테이블 위에 번진 소스. 굳어버린 손끝. 그는 낮게 혀를 찼다. "쯧." 그리고 냅킨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바닥을 밀며 낮은 소리를 냈다. 부인이 눈을 들었다. "왜, 더 안 드시고요?" "입맛이 없어졌소." 대신은 아무 말도 더 하지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식당 밖으로 걸어나갔다. 무거운 발소리가 멀어졌다. 식당 안은 더 조용해졌다. 클레르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포크를 쥔 손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고, 입술은 작게 떨리고 있었다. 부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클레르... 아버지 앞에서 그런 모습 보이면..." 말이 거기서 멈췄다. 클레르가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큰 눈 안에 물기가 어려 있었다. 울음을 참고있는 얼굴.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부인의 눈이 잠시 흔들렸다. 그녀는 잠시 클레르를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 한숨에는 피곤함과 복잡한 감정이 함께 섞여 있었다. 부인은 결국 아무 말도 더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레스 자락이 바닥 위를 조용히 스쳤다. "...먼저 일어나마." 그녀는 잠시 두 딸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몸을 돌려 식당 밖으로 걸어 나갔다. 곧 문이 조용히 닫혔다. 덜컥. 이제 식당 안에는 엘로이즈와 클레르 둘만 남았다. 엘로이즈는 한동안 말없이 클레르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숙인 채 울음을 참고있는 동생. 평소처럼 밝게 웃지도 못하고, 포크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던 모습. 엘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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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엘로이즈는 끝까지 말을 끊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듣고 있었다. 하지만 손이 굳어 있었다. 마침내 클레르의 떨리는 목소리가 다시 작게 이어졌다. "...언니. 정말... 어머니, 아버지도 나 싫어하시고...언니도 나 싫어할 거야?" "아니야." 엘로이즈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영애가.. 괜히 심술 부린거야." "아니야.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내 얼굴을 보고 웃어주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으셨고.. 어머니도.. 항상 나만 보면 한숨 쉬셨고... 방금도 아버지가 나 조심성없다고 혼내신 것도..." "아니야." 엘로이즈가 조금 더 빠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였다. "두 분 다. 너가 걱정돼서 그러신거야. 네가 다칠까봐, 또 남들이 함부로 말할까봐. 그래서 엄하게 말씀하시는 거지." "...나. 그런 것도 모를 정도로 바보 아니야." 엘로이즈의 눈이 멈췄다. 클레르는 울먹이는 얼굴로 계속 말했다. "...사람이 진짜 좋아하는 사람 볼 때 어떤 눈 하는지는 나도 알아..." 그 말이 떨어진 순간, 식당 안 공기가 아주 조용히 가라앉았다. 엘로이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울음을 참으려 애쓰는 동생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의자가 아주 작게 밀리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클레르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 멈춰섰다. 클레르는 눈물을 훔치지도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순간, 툭. 엘로이즈의 손이 조용히 클레르의 어깨를 붙잡았다. 클레르의 몸이 아주 작게 움찔했다. "...클레르. 너 언니 눈 똑바로 봐." 목소리가 조금 더 낮아졌다. "...언니 말 못 믿겠어?" 클레르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가가 붉게 젖어 있었다. 눈물 때문에 흐려진 시선 너머로, 엘로이즈의 얼굴이 보였다. 엘로이즈는 그런 동생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언니는 거짓말 안 해."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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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그날 밤. 드 로베르 저택은 이미 깊은 정적 속에 잠겨 있었다. 복도에는 촛불 몇 개만 희미하게 남아 있었고, 창밖 정원은 달빛 아래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하인들의 발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저택 뒤편, 사람들의 눈이 잘 닿지 않는 오래된 마굿간 쪽으로 한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검은 망토를 깊게 눌러쓴 젊은 남자 하인. 그는 몇 번이고 주변을 살피며 걸음을 옮겼다. 발소리는 최대한 죽여져 있었다. 끼익. 낡은 마굿간 문이 아주 조금 열렸다. 안쪽에서는 희미한 등불 하나가 흔들리고 있었다. 마른 짚 냄새. 낡은 나무 냄새. 그리고 말들의 낮은 숨소리. 남자 하인은 조용히 안으로 들어갔다. 마굿간 안쪽 구석. 낡은 의자 하나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허리가 굽은 늙은 마부. 해진 외투. 거칠게 갈라진 손. 깊게 눌러쓴 모자 아래로는 그림자만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 공기만큼은, 평범한 늙은이의 것이 아니었다. 카일 로웬의 아버지. 그리고 오래전부터 그림자 속에서 움직여 온 마법사, 루시안 로웬. 남자 하인이 낮게 고개를 숙였다. "...루시안 님." "말해라." "...다음 주에 후레지아 꽃을 꺾으러 산으로 간답니다." "...산으로." "예. 둘째 영애와 큰 영애 둘이서요." "...그래. 드디어 때가 왔구나. 꽃을 좋아하는 계집 아이들은... 늘 경계가 없지." "...그리고 마침, 그 산으로 가는 길에 사과나무를 심어놓기 좋은 장소가 있다고 합니다." "...사과나무." "예. 햇빛도 잘 들고, 땅도 꽤 깊다고 들었습니다." 루시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자 아래 그림자 속에서, 그의 입가가 아주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사과나무. 그 단어가 마굿간 안에서 조용히 울렸다. 그리고 그 순간, 등불 불꽃이 다시 한 번 길게 흔들렸다. 루시안의 눈빛이 천천히 깊어졌다. "...그래. 좋군." 루시안은 천천히 몸을 뒤로 기대었다. 늙은 마부의 허름한 그림자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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