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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아이의 봄

멈춘 아이의 봄

Por:  물빛연Completado
Idiom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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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지나는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었다. 나는 무너질 듯한 5년을 버텨 가며, 겨우 지나에게 맞는 공여 심장을 찾아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 흉부외과 권위자인 남편 유준용은 붉어진 눈으로 내 손을 꼭 잡았다. “여보, 걱정하지 마. 내가 집도하는 수술대에서 우리 딸, 반드시 살려낼게.” 그 말을 믿었다. 그런데 수술이 한창 진행되던 중, 유준용은 아무 설명도 남기지 않은 채 급히 병원을 빠져나갔다. 불길한 예감에 나는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몸을 이끌고 수술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보았다. 흉곽이 열린 채, 피투성이로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내 딸을. 유준용의 전공의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말을 잇지 못했다. “유준용 교수님이... 지나 어린이는 아직 조금 더 버틸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강다유 선배님 아들은 시간이 없다고... 원래 지나 어린이에게 이식될 예정이던 심장을 들고 나가셨습니다.” 순간, 세상이 무너졌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유준용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번, 두 번... 열 번. 하지만 딸의 몸에서 마지막 피가 빠져나가는 동안, 전화는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딸의 시신을 수습하러 가는 길, 나는 유준용의 오래된 첫사랑 강다유가 SNS에 올린 글을 보고 말았다. [결국 오진이었네. 괜히 난리 쳤잖아. 이렇게 된 김에 쓸모없어진 건 우리 까미한테 선물해야지!] 영상 속에서 강다유가 키우는 개는... 원래 내 딸의 몸속에서 뛰었어야 할 심장을 이빨로 사납게 물어뜯고 있었다. 차갑게 식어 버린 딸의 시신 앞에서, 내 안에 남아 있던 마지막 미련마저 조용히 부서졌다. 그리고 유준용이 뒤늦게 수술대 위에 남겨 둔 딸을 떠올렸을 때. 그 남자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텅 빈 집과, 아주 작은 영정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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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ítulo 1

제1화

두 시간 뒤, 나는 사망확인서와 장례 이송 동의서에 서명했다.

병원 직원들이 지나를 안치실로 옮기는 동안, 나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바로 그때 유준용의 전화가 뒤늦게 걸려 왔다.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귀를 찢을 듯한 음악 소리가 쏟아졌다.

유준용은 기분이 꽤 좋은 목소리였다. 주변 소음에 묻히지 않으려는 듯 큰 목소리로 물었다.

[왜 이렇게 전화를 많이 했어? 지나가 아빠 보고 싶대?]

“왜 지나를 수술대에 버려두고 나갔어?! 유준용, 당신이 약속했잖아! 당신 손으로 지나를 다시 살리겠다고!”

나는 이를 악문 채 유준용의 말을 끊었다. 목소리는 비명에 가까웠다.

전화 저편에서 유준용은 몇 초간 입을 다물었다.

이윽고 유준용은 별일 아니라는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미안해. 내 잘못이야. 그런데 다유 쪽 상황이 정말 급했어. 도저히 지체할 수가 없었다고. 걱정 마. 새 공여 심장 소식은 내가 이미 알아봤어. 이틀 뒤쯤 바로 수술 잡을 수 있어.]

‘이틀 뒤?’

‘유준용은 자기 딸이 흉곽이 열린 채 수술대 위에 혼자 누워 죽음을 기다렸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나?’

“우리 딸... 지나는 이미...”

[오빠, 까미가 또 이상해. 빨리 와서 봐 줘!]

[무슨 얘기든 집에 가서 하자. 다유가 키우고 있는 까미가 아프다니까 먼저 가 봐야 해. 끊을게.]

“유준용!”

전화에서는 차가운 종료음만 이어졌다.

차갑고 창백한 지나의 작은 얼굴을 보자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영하의 냉기가 깔린 안치실인데도 등에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뼛속으로 파고드는 한기가 등을 타고 심장까지 스며들었다.

지나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귓가에서 맴돌았다.

“엄마, 아빠가... 다유 이모 집 동생이 더 위험하대. 아빠가 동생을 구하러 가야 한대...”

“지나는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버틸 수 있어... 엄마, 아빠한테 화내지 마...”

그토록 사랑하던 ‘아빠’는 지나가 가장 위태로웠던 때에 지나를 버렸다.

유준용은 업계에서 손꼽히는 흉부외과 권위자였다.

