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보통 10층 보스를 솔로 킬(Solo Kill) 했으면 동네방네 자랑하고, 뉴스 인터뷰 따고, CF 찍느라 바쁠 텐데 비밀로 하라니.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지금 내 신분은 ‘D급’이다. 힘은 S급 아이템에서 나오지만, 본체는 여전히 물몸인 F급 짐꾼 출신. 이 상태에서 갑자기 ‘내가 10층 깼소!’ 하고 나서면?천공 길드 같은 하이에나들이 가만히 있을까?‘공략법을 내놓아라’, ‘우리 길드에 들어와라’, ‘안 들어오면 죽이겠다’… 뻔한 레퍼토리로 귀찮게 굴 게 뻔하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내 ‘본체 스펙’이 어느 정도 올라오고, 카르마가 넉넉히 쌓여서 언제든 핵미사일 하나쯤 빌릴 수 있을 때까지는, 정체를 숨기고 실리를 챙기는 게 낫다. “공략은 '익명의 파티'가 한 걸로 하죠. 대신 동필 씨네 파티가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고 소문내는 건 허락하겠습니다.”“헉! 그, 그럼 저희 명성이…!”“네, 님들이 꿀 빠세요.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나는 마동필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내 말을 들은 마동필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더니, 이내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 정도야 식은 죽 먹기죠. 목숨 걸고 비밀 엄수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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