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칵테일 세 잔이었다.알코올 도수가 그리 높지도 않은, 그저 입안을 달콤하게 적시던 핑크빛 액체 몇 모금.그까짓 것에 이토록 정신이 혼미해질 리가 없었다.하지만 발을 내딛는 순간, 견고한 대리석 바닥이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출렁였다.시야가 기괴하게 일그러지며 사정없이 흔들렸다.“하아, 읏……”걷기가 힘들 정도로 눈앞이 아찔하게 어지러웠다.화려하게 반짝이는 호텔 연회장의 크리스탈 샹들리에 불빛이, 이제는 날카로운 바늘이 되어 망막을 잔인하게 찔러댔다.귓가에는, 조금 전까지 자신을 향해 쏟아지던 가식적인 웃음소리와 수군거림이 환청처럼 이명으로 울렸다.‘어머, 쟤 좀 봐. 결혼식 전날에 저런 꼴을 당하다니.’‘문기 씨가 아깝긴 했어. 뒤에서 딴살림 차려놓고 애까지 가질 동안 혼자만 고결한 척하더니, 꼴좋네.’축복만이 쏟아져야할 브라이덜 샤워(Bridal Shower).그곳은 이미 도살장에 끌려가 난도질하는 처형장과 다름없었다.10년 동안 신앙처럼 맹신했던 정혼자, 김문기.그리고 그의 혼외임신 소식.유진은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억지로 삼키며, 비틀거리는 걸음을 옮겼다.화려한 골드 톤과 순백의 대리석으로 장식된 최고급 호텔 화장실.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유진은 도망치듯 세면대를 붙잡았다.차갑고 매끄러운 대리석의 감촉이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지만, 가슴 속에서 치밀어오르는 불덩이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심장이 갈비뼈를 부술 것처럼 쿵쾅거렸다.스스로는 통제하기 힘든 감각에, 유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거울을 올려다보았다.거울 속 여자는 유진이 알던 자신의 모습이 아니었다.핏기 하나 없이 창백하게 질린 안색.그와 선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금방이라도 피눈물이 쏟아질 듯 붉게 충혈된 눈동자.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시선이 거울 속에서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화끈―. 뺨 위로 열기가 확 달아올랐다.단순히 화가 나서 혹은 억울해서, 가슴이 뜨거운 게 아니었다.몸 안쪽 깊은 곳에서부터, 찌르르하게 피어오르는 열감에 유진의 손끝이 잘게
Last Updated : 2026-06-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