검사지만 눈앞에 놓이면 유준용은 한 번 훑어보는 것만으로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했다.

강다유 아들의 오진을 유준용이 알아보지 못했을 리 없었다.

결국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능력 있는 남자처럼 보이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모른 척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유준용은 내 딸을 죽였다.

몽롱해지는 정신을 붙잡으며 꾸역꾸역 핸드폰을 꺼냈다.

나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울음소리를 듣자 아버지의 목소리에는 억눌린 분노와 아픔이 배어 있었다.

[은수야, 아빠가 사흘 뒤 귀국한다. 걱정하지 마라. 아빠가 그 짐승들, 반드시 대가 치르게 해 주마!]

전화를 끊은 뒤, 나는 얼음장처럼 식은 지나를 품에 안고 텅 빈 안치실에서 목 놓아 울었다.

지나는 평소에도 시끄러운 자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의 장례식에는 가까운 지인들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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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두 시간 뒤, 나는 사망확인서와 장례 이송 동의서에 서명했다. 병원 직원들이 지나를 안치실로 옮기는 동안, 나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바로 그때 유준용의 전화가 뒤늦게 걸려 왔다.통화가 연결되자마자 귀를 찢을 듯한 음악 소리가 쏟아졌다.유준용은 기분이 꽤 좋은 목소리였다. 주변 소음에 묻히지 않으려는 듯 큰 목소리로 물었다.[왜 이렇게 전화를 많이 했어? 지나가 아빠 보고 싶대?]“왜 지나를 수술대에 버려두고 나갔어?! 유준용, 당신이 약속했잖아! 당신 손으로 지나를 다시 살리겠다고!”나는 이를 악문 채 유준용의 말을 끊었다. 목소리는 비명에 가까웠다.전화 저편에서 유준용은 몇 초간 입을 다물었다.이윽고 유준용은 별일 아니라는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미안해. 내 잘못이야. 그런데 다유 쪽 상황이 정말 급했어. 도저히 지체할 수가 없었다고. 걱정 마. 새 공여 심장 소식은 내가 이미 알아봤어. 이틀 뒤쯤 바로 수술 잡을 수 있어.]‘이틀 뒤?’‘유준용은 자기 딸이 흉곽이 열린 채 수술대 위에 혼자 누워 죽음을 기다렸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나?’“우리 딸... 지나는 이미...”[오빠, 까미가 또 이상해. 빨리 와서 봐 줘!][무슨 얘기든 집에 가서 하자. 다유가 키우고 있는 까미가 아프다니까 먼저 가 봐야 해. 끊을게.]“유준용!”전화에서는 차가운 종료음만 이어졌다.차갑고 창백한 지나의 작은 얼굴을 보자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영하의 냉기가 깔린 안치실인데도 등에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뼛속으로 파고드는 한기가 등을 타고 심장까지 스며들었다.지나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귓가에서 맴돌았다.“엄마, 아빠가... 다유 이모 집 동생이 더 위험하대. 아빠가 동생을 구하러 가야 한대...”“지나는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버틸 수 있어... 엄마, 아빠한테 화내지 마...”그토록 사랑하던 ‘아빠’는 지나가 가장 위태로웠던 때에 지나를 버렸다.유준용은 업계에서 손꼽히는 흉부외과 권위자였다.검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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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장례식장에 온 사람 중 유준용을 아는 이들은 모두 의아해했다. 딸 바보로 유명한 남자가 왜 보이지 않느냐고 수군거렸다.사람들은 앞다투어 유준용에게 전화를 걸었다.나만 알고 있었다. 그 전화는 받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예상대로 장례가 끝날 때까지 유준용은 나타나지 않았다.나는 가슴을 찢는 아픔을 꾹 누른 채 마지막으로 차갑게 식어버린 딸의 손을 잡았다.유준용 같은 아버지라는 이름이 아까운 짐승에게 방해받지 않은 것. 지나에게는 어쩌면 그게 더 나을지도 몰랐다.그런데 안장 절차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다.추모공원 직원이 급히 달려왔다.직원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그리고 내 손목을 붙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지나 어머님, 큰일 났습니다. 따님 묘역으로 예약해 두신 자리에서 소란이 벌어졌습니다!”