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바닥을 잔인하게 딛는 유진의 얇은 힐의 굽소리가,야외 주차장의 정적 속에서 불안하게 흔들렸다.소피텔 호텔의 가장 어둡고 깊은 틈새.이미 예상했고, 수없이 반복하며 상상했던 그와의 재회였다.6년이라는 세월에,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마주할 수 있을 거라고,오만한 확신을 했던,스스로를 향한 뼈저린 후회가 발끝에서부터 식은땀이 되어 차올랐다.단 한 걸음도 제대로 떼기 힘들 만큼,전신이 저릿하게 마비되어 가고 있었다.이 지독한 잿빛 구덩이 속으로,제 발로 다시 걸어 들어오게 만들었던,불과 며칠 전,서울에서의 불쾌한 기억이, 어둠 속에서 선명하게 솟아올랐다.차가운 실버 톤의 블라인드가 굳게 닫힌 박 상무 집무실.“서 과장, 이번 출장에 김 대리를 보내는 이유가 뭐야?”박 상무의 호출에 유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커다란 까만 책상 뒤에서, 불만과 탐욕이 뒤섞인 험악한 그의 표정이 그녀를 나무랐다.유진은 등줄기를 꼿꼿하게 편 채, 그의 시선을 담담하게 받아냈다.“김 대리가 쭉 팔로우 했던 일이니, 상무님을 잘 서포트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서 과장, 임 상무 팀 프로젝트로 움직이려는 건 아니지?”박 상무는 회사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위협하는 유일한 라이벌이자,제품 개발 2팀의 수장인 임 상무를 노골적으로 언급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유진은 건조하게 대답했다.“아닙니다.”“임 상무는…… 서 과장도 알다시피 이 회사 후계 구도의 최일선이 아니야. 알다시피, 내 사촌이라고. 아무리 임 상무가 똑똑하게 일을 잘한다고 해도, 어차피 내 밑에서 일할 머슴에 불과해.”“…………”“그러니, 현명하게 판단하는 게, 서 과장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 거야.”박 상무는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놓고 협박 투로 말했다.그리고 유진의 얇은 어깨를 향해 슬금슬금 손을 뻗어왔다.권력을 쥔 자의 추악하고 거만한 압박.유진은 바로 뒤로 반 걸음 물러서며, 그의 손길을 칼같이 쳐냈다.“전, 회사 내 정치판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번
Last Updated : 2026-07-10 Read more