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정각, 인천 항만 외곽의 낡은 폐물류 창고.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축축하고 비린 바닷바람이 뼈 시리게 불어오고 있었다.묵직한 엔진 소리와 함께 검은색 대형 세단 한 대가 창고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왔다.차 문이 열리고, 명품 코트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윤은선이 홀로 내렸다.그녀의 구두 굽 소리가 텅 빈 창고 바닥을 울리며 서늘하게 퍼져 나갔다.윤은선의 표정은 고고하고 차가웠지만, 그녀의 뒤편 어둠 속에서는 이미 매복해 있던 서너 명의 험악한 그림자들이 스르륵 움직이고 있었다.창고 중앙에 꼿꼿하게 서서 기다리고 있던 강한결과 신민아의 시선이 윤은선을 향했다.“일찍 와 있었군요, 강한결 씨, 신민아 씨.”윤은선이 낡은 천장을 흘깃 둘러보며 나직하고 오만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런 구질구질하고 냄새나는 곳은 내 취향이 아니지만, 당신들 수준에는 딱 맞는 무덤이네요.”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창고 구석 어둠 속에서 쇠파이프와 흉기를 든 사내들이 걸어 나와 한결과 민아의 퇴로를 완벽하게 차단했다.사내들의 눈빛에는 피비린내 나는 살기가 짙게 감돌고 있었다.“설마 내가 순순히 협상에 응할 거라고 생각한건 아니죠?”윤은선이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며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었다.“당신들이 가진 서류 원본 파일과, 스위스 계좌 접속 권한 당장 내놔요. 그러면 최소한 고통 없이 보내줄 테니까.”당장이라도 들이닥칠 듯한 사내들의 살기 앞에서도 한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오히려 그의 입가에 차갑고도 당당한 조소가 번졌다.“윤 실장님, 당신은 오태환보다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국 돈에 미쳐 눈이 돌아간 건 그 인간과 똑같군요.”한결이 품속에서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윤은선 쪽으로 돌려 보여주었다.화면 중앙에는 붉은색 타이머 숫자가 카운트다운을 하며 맹렬하게 줄어들고 있었다.“이게 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한결의 당당한 목소리에 윤은선의 미간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내가 5분 안에 안전 코드를 입력하지 않으면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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