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했다. 나는 비틀거리며 묘역 쪽으로 달려갔다.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직원에게 삿대질하며 악을 쓰는 강다유였다.“당신들, 월급 받는 사람들이 무슨 뜻으로 이러는 건데요?!”“내가 역술가한테 확인까지 받았어요! 이 자리가 제일 좋아요. 우리 까미 하관 시간 놓치게 하면, 당신들 전부 우리 까미 앞에 무릎 꿇어야 할 줄 알아요!”직원은 난처한 표정으로 계속 고개를 숙였다.“정말 죄송합니다. 이 자리는 이미 다른 분이 정하셨습니다.”“더구나 이곳은 반려동물 전용 시설이 아니라 사람을 모시는 추모공원입니다. 반려견 안장은 절차상 어렵습니다.”“어렵고 말고는 당신이 정할 일이 아니죠. 누가 예약했는지 불러요. 우리가 보상금 주면 되잖아요.”유준용은 강다유를 달래면서도 직원에게는 차갑게 말했다.“못 들었습니까? 담당 책임자 불러오세요.”강다유는 유준용이 제 편을 들어주자 더 기세가 올랐다.이어 유준용의 품 쪽으로 몸을 붙인 뒤, 직원의 뺨을 세게 때렸다.“들었죠?! 책임자를 부르든지, 먼저 이 자리를 정한 사람을 부르든지 해요. 안 그러면...”“그 자리, 내가 원한 자리야.”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걸어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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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너한테는 인정이라는 게 없어? 이 묘역을 네가 쓰겠냐, 아니면 내가 쓰겠냐? 양보하라면 좀 양보해. 그게 그렇게 어려워?!”가슴속에 눌러 두었던 분노가 더는 버티지 못했다. 나는 달려들어 유준용의 옷깃을 움켜쥐고 목이 찢어지도록 외쳤다.“이 자리는 지나 거야! 당신 딸 지나! 지나가 죽었어! 당신이 수술 도중에 나가 버려서 수술대 위에서 죽었다고!”“유준용, 당신에게 심장이 있기는 해?!”소란스럽던 주변이 내 절규를 듣고 한꺼번에 조용해졌다.유준용은 멍한 표정으로 몸을 돌려 묘비 자리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아주 짧은 침묵 뒤, 유준용의 표정은 평소처럼 돌아왔다. 입가에는 비웃음까지 얹혔다.“이제 거짓말 수위도 너무 높은 거 아니야? 내가 고작 이틀 집에 안 들어갔다고, 딸이 죽었다는 말로 나를 겁주려고 해?”“내가 바보로 보여? 어젯밤에도 다유 아들이 지나랑 톡으로 얘기했다는데, 오늘 갑자기 지나가 죽었다고? 너도 거짓말을 하려면 머리라도 좀 쓰지 그래?”“됐어. 너랑 말 섞는 것도 지친다. 네가 내 아내로 사는 이상, 우리 집 방식에 맞춰 행동해야 해. 이 묘역은 까미에게 넘긴다.”말을 마친 유준용은 직원에게 명령했다.“가서 양도 서류 가져오세요.”몇 분 뒤, 직원은 난처한 얼굴로 서류를 내 손에 올려놓았다.“고객님, 서명 부탁드립니다.”나는 손을 들어 서류를 찢으려 했다.유준용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유준용은 달려와 내 아랫배를 거칠게 걷어찼다.이어 주머니에서 작은 칼을 꺼내 내 손가락을 깊게 그었다.피가 엄지에 번지자, 유준용은 내 손목을 붙잡고 억지로 서류 위에 지장을 찍게 했다.나는 핏발 선 눈으로 유준용을 노려보았다.“유준용, 이 죽일 놈아. 우리 아버지가 나를 당신에게 맡겼을 때, 당신이 뭐라고 약속했는지 기억해? 당신은...”말을 끝내기도 전에 유준용의 손바닥이 다시 내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네 잘난 아버지 얘기 좀 그만 꺼내. 법 있는 세상에 내가 그 사람 같은 무식한 늙은이를 무서워할 줄 알아?”“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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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늦은 밤, 유준용은 지친 몸을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처음부터 집으로 돌아올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 한은수의 태도가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나 왔어.”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집은 불 하나 켜져 있지 않았다. 유준용의 가슴속에는 불길한 예감이 더 짙게 깔렸다.“여보?”내가 안방에도 없었다. 옷장 안의 옷도 텅 비어 있었다.‘이 여자... 어디로 간 거야?!’유준용은 미간을 찌푸린 채 거실로 걸어 나왔다.그제야 거실 장식장 위에 놓인 작은 영정사진이 눈에 들어왔다.사진 앞에는 검은 리본과 함께 ‘유지나’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유지나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유준용은 영정사진 액자를 거칠게 바닥에 내던졌다.그는 내가 또 끝도 없이 유치한 소동을 벌이고 있다고 여겼다.