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의 공기는 차갑고도 무기력했다.소독약 냄새가 벽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고, 형광등 빛은 사람의 피부를 조금씩 말려버리는 색이었다.바닥은 늘 반듯하게 닦여 있었지만, 그 반듯함이 오히려 더 잔인했다. 여기서는 누구도 흐트러질 수 없다는 듯이.이수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그녀의 자세는 단정했지만, 단정함이라는 건 가끔 “무너지지 않기 위한 마지막 형식”이 되기도 한다.손등 위로 손을 포개고, 숨을 고르면서도, 눈은 침대 위의 남자를 놓치지 않았다.서종민. 아버지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엔 너무 오래, 너무 여러 번 버텨온 이름이었다.아버지의 얼굴에는 산소마스크가 씌워져 있었다.투명한 플라스틱 너머로 김이 얇게 맺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그 반복이 마치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보였다.하지만 이수는 알고 있었다. 그건 아버지가 “살아 있는” 게 아니라, 기계가 “살려 두고 있는” 방식이라는 걸.기계는 성실했다.삐..., 삐....간격을 어기지 않고, 감정을 섞지 않고, 단지 기능으로만 존재했다.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사람도 어느 순간 기계처럼 생각하게 된다.이건 가능하냐, 불가능하냐. 이건 유지하냐, 끊느냐.의사는 오늘도 같은 말을 했다.회복 가능성이 낮다고, 의식이 돌아올 확률이 거의 없다고, 수치는 더 이상 좋아지지 않는다고. 말의 끝에는 늘 조심스러운 침묵이 따라붙었다.“결정은 가족이 하셔야 합니다.”그 말은 직접적으로는 나오지 않았지만, 공기 속에는 언제나 그 문장이 떠 있었다.가족. 이수는 속으로 그 단어를 한번 굴렸다.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아버지 하나였고, 그 하나 때문에 이수는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다.그리고 그 하나는, 누군가에게는 너무 좋은 ‘줄’이었다.당기면 이수가 움직이는 줄.민준은 그 줄을 잡고 있었다.이수가 처음 민준을 만난 것도 병원이었다.그때의 이수는 계산을 잘하지 못했고, 스스로가 얼마나 벼랑 끝에 서 있는지조차 정확히 몰랐다.대출, 사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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