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한테는 인정이라는 게 없어? 이 묘역을 네가 쓰겠냐, 아니면 내가 쓰겠냐? 양보하라면 좀 양보해. 그게 그렇게 어려워?!”가슴속에 눌러 두었던 분노가 더는 버티지 못했다. 나는 달려들어 유준용의 옷깃을 움켜쥐고 목이 찢어지도록 외쳤다.“이 자리는 지나 거야! 당신 딸 지나! 지나가 죽었어! 당신이 수술 도중에 나가 버려서 수술대 위에서 죽었다고!”“유준용, 당신에게 심장이 있기는 해?!”소란스럽던 주변이 내 절규를 듣고 한꺼번에 조용해졌다.유준용은 멍한 표정으로 몸을 돌려 묘비 자리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아주 짧은 침묵 뒤, 유준용의 표정은 평소처럼 돌아왔다. 입가에는 비웃음까지 얹혔다.“이제 거짓말 수위도 너무 높은 거 아니야? 내가 고작 이틀 집에 안 들어갔다고, 딸이 죽었다는 말로 나를 겁주려고 해?”“내가 바보로 보여? 어젯밤에도 다유 아들이 지나랑 톡으로 얘기했다는데, 오늘 갑자기 지나가 죽었다고? 너도 거짓말을 하려면 머리라도 좀 쓰지 그래?”“됐어. 너랑 말 섞는 것도 지친다. 네가 내 아내로 사는 이상, 우리 집 방식에 맞춰 행동해야 해. 이 묘역은 까미에게 넘긴다.”말을 마친 유준용은 직원에게 명령했다.“가서 양도 서류 가져오세요.”몇 분 뒤, 직원은 난처한 얼굴로 서류를 내 손에 올려놓았다.“고객님, 서명 부탁드립니다.”나는 손을 들어 서류를 찢으려 했다.유준용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유준용은 달려와 내 아랫배를 거칠게 걷어찼다.이어 주머니에서 작은 칼을 꺼내 내 손가락을 깊게 그었다.피가 엄지에 번지자, 유준용은 내 손목을 붙잡고 억지로 서류 위에 지장을 찍게 했다.나는 핏발 선 눈으로 유준용을 노려보았다.“유준용, 이 죽일 놈아. 우리 아버지가 나를 당신에게 맡겼을 때, 당신이 뭐라고 약속했는지 기억해? 당신은...”말을 끝내기도 전에 유준용의 손바닥이 다시 내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네 잘난 아버지 얘기 좀 그만 꺼내. 법 있는 세상에 내가 그 사람 같은 무식한 늙은이를 무서워할 줄 알아?”“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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