유준용은 분노에 차 핸드폰을 꺼내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전화기 너머에서는 통화 연결음만 메마르게 울렸다.유준용은 다시 톡을 보냈다. 메시지가 전송되지 않았다는 안내를 본 채 굳어 버렸다.이후 유준용의 가슴에는 짙은 분노가 차올랐다.‘한은수, 네가 감히 나를 차단하다니...’‘그저 내가 다유 모자를 며칠 돌봤다는 이유만으로?’유준용은 핸드폰을 바닥에 던졌다.“내가 네가 어디 갔는지 모를 줄 알아? 한은수, 네가 먼저 이렇게 만든 거야.”...다음 날, 나는 아버지가 마련해 둔 서남도의 별장에서 눈을 떴다.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의아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유준용과 강다유가 보였다.둘과 함께 온 사람들은 경온시 주요 매체 기자들과 사교계 인사들이었다.나를 발견한 유준용의 눈에 득의양양한 기색이 스쳤다.“내가 너 못 찾을 줄 알았어?”“하민이 이 섬을 마음에 들어 해서 참는 거야. 아니었으면 오늘 네 버릇을 단단히 고쳐 줬을 거다.”유준용은 내 앞에서 한껏 비웃었다.“빨리 준비해. 오늘은 하민이 생일이야. 이번에는 쓸데없는 짓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나는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아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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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내 말이 끝나자 강다유는 무대 위에서 굳어 버렸다.유준용은 미친 듯이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와 내 옷깃을 움켜쥐었다.“이년아!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지나가 곧 올 거야! 지나가 오면 자기 입으로 아빠를 사랑한다고 말할 거라고!”수많은 플래시가 무대를 향해 쏟아졌다.유준용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 그는 내 어깨를 거칠게 움켜쥐고 흔들어 댔다.“지금 당장 지나를 만나야겠어! 지나한테 전화해! 빨리! 내 귀한 딸이 직접 말하게 할 거야. 내가 어떤 아빠인지!”유준용의 말이 끝나자마자 머리 위에서 헬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몇 초 뒤, 아버지는 작은 유골함을 들고 유준용 앞에 섰다.“네 귀한 딸이 왔다.”유준용은 천천히 고개를 숙여 아버지 손에 들린 작은 함을 바라보았다. 무의식적으로 함을 받으려고 손을 뻗으려다 곧 손을 떨어뜨렸다.유준용의 얼굴에는 못마땅함이 번졌다.“장인어른, 그래도 지나 외할아버지시잖습니까? 장난을 치셔도 지나 목숨을 두고 이러시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유준용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버지의 손바닥이 그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짐승만도 못한 놈! 네 딸이 죽은 지 사흘이 되도록 안부 한 번 묻지 않았지. 내연녀가 기르던 개한테 네 딸 묘역까지 빼앗아 놓고, 이제는 내연녀 아들 생일까지 챙겨?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그 한 대에 유준용의 표정은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처음 몇 해 동안 유준용은 아버지를 무척 두려워했다.당시 유준용은 의과대학원에 다니던 가난한 대학원생일 뿐이었다.아버지의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유준용은 기껏해야 어느 병원의 평범한 월급 의사였을 것이다.그래서 유준용은 오래도록 아버지 앞에서 몸을 낮췄다.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사람들의 찬사가 유준용을 완전히 자아에 취하게 했다.유준용은 더 이상 예전처럼 굽실거리지 않았다.유준용은 억울하다는 듯 아버지를 노려보았다.“장인어른, 너무하십니다. 지나는 제 딸이고, 은수 씨는 제 아내입니다. 방금 나온 얘기도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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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유준용의 몸이 흔들렸다.유준용은 빠르게 앞으로 다가와 아버지 손에 들린 유골함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장인어른, 자꾸 제가 지나를 죽였다고 하시는데요. 어제 은수가 제게 지나 영상을 보내 줬습니다! 그저께는 하민이 제게 지나 누나랑 톡을 했다고 말했어요!”나는 유준용을 바라보다가, 유준용과 나눈 대화창을 찾아 눈앞에 들이밀었다.“유준용, 똑바로 봐. 내가 보낸 영상이 언제 찍힌 건지.”지금은 장마철이었다.하지만 영상 속 지나는 겨울옷을 입고 있었다.그날 유준용이 영상을 조금만 제대로 봤다면, 충분히 이상함을 알아차렸을 것이다.어쩌면 유준용은 그 영상조차 열어 보지 않았을지 모른다.유준용은 내 핸드폰 속 영상을 눈이 찢어질 듯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상함을 알아챈 유준용은 바로 몸을 돌려 강다유 옆에 선 아이를 바라보았다. 유준용은 아이의 팔을 세게 잡아챘다.“너 그날 밤 지나 누나랑 톡했다고 했지?! 나한테 거짓말한 거야?”유준용의 매서운 목소리에 아이는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옆에 있던 강다유는 서둘러 다가와 유준용의 손을 잡았다.“오빠, 아이한테 왜 그래. 아이가 거짓말을 하겠어? 저 안에 든 게 지나인지 누가 알아? 틀림없이 저 사람들이 오빠를 속이는 거야!”강다유의 말에 유준용의 눈에는 다시 의심이 차올랐다.유준용은 달려와 아버지 손의 유골함을 빼앗아 뚜껑을 열었다.“그래, 다유 말이 맞아. 이 안에 든 재가 지나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 건데? 한은수, 네가 아무 데서나 긁어 온 재일 수도 있잖아!”아버지의 눈에 눌러 두었던 분노가 마침내 터져 나왔다.아버지는 뒤에 서 있던 사설 경호팀에게 손짓했다. 나는 곧장 앞으로 나서 아버지를 막았다.죽을 때 죽더라도 오늘 유준용만큼은 모든 사실을 알고 죽어야 했다.나는 유준용의 손에서 유골함을 받아 아버지에게 다시 건넸다.“유준용, 지금이라도 얌전히 나와 함께 돌아가. 지나의 빈소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한다면, 당신에게 떠날 길 하나 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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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영상 속 유준용은 처음에는 수술대 앞에서 수술 기구를 다루고 있었다.다급한 전화벨이 울리자, 유준용은 손을 멈추지 않은 채 옆에 선 전공의에게 지시했다.“누구 전화인지 확인해. 아내면 받지 말고.”전공의는 발신자를 확인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교수님, 강다유 선배님 전화입니다.”전공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준용은 수술 기구를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버럭 소리쳤다.“그럼 빨리 받아야지! 거기서 뭐 하고 있어?”전공의는 수술대 위에 누운 지나를 바라보았다.몇 초간 망설이던 전공의는 난처한 표정으로 전화받았다.전화 너머로 들려온 강다유의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다.[오빠, 검사 결과가 오진이라는 거 정말 확실해?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하민이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 아프다고 하네. 오빠가 와서 한 번만 직접 봐 주면 안 돼?]“걱정하지 마. 내 진료가 오진일 리 없잖아. 하민이는 괜찮아.”[이제 나랑 하민이는 중요하지 않은 거야?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매정해질 수 있어?]강다유는 더 서럽게 울었다. 죽을 것처럼 매달리며 유준용을 불러냈다.유준용은 거의 망설이지 않았다. 곧바로 멸균 가운을 벗기 시작했다.“알았어, 알았어. 정말 너한테는 못 당하겠다. 기다려. 내가 바로 갈게.”멸균 가운을 벗는 유준용을 본 전공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전공의는 수술대 위의 지나를 가리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교수님, 지나 어린이 수술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공여 심장 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교수님이 더 잘 아시잖습니까?”“게다가 지나 어린이 상태는 이미 많이 악화됐습니다. 오늘 이식하지 못하면 이번 달을 넘기기도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나가십니까?”전공의의 만류에도 유준용은 짐을 챙기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유준용은 전공의를 한 번 흘겨본 뒤, 수술대 옆으로 다가가 지나의 손을 잡았다.“지나야, 동생이 지금 무서운 병이랑 싸우고 있대. 아빠가 안 가면 동생이 위험할 수도 있어.”“지나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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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불과 30초 남짓한 시간이 흘렀을 뿐이었다.전공의가 마취제를 챙겨 다시 몸을 돌렸을 때, 지나의 몸에서 쏟아져 나온 피는 이미 수술대를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그다음 화면에는 전공의가 비틀거리며 수술실 밖으로 나가 나를 불러오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CCTV 영상은 30분도 채 되지 않았다.다시 말해, 딸 바보로 이름난 유준용 교수는 딸이 생사의 갈림길에 선 그 순간, 고작 30분조차 제대로 곁에 있어 주지 않았다는 뜻이었다.게다가 내연녀의 전화 한 통에 자기 피붙이를 버리고 수술실을 떠났다.영상이 끝난 뒤, 나는 딸을 죽게 한 남편에 대한 분노로 온몸이 떨렸다.그래도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나는 숨을 가다듬고 휴대폰 화면을 껐다.창백하게 질린 유준용은 외면한 채, 천천히 몸을 돌려 무대 아래 기자들을 바라보았다.“여기 계신 분들 모두 유준용이 우리 한씨 집안을 짓밟으려고 부른 분들이라는 걸 압니다.”“하지만 지금 보셨잖습니까? 유준용이 제 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증거가 이렇게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그런데도 이 짐승과 함께 우리 한씨 집안을 몰아붙이실 겁니까?”“묻겠습니다. 여기 있는 분 중에 자식 둔 사람 없습니까? 가족이 없는 분이 있습니까? 여러분의 배우자가 내연 상대 때문에 자기 자식을 이렇게 버렸다면, 여러분은 어떤 마음이 들겠습니까?”무대 아래 사람들은 한동안 침묵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구석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나 어머님, 저희가 오늘 이 자리에 온 건 먹고살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저희에게도 양심은 있습니다.”“카메라는 껐습니다. 맹세합니다. 오늘 여기서 벌어진 일은 한 글자도 밖으로 흘리지 않겠습니다. 유준용 같은 짐승은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합니다!”그 말이 나오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동조하기 시작했다.1분도 지나지 않아 눈을 찌르던 플래시가 모두 사라졌다.눈앞의 광경을 보며, 나는 속으로 아주 조금 숨을 돌렸다.이어 나는 넋이 나간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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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사방에서 쏟아지는 분노에 강다유는 완전히 겁에 질렸다.강다유는 지나의 유골함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다리를 덜덜 떨었다. 이마가 바닥에 닿을 만큼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미안해, 지나야. 이모가 잘못했어. 이모 용서해 주면 안 될까? 이모 원망하지 마. 원망하려면 네 아빠를 원망해. 네 아빠가 양심이 없었던 거야. 네 아빠는 아빠 자격도 없었던 거야.”“이모는 전화 한 번 했을 뿐이야. 억지로 오라고 한 적 없어. 네 아빠가 먼저 오겠다고 한 거야.”“네가 받을 심장을 가져간 것도 네 아빠야. 그러니까 이모를 용서해 줘. 아니면 하민이를 원망해도 돼. 하민이가 거짓말했어. 하민이가 네 아빠를 속인 거야.”강다유의 말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저 여자는 죄를 피하려고 자기 아들까지 버리고 있었다.유준용의 두 눈에는 핏발이 선 듯 붉게 달아올랐다. 그는 강다유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이 더러운 여자! 지나를 죽인 건 너야! 네가 나를 유혹했어. 네가 나를 흔들어서 내 딸을 잃게 했다고! 너 같은 여자는 뻔뻔하기도 하지. 너는 죽어 마땅해. 지옥에나 가!”유준용은 미친 사람처럼 강다유에게 달려들었다.강다유는 비명을 지르며 필사적으로 유준용에게 저항했다.하지만 강다유는 끝내 남자의 힘을 당해 내지 못했다.나는 유준용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차갑게 웃었다.“유준용, 손에 힘 좀 더 줘. 그 정도로 네 속이 풀리겠어?”유준용은 고개를 돌려 나를 한 번 바라보았다.이어 강다유를 향해 다시 몸을 돌리며 주먹을 움켜쥐었다.유준용의 주먹이 강다유의 머리 쪽을 세게 가격했다.유준용은 오랜 세월 의사로 살아온 사람이었다.사람의 몸 어디가 가장 취약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다유는 완전히 숨이 끊어졌다.강다유가 쓰러지자, 아이가 엄마의 몸 위에 엎드려 울부짖었다.유준용은 몸을 덜덜 떨면서도 아이를 향해 돌아섰다. 한 손을 뻗어 아이의 목을 움켜쥐었다.아이의 숨마저 완전히 멎을 때까지, 유준용은 손을 놓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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